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게..."

"이게 말이 되나요? 이렇게 바가지를 씌우면 모를 줄 알았어요? 진짜 어이가 없네"


카페에 온 손님이 자신은 아이스커피 2잔을 시켰는데 600크리스탈이 계산된 영수증을 내밀며 항의하고 있었다.

곤란해 하는 아이린에게 화가 난 손님이 잔뜩 따지려고 하는 그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직원이 착오가 있던 모양입니다. 결제는 취소 되었고 이건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로코코가 몰래 숨겨둿던 케이크를 내밀며 대신 사과했다. 아이린도 연신 사과를 하였고, 손님은 케이크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가셨다.


"죄송해요 점장님...저때문에..."


울상을 한 아이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아이린을 보니 나까지 마음이 아파왔다.


"맞아 너 때문이야"

"..정말 죄송해요...제가 배상을.."

"방금 네가 맡은 일은 카운터의 계산이였지? 아이린 너의 한달 카페 수당이 얼마인지 알아?"


질문을 받자 아이린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잠시 고민하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949208잼이요..?"

"한달에 1500잼이야 아이린. 그럼 나는 얼마를 받을까?"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야기에 아이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카운터 업무를 보지도 않고, 너희처럼 당직을 서지도 않아. 그런데도 나는 한달에 4500잼을 받아."

"추..축하드려요...?"

"내가 더 많이 받는 이유는 이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아이린. 나는 나의 일을 한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래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리는 아이린을 보니, 여전히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이럴 수는 없지? 내가 도와줄게. 아이린 너도 할수 있어"

"그치만...저는..."

"먼저 말 했듯이, 결국 이건 내 일이기도 했지만, 너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야. 다음부턴 이런일이 없어야해"

"정말 죄송해요..."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잊은건 아니지? 모두가 알파는 위험한 생명체라고 했을때, 네가 어떻게 그 아이를 지켜냈는지. 나는 기억하고 있어"


결국 로코코까지 설득해내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 일을 꺼내자, 아이린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




"방금 서빙, 몇잔 나갔어?"

"...세잔이요...?"

"맞았어! 거봐, 신경 쓰지 않던 커피잔수도 알잖아! 잘했어"


사실 두잔이었지만, 지금 아이린에게 가장 필요한건 자신감이었다.

그 시작은 숫자 자체에 대한 자신감부터 붙여줘야 했기에 사소한것부터 칭찬하기 시작했다.


"아이린, 1+2는 뭘까?"

"하나..둘...넷이요...?"

"거의 비슷했어!"


"아이린, 이것좀 1+2테이블에 가져다 줄래?"

"네!!그러니까...삼번...삼번...테이블.."

"맞아 아이린!!"


"아이린, 지금 몇시야?"

"여섯시....분침이 5와 6사이니까...49분이요!!"

"어제보다 정확해 아이린!"


그녀의 대답의 정확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떠한 대답이었어도 칭찬이 돌아오자 점점 그녀의 대답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자효과가 있었는지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커피머신에 원두 두봉지만 넣어줄래?"

"네!"


부탁을 하고 지켜보는데 아이린이 정확히 두봉지를 가지고 가서 채워 넣었다.


"잘했어, 거봐! 아이린도 할 수 있잖아?"


살며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밝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아이린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마감시간이 다 되었네, 아이린! 마감하자!"

"네~"


카페 마감을 한 후 정산시간이 되자 밝았던 아이린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종일 노력한것이 헛수고가 될 수는 없기에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아이린, 항상 다른사람에게 부탁할수는 없어. 내가 도와줄테니 같이 한번 해보자. 오늘 아이린도 할 수 있다는걸 알았잖아?"

"네....최선을 다해볼게요!"


"아이스커피...총....2937잔...한잔당 150 크리스탈이니까...10384729크리스탈..."


아이린이 아까까지의 자신감은 사라진 상태로 정산내용을 적어준 종이와 내 얼굴을 몰래 살핀다.


"거의 비슷했어 아이린. 한번만 더 해볼까?"


그녀가 계산을 하는 동안 조금씩 숫자를 고쳐주니, 30분만에 처음으로 그녀가 정답을 맞춰냈다.


"맞았어!!아이린! 정말 잘했어!!"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기쁨을 표하자 아이린이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렸다.


"흐아앙....정말...히끅... 감사...히끅!..해요.."


북받힌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린을 잠시 안아준 후 그날 정산은 평소보다 오래걸렸지만, 결국 아이린의 참여 하에 내가 계산해서 끝냈다.


"이거 5번 테이블에,2+5는?"

"네! 8이요!"

