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미래 일어날 일들은 이미 정해져있음

2. 과거와 미래는 마주본 한쌍의 거울과 같고

3. 평행하게 나란히 놓인 두 거울이 서로 빛을 반사하듯 과거와 미래도 일정범주내에서 반복됨

4. 그러니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더라도 역사개변은 불가능함







서적 본문중에 일부 발췌함




시간여행의 목적지를 「0」으로 설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조작법이나——저는 그 숫자를 기계에 입력하고 조종 레버를 당겼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기계가 멈추었습니다. 




저는 제가 바다 위에 떠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결도 파도도 일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 말이죠. 


그 순간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습니다. 


제 머리 위에 드리운 하늘은 푸른색이 아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검붉은색이었습니다. 



저는 태초의 바다를 바라보며 몇 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제야 저는 잠잠한 해수면 아래에 무언가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멜모니아궁이었습니다.




그때 어떤 이가 제 이름 네빈·크릭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고개를 돌리자 거울을 보는 것처럼 저와 아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저랑 똑같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빈·크릭」 그가 이어서 말했습니다. 「넌 시간을 정복하고 싶어하지. 사람은 시간을 정복할 수 없는데 말이야」


「네가 그 수수께끼들을 남긴 거야?」


「네가 그 수수께끼들을 남긴 거야」 그는 이게 바로 정답이라는 듯이, 제가 한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었습니다.

 「수수께끼는 시간의 일부분이고 대칭을 이루던 글자들은 시간 그 자체와도 같아」



그건 네모난 석판이었습니다. 가로 세로로 모두 일곱 글자씩 대칭을 이루며 무언가 쓰여있었는데 어떤 방식, 어떤 순서로 읽어도 그 글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시간의 수수께끼의 답이 0이었던 거군」


「0은 답이 아니라 또 다른 수수께끼이지. 답이 문제에 나올 리가 없잖아」 그가 말했습니다. 




「시간이라는 수수께끼의 답은 거울이야. 

두 거울이 서로를 비추면 그 사이에서 무한히 반사되는 광선이 곧 시간이야. 

수없이 멀어지고 합쳐지고 평행하는 빛들이 시간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거지. 



시간의 본질이 거울인건 여기서도 암시된듯하다




과거도, 미래도 없어. 과거가 곧 미래니까. 


0이라는 시간에 서서 두 거울 사이의 틈을 따라 앞을 보면 모든 빛이 같은 평면에 위치해 있고 그 어떤 빛도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멜모니아궁은 건설되기 전부터 침몰되었고, 침몰된 멜모니아궁도 결국 다시 지어질 거야. 


그리고 기쁨, 슬픔, 눈물과 죽음도 결국 무수히 반복되겠지.


 이게 바로 거울의 본질이니까. 


넌 영원히 시간을 정복하지 못할 거야. 네가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