https://arca.live/b/genshin/100856840?category=%EC%B0%BD%EC%9E%91&p=1


전 이야기와 이어짐. 원래는 이 이야기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한천의 못이

뭔가 알면 안되는 사실을 알게되거나, 금기를 저지르면 떨어지는 거라고 알고있었기에


한천의 못이 마신임무 5막 이후로 과연 떨어질까? 에서 시작된 이야기임.


읽기 전 설정 -

일단 푸리나가 여태 신좌에서  내려온 이후, 한번도 프뉴마 상태의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신의눈이 "우시아" 상태로만 발현된 상태라고 보면 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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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가 파괴되었다고?”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보고하는 한 붉은 머리의 젊은 청년에게 자신의 화를 누르며 천천히 말했다.


청년은 노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물의 신의 신좌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수를 쓴 건지 알 수 없-”


젊은 청년에게 이야기를 듣던 노인은,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짙은 갈색의 지팡이를 온 힘을 다해 바닥에 내리쳤다.


‘텅’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란 젊은 청년은, 

당황한 듯 대리석으로 된 의자에 앉아있는 노인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헌데, 우리를 빚고, 보살펴주신 그분의 명령을 거역한 자가 있다고?”


청년의 눈에 비친 노인은 화가 난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무릎을 꿇은 젊은 청년에게 화를 내었다.


이 세계에는 몇 가지의 법칙이 있다.


하늘과 땅이 뒤집히기 전,

이들을 빚어낸 전지전능한 신 - [천리] 가 있었다.


천리는 구세계의 지배자들이 힘을 잃은 틈을 타,

세계를 뒤집고 그 위에 자신의 방주(teyvat)를 세웠다.


그리고 몇 가지의 규칙을 정했는데,

이 규칙은 훗날 후손들이 금기를 범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려고 만든 법이었다.


...그리고, 그 규칙.

정확히 ‘금기’ 가. 마침내 깨지고 말았다.


금기를 범한 물의 마신 – 포칼로스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노인은,

대전쟁 이후 아직도 대답이 없는,

천리가 있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규율이시여, 당신의 법을 어긴 죄인이 이 세계를 종말로 치닫게 하고 있나이다.”


절박한 심정을 담아 하늘로 소리친 노인은,

‘규율’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믿는 ‘규율’은, 그에게 단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정말 잠을 자는 것처럼,

죽은 것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다.


노인은 대답이 없는 하늘을 향해 또 소리치고,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건조한 메아리뿐이었다.


노인은 무엇인가 잘못됨을 느꼈다.


세계의 법칙이, 근간이 뒤흔들릴만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녀는 단 한마디도 노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노인은 촉박함을 느꼈다.


자신이 밟고 있는 이 땅,

자신이 속해있는 이 세계가-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인은 금이 가는 세계를 틀어막아야 했다.


그러나 한번 깊어진 균열은 다시 닫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인은,

연쇄적으로 벌어질 균열들에 대해 미연의 방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렇게 그의 생각이 닿게 된 마지막 방법은-



“신의 지팡이를 준비해라.”


[한천의 못]이었다.




세계에 새겨진 균열을 닫지 못한다면, 규율에 맞게 심판하리라.


그것이 그가 폰타인에 한천의 못을 떨어뜨리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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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느비예트의 호출에 서둘러 멜모니아궁에 도착한 여행자는,

평소와 같이 물을 마시며 사색에 잠긴 느비예트를 보았다.


어느 나라 물인지 알 수 없는, 푸른색 잔 안에 든 투명한 물을 천천히 홀짝이던 느비예트는,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여행자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용무라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인 것 같네.”


여행자는 갑작스러운 의뢰가 익숙하기라도 한 듯, 

느비예트 집무실 옆에 비치된 소파 위에 기대듯 천천히 앉고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름이 아니라…. 폰타인 성 주변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나즈마 사람들은 [수계 늑대]라고 말하더군요.”


느비예트는 마시던 잔을 책상 위에 가볍게 내려놓고,

여행자에게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폰타인 성 바깥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수계 늑대?

이나즈마의 츠루미 섬에서 질리도록 만나보긴 했어. 근데, 왜 폰타인에 있는 거지?”


느비예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여행자는, 이내 느비예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분명 폰타인은 마물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오염된 물 정령이나, 강력한 적이라고 해도 물도마뱀들이 전부였을 터였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굉장히 평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던 폰타인이,

하루아침에 수계 늑대 밭이 되었다는 사실은 여행자의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폰타인 과학원에 기후 관측 의뢰를 맡겼었는데,

과학자들도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고 보고했습니다.”


