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가난하지만 마음씨가 착한 점놈이라 하는 나무꾼이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노주는 본디 품질이 아주 좋은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곳으로, 돈 있고 힘 있는 아무개라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산림업에 종사하여 크게 이득을 보는지라 가난한 점놈은 품질 좋은 도끼 하나 제대로 갖질 못 한 채 하루 벌어먹고 살기조차 어려웠다.

   

이런 점놈을 보고 다른 나무꾼들은 제대로 된 도끼 하나 없는 어리석은 놈이라는 뜻에서 부업진(斧業殄) 혹은 부리세(斧裏稅)라고 놀려대기 일쑤였고, 좋은 벌목 지대를 알려주지도 않아 점놈이 자일(藉日)하는 동안 모십일(謨十逸)하도록 만들어 점놈의 노력을 헛고생이 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점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뒷산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부지런히 도끼질을 해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끼질을 하러 산을 오르던 점놈은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고 등에 메고 있던 자신의 낡은 도끼를 놓쳐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점놈의 마음속도 모른 채 도끼는 하염없이 미끄러져 그만 연못의 깊은 곳까지 풍덩하고 빠져버리고 말았다. 점놈 부리나케 달려 가 두 손으로 연못 안을 끊임없이 헤집어도 야속한 물살만 느껴질 뿐 도끼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수 십 번의 무의미한 물장구를 끝내고, 아연실색한 점놈은 자신이 부주의하여 일을 못하게 되었으니 미약해진 홀어머니께 제대로 된 한 끼 조차 먹일 수 없게 되었다며 소리 내어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점놈의 슬피 우는 소리에 하늘도 슬픈 듯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하였고, 산에서는 뿌연 안개가 한가득 내려와 점놈이 있던 연못 주변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연못 속에서 새하얀 빛이 내리 쬐더니 연못 속에서 백발의 여아의 모습을 한 산신령이 나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소시(昭示)라고 소개한 산신령은 점놈이 이리도 슬피 우는 이유가 궁금하기라도 한 듯 조용히 물어오는 것이었다.

“젊은이여, 무슨 일을 당하였기로 이 앞에서 그리도 구슬프게 우는가?”

점놈은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처음에는 크게 당황하였으나 이윽고 진정하며,

“산신령님, 저는 이 산 아랫마을에 사는 점놈이라는 나무꾼이라 하옵니다. 소인이 미약한 홀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제 정신을 차리고 산을 올라야 하였거늘, 오매하고 부덕하여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고 그만 이 연못에 하나뿐인 제 도끼를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하여 이 천인공노할 불효의 죄를 어찌 감당하여야 할지 몰라 그만 통곡하고 말았사옵니다.”

라고 간신히 대답하기에 이르렀다. 

   

소시 이에 알아들었다는 듯 미소 지으며 다시 연못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안 가 세 자루의 도끼를 쥐고 다시 나타나거늘, 그 중 붉은 빛깔을 띄는 한 도끼를 보여주며 점놈에게

“이 도끼가 네 도끼인 것이냐?”

하고 물으니, 점놈이 보기에 저 도끼는 분명 마을의 부자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들고 다니는 명품 도끼로, 찍는 힘이 마치 번개가 내리치는 듯 폭발적으로 강하여 부뢰이보(斧雷利甫)라 붙여진 그 도끼였다.

하지만 그 도끼는 점놈이 가지고 있던 도끼는 아니었기에, 점놈은

“아니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도끼가 아니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소시는 손에 들고 있던 다른 도끼를 보여주며,

“그렇다면 이 도끼가 네 도끼인 것이냐?”

하고 보랏빛의 다른 도끼를 보여주니, 저 도끼는 분명 픽터(腷攄)라 불리는 서양의 것으로, 들고 내려치는 것만으로 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점놈의 도끼는 아니었기에

“아니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도끼는 탱자나무로 만들어져 그저 낡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비수탱(費輸撑)이라 하는 도끼이옵니다.”