"아깝다, 거의 맞췄는데"


"로제커피 두잔!,3+1은?"

"네! 4요!"

"맞았어!"


문제를 내고 그녀가 정답을 맞출 때 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한지 벌써 이주가 지났다.

그동안 아이린은 한자릿수의 덧셈은 절반에 가까운 정답률을 자랑하게 되었다.


"아이린 이거 10번 테이블~"

"네!"


서빙을 마친 아이린이 나를 초롱초롱하게 쳐다본다. 재미를 충분히 붙인 듯 하니 이젠 스스로 해도 될텐데.


"알았어 알았어,9+5는?"

"음...14요!!"

"오! 이젠 정말 잘하는데?"

"헤헤..."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들이미는 아이린을 보니 너무 귀여워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바빠진 카페의 일을 놔둘 수도 없었기에 몇번 쓰다듬어주고 나서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에 아이린이 찾아와 눈을 빛내면 문제를 내 주었지만, 큰 신경을 쏟진 못했다.


"점장님, 점장님! 6+3은 뭘까요~"

"어?"


청소를 끝마치고 잠시 쉬고 있자 어느순간 다가온 아이린이 문제를 냈다. 정말 재미들린 모양이구나.


"9"

"맞아요! 잘 하셨어요 점장님~"


아이린이 까치발을 들고서 환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방금까지의 피곤함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정말 감사해요 점장님. 점장님 덕분에 수학이 이제 무섭지 않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어? 어...내가 뭘..."


그녀의 말과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내 업무가 바쁘다며 그녀에게 신경을 써 주지 못했는데 이런 감사를 받으니 마음이 아려온다.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더 빨리 처리하고 아이린을 봐 줘야겠네..'



그 날 이후, 바쁜 카페 업무중에서도 틈이 난다면 서로에게 문제를 내고 쓰다듬어주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이젠 슬슬 곱셈으로 넘어가야겠네'


아이린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린! 5*2는?"

"어?어...어...10이요!"


그녀가 내린 커피를 쟁반에 올리며 놀랍게도 정답을 말했다. 정말 눈부신 발전에 순간 너무 기뻣다. 부모의 마음이 이런걸까.


"팡팡"

"정말 잘 했어 아이린!! 아유~"

"히끅! 놀랐잖아요 점장님!!"


그녀의 엉덩이를 아이에게 하듯 두드리자 커피를 가져가던 아이린이 놀라서 눈을 잠깐 흘긴다.


"저 잘했죠? 이따 정산때 또 보여드릴게요! 달라진 아이린 화이트!"


그녀가 떠나가고 나서야 내 손을 쳐다볼 수 있었다. 

까먹고 있었다. 그녀는 다 자란 여자아이였다. 


"큰일...날뻔 했네.."


손에 머문 감촉을 머릿속에서 내쫒으려 고개를 흔들며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점장님도 이젠 저를 못 이기실걸요?!"

"에이, 그건 아니지 아이린. 한번 실수 한거 가지고"


정산을 하던 도중, 그녀가 숙이고 문제를 풀때, 낮의 일이 떠올라 정신이 팔려 계산을 실수해 아이린의 계산을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린의 계산이 맞았었고, 아이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실수도 실력이라구요~ 저는 이제 수학의 아이린이랍니다!내기하셔도 좋아요!"

"무슨 내기.."


그녀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니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것도 좋지 않지.


"그럼 아이린, 우리 시합할까?"

"좋아요! 그런데 무슨 시합이요?"

"간단해. 서로 문제를 내서 틀리면, 상대방이 지정한 옷을 벗는거야. 그렇게 먼저 포기한 사람이 지는거지"

"네??그게 무슨...점장님!!"

"왜? 자신 없어? 수학의 아이린이라면서?"

"당연히 자신 있죠!! 해요! 점장님 후회하지 마세요!!"


"그럼 나부터 시작한다 아이린, 10+43은?"

"네...?"


아이린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한다. 곧 눈가가 촉촉해진 아이린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치마를 벗어"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사라진 것을 보았으니 충분하다. 이 기세로 더 노력하면 금방 두자릿수 덧셈도 해낼테니.


"...뒤로 돌아 주세요..."

"응?"


당연히 포기할거라 생각했던 아이린이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했다.


"어서 뒤 돌아 주세요!!"

"어? 어..어!"


뒤로 돌아 있는데 사락, 하는 옷소리가 들린다.상상력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날개를 펼쳐간다.

그때, 내 눈이 커피머신의, 정확히는 커피머신에 비치는 무언가에 머물렀다. 머릿속이 커피머신으로 가득찼다.


