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정말 최악이야...'


유독 남들보다 생리통이 심한 로코코


맘같아선 오늘 하루쯤 쉬고싶었지만, 최근 점남충의 업무보조 역할을 맡게되어 쉬게되면 큰 차질이 생길거라 생각해


애써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추스리며 출근을 했어


가게의 쇼윈도우 너머로 게임기를 보며 장난을 치고있는 이코스와 점남충이 보였어


둘이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약간 배알이 꼴리는 로코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가게의 문을 열었어


"앗, 보스가 온거에요."


"코코, 좋은 아침이야."


로코코가 점내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하는 점남충과 이코스


로코코는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어?'


가게 오픈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걸 발견했어


윈래대로라면 지금쯤 깔끔하게 점내가 정리정돈이 돼있어야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더러 있는거지


"잠깐, 점장. 이제 곧 오픈인데 너무 준비가 안된거 아니야?"


"아니 코코, 이건 이코스가..."


"변명하지말고! 지금 자신의 위치에대해 제대로 자각하고있는거야?


지금 지휘관은 점장이지만, 어디까지나 내 부하직원이란걸 명심해."


배가 욱씬거려서 그런걸까, 아니면 둘의 사이가 좋아보여서 그랬을까, 평소같았으면 이쯤에서 끝내고 함께 정리를 했을텐데 로코코는 멈추지못했어


"어쩜 이리도 바보같은거야? 벌써 내가 점장의 업무보조를 한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전혀 발전하질 않았잖아?


이런 사소한거 하나하나가 가게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거야.


만약 전월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면 차액만큼 월급에서 차감할거니까 알아서해."


"미안해 코코... 다음부턴 잘할게."


점남충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어


로코코는 풀 죽은 상태로 오픈준비를 하는 점장을 보고 이건 내가 너무 심했나? 싶었지만 


곧 자신의 업무보조가 끝나기때문에 제대로 해두고싶기도 했고, 점남충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 합리화를 했어


로코코의 충고를 가장한 갈굼은 오늘 내내 지속되었어


"점장, 이건 뭐야? 내가 서류를 정리할 때는 항목과 날짜별로 제대로 해놔야한다고 했잖아!"


"미안해 코코, 다시 정리해서 둘게."


...


"점장! 저번 작전에 관한 보고서는 아직 멀은거야? 제출기한이 얼마 안남았어!"


"거의 다 써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


"점장, 지금 기안한 문서 빠르게 보고 승인 해줘! 급한 일이야!"


"잠깐만, 지금 하던 것만 마저 하고..."


"뭐? 지금 뭐가 먼전지도 모르는 거야? 급한일이라니까?"


"미안... 지금 바로 볼게!"


...


"점장! 내가 말했잖아! 초코아이스크림은 이 민트랑 섞어야 맛있다니까?"


"미안, 그건 좀..."


로코코의 갈굼이 지속될 수록 점점 점남충은 지쳐만갔어


그래도 버티고 버틴 끝에 이번 작전서의 제출만 끝나면 하루 일과가 끝나니까 이것만 버티자 싶었지


"점장, 그거 줘봐. 내가 검토한 후에 올려도 될지안될지 알려줄게."


로코코에게 서류를 건넨 후 조미조마한 눈으로 눈치를 보는 점남충


로코코는 서류를 받아보곤 고개를 까딱거리다가 이내 곧 그 움직임을 멈췄어


눈썹을 찌푸리며 점장을 째려보는 로코코


"점장, 이번 작전에 대한 정보를 검토해보긴 한거야?"


"정찰드론으로 파악한 지역의 현 상황이 전혀 반영되어있질 않잖아!"


"아, 그건 미처 내가..."


"정말이지 어쩜 이리도 멍청한거야? 자칫하면 크나큰 피해를 입을뻔했잖아!"


"간단한 작전이니까 그정도는..."


"왜 자꾸 변명만 하는 거야? 일을 제대로 할 마음이 있는거 맞아?"


로코코는 서류뭉치를 점장에게 던졌어


던져진 서류뭉치를 머리에 맞은 점남충


부들거리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얼굴을 떨어뜨려 뭔갈 웅얼거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심해진 생리통으로 인해 미처 남을 살필 여유가 없던 로코코는 일방적으로 말을 하곤 떠날 채비를 했어


"이런 쓰레기같은 작전서 말고, 제대로 된 걸 만들어서 내 메일로 보내놔. 나중에 확인할 테니까"


"..."


"정말이지, 이렇게 돼먹지 못한 점장이 어째서 우리 부대의 지휘관인걸까? 난 갈테니까, 혼자서 잘해봐."


"..."


흐느적거리며 다시 의자에 앉는 점남충을 보며 로코코는 숙소로 향했어


저녁을 먹고나서 씻고 메일을 확인해보니 로코코의 지적사항을 제대로 반영한 작전서가 보내져있었지


로코코는 점장에게 수고했다고 한 후 내일 보잔 말을 남기고 휴대폰을 끈 로코코


불현듯 어제 유독 힘이 별로 없던 점남충의 모습이 생각나


점남충을 위한 작은 선물을 사기위해 밖을 나섰어


'그래도 그 바보가 우리를 위해 힘쓰고있으니까...'


각종 영양제와 달달한 초콜릿을 산 로코코, 귀가한 후 작은 상자에 담아 예쁘게 포장했어


잠자리에 들며 로코코는 내일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점남충을 상상했어


항상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주던 점남충에게 감사함과 연모의 감정을 느끼는 로코코


점남충을 생각하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지


이튿날, 로코코는 상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어


어제 그렇게 괴롭히던 생리통은 온데간데없고, 평소보다 맑은 머리로 자리를 일어난 로코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준비하기엔 딱이라며 평소보다 더 공들여서 꾸민 후 숙소를 나섰어


오늘은 휴일이었기에 로코코는 가게 말고 바로 점장의 숙소로 향했지


'점장에게 빨리 선물을 전하고싶다, 선물의 댓가로 같이 놀러가자고 말해야지~'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점남충의 방문 앞에 선 로코코


들어가기 전 다시한번 얼굴 화장과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점남충의 문고리를 힘차게 잡고 열었어


"점장~! 나왔어, 오늘은 뭘..."


로코코의 선물상자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어


방에 들어선 로코코의 눈에 띈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점남충이었어


안색이 파리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있었고 입술과 입은 검게 변색되어있었어


혀는 입에서 길게 나와 축 늘여져있었고 대소변이 저절로 새어나와 몸과 바닥을 더럽혔어


스스로 죽기 전에 저항했던 것일까, 점남충의 목은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져있었고


힘없이 떨어진 왼손과 오른손의 손톱이 더러 뽑혀있었어


"웁... 구웨웨엑..."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버티지못하고 속을 게워내는 로코코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계속해서 구역질이 났어


"ㅈ...점장... 아니지? 아니지?"


자신이 토사물에 닿는것도 모른채 로코코는 떨리는 팔을 옮겨 사체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어


"저...점장.. 말을 해봐... 점장... 점장..."


점남충의 시체까지 기어간 로코코는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켜 점남충의 다리를 안았어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장난 그만치고...응?"


점남충의 몸에서 나온 오물들이 로코코를 더렵혔지만 로코코는 아랑곳하지않았어


"제발...돌아와... 돌아와주세요... 미안해요... 제발요..."


...


"이...이건..."


점심즈음, 같이 식사를 하기위해 올라온 그루니에의 눈에 보인것은


죽은 눈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차갑게 굳은, 마치 나무토막같은 점남충의 다리를 부여잡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로코코의 모습이었어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