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은 2021년 12월 31일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허나



크리스마스 이후 게으름에 빠져 있었던 나는

챈에 자빠져서 똥글이나 싸고 있었고,

연말 결산특집이 될 터였던 기획은 다음날 1월 1일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런데


정초부터 직장에서는 연속 탈주사태가 터지고

내 휴가와 멘탈도 같이 터지면서

뻘글 외에는 쓸 정신머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연말 특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년 특집도 아닌

이 애매한 시점에 와서야 쓰게 된다.


2.3 세기말 결산특집


이라는 이름으로.


근데

겨우 정보글이나 몇 개 찌끄리던 애가 뭔 지가 유명인인 줄 알고

혓바닥이 이리 기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8월 말부터 시작해서

원신에 등장하는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쓸 데 없는 지식과 함께 풀다 보니

어느 새 12편째의 시리즈가 되었다.



글 자체의 퀄리티에 비하면 과분하게도

응원하고 격려하는 내용의 댓글과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

기사 곳곳에 숨어 있는 오류에 대한 지적도 여러 차례 받을 수 있었다.


허나 이 모든  제보에 일일이 답하는 건 지나치게 번잡스럽고

의도치 않은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대답이나 아쉬운 점 등을

이 지면을 빌어 일부나마 풀고자 한다.


더불어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질문이라도 이번 화 한정으로는 댓글 질문에

가능한 한 대답하도록 하겠다.



은어 조림 - 전갱이 구이 편




인게임 아이콘에서 나오고

자료로 쓴 사진에서도 등장하는 과일은



영귤(瀛橘, 일본어 스다치スダチ)

라고 부르는 귤의 일종이다.


풋귤이나 청귤과는 또 다른 새파랄 때 먹는 귤인데

위의 예처럼 레몬, 라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에 쓰인다고 한다.


ㅈ목 방지를 위해 제보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지만

댓글 제보에 감사한다.



경책 가정식 - 자창차이 - 허탕 샤오차오 편


본문에서는 그냥 자창차이의 일종이려니 넘어갔지만

이 가정식의 모티브가 된 실제 요리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허탕 샤오차오(荷塘小炒)라고 하는

연근과 목이버섯, 피망을 볶은 요리다.



나 역시 완전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연꽃+버섯+고추류의 조합이라는 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벚꽃 모찌 - 사쿠라 모찌 편



개인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화지만

아야카와 단 요리의 관련성을 좀 더 깊이 있게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석에 고향 갔다 와서 쓴 거라 좀 후다닥 썼다는 감이 있음.



모라육 - 로우지아모 편


모찌 편과 함께 좋아하는 화.

점점 뇌절이 길어지는 요즘 느끼는 거지만

캐릭터 자체의 서사에 지면을 더 할애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라육에 대응되는 통닭에 대한 썰을 더 풀던가.

아버지가 옛날에 비슷한 걸 파셨었는데

형편은 어려웠지만 나름 추억이 어려 있는 나날이었다.



매운 고기 찐빵 - 와와두 편



여기선 실험적으로 

진주의 노래 이야기 형식으로 써 봤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자니 솔직히 오글거린다.

암튼 옥수수빵은 지금도 싫어함.


그리고

빵집 밤과자에 밤 안 들어간다더라...



쌀 푸딩 - 라이스 푸딩 편


비슷한 타국의 음식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음식이 있었는데



일본의 오하기.

먹는시기에 따라선 보타모찌라고도 하는데,

찰밥을 팥알과 함께 둥글게 뭉쳐서 먹는 시식(時食)이라는 점에선 동일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인

<xxxHOLiC>에서 에피소드 소재로도 나왔던 아이템인데

까먹은 게 아쉬워서 이제라도 가져와 봄.


그리고 이 편에서 소개한 '푸딩과 젤리의 구별법'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 의견이고, 자세한 연구를 거치지 않았으니

재미로만 봐 줬으면 좋겠다.



바람신의 잡채 - 휘츠포트 편


나중에 제보를 받고 나서 안 거지만

중어판의 이름인 잡회채(杂烩菜)라는 음식이 따로 있더라.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자작하게 끓이는 요리라

이 쪽이 중어판에서 나타내는 요리에 가까워 보인다.

단언할 순 없지만

중국집의 잡탕밥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본문에서는 한국의 당면잡채로 이야기를 끌어가느라

얼렁뚱땅 중국의 잡채로 퉁치고 넘겼지만

제법 큰 오류라서 이렇게 따로 싣는다.



달빛 파이 - 패스티 편



사실 어느 정도 본의도 있기는 했는데

이 편에서 뭔가 내가 앰버 혐오자가 돼버린 것 같다.


근데 앰버 레벨 디자인 자체가 초보자 낚시용이라서

나로선 어떻게 굴려 볼 건덕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쁘긴 한데

뉴비 시절에 너무 스트레스 받음.

앰버 상향 좀 시켜 줘 류웨이 새키야.