"...다 됐어요! 이젠 제 차례에요! 4*19는!?"


그녀가 다리를 배배 꼬며 하얀 속옷을 하얀 다리로 가렸다. 늘씬하고, 빛이 나는 것 같은 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이는 그녀의 다리가 머릿속을 채운다.


"...그..글쎄..?"

"야호!! 점장님도 바지에요~ 정답은 74였답니다~"


신난 아이린의 표정이 보인다. 그녀의 다리와 속옷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상상력은 그 둘에서 멈추지 않았다. 머리가 가득 차서 틀린것일거다. 절대...아닐 것이다.


"점장님 차례에요~ 포기하실거면 지금 뿐이에요~"

"...잠시 뒤로 돌아줄래?"


이제 됐다는 말에 싱글벙글한 얼굴로 몸을 돌린 아이린이 갑작스레 얼굴을 붉힌다.

자기주장이 강한 내 친구를 발견한 모양이다. 수치스럽다. 그러나 내 친구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10+3은?"

"어...14요!!맞죠!?"

"...맞아"

"야호!!"


신이나서 폴짝폴짝 뛰는 그녀에게 다가가 분한척 그녀의 엉덩이를 조심스레 때렸다.


"에잇"

"꺄악! 노..놀랐잖아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고 눈을 흘겼다.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하얗던 그녀의 엉덩이가 내 손 모양으로 빨개졌다.

탄력있던 그 감촉이 손에서 머문다. 상상력이 점점 더 커져간다.


몇번이나 문제가 반복되었을까, 문제를 맞춘 아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보니 어느새 서로 속옷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아이린 포기하는게 어때?"

"절대요! 제가 점장님을 이겼다고 내일 카페의 모두에게 자랑할거에요!"


몇번인가 내 마지막 양심이 그녀의 옷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냈었던 동안 그녀의 자신감이 과도하게 오른 듯 했다.

이제 내 양심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본능이 문제를 외치고 있었다.


"그래..그럼 문제야. 69+74는?"

"어...?어...어......"


아이린이 자신의 몸을 부끄럽다는 듯이 가리던것도 잊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손가락을 쳐다본다.

저걸론 모자를텐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동안, 그녀가 몇번이고 반복하던 손가락 접기가 멈춘다.


"털썩"

"모르겠어요..."


바닥에 주저앉은 속옷차림의 그녀를 보고 본능이 외친다.   지금이니!

그러나 퇴근했던 양심이 그녀의 촉촉한 목소리에 돌아왔다.   아빠 아직 안잔다. 왤케 한남임


'난 아이린의 점장이야. 정신차리자'

"일어나 아이린, 네가 졌지?"

"흐윽...네..."


손을 건네자 아이린이 그 손을 잡을 생각도 못하고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든다.

눈이 반짝거리며 빛이 난다. 그녀의 반짝임이 얼굴을 타고 턱으로 모여, 바닥에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져야 했으나, 무엇인가가  그 반짝임이 바닥에 떨어지는것을 막아낸다.

하얀 복숭아빛의 무언가가 반짝임을 막아섰다. 반짝임이 그 무언가를 빛내며, 사이의 어두운곳으로 흘러간다.

이성이 말했다. 아빠가 퇴근시간이었네.


손을 잡은 아이린을 그대로 일으켜 품에 안았다.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 체온이 느껴지고, 그녀의 향기가 맡아지고,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으흑...저는 멀었나봐요..."


그녀의 말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린다. 술에 취한것처럼 어지럽다.내 입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정답을 알려줄까 아이린?"

"네..."


손이 멋대로 그녀의 얼굴과 허리로 향한다. 안겨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쳐다보자 그대로 입술이 겹쳐진다.

입술이 만나고, 열린다. 혀가 만나고 섞인다. 내 손이 허리를 타고 내려가자 그녀가 움찔거리는것이 느껴진다.

그녀의 손이 내 가슴을 짚는다. 주먹을 쥐고 미약하게 밀어내던 손이 어느순간 펴지고 내 어깨를 지나 등을 감싸안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고개가 움직이고 허리가 움직인다.

내 친구이자 원수가 천 너머로 뜨거운물기가 느껴진다고 외친다. 그녀의 움찔거림이 점점 격해진다.


"뭐부터 알려줄까..?"

"흐읏...저..점장님..."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끌어당기자 앗, 하는 신음이 들려온다. 그녀의 몸이 테이블 위로 올려진다.

둘사이에 하나가 비벼진다. 천이 아슬아슬하게 제 역할을 다 하지만, 곧 스러진다.