폰타인 역사상 처음 일어난 심각한 사건에,

느비예트도 나름대로 준비를 한듯한 모양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행자를 불러 의뢰를 맡기려 했다.


여행자는 그런 느비예트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생태계의 대격변,

무엇보다 ‘심연’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자신의 혈육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여행자는,

느비예트의 의뢰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비예트, 의뢰를 받을게.

의뢰 목표는 생태계의 조사와 재건이 맞지?”


느비예트는 여행자의 대답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여행자에게 이야기했다.


“여행자, 혹시 혼자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주저 없이 저에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이상한 상황의 해결 의뢰를 맡게 된 여행자가 걱정되던 느비예트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여행자에게 말했고,


“괜찮아. 뭔가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이야기하러 올게.”


여행자는 그런 느비예트를 바라보며 자신 있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집무실을 나온 여행자는, 

수계 늑대가 가장 많이 발견된다는 오똔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빠르게 집무실을 나온 여행자의 뒷모습을 본 느비예트는,

물을 한 모금 더 마시다, 조용히 혼잣말했다.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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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문을 열고 나온 여행자는, 느비예트가 했던 말을 천천히 정리했다.


폰타인 성 밖의 이상 현상,

갑작스레 증가한 수계 늑대의 개체 수가, 폰타인 성 주변을 감싸고-

무엇보다 수계 늑대는, ‘심연’과 연관이 가장 큰 마물이었기에,


...어쩌면 자신의 혈육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여행자였다.


자신의 혈육과 해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여행의 종막에 도달해갔기에

지금이라면 자신의 혈육이 자신을 만나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 여행자였다.


그렇기에, 폰타인 전역을 둘러싼 새로운 재앙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겠다고 다짐한 여행자였다.




여행자는 그렇게 폰타인 성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을 지저귀는 새소리, 잔잔한 물결을 품은 호수,


..그리고 엘리나스 에서부터 오똔산까지 이어진 알 수 없는 보라색 연기-


여행자는 보랏빛 연기를 두 눈으로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이게 대체 무슨….”


분명 진하고 탁한 색의 연기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보랏빛 연기가 오똔산 주변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


순간 느비예트의 의뢰가 머릿속에 떠오른 여행자는, 서둘러 오똔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오똔산 정상에 도착한 여행자가 해야 할 일이 몇 개 있었다.


첫째, 주변 수계 늑대의 분포 정찰.


오똔산이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그 주변을 정찰할 수 있을 정도로 굴곡이 있었기에,

여행자는 망설임 없이 산 정상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둘째-

수계 늑대의 소탕.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목적이자,

궁극적으로 수계 늑대들을 이 나라에서 쫓아내는 게 목적이었기에,

여행자는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셋째.


이 사건의 원흉을 제거해야 한다.


원흉이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장기적으로 내버려 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빠른 속도로 오똔산 정상에 오른 여행자는,

주변에 깔린 수계 늑대의 분포를 조사하려고 했다.


“후…. 주변이 연기 때문에 잘 안 보이네, 카메라를 꺼내야겠어….”


그렇게 여행자는 차오르는 숨을 천천히 안정시키며 자신의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려던 때였다.


“이거, 골치 아픈 손님이 엮여버렸네.”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섬뜩함을 느낀 여행자는

카메라를 꺼내던 손을 잽싸게 허리로 옮겨 칼을 빼 들었다.

여행자는 등 뒤의 의문의 인물한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칼을 천천히 겨누려고 했다.


여행자는 천천히 시야를 등 뒤의 의문의 인물에게 맞추다, 

똑바로 바라보게 된 인물의 모습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심연 사도?”


여행자의 등 뒤에 있던 건 심연 사도였다.


심연 사도의 정체는 [봉독자]였다.


고대 서적을 들고 다니며 심연을 영창 하여 티바트의 생물을 파괴하는 끔찍한 마물-


여행자는 자신이 봉독자의 공격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내 천천히 칼을 봉독자의 목 쪽에 겨누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봉독자는 그런 여행자의 행동에 목숨을 위협받기는커녕,

콧방귀를 뀌며 여행자의 태도를 보곤 쯧쯧 혀를 찼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걸.

잠깐 무기를 내려놓고 내 이야기 먼저 들어보는 건 어때?

