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년에 쓴게 념글 간게 있는데 거기선 대략적으로만 쓴거라

이번에 좀 더 자세히 적어봄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중복소리 나올까봐


아야카는 '백로공주'라는 이명이 있다.



근데 '백로'가 뭐임?





백로(白鷺)는 새의 이름임.

왜가리의 가까운 친척쯤 된다.


다리가 길쭉하고 목도 쭉뻗은게 전형적인 '이쁜 새'라서

옛날부터 한중일 동아시아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고 위상이 높았음

일본에서는 새하얀 깃털을 눈에 빗대어 겨울을 상징하는 장치로 쓰기도 했음

하지만 실제 백로는 여름철을 위주로 활동하는 철새임. 문과 1패


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뒤통수에 갈기가 있음.

이거 덕분에 사람들 눈에는 얘가 뭔가 개쩌는 놈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고전 문학에서는 고위직을 상징하는 새로 쓰기도 했음.


또 잘생긴 외모와 달리 백로는 생태가 꽤나 지저분한 새임

기본적으로 연못이나 호수처럼 물이 고여있는 곳, 비교적 더러운 물가에 서식하며

물 속의 작은 생명체들을 포식함


또 백로는 철새이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장거리비행을 하는 새임

더러운 곳에 서식하는데 심지어 서식지를 자주 바꾼다 = 병균과 바이러스의 매개체


이러한 특징들이 모여 백로는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내면이 더러운' 속성으로 인해

벼슬아치를 비판할 때 비유되는 새이기도 했음

가령 조선시대 '이직'의 시조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음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즉, 겉과 속이 다른 백로보다 차라리 까마귀가 훨씬 낫다는 뜻.



자 이제 백로가 뭔지는 완벽히 알았는데 그래서 백로공주는 뭐냐?


일본에 사기무스메(鷺娘, さぎむすめ)라는 민담이 있다.

위에 쓴대로 일본에서 백로는 겨울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민담의 배경도 겨울이고

백로소녀, 백로공주 정도로 번역되는 이 민담은 현대에도 가부키 공연으로 접할 수 있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임.

바리에이션이 많지만 기본적인 스토리는 이러하다.


아름다운 백로가 신통한 능력으로 인간 여성으로 변신한다.

변신한 백로공주는 인간 세상에 섞여 다양한 일을 겪고, 인간 남성에게 연심을 품는다.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백로공주는 춤을 추고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뽐낸다.

하지만 새와 인간은 종이 다르고, 너무나 깊은 연심을 품은 나머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에 대한 천벌을 받는다.

백로공주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의외로 이 이야기에서 백로공주는 요물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한 인간을 사랑하며 선을 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꽤나 안타까운 플롯임.


참고로 아야카 3번 별자리 이름이 <흩날리는 카미후부키>인데

카미후부키(紙吹雪)는 결혼식에서 눈처럼 뿌려주는 종잇조각을 말함

영어로 콘페티(confetti)라고 함.


백로와 백로공주에 대해 대충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임.


원신의 아야카와의 연관성을 내 뇌피셜로 씨부려보자면

- 겨울과 눈의 이미지 = 백발 + 얼음 원소

- 고위 신분을 상징하는 품위 = 국정에 관여하는 귀족 가문의 자제

- 남성에게 연심을 품음 = 행자와의 관계

- 춤을 춤

- 하라구로의 상징 = 아야카 초창기 컨셉(지금은 삭제된 요소)

- 표리부동의 상징 = 겉은 귀족 아가씨지만 본성은 소탈하고 대담한 편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