"69부터 알려줘야 겠네.."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 그대로 자세를 낮춰 그녀의 다리사이로 고개를 들이민다.


"하읏!!그..흐읏!!"


그녀의 탐스러운 허벅지에 입을 맞추고 핥으며 조금씩 안쪽으로 파고들어간다.

아이린이 내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잡고 떨기 시작한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대로 파고들어가자 계곡사이에서 개울이 점점 거세게 흐른다.

마치 키스를 하듯, 입을 맞추고, 그 안으로 혀가 들어간다. 아이린의 손에 힘이 들어오는게 느껴진다.


"하읏!!으읏...흣!!아!!아!!학!!"


그녀의 허리가 튕겨지며 이어지던 입맞춤이 끝나자 개울이 넘실거린다. 쓰러지듯 누운 아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태껏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던 내 친구가 잔뜩 화가 나서 아이린의 볼을 툭,툭 건드린다.

내 친구에 아이린이 입을 맞춘다. 잠시 후 세상에 드러나와있던 내 친구가 감춰진다. 잠시 외설적인 소리가 메아리 친다.


"흐윽...아이린...침대로...가서...으윽..."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를 옮길것을 요구하자 아이린이 내 친구를 입 밖으로 꺼낸다.

비틀거리며 겨우 침대로 온 아이린이 쓰러지고, 그 옆에 내가 눕는다.

서로의 소중한 곳에 입을 맞추고, 맛을 보기 시작한다. 제대로 발음되지 못하는 교성이 방에 울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입에는 내 체액이, 내 입에는 그녀의 체액이 남아 있었고, 둘 모두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그럼...다음 숫자네..?"

"하아..하아..다음...이요..?"


모든 기운을 다 소진한듯 그녀가 힘없이 묻는다. 흐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보니 더 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자 움찔거리며 팔과 다리로 내 몸을 안아온다.

이제야 서로를 마주한 자물쇠와 열쇠가 우리를 연결시켜달라 울부짖는다.


입을 맞춘채로 몇번 허리를 움직이며 비볐을까, 미끄러지듯 연결되자 움찔거리던 그녀가 허리를 활처럼 피며 나를 강하게 안아온다.


"흐읏,흣!!하앙!!앙!!!아앙!!!"


입을 맞추고 있는데도 울리던 교성이 입을 떼자 방안에 울려퍼진다.

한참동안 울리던 교성이 잠시 멎었다가, 곧 다시 울리기를 몇번이나 반복 했을까


빛이 창가로 들어오자, 침대에 알몸의 남녀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잠들어 있었다.



"점장님과 아이린, 둘다 휴가를 쓴다구요?"

"응..미안해, 어떻게 안될까..?"

"점장님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린은 오지도 않고 대리휴가신청을, 그것도 상관을 보내다니요...다음에 만나면 한 소리 해야겠네요"

"아, 아니야!! 오늘 아이린이 조금 아파서.."


ROSE에 출근해 휴가신청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 아이린이 여전히 쓰러진 채로 자고있다.

어제 일이 생각나 얼굴이 절로 붉어졌지만, 뭐라도 먹어야 했기에 아이린을 깨웠다.


"아이린...일어나..벌써 점심시간이 지났어. 죽이라도..."

"으..어...점장님...?"


그녀를 깨워 식탁에 앉힌 후 죽을 먹는동안 둘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색한 정적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휴가신청 했어. 일주일동안 휴가야 아이린.."

'정말 미안해..'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죽을 다 먹은 아이린이 말했다.


"그..점장님...혹시 어제 제가 술 마셨나요...? 기억이..."

"어?"

'차라리 잘 된건가... 아이린도 기억을 한다면 불편해할테니'

"응..뭐 그런 셈이지. 다 먹으면 푹 쉬어"


설거지를 한 후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눕자 어제의 일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언제 다 치우냐...에휴..."


"똑똑"


아이린이 방 문을 노크하더니 들어왔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시 나가서 문뒤로 숨어서 고개만 빼꼼 내민다.

그 허술한 귀여움에 웃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들어와, 뭐 필요한거라도 있어?"

"그게요...아직 잘 모르겠어서.."


그녀가 등 뒤로 무언가 숨긴채 다가왔다. 아마 수학 교재겠지.. 혼자서도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보자,뭔데? 최대한 쉽게 설명해볼..."


그녀가 꺼낸 종이를 보자, 69+74=?? 라고 적혀있었다. 당황한 내가 아이린의 얼굴을 보자 얼굴을 붉힌 아이린이 말했다.


"아직...잘 모르겠는데...알려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