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던 평화로운 오후였다.카페 테라스에서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햇살을 만끽하던 나는 일상의 달콤함에 젖어있었다. 

비상경보가 울리기 전까진.


"코넬리아!! 준비 상태는!?"

"탄약 및 총기 수령 완료. 소대원들 집합만 하면 즉시 출발 할 수 있다."

"저 왔어요 점장님!"

"아이린! 무카는 어딨어?"

"저도 왔어요!어서 출발하죠"


수송기에서 무카,아이린,무유,코넬리아의 장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말한다.

"상황브리핑을 시작할게, 결정변이체들이 집단으로 우리 그룹 산하의 물류창고를 습격했고, 해당 시설의 중요인물을 구출하는것이 최우선 임무야."

"그럼 구출임무인가요?"

"기본적으론. 하지만 원력 오염의 가능성이 있으니 무유와 코넬리아는 수송기에서 우리를 엄호하고 무카,아이린,나 셋이서 작전을 진행할거야."

"소총수만으로는 변수가 생기면 상황에 대비하기 힘들다. 나도 따라가겠다."

"그걸 위해서 무유와 네가 대기하는거야. 무유는 우리와 지속적으로 교신하면서 레이더를 살펴줘.코넬리아의 투입여부는 네 판단에 맡길게"

"알겠어요" "알겠다."


현장의 상황은 수송기가 착륙하기 힘든 상태였다. 따라서 공중강습을 선택했고 이는 착륙까지 무방비 상태이기에 위험부담이 있었다.


"수송기가 착륙할 상황이 아닌 관계로 공중강습을 실시한다. 다들 착륙 직전까지 긴장 풀지마"

"네!" "네"

"가자!"


다행히 착륙할때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착륙하자마자 무유의 교신이 들린다.

"점장님! 지금 그곳으로 결정 변이체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뚫고 갈 만한 곳은?"

"4시 방향으로 가시다가 공장을 지나치시면 12시 방향으로 꺽으시는게 좋아보여요"

"네 판단에 맡길게. 급한 상황이라면 나를 통하지 않아도 좋으니 바로 네 생각을 말해줘"

"네!"



"...이상해요 점장님"

"역시 무카,예리하구나. 둘다 나한테서 절대 떨어지지 마"


분명 무유의 지휘는 훌륭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우리가 마주친 결정변이체들이 한 손에 꼽을 숫자라는건 지나치게 이상하다.

누군가가 우리를 특정 위치로 몰아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총을 더 강하게 쥐며 마음을 다 잡는다.


"무유, 공장 내부의 상황은 어때?"

"그게...뭔가 이상해요, 사람들의 반응이 한 곳에 모여있는데 그 곳에 결정변이체들의 반응이 전혀 없어요."

"일단 구출이 먼저야. 위치를 알려줘"

"네, 점장님의 위치에서 9시방향으로~~"


무유의 지휘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곳으로 도착했다. 그러나 무언가 잘못 된 예감이 강하게 든다.

"...점장님, 이 임무 포기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말도 안되요, 안에 사람들이 있다구요! 결정변이체들도 근처에 없으니 지금 구출해야해요!"

"...아이린 말이 맞아. 어쨋거나 사람은 구해야지. 우리가 여기 온 목적도 구출이고"

"...알겠어요.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갈테니 점장님과 아이린은 뒤에서 엄호해주세요."


무카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불이 꺼져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무유, 이 안에 사람들이 있는거 맞지?"

"네, 그리고 결정변이체들이 그곳으로 몰려 가고 있어요. 서두르셔야 할것같아요"

"알았어. 여기 누구 계십니까?"


우리 셋 모두 건물안으로 들어서며 수색을 시작하자 문이 닫힌다.

'쾅'

"무카!"


무카를 부르자 부르기 전부터 준비했던 듯 조명탄을 발사한다. 역시 무카야


"...이런, 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 크리스탈들이 폭발한다.





"...님, 점장님!!"


눈을 떠보니 아이린이 눈물을 흘리며 나를 깨우고 있다.상황을 파악하기위해 몸을 일으키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카는? 어떻게 된거야? 상황을 설명해줘 아이린"

"크리스탈이 폭발하기 직전에 천장을 쐇어요. 그리고 점장님이 저희앞으로 뛰어드신 덕분에 멀쩡해요"


뒤에서 무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아이린이 뒤로 이동한다. 아마 번갈아가며 경계를 서는것 같다. 역시 내 소대원들


"보고 드릴게 두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통신장비가 망가졌다는 거고,다른 하나는 점장님은 움직이실수 없는 상태란거에요."

"최악이네"


무유의 마지막 교신에 따르면 결정변이체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고 했다. 소총수 둘과 부상자 하나.

이곳에 머무는건 전멸시켜달라고 비는꼴이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내 몸이 보인다.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원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이체질이라곤 하지만 폭발하면서 그 충격에 다리뼈가 모조리 부숴진듯 하다.

다리가 자유분방하게 지그재그로 펼쳐져있다. 마치 연체동물의 그것을 보는 듯 하다.


