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다루기로 한 몬드 음식은 또 미뤄졌다.


의도와는 좀 다른 의미로 떠들썩했던 축월절 마지막 밤이 지나기 전에

다루고 싶은 요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비주얼이나, 이름을 듣고는 이딴 걸 만들어 낸 류운이모한테

를 날린 원붕이도 있을 거다.


보는 바와 같이 이것은 쌀 푸딩이다.

제작자나 그릇, 장식을 보면 리월 쪽 요리로 분류되는 것 같지만

사실 쌀 푸딩은 의외로 서양 요리다.


동양 요리인 줄 아는데 의외로 서양 요리라는 점이



이 친구랑 어울려서 특제 요리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쌀 푸딩은 이벤트 레시피였고,

토마는 평범하게 된장국을 들고 나온댄다.



아무튼 현실의 요리를 찾아보자.

일단 거의 유럽 근처에 분포하고 있다.



터키의 수틀라치나


영국의 라이스 푸딩, 프랑스의 리 올레 등이 있고,


이런 식으로 슈퍼에서도 팔지만

인기는 딱 한국의 양갱 정도.

찾는 사람만 찾는 틀딱픽이라 하더라.


물론 쌀을 아주 다양하게 먹는 동양권에도 

쌀 알갱이를 살린 디저트는 존재한다.



일단 중국의 팔보반(八宝饭 )

...

그렇다.



이거다.

꼭 볶음밥처럼 생긴 비주얼관 달리 

찹쌀과 말린 과일, 견과류를 다양하게 넣은 약밥 같은 디저트라고 한다.



한국은 동네떡집 부동의 인기 메뉴 약밥.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기도 하다.



일본은 전에 다루기도 한 도묘지 사쿠라모찌가

굵게 갈아 알아 살아있는 찹쌀로 만든다고 한다.

이외에는 카시유 오니기리가 한국 약밥 비슷한 맛이라 카던데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동남아에도 망고 스티키 라이스라고 하는

달달한 밥이 있고.


애초에 쌀을 잘 먹는 동양에는 전통적 강세인 떡을 비롯해

수많은 쌀 디저트가 있지만


오늘은 제쳐 두고, 서양의 이 푸딩이라고 하는 

독특한 조리법을 좀 더 파고들어 보자.


푸딩이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런 거



아니면 이런 거겠지.


좀 견문이 있다면 위의 것은 푸딩, 밑의 것은 젤리라고 교정해 줄 수 있을 거다.


여기가 문제다.

먹어 보면 둘 다 말랑하고 달콤한 디저트일 뿐인데

어떤 것은 푸딩, 또 어떤 건 젤리라고 한다.


대체 뭔 기준으로 푸딩과 젤리를 나누는 것인지

한 번 나름대로 연구해 보았다.


일단 푸딩은 의외로 디저트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게 인류 최초의 푸딩이라고 추정되는 식재료.

동물의 피가 굳은 선지다.


과거 수렵 채집 시절,

사냥한 동물에서는 고기와 기름 말고도 많은 부산물이 나왔다.

그 중에 피는 나오는 양도 많고 먹을 수도 있었지만

액체인 만큼 그닥 포만감이 높지가 않았지.


그러다 피를 가만히 놔두면 혈소판의 작용으로 일부가 고기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 선지를 떠내 조리하거나 피를 곡식 가루에 흡수 시키는 방식으로

'피를 고기로 만들어' 먹는 법을 발견하게 된 거지.



이렇게 만들어진 게 최초의 푸딩, 블랙 푸딩을 비롯해

한국의 순대, 선짓국 같은 시꺼먼 음식들이지.


이 국물을 건더기로 만드는 기술은 비슷한 분야에서 또 적용이 되는데



사진에서 오른쪽에 올려진 빵이

요크셔 푸딩이라고 하는 또 다른 푸딩의 형태다.

만드는 방식은 의외로 친숙한데,

고기 따위를 조리할 때 나오는 기름을 붓거나 그 밑에 두어

기름을 흡수시켜 구운 빵이야.


즉 

버리는 것 없이 배불리 먹는다

는 게 최초로 만들어진 푸딩의 이념인 거야.