탕수어 - 송서계어 편


본문에서는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게

콘스탄티누스 대제라고 설명했는데

이전까지 주류 사회에서 박해받던 기독교를

사이비가 아닌 정식 종교로 인정(公認)한 게 콘스탄티누스고



로마의 국교로 지정한 것은 이후의 테오도시우스 1세라고 한다.



어부 토스트, 몬드 감자전 편 - 마리나라 토스트, 로라코르 편


이 편은 다루는 음식도 두 개였고

글이 상당히 길어지다 보니

정보 전달이 상당히 아쉬웠던 감이 든다.

특히 어부 토스트 부분에서.



마리나라(marinara)는 피자나 스파게티 메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스'이자 토핑의 이름이다.



토마토 소스에 마늘, 올리브유 정도만 얹은

단출한 토핑의 피자, 스파게티가

긴 항해를 마친 뱃사람(marinaio)들이

빠르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메뉴로 정착이 되었고,


항구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다지 없는 몬드에서

'뱃사람'에 대응하는 단어로 '어부'가 선택되어

'뱃사람의 피자'가 '어부 토스트'가 된 것이다.


어향 토스트 설명은 당연히 나도 봤어.



일몰 열매 편 - 비파 열매 편


글 올리고 얼마 후에 제보를 받았는데



이렇게 생긴 열매가 있다고 한다.

잠부 열매, 왁스잠부, 왁스애플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모양도 일몰 열매와 매우 유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잠부라고 하는대

염부수, 부처님이 아래서 수행을 한 나무라고 해서

이 열매 역시 '신들의 열매'라고 불리며 신성시 된다고 한다.


허나 명백한 열대 과일이고, 

열매도 식용으로는 인기 있는 편이 아니라고 하니

판단은 알아서 하도록 하자.



경단 우유 - 버블티 편


대략 감자전부터

분량 뇌절이 길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인 은어조림은 쓰는 데 2시간밖에 안 걸렸는데


요즘은 기본 이틀에, 글이랑 사진도 따로 쓰고 수집함.

대충 쓰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닌데

글 내용을 알아먹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점점 보임.

퀄리티는 유지하되, 초심을 되찾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할 말 없으면 뇌절하는 버릇도 좀 고치고...



그 외...


Q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

관심과 호기심.

처음에는 그냥 원신 음식이 이게 뭘까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반응도 좋고 시리즈로 내라는 댓글도 있어서

시리즈로 만듦.


Q 왜 아카라이브 채널에?

원래 다른 게임 하면서 공략 보러 채널 들어옴. 그러다가 이짝으로 유입됨.

뭐 다른 커뮤보다 낫다 이딴 것보단 걍 하던 데니까 올린 거.


Q 나중에 책으로 낼 생각 있나?

A  있음. 근데 첨부하는 사진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골치 아플 듯.

분량 더 쌓이고 필요한 게 해결되면 동인지 형태로 팔아볼까 생각 중.


Q 음식 관련 전공함?

안 함. 정보 출처는 개인적인 경험과 책, 그리고 



일단 준비한 건 여기까지다.

특집 답게 엄청 길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쓸 말이 없어서 놀랐다.


그리고 


난 그림이고 영상 편집이고 좆도 모르고

글 쓰는 재주밖에 없는 놈인데

그래도 재밌다고 응원해 주고 매번 념글 보내 줘서 겁나 고맙다.


요즘 단순 텍스트가 인기 엄청 떨어진 거 생각하면

지금 받고 있는 호응도 겁나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뭐 좀 썼다고 꺼드럭거리기보단

떡밥이 남아 있는 동안에 한 편이라도 더 

더 재미있게 써 보도록 하겠다.


또 그리고







결산특집이라고 뇌절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내가 도입부에서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한 이유를 뒤에 설명한다고 했었지?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문과놈들한테는 익숙한 상판인 이 아조씨를 보도록 하자.


아리스토텔레스(Αριστοτέλης 기원전 384~322)

이 아조씨가 적립한 학문 중에 수사학(修辭學)이라고 있다.

대충 남들에게 '말 잘 하는 법'을 정리한 것인데,

여기서 이런 개념이 등장한다.


에토스(ἔθος, Ethos.)

대충 말하는 사람의 '상태'를 지칭하는 이 단어는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

감성을 자극하는 파토스(Pathos)와 함께

남을 설득할 때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이 에토스가 무엇인고 하면

윤리(Ethics). 나아가 신뢰(Trust)라고 보면 된다.

(이 신뢰 말고.)


이 새키가 평소에 구라를 얼마나 치고 다니는지,

씨부리는 분야에 대해 공부는 했는지,

스스로 모순되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지.


이 쪽에서 흔히 말하는

'발언권', '말할 자격' 등과 비슷한 개념이지.

말하기 전의 시점에 이 에토스를 충분히 쌓아 놓지 않은 놈은

아무리 그럴싸하게 입을 놀려도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는다 이거야.