라고 솔직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소시는 점놈의 솔직하고도 욕심 없는 대답에 깊이 감동하여, 껄껄 웃어보고는

“너는 부뢰이보를 보고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구나, 내 너의 정직함을 높이 사겠다. 정직한 너에게 상으로 이 세 도끼를 모두 주겠노라.”

하며 세 자루의 도끼를 모두 점놈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점놈은 크게 놀라 한번 고사하였으나 이미 소시는 세 자루의 도끼를 점놈에게 쥐어준 뒤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더라.

   

점놈은 소시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자리에서 큰 절을 올린 후 다시 산을 오르니, 그 날 점놈이 벌목하여 날라온 장작의 수가 손으로 세어도 감당이 안 되는 숫자이니 그야말로 모의일보(募義一步)에 걸맞은 양이었다.

   

한편 점놈이 갑자기 부자들만 사용한다는 부뢰이보나 픽터를 들고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못된 나무꾼이 있었으니, 일전에 점놈이 몇 번을 자일 모십일하도록 방해한 비덕(非德)이라 하는 나무꾼이었다. 비덕은 의도적으로 며칠 동안 점놈의 일을 돕고 점놈과 함께 장작을 패며 공략을 알려주는 등 친근한 척 굴었고 점놈이 어떻게 그 좋은 도끼들을 얻을 수 있었는지 계속 캐물어보았다. 순진한 점놈은 처음에는 소시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 거절하였으나, 이내 자신의 일과 소시를 만났던 연못의 위치를 비덕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에 욕심 많은 비덕은 점놈이 모르게 몰래 연못으로 달려가 자신의 부뢰이보를 연못에 던져 빠트리고 우는 시늉을 하니, 과연 점놈이 말한 대로 연못 안에서 소시가 나타나 비덕이 울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이윽고 자초지종을 들은 소시가 세 자루의 도끼를 번갈아 보여주며 비덕에게 물으니, 욕심 많은 비덕은 세 도끼 다 자신의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소시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지 못하였는지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소중한 도끼를 이렇게나 많이 빠트려 근심이 많았겠구나, 내 바로 이것들을 돌려주겠다.”

하고는 비덕에게 세 자루의 도끼를 다 주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소시 잠깐 멈칫하더니

“미안하지만 지금 나의 신력이 모자라 한 자루의 도끼 밖에 줄 수 없으니 그 대신 세 도끼를 모두 합쳐 새로운 도끼를 주겠노라.”

라고 말하며 신비한 요술을 부리니, 마침내 부뢰이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빨간 도끼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휴뢰이보(休雷利甫)라 하는 도끼로, 부뢰이보나 픽터와 마찬가지로 수활(水活) 등급의 좋은 도끼이며, 그대가 마침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으니 이것을 가져가거라.”

소시 이렇게 말하며 힘이 다해 다시 연못 속으로 사라지려 하나, 이 휴뢰이보라는 도끼가 딱 보아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님을 느낀 비덕은 소시를 향해 온갖 욕설을 하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소시 대답하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너무나도 죄송드립니다...”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는가.

   

비덕은 소시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사라지는 것을 황망히 바라볼 뿐이었고, 아쉬운 대로 나무에다 도끼질을 해보니 이 휴뢰이보라는 도끼는 제대로 벼려지지도 않아 나무가 제대로 찍히기는커녕 무슨 요술을 부리는 것 마냥 약한 잔불을 일으켜 오히려 장작의 품질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울분을 토하며 다른 나무꾼들에게 이야기를 해보아도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나무꾼들은 없었고, 돌아오는 것은 부업진이나 부리세와 같은 조롱뿐이었다.

   

비덕은 억울함을 참지 못해 온 고을의 대장간을 다 뒤져 다시 부뢰이보를 얻으려 하였으나, 그 사이 성실한 점놈이 부뢰이보의 소재가 되는 나무들을 이미 모두 베어 어머니 땔감으로 써버린 것이 아닌가. 비덕은 이윽고 자신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남을 속이고 곤란하게 만든 자신을 반성하며 욕심 많고 추한 모습을 감추어야겠다는 뜻으로 스스로를 추장(醜藏)이라 부르게 되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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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캎의 모든 브없찐들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