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푸리나 전임이 불쾌한 이유는 하나임.

 바로 푸리나가 해낸 업적에 비해 큰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임. 유저는 푸리나에게 강렬하게 몰입했기 때문에 푸리나의 상황을 보며 천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음.

 그 부분이 마음의 상처가 된 사람이 많은 것 같아 혹시 놓쳤을지도 모르는 긍정적인 내용들을 정리해봄.


 일단 시작하기 전에 이는 미호요의 사후 푸리나 묘사가 굉장히 부족한 탓도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가겠음. 미호요 병신.


1. 푸리나의 삶


 마신임무 끝나고 느비예트의 말을 들어보면 푸리나는 스스로 멜모니아궁을 떠났음. 느비예트의 지원도 최소한으로 받는 것 같음.

 이건 푸리나가 말 그대로 '관심에 지쳤기' 때문임. 500년간 사람들의 관심에 압박당해 살았으니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건 푸리나에겐 유의미한 치유의 순간일것임. 자신이 구한 폰타인 사람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보는 건 덤이고.


 그리고 전설임무에 나오듯 사람들은 푸리나가 신력을 모두 소모해 재앙을 극복하고 그 여파로 인간이 되었다고 알고 있음. 푸리나의 업적이 숨겨진 게 아님.

 다만 이전에도 묘사됐듯 폰타인 사람들은 재앙으로부터 신이 자신들을 지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온 사람들임.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에 대한 묘사가 적은 것 같음. 배때지가 쳐부른 폰타인 새끼들.  이나즈마에서 딱 한 달만 살아봤으면 아마 매일 푸리나 방향으로 세번 절했을 거라고 확신함.


 대장간 옆 원룸에서 마카로니 소스 돌려먹는 푸리나를 보며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도 많은 거 같음. 하지만 이 또한 푸리나가 스스로 선택한 힐링의 방식임. 푸리나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멜모니아궁으로 쳐들어가 케이크달라고 땡깡부릴 수 있음. 느비예트 성격 상 푸리나가 해온 게 있는데 그걸 안 들어주진 않을 거고, 누구보다 느비예트를 옆에서 오래 지켜본 푸리나가 그걸 모르지 않겠지.

 그냥 정말 조용히, 소시민적으로 살면서 그런 순간들로 정신을 치유하고 있다고 생각함.


 마지막으로 푸리나 전설임무 마지막에 이런 대화가 나옴.



 이 연극은 현실의 재앙과 굉장히 닮아있고, 푸리나는 스스로의 업적을 인정받을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됐으니 어안이 벙벙 했겠지.

 푸리나가 선택한 조용한 삶은 힐링타임인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준비하는 시간이었을 것임.



2. 푸리나의 연기


 어떻게 500년간 연기하느라 고통받은 애한테 연기하라고 권유할 수가 있느냐? 이건 사실 관점을 바꿔 볼 필요가 있음.

 푸리나는 500년간 오페라 공연 관람을 아주 좋아했고, 본인도 종종 무대에 오름. 폰타인 최고의 엔터테이너이기도 함. 이건 푸리나가 사실 연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뜻임.

 푸리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건 연기 그 자체가 아니라, 비밀을 홀로 간직한 자의 외로움과 매 순간 방심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었다고 생각함.

절대 실수하면 안 되는 일상의 연기와 무대에서 신나게 뛰노는 연기는 구분될 수 있다는 거임.

 여행자가 이러한 점을 한 번이라도 언급하면서 푸리나에게 갔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음.





 아무튼 결과적으로, 푸리나는 여행자의 손에 이끌려 나오면서 자신이 선택했던 소소한 삶만큼 무대에서의 경험도 참 좋았다고 깨닫게 됨.

 이건 푸리나가 자신의 연기를 재정의하는 과정임. 더 이상 압박감 속에서 타인을 속이는 연기가 아닌, 스스로를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연기 또한 존재하며 이게 정말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음.

 원래 연기 좋아하던 애였는데,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연기를 통해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더 좋겠음.


 결국 전설임무 컷신 후 관객들은 푸리나에게 환호하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신이 아니지만 여전히 폰타인 최고의 아이돌이라고 인정함.

 어찌보면 은혜도 모르는 괘씸한 새끼들이지만, 이제 인간으로 살며 인간의 이야기를 무대로 느끼고자 하는 푸리나의 목표를 생각하면 상습숭배보단 이 정도 거리감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3. 결론


 많은 사람들이 푸리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푸리나를 대신해서 화를 내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있는 거 같음.

 나는 우리 눈으로 보기엔 이 시발 은혜도 모르는 개새끼들한테 일태도 마려워 죽겠을 수도 있지만, 정말 푸리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런 상황도 참 괜찮겠다 싶어서 그걸 말하고 싶었음.


푸리나한테 케이크 잔뜩 사주고 같이 놀러다니는 중간장이나 전설임무 2부가 나오길 기원하며 마침.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