...여전히 양배추를 가방 안에 수백 개씩 가지고 다니나?”


봉독자는 자신의 목에 겨눠진 칼끝을 슬쩍 피해 

여행자의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을 힐끗 보며 말했다.


여행자는 어디선가 들어본 봉독자의 대답에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칼을 고쳐 쥐며 봉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며 질문했다.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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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비예트는 천천히 오늘의 일정을 읽으며 세부사항을 체크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있을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의 재판에 관한 사건일지를 읽으며,

폰타인 밖의 상황을 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포칼로스가 물 원소 통제권을 되돌려주고 난 이후의 게시판결 장치는,

그저 법정에선 하나의 상징 정도로 남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 신중하게 사건일지를 읽고, 또 읽었다.

이 나라에서의 [정의]는, 절대적이자, 나라의 근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재판에서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면

절대적인 규칙에 흠이 가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십 번의 정독을 마친 느비예트는 허공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어찌 보면 포칼로스는,

자신에게 또 다른 짐을 쥐여준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느비예트님-!!!”


다급한 목소리로 집무실 문을 노크도 없이 연 한 폰타인 과학원의 과학자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느비예트를 애타게 찾으며 들어왔다.


느비예트는 갑자기 쳐들어온 과학자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며,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질문했다.


“무슨 일입니까? 조사에 진전이 있었습니까?”


느비예트의 질문을 듣게 된 과학자는, 

온몸을 벌벌 떨며, 말을 더듬으며 그에게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하늘, 하늘에…. 저, 정체 모를…. 거대한 기둥이…!”


느비예트는 갑작스러운 그의 대답에 의문 감을 가졌지만,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느, 느비예트님. 계산해 보았을 때, 저 속도로 폰타인에 저렇게 큰 기둥이 떨어진다면-”


느비예트는 그의 옆에서 잔뜩 설명을 하는 과학자를 애써 무시하며 발 빠르게 멜모니아궁 밖으로 나갔다.


부서지는 햇빛, 지저귀는 새소리-

그에겐 평소와 같은 폰타인의 아침이었다.


...그랬을 터였다.


어느새 폰타인의 시민들은 상공을 올려다보며 웅성대고 있었고,

폰타인 성으로부터 떨어진 까마득한 상공에는, 

기대한 기둥 하나가 천천히 폰타인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느비예트는 천천히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신 햇살을 오른손으로 가리며 천천히 상공을 올려다본 느비예트는,

이윽고 조그마한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분명 하나의 점처럼 아주 작은 크기였지만, 운석이라고 치기엔 너무나도 큰 크기였다.


“...그러니, 느비예트님. 속히 대피를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푸아송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폰타인 성 자체가 다시 물에-”


느비예트 옆에 서 있는 과학자는 그가 듣든 듣지 않든, 그에게 자신이 관측한 사실과,

이 거대한 크기의 기둥이 이 나라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위력이 나올지에 대해 열정적인 설명을 하고 있었다.


느비예트는 하늘 위의 기둥을 천천히 바라보다, 옆에 서 있는 과학자에게 시선을 옮겨 그에게 이야기했다.


“...폰타인 과학원 사람들을 폰타인 성으로 복귀시키십시오.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주변에 사는 일반 시민들도, 폰타인 성안 쪽으로 대피시키십시오.

...이건, 대법관으로서의 명령입니다.”


느비예트의 호령에 잔뜩 흥분한 자신의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린 과학자는,

이내 느비예트에게 짧게 인사한 후 멜모니아궁을 뛰쳐나오듯 폰타인 과학원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느비예트는 갑작스레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 기둥의 정체를 유추하려 곰곰이 생각했으나,

결국, 하늘 위의 섬에서 내려온다는 정보 외에는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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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여기 있을 줄 몰랐는데.”


봉독자의 이름은 엔죠.

연하궁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줬던 마물이었다.


마지막에 해어질 때, 의미심장한 말들만 잔뜩 늘어놨지만….


지금은 과거의 일들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진정해, 우리도 여기로 모인 이유는 폰타인과 전쟁하려고 모인 게 아니야.”


아직도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여행자의 태도가 싫었던 엔죠는,

천천히 여행자의 칼을 손으로 잡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여행자, [한천의 못]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한천의 못?”


뜻밖의 인물, 뜻밖의 정보에 당황한 여행자는, 자신의 검을 완전히 그에게서 치우며

흥미롭다는 얼굴로 엔죠에게 질문했다.