"무카, 잘 들어"

"싫어요"


단칼에 잘라 대답하는 무카의 말을 무시한채 계속해서 말한다.


"무유와 교신이 끊기기 전에 의하면 여기로 다수의 결정변이체가 모여들고 있다고 했어. 엄폐물도 없고 탄약도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근처에 폭발물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런 장소에서

소총수 둘과 부상자하나로 다수를 상대하는건 자살행위야. 장소를 옮겨야겠어"

"...장소 말인가요?"

"응. 그래서 말인데 나는 움직일 수 없으니 아이린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정찰을 해줘. 옮길 장소를 찾으면 그때 신호를 줘"

"그건..."

"부탁 아니고 명령이야. 지금 당장 출발해"

"...점장님, 제발"

"널 믿을게 무카. 힘들겠지만 너밖에 없어"

"...그럴 수 없어요"

"아이린도 죽일 셈이야?"

"모두 살수 있을거에요"

"방금 정말 아이린같았어. 네가 평소에 주장하던것과 많이 다르잖아? 말싸움 할 시간없어 무카 지금 당장 출발해"

"그럼 약속해주세요. 절대 포기하시지 않기로, 꼭 다시 올게요."

"당연하지. 어제 들어온 원두가 정말 좋아서 몰래 조금 숨겨둿거든."


풋 하고 무카가 작게 웃었다.


"점장님다우시네요."

"그래, 이제 어서 가 너만 믿을게 무카"

"꼭, 다시 올거에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들이 떠나면서 남긴 탄약을 만지작 거린다. 이걸 사용하면 더 편안하게 끝을 낼수 있겠지.

솔직히 무섭다. 그녀들을 보내기 싫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지휘관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이젠 그 책임을 질 차례겠지


"크...으..."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소리로 알 수 있다. 결정변이체들이 근처에 있다.

고개만 간신히 돌아가는 몸으로 결정변이체들 사이에 남겨져 있다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총을 쥐고 들어올리는 순간 무카가 생각나며 웃음이 나왔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하겠지?


소리로 어림짐작을 하며 총구의 방향을 내 머리에서 상상속의 결정변이체에게 옮긴다. 난 최선을 다했어, 이게 안맞으면 어쩔수없어 무카.


"탕!!"


"크아아!!!"


역시, 이런 고급기술은 코넬리아에게나 어울리는거지.괜히 더 아프기만 하겠네


"탕!!탕!!"


총소리에 감았던 눈을 떳다. 진짜 왔다고? 기쁘면서도 허탈하게 웃는다. 이렇게 다 죽는건가


"점장님!"

"그쪽을 잡아줘요, 아이린"


무카와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무카도,나도 약속을 못 지킨거다.


"피슉"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소리에 눈을 감는다. 소음기??


"내가 엄호하겠다. 둘은 점장을 옮겨라"

"어? 코넬리아?"

"시끄럽다 점장. 소리 내지 마라. 근처에 있는 놈들이 몰려온다."



수송기에 실려서 돌아가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교신이 끊기자마자 무유가 나를 그 위치로 투입했고, 아이린과 무카를 만났다. 무유에게 전달해서 수송기를 근처로 부르고 점장을 데리러 갔다."

"통신장비는 망가졌잖아?"


코넬리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갸웃거리며 나를 본다.


"점장, 머리가 아픈가? 내 통신장비는 망가지지 않았다."

"아..."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있었다면..."


카페에 돌아오자마자 그루니에가 달려와서 나를 방으로 옮기고 여러가지 치료를 했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그루니에가 고개를 숙이며 자책을 한다.


"무슨소리야, 네 덕에 지금 살아있는데"

"제가 장을 보러 가지만 않았어도..."

"그루니에, 니가 없는것을 알고도 소대편성을 해서 출발한건 나야. 내 판단실수인거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있었다면.."

"그루니에 항상 네 탓을 하는건 좋지 않은 버릇이야. 의무병없이 작전을 지휘한건 나야."

"그래도.. 저는 제 잘못인것 같은걸요.."

"그루니에, 소대 편성의 권한이 있다는건 그 책임도 있다는거야. 내 권한을 침범할 셈이야?"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니 울상을 짓던 그루니에가 풋 하고 웃는다.


"감사해요 점장님"




얼마 전에 일어난 사고 덕에 요즘 그루니에와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하루의 절반은 그루니에와 있는 듯 하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내 침대 앞에서 의자에 앉아 사과를 깍고 있는 그루니에를 보니 새삼스럽게 그루니에의 다정함이 느껴진다.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아. 고마워 그루니에"

"제가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오늘은 추가 검사가 있어요. 오후에 검사할게요."


하루에 한번씩 아침에 검사를 하는데, 솔직히 내 다리가 으스러진것을 보는 느낌이 유쾌하진 않다.

그래도 요즘에는 슬슬 감각도 돌아오는 듯 하고 무엇보다 부목을 대고 허수아비처럼이지만 조금씩 움직일수 있게 되었다.


"항상 고마워 그루니에. 바쁠텐데 이제 슬슬 나가도 돼"

"앗! 그러고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준비를 하러 가야 겠어요"


그루니에가 방문을 열고 나간다. 아직 모두는 한창 훈련중일 시간에 그녀의 훈련이 시작된다.

