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다시피 원신은 중국 게임이다.

그리고 리월은 중국을 모티브로 했고,

아무래도 지들 나라라 그런지

여러 부분에서 현실의 모습을 다르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하려 공을 들인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요리.

대충 서양풍 판타지에서 나올 법한 요리들의 몬드와

실제 일본 요리를 고대로 가져온 이나즈마와 달리

리월은 실존하는 중국 요리를 판타지 풍으로 각색한 흔적이 보여서 디비는 맛이 있다.

뭐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다고.



오늘은 이걸 보자.

중국 요리에 별 관심 없는 애들한테는 조금 헷갈리겠지만

그래도 이해 못 할 이름은 아니다.

'가정식'이라는 번역이 나쁜 번역도 아니고

대충 집에서 해 먹을 법한 볶음 요리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냥 심심하니까

이 '가정식'이라는 표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자.




중국 다녀왔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문구가 적힌 간판이 많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가상채家常菜.


직역하자면 집에서 늘 먹는 반찬,

적당히 의역하면 가정식이 되시겠다.

중국어로 흔히 '자창차이'라고 하는 이 메뉴는


메뉴이면서 식당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는 어떠한 요리의 범주를 묶기도 하는 

상당히 재미있는 복합 어휘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 식당에서 이 가상채라는 요리의 형태는 상당히 다양하다.



보통은 가상채 간판이 달린 식당에 들어가면

꼭 코스요리마냥 메뉴판에 적힌 여러 메뉴를 조합해,

세트 메뉴 같은 한 상을 차려 준다.


또는 저기서 백종원 씨가 들어간 집처럼

그날그날  요리사의 임의로 한 상을 차려 내놓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아예 규칙이 없는 건 아닌데,

주식이 될 밥 또는 만터우, 면 따위와 

국물 있는 탕 또는 찜(반찬일 수도 있다),

한국으로 치면 반찬에 해당하는 요리 몇 가지.

중국인 만큼 이 요리는 볶음 요리일 확률이 높으니

대충 볶음이 두세 가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나오는 요리라면 역시 이거겠지.



대충 밥집 분류의 식당에서 '정식'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밥상.

이런 느낌으로 먹는 것이 중국의 자창차이가 되시겠다.


암튼 이야기를 더 진행하자면

우리가 먹는 정식에도 잘 팔리는, 유명한 반찬이 있는 것처럼

자창차이에도 대표로 꼽히는 요리 몇 가지가 있다.



매콤한 닭고기 튀김인 궁보계정



족발양념 비슷한 국물에 삶은 오향장육



싼라토두우스라고 부르는 감자채 볶음.

한국보다 좀 많이 덜 익혀 먹는다고 한다.



중국인 지인이 요리를 할 줄 알면 거의 반드시 먹게 된다는

토마토 계란탕. 시홍스지단탕이라고 한다.


밥집 반찬에도 불고기나 제육볶음, 김치찌개나 계란말이가 있듯

자창차이에도 저런 단골 메뉴가 있다는 거다.

지역에 따라서는 마파두부나 친쟈오로스처럼 알 만한 요리들도 자창차이로 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 녀석은 이름이 없을까?

경책 사람들이 흔한 재료로 적당히 볶아 먹는 반찬이라 해도,

적어도 ㅇㅇ볶음 같은 호칭 정도는 붙을 텐데.

여기서는 나의 추측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아이템으로서의 음식 이름을 정한 게 여행자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자창차이는 접시 하나만 놓고 먹지 않는다.

여행자는 아마 경책에서 이 요리를 포함한 전체의 밥상을 대접 받은 적이 있을 것이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매콤한 볶음이 상당히 인상에 남았을 것이다.



바바라가 먹는 매운 음료도 태연하게 같이 먹는 여행자는 

매운 맛에 꽤 저항력이 있거나, 좋아하는 걸로 보이는데

이 요리가 마음에 들어 이름을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이 가정식이라는 대답이 나왔고,

마치 외국인이 밥집에서 제육볶음을 먹고, 메뉴판을 본 다음

돌아가서 제육볶음을 '정식'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것처럼

이 메뉴 자체를 '가정식'이라는 이름으로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꼭 이런 가정이 아니더라도 

경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가상채라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걸수도 있고.

거의 피망 정도 크기의 매운 고추가 잔뜩 들어간 야채볶음이라면

아마 나라도 기억에 깊게 남을 거다.


아무튼 딱히 오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썰 길게 푸느라 좀 알아 먹기 힘든 글이 되었다.

요약하자면


1. 경책 '가정식'은 중국의 '가상채'에서 따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2. 경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로, 여행자의 주관이 들어갔을 수 있다.


얼렁 쓰고 겜 좀 하려고 했는데 뭔 레포트 쓰는 것마냥 또 뇌절했다.

난 중국 가본적 없으니까 혹시 가본 챈럼 있으면 썰 좀 풀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