“갑자기 한천의 못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지?”


한천의 못-

몬드와 리월에 떨어졌던,

천리의 눈 밖에 나면 받게 되는 하나의 형벌과도 같은 존재.


여행자는 여행 도중 잊고 있었던 세계의 법칙 중 하나가, 불현듯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엔죠는 그런 여행자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던 책자를 양손으로 ‘턱’ 소리 나게 덮은 후 여행자에게 이야기했다.


“반응을 보니 알고 있는 것 같군.

놀라지 말고 들어, 지금 그게 원시 모태 바다 쪽으로 날아오고 있어.”


“뭐라고?”


엔죠의 뜻밖의 대답에 놀란 여행자는, 당황한 얼굴로 엔죠에게 

더 설명해 보라는 듯, 그에게 쏘아붙이며 질문했다.


“한천의 못이, 어째서 폰타인으로 날아오고 있는 거지?”


“여행자, 우리도 그 이유가 궁금한 거야.

지금 심연 메이지들과 수계 늑대들이 이곳저곳을 조사하고 있지만,

마땅한 증거들을 모으지 못했어.”


여행자의 질문에 시큰둥하게 대답한 엔죠는,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번개 속성 수계 늑대들을 거느리며 그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순식간에 모여든 꽤 많은 수의 수계 늑대에 여행자는 당황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엔죠에게 물었다.


“...수계 늑대가 갑자기 이 주변에 많아졌다는 게, 누구 때문인지는 알겠네.”


엔죠는 여행자의 말을 조용히 듣다가 턱을 긁적거리며 이야기했다.


“여행자, 이대로 가면 폰타인의 절반 이상이 지도에서 지워질지도 몰라.

우리야 저 찬탈자들의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지만….

정말 오랜만에 셀레스티아의 움직임을 관측하게 된 게 흥미롭더군.”


여행자는 엔죠의 말을 들으며,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들어 폰타인의 상공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자그마한 점 같은 게 천천히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여행자는, 폰타인에 왜 한천의 못이 떨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수계 늑대들을 천천히 쓰다듬던 엔죠는,

표정이 변한 여행자를 보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여행자는 엔죠의 대답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지만,

엔죠는 여행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자신의 책 사이에 끼워진 석판 하나를 던져주며 이야기했다.


“엘리나스 지하에, 책자를 해독하는 책이 있던데.

이름이…. 게시의 책이었나?”


엔죠가 갑자기 던져준 석판은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여행자의 머리에 안착했고-


“아!”


묵직한 돌에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고통에 여행자는 자신의 머리 위에 난 혹을 감싸며 아파했다.


“줄 거면 좀 좋게 주지, 그렇게 던져대다가 내가 칼을 들이밀면 어떡하려고?”


갑작스러운 공격 비슷한 것…. 에 당한 여행자가 엔죠에게 따지듯 말했지만,

엔죠는 껄껄 웃으며 여행자의 대답을 맞받아쳤다.


“무슨 내용인지는 표지만 봐도 알 거야.

그리고….”


엔죠의 대답에 여행자는 바닥에 나뒹구는 묵직한 석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석판.

분명 이건-


천천히 석판의 내용을 확인하다 놀란 여행자의 얼굴을 지켜보던 엔죠는,

여행자가 자신에게 눈을 치켜들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자신의 책을 다시 주르륵 펼치며 말을 이었다.


“이것만 기억해.

지금 세계의 일곱 가지 힘은 ‘방출’에 가까워.

...아니, 이 정도만 알려줘도 넌 충분히 해내겠지.”


그렇게 자신의 할 말을 끝낸 엔죠는 ‘탁’ 소리와 함께 자신의 책을 다시 닫았고,

주변에 수도 없이 많은 수계 늑대를 다시 심연으로 돌려보냈다.


뒤따라 자신도 심연의 공간을 열어 수계 늑대를 따라가려 하자,

아직 의문이 많이 남은 여행자가 그를 막아 세웠다.


“엔죠, 대체 무슨 소리야. 무엇보다 이건-”


...백야국 장서 아닌가.


“이계에서 온 너라면, 뭔가 바꿀 수 있을 수도 있겠지.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난 네가 마음에 드니까 알려준 거다.”


그 말을 뒤로 엔죠는 여행자의 표정을 보는 둥 마는 둥, 

엔죠는 천천히 심연의 차원으로 걸어 들어가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또 보자, [별종].”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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