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이나즈마에서 추가된 요리 중 매우 저렴한 생선 요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은어조림.

요즘 시간도 때울 겸 원신 음식들 좀 보다가 이 요리의 이름에 신경이 쓰였다.

보다시피 1성에다가 

카즈하 요리인거 빼고는 성능도 볼게 없어서 대부분 있는지도 모르는 요리다.


당연히 은어도 조림으로 먹긴 한다. 근데 적어도 이런 모양은 확실히 아니다.

혹시 몰라서 일본에 이런 조림이 있나 찾아봤는데 어떤 조림도 저런 모양은 없었고,

양념 정도만 빼면 한국의 조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미소즈케같은 절임 종류도 마찬가지.


혹시 소금구이를 조림으로 잘못 번역한 게 아닌가 싶어 

은어 소금구이를 찾아보니,



이런 각청 요리 비슷한 게 나왔다.

먹는 방법도 꼬챙이나 지느러미를 들고 뜯어 먹는 거라

그림이랑은 전혀 매치가 안된다.


그럼 대체 저 생선구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건 이거다.



이거.

아지노히라끼(アジの開き)라고 부르는

갈라서 구운 전갱이 구이다.

일본 가정식 중 하나라고 꼽힐 정도로 인지도도 높고 

잘 보면 옆의 라임인지 뭐시깽이랑 간 무도 일치한다.


요리법 또한 배를 갈라 한 번 말린 생선을 구워서 내는 것으로

아지노히라끼의 조리법과도 일치.


결론은 은어조림의 정체는 가른 전갱이 구이였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매우 유력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름을 은어조림이라고 해놨느냐 하면 

걍 이 게임 번역이 그렇겠지 하고 넘길 수 있는데

뭔가가 더 있더라.


일단 이 요리의 영어 이름을 여기서 찾아봤다.

https://arca.live/b/genshin/28741395

여기서 보면 

Dry-Braised Salted fish

라고 해 놓았는데,

여기서 Braised가 문제다.

번역한 놈도 여기서 이 단어를 못 알아먹은 듯.


그냥 사전에서 요거를 검색해 보면 

조림이나 푹 삶은 따위의 의미가 나온다.

그러니까 은어조림이라는 괴상한 번역이 이 지점에서 탄생한 거다.

보기엔 구이 같아도 사전에서 끓였다고 하는데 뭐 어떡해.


근데 좀 더 파고들어 보면 


Braised만 찾는 게 아니라

Dry-Braised 로 검색했을 때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별로 사전 같은 공신력 있는 자료는 찾기 힘든데,

요리 사이트 등에서 이 드라이 브레이징이라는 용법을 찾아보면

고기나 생선을 양념해서 오븐에 굽는 것 이 나온다.


그니까

그냥 구이라 이거다.

액체를 더하지 않고 예열된 오븐에서 굽는 게 뭐야? 걍 구이지.

Dry-Braised는 별로 널리 쓰이는 단어도 아니고, 저 전갱이 구이의 조리법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결론을 내리자면

영어 번역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다.

내가 중어는 도통 못 알아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미호요 얘네가 첨에 뭐라고 불렀는지는 못 찾았지만

절인 생선구이 면 충분했다는 거다.


그냥 Roasted나 Grilled 갖고 오면 될 걸

영어 번역에서 어디 요리책에서나 쓰는 이상한 단어를 갖다 썼고,

그걸 한글로 번역하는 담당자가 뒤의 Braised만 찾아봤다가 결과적으로 조림이라는 이상한 번역이 된 거지.

영어번역이 뇌절을 하고 한국어 번역이 대충 했다.

그리고 나도 밤중에 이거 쓰자고 뇌절을 했다.



덤으로 카즈하 요리도 관찰해 보자면

이름인 우기청호(雨奇晴好)는

"비가 오는 모습은 기이하고 맑게 갠 모습 또한 좋다"

는 뜻으로

대충 어떤 모습이든 좋다, 이래 해 먹어도 저래 해 먹어도 맛있다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요것도 전갱이 구이여도 이상할 건 없는데,

전갱이 옆구리의 특징인 선 비늘 같은 자국이 안 보인다.

거기에 머리를 손질한 것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말렸다 구우면 맛있는 고등어 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