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타인 1, 2막 재밌게하다가 3,4막 하고 욕나와서 한탄좀 해봄


1줄요약: 스토리가 재미있고 뽕차려면 주인공이 멋지게(최소한 주인공답게) 나와야 한다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행자는 설정상 아주 대단한 사람임.

외모도 출중하고, 성격도 친절하고 다정하며, 싸움도 잘하고 머리도 좋고 심지어 좋은 냄새까지 남.

그리고 칠국을 여행하며 수많은 난관들을 해결해 명성까지 갖췄지.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자연스레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기대하고, 실제로 그런 서사는 비교적 평가가 좋음.


'풀의 신을 구한다' 는 목적 하에, 끝내 신의 첫 번째 현자가 되어 가짜 신 스카라무슈를 쓰러트린 수메르

타락한 드래곤으로부터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사람들을 지켜 영웅이 된 몬드

재판과 증거수집을 통해 리니와 칼라스(나비아 아버지)의 무고를 입증한 폰타인 1, 2막


이 모든 스토리에는 주어가 '여행자' 임.


주어가 여행자라는 것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여행자라는 뜻임.

플레이어들은 주인공인 여행자에게 몰입하고 있고, 그런 존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때 스토리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됨.


물론, 주인공 중심의 서사가 아닌 군상극의 서사를 통해서도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수 있음.

다양한 인물이 살아숨쉬며 상호작용하고, 각자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스토리. 얼마나 좋아.


그런데 과연 호모버스 스작들에게 군상극을 잘 써낼 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의 스토리에선 자기가 내고 싶은 캐릭터 내서 빨아주는, 흔히 말하는 '자캐딸' 식 스토리가 너무 많이 나옴.

그것도 서사 내에서 능력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변 사람들 최면세뇌한 것마냥 후빨해줌.


진짜 천번 양보해서 주변 캐릭터 소모해서 캐릭터를 띄워줬다 치자.

그럼 최소한 주인공한테는 그러면 안되는 거임. 





근데 얘네는 그 짓거리를 함.

이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이토도 페이몬도 아니고 주인공이 하고 앉아있다. 도저히 공감이 안 되지.

그런데 얘네는 학습능력이 없는지 그짓거릴 폰타인 4막에서 또 하고 있음.



플레이어와 여행자 사이에 생겨난 감정선의 간극은, 스토리 몰입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임.

카즈하 때도 이해되지 않는 후빨이 문제였었고, 리니 때도 비슷한 상황.

하지만 이 게임 스토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 대사를 행자가 쳤다" 는 게 아님.


주인공이 아닌 다른 캐릭터에게, 주인공이 받아야 할 대우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작은 진짜 주인공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이렇게 된 맥락으로, 본래 주인공이었어야 할 행자는 다른 캐릭터를 띄워주는 역할로 소모됨.

마치 호두, 각청, 샤를로트 등등이 카즈하를 띄워준 것처럼.


3, 4막 역시 비슷한 맥락임.

리니를 옹호하고 추리력을 칭찬하고 있을 땐 마우스 던지고 싶었고

여행자가 자기도 모른 채 라이오슬리의 계획대로 타르탈리아를 조사했다 -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땐 화가 나서 말도 안 나옴. 대체 왜 주인공이 다른 캐릭터가 꾸민 계획의 장기말이 되어야 하는 건데?

심지어 4장 마지막에는 푸리나 경호원으로 갔으면서, 아를레키노의 압박에 입도 뻥긋 안함.


솔직히 카즈하는 본인이 혼자 다 해처먹기라도 했지, 4막에선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영역을 골고루 찢어먹고 있음.


음? 그래도 여행자가 타르탈리아의 행방을 조사하는 건 성공하지 않았냐고?


4막의 주요 쟁점은 '사라진 타르탈리아' 가 아닌 '메로피드 지하의 원시바다' 였음.

그런데 스토리에선 타르탈리아를 낚시용으로 배치하고, 주인공은 4막 중후반까지 본질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음. 

심지어 타르탈리아도 조사를 통해 찾은 게 아님. 조사로 찾아낸 건 폰타 신제품과 시그윈의 비밀 선물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밀들이었음.


결국 원시바다의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막아낸 건 라이오슬리와 갑자기 튀어나온 클로린드였고

그 문제를 해결해낸 건 느비예트였음.

이 모든 과정에서 여행자가 한 건 '으앙 느비에몽 바다 막아줘!' 하고 소식을 전달한 것 뿐임.


이렇게 폰타인 지들끼리 다 해쳐먹을 거면, 스토리작가는 여행자를 왜 폰타인으로 보낸 걸까?



반면 재밌었던 폰타인 1, 2 막은?

여행자는 나비아, 느비예트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갔고, 심판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

스토리에서 중점으로 다뤄지는 '심판' 에 여행자는 주축으로 참여했고, 스토리 중 누구도 쉽게 알아내지 못했던 '사람을 녹이는 물' 이라는 진실에 빠르게 접근했음.


여기서 1, 2막과 3, 4 막의 결정적인 차이가 등장함.

1, 2막에서 여행자는 주인공이었고, 3, 4막에서 여행자는 그냥 심부름꾼이었던 거임.


결국 중요한 건,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주인공다워야 한다는 것.

캐릭터성이니 개연성이니 하는 건 '주인공' 을 잘 다루고 나서 따져야 하는 거임.

물론 호모버스 병신들은 다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임.

지금까지는 신학 빵댕이, 감우 전신 타이즈, 라이덴 찌찌로 스토리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가려왔지만... 1년 연속으로 남캐를 내면 이런 문제점이 보일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사실 5막도 걱정됨.

찌라시 상으로는 또 푸리나랑 느비가 다 해먹을 것 같은데, 부디 바라기는 여행자가 그 모든 상황에서 '주인공' 이 되길 바랄 뿐임.


다시 1줄 요약: 스토리가 재미있고 뽕차려면 주인공이 멋지게(최소한 주인공답게) 나와야 한다


긴글읽느라 수고많앗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