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다.

날씨는 좋고, 보름달도 깨끗하게 떴다.

송편들은 많이 먹었나? 


다행스럽게도 원신에는

티바트에 상주하는 원붕이들이 송편을 대신할 만한 먹거리가 하나 있다.



이나즈마 음식이 대체로 그렇듯이

벚꽃 모찌의 기원은 굳이 힘들게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일본에서 벚꽃놀이 시즌에 먹는 시식(時食). 사쿠라모찌가 이것이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좀 있는 애면


"모찌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찹쌀떡 아닌가?"

라고 할 수 있는데?



요런 거는 다이후쿠모찌(大福餅)라고 따로 부르더라.

물론 그렇다고 사람들이 찹쌀떡이라고 부르는 거 

ㅆㄷ처럼 정정해주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알고만 있으라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의 사진을 다시 보면 

전병으로 돌돌 만 거랑 

주먹밥처럼 뭉친 거

두 가지가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전병형은 쵸메이지(長命寺) 식,



주먹밥형은 도묘지(道明寺) 식이라고 하더라.


공통적으로 겉에 두른 저 잎은 소금에 절인 벚꽃잎으로,

밤에 길거리에서 가끔 보이는 망개떡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질적인 건 아니다.

다른 점으로는 저건 소금에 바짝 절인 거라서 

깻잎장아찌마냥 떡에 단짠단짠한 맛을 낸다고 한다.



덤으로 망개떡은 이거.


먹는 시점이나 문화적 요소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화전(花)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암튼

쵸메이지(長命寺)와 도묘지(道明寺)에는 둘 다 절 사寺가 들어가는데,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둘 다 절에서 발명한 거라 그렇다.

이 쵸메이지와 도묘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만, 

그냥 내가 보고 참고한 포스트를 첨부한다.


https://brunch.co.kr/@sasameyuki/2


짜피 내가 여기서 푼다고 해도 여기서 본 거 옮겨다 읊는 수준일 테니

그냥 들어가서 함 보는 걸 추천.


일단 지금,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점은 이거다.



이 벚꽃 모찌.

왠지 막연하게 쫄깃하고, 길게 늘어날 것 같이 생긴 이 떡에는 사실

한 가지 반전이 숨어 있다.


이 떡

사실 쫄깃하지도 않고, 늘어나지도 않는다.

왜냐면 저 팥소를 감싸고 있는 전병은 사실

밀가루 전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쫄깃쫄깃한 찹쌀 반죽의 원리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우리가 밥 해먹는 멥쌀에는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

두 가지의 전분이 꽉꽉 들어차 있다.


이렇게 전분이 뺵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우리가 먹는 쌀밥은 적당히 찰지면서도

폭신폭신하게 양념을 흡수하는 맛있는 쌀밥이 되는 거다.


그런데 찹쌀에는 이 두 전분 중에 아밀로오스가 쏙 빠지고,

아밀로펙틴과 그 빈자리를 채운 수분만이 존재한다.

좀 거시기하게 말하면 더 흐물흐물해진 쌀인데,

이걸 익반죽을 하던가 여러 번 치대서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면

우리가 잘 아는 인절미나 모찌떡처럼 쫀득하고 쫄깃한 찹쌀떡이 되는 거다.


여기서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찹쌀은 흐물흐물하다.

거기다 이걸 단단하게 만든답시고 여러 번 치대면

조직이 불규칙하게 덩어리지기 때문에


저 벚꽃모찌처럼 전병을 만드는 건 아주아주 힘들다는 거다.

멥쌀로 한다고 해도 동아시아 지역의 주식용 쌀은 

찹쌀만큼은 아니더라도 결합력이 낮은 것들이 많다.

우리쌀로만 된 빵이나 쌀국수가 드문 것도 그래서고.


그래서 쵸메이지 사쿠라모찌는 밀가루로 전병을 만든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글루텐이라고도 한다)은 반죽을 매우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얇고 모양이 고른 전병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다.

예쁘고 안쪽에 가득 찬 팥소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지만,




이빨이 파묻힐 만큼 쭉 늘어나는 쵸메이지 사쿠라모찌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골에다 케이크를 때려넣는 카미사토 아가씨는 얼핏 요리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단맛에 지나치게 진심일 뿐.


아야카의 특제요리를 보자.



홍로일점설(화로 속 눈 한 송이, 紅爐一點雪)이라는 이름은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의 서산대사와 연관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고


이 떡의 형태를 보자.

원판에서는 완벽한 전병의 형태로 양쪽이 트여 있었지만

홍로일점설은 양쪽이 접혀 있다.

이게 단순히 귀여운 모양을 만들려는 시그니쳐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런 형태라면

찹쌀 반죽으로도 만들 수가 있다는 거다.


가만 보면 접혀 있는 반죽 자체도 상당히 도톰하고,

원판 벚꽃모찌와는 질감이 상당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거라면 가능하다.

쭉 늘어나는 벚꽃모찌가!


달달한 요리에 한해서

아야카는 절대 맛알못이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나즈마 스토리 내에서 단 맛을 밝히는 인물은 몇 명이 더 있다.

대놓고 간식과 경단우유에 환장하는 에이(와 쇼군),

캐릭터 대사에서 단 음식을 일부러 멀리한다고 언급한 사라.


아야카도 케이크 전골로 유명해 졌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선 단 것=맛있는 것 이기 때문에

간단히 생각해서 자기한테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넣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복수의 인물에 이런 묘사가 들어간 것은

내 생각에는 해당 인물들이 자신의 지위, 또는 업무로 인한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비슷한 사례로 바바라를 들 수 있는데,

원연시 등에서 매운맛을 비정상적으로 좋아한다고 거듭 언급된 그녀는

굉장한 스트레스 환경에 놓여 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친언니와 공식적으로 아는 체를 못 하는 상황,

사실상 몬드 통수권자가 된 언니와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기를 단련해야 하는 점,

윈드블룸 축제에서 언니가 살해되었다고 진심으로 믿을 만큼 극심한 스토커의 시달림.


이런 스트레스의 해소가 매운맛을 탐닉하는 점으로 발현되었다고 하면

이나즈마 스윗츠 3인방이 단것에 끌리는 것도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덤으로 진간장은 야식으로 피자를 먹는 게 스트레스 해소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 몸매를 유지하는 건 티바트 최대의 미스터리라 하겠다.


뇌절은 그만하고, 요약하자.


1. 벚꽃모찌의 유래는 일본의 쵸메이지 사쿠라모찌.

2. 고증대로라면 벚꽃모찌는 밀떡이다.

3. 아야카는 단 것에 매우 진심이다.


고향에 갔든 못 갔든, 이제 연휴가 가고 있다.

확실한 건 굳이 뭔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잘 먹고, 잘 자는 것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얼마를 쉬어도 모자란 휴식은 배를 보름달처럼 빵빵하게 채우는 것으로 대신하고

휴가의 마지막 밤을 보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