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지시인사이도(指示引四夷島)의 쌍(双)나라가 있었는데,

이 쌍나라는 태초에는 조용하고 한적함이 그지없는 나라였으나 순식간에 세력을 키워 주변 국들을 호령하였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하였는데, 관직에 욕심이 없는 선비들이 모의일보(募義一步)를 갈고닦는, 변방 고을에 불과했던 곳이 순식간에 나라로 발전하니 나라를 다스릴 관리가 없었을터.

그러니 자연스레 이주해온 오랑캐들이 관리를 하게되고, 쌍이 몰락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것이라.


쌍은 내란으로 인해 망국의 길로 들어서나 했으나,

남은 몇몇 관리들은 쌍의 왕과 함께 수도를 아카(阿㻔)로 이전하게 되고 아카의 성왕이 이를 반가워하며 이남땅 30만평을 쌍에게 하사하였다.

내란으로 인해 내상을 심히 입은 쌍이었으나 함께 이주해온 관리들을 모두 개국공신으로 임명하고 이를 골붕(骨鵬)이라 부르며 이들과 함께 다시 나라를 재건하게 되었다.


하지만, 쌍은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는데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관직을 백성에게 하사하여도 받는이가 아무도 없었던것이다.

쇠퇴해버린 쌍을 버리고 원(原)으로 가버리려 하는 백성도 많았고, 벽(碧)과 명(明)으로 이주하려는 백성들 또한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이유는 파탁(把度)이라 불리우는 관직은 심히 주변 백성들로부터 입에 오르내리우는 관직이었던 것이라.


백날 모의일보만을 생각하는 골붕이들은 이런 관직을 여의치 않았고,

혹여나 잘못이 일어날시 내란으로부터 관리들의 폐착을 봐온 날선백성들의 눈쌀과 비난에 못이겨 고달프게 걸파(朅罷)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쌍의 왕인 주탁(主度)은 한 가지 계락을 생각해내었는데,

이는 작은 공을 세운 백성이나 고을에서 몰래 관리를 하는 백성들을 잡아다가 파탁에 임명하는 것이었다.

명확한 명분이 있었으니 파탁으로 임명받는자는 마다할 여지가 없었으며, 백성들 또한 새 파탁 선발을 매우 재밌게 구경하니 이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계략이었으랴.


파탁으로 임명받은자 중에서 자신이
비칙(祕飾)이고, 루리액(陋理頟)출신의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나 백성과 주탁은 그저 웃어넘기며 파탁이 된자에게 박수쳐주는데 여념이 없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