그러니까



하다 못해 인터넷에서 뻘소리 싸는 놈도

최소한의 신뢰는 필요한 거다 이거지.

그게 내가 이번에 특집까지 붙여 가면서 이빨을 턴 이유고.


근데

반대로 이번에 에토스를 오지게 손상시키고 있는 놈들이 있다.



얘가 바로 오늘의 진짜 주인공.


커뮤든 댓글이든 남의 의견 신경 쓰는 애들이면

얘가 나온 시점에서 뭔 얘기를 할진 대충 알겠지.



일단 나는 신학이든 운근이든 뽑을 거고

이번 이벤트 배포로 운근 1돌이라도 더 시켜줄 생각이다.


물론 저 경극이니 뭐니 하는 괭이 소리가 듣기 싫긴 하지만

아주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

듣다 보면 익숙해질 수도 있겠지.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이 사운드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

그 중에서도 명백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어떤 의견 때문이지.



원신의 캐릭터들이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사람들이 이입하기 좋은 형태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이 아닌 데이터.

미호요가 약관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다.



회사는 게임의 이용자들로부터

금전 또는 투자에 긍정적인 자료(이용률 데이터 등)를 제공받기에,

완전히 공짜가 아닌 이 제품에 사용자들은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



"이 캐릭터의 어떤 요소가 나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얘기 얼마든지 해도 되는 거라고.

반대로 회사는 이런 의견을 제품에 반영할 수도 있고,

이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무시할 수도 있는 거고.


이건 그 정도로 끝날 이슈였다는 말이다.

뽑을 놈들은 뽑고

쓸 놈들은 쓰겠지.

이게 뽑기 매출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면

미호요도 담부턴 이런 짓 안 하려고 할 테고.


조금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문화 요소를 컨텐츠로 만들려다 

진짜로 개같이 멸망한 다른 경우를 보자.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여러 의미로 충격을 주었을 때,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고유 문화인 김치를 소재로 한 작품을 비난하다니,

당신들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는가?


있었어도 사람들이 기억 못할 만큼 소수, 혹은 자조적인 의견이었지


이런 식으로 단지 제품을 비판하는 행위에

인종(문화)차별이라는 정치적 키워드를 대대적으로 동원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집단의 광기가 대중이나 평단을 휩쓰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찾아 보면 제법 있는 일이지.




하지만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조직된 담론에는 반드시 반발하는 의견이 나오게 마련이고,

어지럽고 난장판처럼 보여도 이런 행위를 통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리(公理)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이 된다.


근데 '저 나라'는 아니잖아.





문화에 대한 존중을?

얘네가?


아까 수사학 이야기를 했었지?

겨우 '말 잘 하는 법'이 어째서 학문씩이나 되는 간판을 달았는지

이상하지 않나?


그건 바로

그 '말'이

정치를 위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치에 맞는 말을 하고(Logos)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Pathos)도 중요하지만

말 하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면(Ethos)

자유를 가진 대중은 결코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특정 나라의 문화를 거부하는 게 차별이라면,

가장 극악한 차별주의자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저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들지만,

그들의 올바름에는 가장 중요한 신뢰가 빠져 있다.

이번 이슈와 정확히 똑같은

'문화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는 대상에게 침묵했으니까.


똑같이 잘못을 했더라도

힘 없는 놈에겐 분노하고

힘 있는 놈에게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이 아니라 '힘'에 분노한 거지.


따라서 저들이 하는 '정치적 발언'은

그저 자신들의 무리에서 주류가 되고 싶어 하고

대세에 굴복하며 '합리적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변명하는


이런 놈들이랑 다를 게 없다.


내가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고?

그렇다면 놈들은


시진핑의 개(xi's dog)들이다.


힘 있는 편에 붙어서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고,

자기 게 아닌 힘을 휘두른다 착각하는 찌질이들.


얘네들이 그 주체가 힘 있는 패권 국가가 아닌 논란에도 

이만큼 열정적으로 반응할까?




아니, 못 해.

애초에 얘네는 올바름 때문에 들고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존중이고 공부고, 그렇게 씨부리는 본인들이나 더 하라 그래.


그러니까 당당히 요약해도 좋다.


1. 지금까지 내 글 봐 줘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2. 운근이는 예쁘고, 목소리(평소)도 좋다.

3. 근데 경극 노래 듣기 좆같다 류웨이 씨발럼아!!!!!!!!!!!!!!!!!!!!!!!!!!!!!!!!!!!!!!!!!!!!!!!!!!!





덧붙여서

운근 이름의 한자풀이는 

구름 운雲 제비꽃 근 자인데,


운근의 디자인 모티브로도 추정되는 이 제비꽃은

한국에서는 '오랑캐꽃'이라고 불리며

중국에서는 동북근채(東北菫菜).

한반도 위쪽의 소수민족 만주족의 꽃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