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절벽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 소녀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도움을 구하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았다. 절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소녀를 손을 뻗어 끌어올렸다.


“고마워.”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사람이 아닌 듯 매우 작고 차가웠다. 소녀는 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내 무언가 열심히 찾더니 노트에 그려진 유리주머니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도와줘.” 유리주머니는 절벽 험한 곳에 있기 때문에 소녀 혼자서 채집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소녀를 들어 가까운 절벽에 있는 유리주머니를 따게 해주었다. 소녀는 손을 부들거리며 유리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액.” 소녀는 손을 뻗다가 중심을 찾지 못하고 넘어졌다. 다급하게 소녀를 받아냈다. 소녀를 잠시 나무 밑에 앉히고 유리 주머니를 좀 채집해서 소녀의 품에 안겨주었다. 


“진짜? 나 주는 거야?” 소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리주머니를 품에 안고 헤헤거리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귀여웠다. 소녀는 갑자기 나를 보더니 품에서 청심을 꺼내더니 곱게 빻아 나에게 다가왔다.


”군데군데, 상처가 많아. 아프면… 싫어…” 유리주머니를 채집하며 생긴 상처에 청심을 발라주며 소녀는 이야기했다. 가장 차가운 소녀가 보낸 따듯한 마음이 너무나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