그래서 오랫동안 배가 부르기 힘든 국물을 

굳히거나 곡물에 흡수 시키는 방법을 쓴 거고.



여기서 쌀 푸딩을 보자.

비록 이름에 쌀이 들어가지만,

이 요리에서 쌀이 담당하는 건 맛이 아니야.

맛은 국물로써 들어간 우유와 설탕, 향신료가 내고 있고,

쌀은 그것들을 덩어리지게 뭉치는 역할인 거지.


반대로 젤리를 보자.



밥반찬으로 친숙한 이 도토리묵은 

영미권에서는 Acorn jelly 라고 부른다.

보면 이것이 재미있는데,

도토리나 두부를 비롯한 묵 종류는 대개

단단해서 그 자체로 식용하기 힘든 재료(도토리, 콩, 곡식)을

불리고 굳혀 부드러운 음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젤리라면,

푸딩과 젤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일단 푸딩과 젤리는 둘 다

증점제(점성을 늘리는 성분)을 첨가해 만든 비/반유동 식품이라는 점이 같지만

푸딩은 맛을 내는 주 재료가 액체인 것.

젤리는 맛을 내는 주 재료가 고체인 것.


이렇게 하면 깔끔하게 구별이 되지 않을까?


우유와 계란을 주 재료로 만든 것은 커스터드 푸딩,

과일을 넣어 맛을 낸 것은 과일 젤리.




구미젤리나 젤리빈 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

이건 보통 주방에서 만들지 않는 가공 식품이니 논외로 하자.


뭔가 쌀 푸딩 하나 걸어 놓고 별 상관도 없는 얘기를 길게 늘어놨는데

음식으로 뇌절하는 게 이 시리즈 아이덴티티니까 그러려니 해 줘.


요약하자.


1. 쌀 푸딩은 우유를 쌀로 굳혀 만든 디저트.

2. 푸딩과 젤리의 차이는 주 재료가 액체인가, 고체인가.

3.







이런 종류의 글에 은근슬쩍 사견을 끼워 넣는 게 그닥 좋은 행동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저번에 지면을 할애해 언급한 것도 있고,

적어도 입을 뗀 것에 대한 마무리는 하고자 한다.


1주년 관련으로 신나게 불탄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

이젠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고,

원신 앱의 평점도 상당히 회복이 된 상태다.

미호요는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마치 그들이 유저들과 싸워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보일 수도 있다.


허나 명심해야 할 건

이건 게임이다.

모든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고 싶고,

언제나 필요한 만큼 계속 불타고 있을 수는 없다.

피곤하기도 하고 각자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따라서 이렇게 여론이 사그라드는 게 특별히 이상한 일이라거나

냄비근성이라며 자조할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일이다.


미호요는 자기들이 결국 유저들을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좋아한다면 소동이 더 커지지 않고 잦아들었다는 정도지,

역대 최고 매출에다 1주년 순항, TGC 수상까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이 확 끼얹어졌다는 사실은 본인들이 가장 잘 체감하고 있겠지.


그래서 왜 개선을 위한 제스쳐가 제대로 안 나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호요는 원신으로 끌어 모은 사용자들의 신뢰를 

한없이 사소해 보이는 이슈로 왕창 잃어버린 거다.

사람들은 대체제가 없다며 여전히 원신을 붙잡고 있지만

이젠 더 이상 '애정'으로 돈을 쓰지 않는 유저들도 생길 거고,

누가 누굴 베꼈든 대체할 게임이 나오면 호다닥 올라탈 유저들도 있을 거다.


이 모든 것이 향후 원신이라는 게임의 수명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앞으로 수치로 나타날 손실을 극복하는 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아니라

게임 만드는 미호요가 져야 할 몫이다.

아마 앞으로는 나빠진 인식까지 신경 쓰며 컨텐츠를 내느라 부담이 더 늘어나겠지.

물론 걔네가 부담이 많든 적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그러니까 불타던 거 식었다고 풀 죽을 필요 없다.

지금 젤 아픈 건 잘 나가다 고점에서 처박은 미호요다.

원붕이들은 마음 푹 놓고 게임이나 즐기면 된다.


3. 이번 사건으로 쳐맞은 건 미호요니까 안심하고 존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