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푸리나 PV를 해석한 글은 몇 개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고 보여서 따로 글 써봄.

결론적으로, 이번 푸리나 PV는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요소가 많이 보인다.




"연극은 진실 허구 사이의 예술이야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인물들에겐 진실한 운명이지"


푸리나는 진실허구, 즉, 현실비현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극 중 인물이 구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화풍으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같아.




"과연 너와 난 관객일까, 극 중의 인물일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어. 

그야... 「감각」보다 속이기 쉬운 건 없으니까."


우리는 현실(관객)비현실(극 중의 인물)구분하기 위해 「감각」에 의존해야하지만, 

감각은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을 흐리는 장애물이 된다.



-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마그리트의 그림 중 하나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이런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림이야.

그림 속의 파이프는 '파이프 그림'이기 때문에 파이프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파이프로 인지한다.

감각에 의존해서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지.


PV에서는 총 4단계를 통해 이러한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함을 표현하고 있어.


1. 그림 속 세계

2. 무대 속 세계

3. 영상 속 세계

4. 현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현실에 점점 가까워지며 공간의 분위기도 점점 어두워져. (화려한 무대 -> 적막한 해안가 -> 수몰된 법정)

각 단계는 공간과 인물의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어. 

한번 살펴보자.



1. 그림 속 세계(화려한 무대)




모든 인물과 사물이 평면적이고 정적인 세계야.

그림 안에는 맥락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그것을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림 속 세계는 여전히 정지해있지.

공간도 시간도 모두 제약된 4단계중 가장 비현실에 가까운 세계야.




2. 무대 속 세계(적막한 해안가)




인물과 사물이 평면에서 벗어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야.

그림 속 세계보다는 현실에 가깝지만, 사물의 배치는 여전히 인위적이고 배경은 부자연스럽지.

무대 속의 인물의 움직임은 무대라는 공간에 제약되는 세계야.




3. 영상 속 세계(수몰된 법정)




"아직도 모르겠니? 난 아무 말도 안 했는걸? 

이제 알겠지? 예언은 역시 진짜였고. 모든 게 다 잠겼어."


모든 사물과 인물이 공간과 시간 상에서 자유롭게 배치된 세계야.

이곳에서 인물은 비로소 공간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푸리나 또한 카메라 밖으로 이동할 수 있지.

그러나, 푸리나가 녹음한 소리와 물에 잠긴 장면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이곳이 플롯(예언)에 제약된 작위적인 세계임을 알 수 있어.




4. 현실?




"봐. 운명은 장난을 좋아하지만, 오로지 운명만이 널 속이지 않아. 

네가... 먼저 운명을 속인 게 아니라면."


위의 모든 세계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 끝에 이 모든 연극을 감상하는 우시아 푸리나의 세계로 넘어오게 돼.

우시아 푸리나는 앞선 모든 허구의 세계를 외부에서 관찰하며, 그것이 허구임을 알 수 있었어.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의 허구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이 방법임을 알 수 있지.


그리고, 포칼로스가 멸망의 예언을 피하려는 방법으로 예상되는 '연극 속에 가두기'는 이 세계에서 실행되었다고할 수 있어.

예언마저도 세계 속에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니까 예언을 허구의 세계에 가두면, 예언 또한 허구가 되는거지. 

이게 '운명을 속이다.'의 의미일 것 같아.


그러니 이곳이야 말로 모든 제약이 풀린 현실 세계라고 생각되지만...


한번 더 나아가서...

과연, 그녀는 모든 비현실(허구)을 바라보는 현실(진실)의 존재일까? 아니면, 그녀조차 극 중 인물일까?

그에 대한 답도 이미 푸리나가 말해줬어.


"과연 너와 난 관객일까, 극 중의 인물일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어. 

그야... 「감각」보다 속이기 쉬운 건 없으니까."


세계 속에 있는 인물은 그 세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어.

세계에 속한 인물은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현실을 구분해야하니까.

그건 현실처럼 보이는 공간에 있는 우시아 푸리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야.


PV를 보는 우리입장에선 우시아 푸리나야말로 연극 밖의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마저도 우리는 PV가 제공하는 감각에 의존해 파악하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다는 거지.

즉, PV의 내용으로 진실을 확인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그 세계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 하나야.



「그 세계 밖에 있는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결론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가 직접 알아내라는 말이야.


이번 PV는 4.2의 예고편 같으면서, 초현실주의 요소도 끌어다 써서

내용이 난해하고 그냥보면 '이게 뭐임?'같은 생각이 들 수 있어.

솔직히 호불호 갈릴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