요 근래 그루니에의 일상을 알게되었다. 매 식사시간 1시간 30분 전이 그녀의 식사시간이다.

처음에는 먼저 밥을 먹는것인줄 알았지만,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그루니에는 식사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일단 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천사같은 그루니에는 내가 할 수 있음에도 매 끼니마다 밥을 떠서 먹여주고, 아침마다 얼굴을 씻겨주고 보고서를 읽어주는 등 모든것을 다 해준다.

정말 고맙지만 최근들어 문제가 생겼다. 간호복으로도 감출수 없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에 내 망가진 하반신이 자주 반응하고 있다.

아침마다 검사를 할 때면 나는 애국자가 되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국가에 소속된다.

아침에는 생리현상이라 그럴 수 있어도, 오후에 검사를 하는데 반응을 보인다면...


'그루니에라면 아무말도 하지 않아주겠지만...'


욕구를 미리 분출해두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힘겹게 허리를 돌리자 통증이 느껴진다.

한걸음 내딛는것 조차도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마치 영겁과도 같았던 시간동안 이를 악물고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성욕은 모두 사라졌다.


'온 김에 세수나 하고 가야지...'


5미터도 되지 않는 짧은거리를 이동하는동안 내가 참아낸 고통 탓일까, 흐르는 땀을 닦아낸 후 돌아가는것이 걱정이 된다.






"점장님? 좀 어떠세요?"

"...좋아 그루니에..."


아침에 몰래 화장실로 다녀온 탓일까, 열이 나고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다행인점은 하반신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혹시 약을 까먹고 안드셨나요?"

"아냐, 조금 피곤해서 그래. 검사시작하줄래? 얼른 끝내고 쉬고싶어"

"알겠어요. 아프시면 꼭 말씀하세요"


그루니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낸다.

늘 있는 일이지만, 그녀가 내 바지를 벗길때마다 부끄러워 미칠것같다. 이후 붕대를 풀어내며 부목을 떼어낸다.


"그런데 그루니에, 무슨검사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열심히 할게요"

"응?"


알수없는 소리를 하던 그루니에의 손길이 내 허벅지를 타고 점점 올라온다. 늘 있던 일이었다. 그루니에의 손놀림이 평소와 다른것을 제외한다면.

 꾹꾹 누르거나 부러진 뼈를 교정해주던 힘이 들어간 손길이 아닌, 무언가 매만지면서 슥,하고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핥는듯한 그런 손놀림.

그녀의 손길을 성적으로 느낀 탓에 그녀를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점점 위험한곳으로 올라오는 손길에 그녀의 하얀 손을 상상한다.

어느 순간, 그녀의 손이 내 허벅지에서 떨어진다. 아쉬움과 자괴감을 느끼며 눈을 뜨던 그때, 그루니에가 내 속옷을 벗겼다.


"어...어? 그루니에!?"

"검사 시작할게요"


내 그곳을 그루니에가 손으로 건드리기 시작한다. 세상에 다신 없던 애국자가 되며 간신히 그루니에에게 묻는다


"그...그루니에...이게 대체 무슨..."

"점장님의...그곳이 발기가 되는지 확인을 해야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나는 문제 없어 그루니에!! 그러니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 전혀 반응이 없어요 점장님... 아, 혹시 시각적인 자극이 없어서 그러신가요?"


그루니에가 돌연 일어나더니 간호복을 벗기 시작한다. 가려져 있어도 존재감이 드러나던 그녀의 몸매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의 윗쪽속옷은 흰색레이스가 달려 있으나, 눈길을 사로잡아 그 옆에 레이스가 있는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그녀의 신체역시 있었다.

간호복을 벗은 그루니에가 내 다리 사이에 엎드리며 다시 매만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뽀얀 속살의 언덕이 조금씩 출렁거린다.


"그...그루니에,이건....아니야 나는 정말 괜찮으니...으.."

"제가..잘 못해서 그런가요? 혹시 원하시는게 있으시다면 말씀을 해주세요"


그루니에의 손의 리듬에 맞춰져 움직이는 그녀의 상체의 언덕에서 시선을 돌리던 도중, 그녀의 매끈한 다리와 탄력있는 엉덩이가 보였다.

그녀의 아랫쪽 속옷은 윗쪽과는 정 반대의 검은색의...얇은 끈으로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나는 애국자가 아니게 되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어난 나의 분신이 그루니에의 머리를 톡 하고 건드렸다.


"그...그루니에... 이제 된거야?"

"사...사정을 하시는지도 확인 해야 해요"


그녀 역시 부끄러운 탓일까, 얼굴이 조금 붉어진 그루니에가 말했다.


"문..문제 없어 그루니에! 문제가 생긴다면 말할게"


그 모습을 보자 그녀에게 향했던 욕정을 다그치며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저런 순수한 소녀에게 욕정할수 있단 말인가


"아뇨,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그루니에가 엎드린채로 나에게 조금 더 다가온다. 기분탓일까, 그녀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잘 먹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루니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