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타인 바다에서 가장 많이 굴러다니는 몹들이 이 중갑게인데, 신기하게도 먼저 공격하거나 도망가지 않아서 멍때리고 구경하기 좋아. 원류바다 이종 중 중갑게의 형상을 한 종도 있는데 이를 카피하면 홀드해 방어막을 전개할 수 있어.

다들 알겠지만 중갑게의 모티브는 소라게야. 물론 소라게에도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종, 해저면에서 서식하는 종, 육지에만 서식해서 물에 담그면 익사하는 종 등 다양한 종들이 있어. 가정에서 기르는 종들은 보통 육지에서 사는 종들이야.

소라게는 집게발도 있고 갑각도 있어서 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게의 가까운 친척이지 게라고 볼 수는 없어. 소라게가 속한 집게하목(Anomura)에는 킹크랩도 포함되는데 따라서 같은 맥락으로 킹크랩도 게의 친척이지 게는 아니야. 보통 게처럼 생긴 녀석들은 드러나는 다리가 8개고, 진짜 게들은 다리가 10개라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어.

소라게의 껍질은 달팽이처럼 원래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고둥이나 소라, 물달팽이의 껍데기를 가져다 그 안에 들어가서 사는 건데, 보통은 이미 죽은 개체의 껍질을 주워다 쓰지만 일부 종들은 원 주인을 잡아먹고 껍질을 차지하기도 해. 탈피를 거듭해 몸은 커져도 소라껍대기는 커지지 않기 때문에 안이 좁아지면 새로운 껍대기를 찾아야 해.

폰타인의 중갑게는 천적이 없다는 설정이 있지만 실제 소라게들은 그렇게 덩치가 크지 않아서 큰 물고기나 갈매기의 먹이가 되기도 해. 인간들도 가끔 소라게 집게발을 먹는 경우가 있고 소라게를 껍데기에서 꺼내서 가자미 등 육식어종을 낚는 미끼로 쓰기도 해.

일부 소라게들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말미잘을 등에 올려놓고 다니는데, 말미잘 입장에서도 움직이며 부유물을 먹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생 관계라 볼 수 있어. 집이 좁아 이사를 갈 때도 말미잘을 꼭 데려간다고 해.

폰타인 바닷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또 다른 생물이 있는데, 바로 방울 해마야. 중갑게와 달리 방울 해마는 다소 공격적인데,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들끼리 물을 뱉으며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실제 해마들은 사실 그렇게 공격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아주 느긋하거나 겁이 많은 편이야. 이동 속도가 물고기 중 가장 느린데, 무려 한 시간에 1.5m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경이로운 스피드를 자랑해. 이 때문에 평소에도 몸을 숨기기 위해 피부색을 바꿔 해초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아.

수컷의 경우 좀 더 크고 멋있게 생겼는데, 공격성도 강하고 번개 원소 보호막까지 두르고 있어서 처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폰타인의 수컷 방울 해마는 번개 원소의 영향을 받아서 보라색인 것 같지만 실제로 해마의 친척인 해룡 중에는 보라색에 덩치가 큰 종들도 존재해.

실제로 용을 닮은 바다 생물이라 해룡이라 이름 붙였는데, 해마와 마찬가지로 공격성은 거의 없고 그냥 해류 따라 둥둥 떠다니는 신기한 물고기야.

(포켓몬스터의 킹드라랑 드래캄이 드래곤 타입인 이유도 sea dragon 의 말장난이라 볼 수 있어.)

폰타인에서는 수컷 해마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지만 실제로 해마들의 번식은 암수 한 쌍이 짝을 짓는 일부일처제의 형태를 하고 있어. 물론 평생 함께하는 건 아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짝을 바꾸지만 물고기 중에서는 상당히 특이하게 한 쌍이 고유의 의식을 치룬 후 짝짓기를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알이 수정되면 수컷이 육아낭 안에서 알을 부화시키는데, 부화가 완료되면 육아낭 입구를 열고 치어들을 내보내. 이때 진통이 있는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한다고 해. (별로 와닿진 않을 수 있지만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 수 있어.) 이런 수컷의 헌신 덕분에 해마 알들의 생존률은 다른 물고기들보다 확연하게 높다고 해.


이렇게 바다에는 굉장히 신기한 생물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해서는 인간이 지금까지 알아온 것보다 모르는 정보가 훨씬 더 많을 거야. 혹자는 돈도 안 되는 것들 왜 연구하냐고 하지만 이런 생물들에 대한 정보가 쌓일수록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넓어지고 이러한 정보들이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인류에 도움이 될지 모르는 일이야.


폰타인 생물 이야기 1편 - 부채꼬리 비둘기와 우산새

폰타인 생물 이야기 2편 - 탱탱 물범과 해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