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점장은 깨질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계의 시침은 어느덧 2를 훌쩍 지나 3을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주노의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 한계 이상으로 알코올을 들이킨게 문제였다. 목이 바싹 말랐다. 점장은 어둠 속을 짚어가며 물통을 집어들었지만 안의 내용물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1층에 있는 정수기까지 내려가기 귀찮은 것 이상으로 갈증이 너무 심했다. 점장은 속으로 그딴 싸구려 도발에 넘어간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면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츄릅...... 언니, 언니...... 너무 좋아......"


 "무유, 읏, 조금만, 살살......"


 정확히는, 복도로 나서려 했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물소리와 선정적인 신음소리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내딛으려던 발을 공중에서 멈춰세운 것은 굉장히 현명한 판단이었다. 점장은 두 발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고 벽에 몸을 붙였다. 다행히 문을 여는 소리는 복도에 있는 두 명에게 들리지 않았는지, 행동을 멈춘다거나 주위를 둘러볼 생각은 없어보였다. 이제 점장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 광경을 못 본척 하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아버리는 것과, 지금 복도에서 대체 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처음에는 후자를 선택하려 했었다. 소리만 들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기서 얽히고 있는 두 명이 뭘 하는 중인지는 불보듯 뻔했다. 저걸 엿봤다간, 혹은 엿보는걸 들켰다간 그 자리에서 여러 의미로 끝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애석하게도 점장은 보는 사람이 욕이 나올 만큼 둔감한, 혹은 둔감한 척 하는 러브코미디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선택지에 따른 결과물을 충분히 예상할 만큼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돌아가고 나발이고, 그 전에 점장은 일단 남자였다. 저기 누가 있는지도 대충 예상할 수 있었고, 저기서 얽히면서 뭘 하고 있는지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이성이 생각하기 전에, 본능이 추구했다. 카페에서 미소녀들에게 둘러쌓여 살아가면서 당연히 온갖 야한 생각을 해 보았었다. 그 생각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도망가자니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침대로 몇 발자국을 내딛었다. 하지만 쾌락을 이 악물고 참는듯한 신음소리가 한번 더 들리자, 침대로 향하던 발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결국 본능에 굴복하고 첫 번째 선택지를 고르기로 한 점장은 바닥에 납작 붙어서는 문 밖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이라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사물을 분간할 정도의 빛은 있었다. 한데 엉켜붙어 하나가 된 두 명의 그림자가 복도에 길게 늘어졌다.


 두 그림자의 주인공은 무카와 무유였다. 언니, 라는 말이 들렸을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생각과 확인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벽에 기대어 있는 무카와 그런 무카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선 거침없이 몸을 탐닉하는 무유. 점장은 두 명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무유야 지금 정신없이 무카의 품을 탐닉하고 있으니 상관없을테지만, 무카의 얼굴은 점장의 방 쪽에서 조금만 각도를 튼 곳을 향해 있었다. 들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 들키리라는 보장도 없다. 점장은 바닥에 몸을 더욱 납작 엎드리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내밀었다.


 무카와 무유는 둘 다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적나라하게 노출을 하고 있다는 점일까. 무카가 신은 왼쪽 다리의 가터벨트와 스타킹은 완전히 벗겨져 발끝에 간신히 걸쳐진 수준이었고, 오른쪽 다리의 스타킹은 무릎 뒷쪽까지 내려와 있었다. 허리까지 말려올라간 치마 아래로는 살짝 젖혀진 연분홍빛 속옷이 보였다. 메이드복의 앞섬은 완전히 풀어헤쳐져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속옷과 두 개의 봉긋한 덩어리를 가감없이 밖에 드러냈다. 평소에 메이드복 사이로만 어렴풋이 보이던 쇄골은 풀어헤쳐진 앞섬 탓에 완전히 노출된 채였다. 


 무유는 옷이 반쯤 벗겨진 무카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선 그 체취와 맛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려는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서는 무카와 입을 맞추고, 혀를 섞고, 입을 떼서 가슴을 빨다가, 다시 키스를 하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행동의 반복이었다. 앞섬을 완전히 풀어헤치고 치마까지 말려 올라간 무카와는 다르게, 무유의 옷차림은 단정했다. 점장은 무유의 뒷모습밖에 확인할 수 없었기에 앞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뒷모습만큼은 무카에 비해 정상이었다.


 한참동안 무카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틀어박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던 무유가 돌연 얼굴을 들었다. 무카는 무유가 뭘 할지 알고 있다는듯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무유는 곧장 달려들어 무카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었다. 점장에게도 들릴만큼 음란한 물소리가 연이어 복도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 맞닿아 있던 입술이 떨어지자, 그 사이에 은빛 실이 길게 늘어졌다. 무카의 입술에 다시 한번 짧게 키스를 한 무유는 이번엔 목에 자신의 혀를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피부를 핥아가며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목을 지나, 쇄골에서 잠시 멈춰 짧은 키스를 하더니, 다시 봉긋하게 솟은 가슴으로 투명한 자국을 남기며 핥아내려갔다. 


 마침내 무유의 혀가 가슴 끝의 핑크빛 첨단에 닿자, 무카가 작게 신음을 뱉었다. 무유의 손과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카는 곧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른 손으로 가슴을 빠는 무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유도 다른 한 손으로 비어있는 다른 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하는 신음이 복도에 메아리쳤다. 


 자신의 몸을 탐닉하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던 무카가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


 "......"


 쉿, 왼손 검지를 펴 입에 갖다댄 무카는 짧은 눈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글 많이 썼었는데 안쓴지 너무 오래돼서 쓰는거 존나 힘들다

원래 더 길 예정이었는데 시발 쳐내고 쳐내고 쳐내니까 이거밖에 안남음


나도 글 존나 잘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