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프: 정말이지, 몇 번을 말 해야 당신들에게 승산이 없다는걸 깨달을까요?


가프: 인과율에서 벗어나면 냉정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건가요?


머지않아 대치하게 될 마신에 대해, 나는 무수한 위험성, 꺼림칙함, 공포를 추측했다.


이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니, 예상외였다.


문: 점장, 조심해.


문: 엄청 안 좋은 느낌…


지무카: 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지무카: 분명 외견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마신이에요. 저것에 속지 않도록 해 주세요!


무카와 똑 같은 얼굴을 가진 마신에게도 우리의 대화는 들렸을테지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온갖 종류의 공격을 퍼부어도 유유히 피해버렸다. 내가 상대의 입장이었다면, 조금 더 의기양양해졌을테지.


아니, 피한 것이 아니다


느긋하게 마당을 걸어다니는 듯 했지만, 동작은 정확했다. 전투중의 움직임을 밀리초 단위로 계산하고 있는 것 같이.


가프: 마신이 자신의 모습을 버리는 일 따위, 있을 수 없어요.


가프: 명예를 포기하는 것은, 죽음보다 가혹한 것이에요.


가프: 보라색 머리, 그렇지요?


문: ……


가프: 조금 생각해 보죠. 조금전 당신의 리드미컬하고 규칙적인 움직임…


가프: 계승한 이름은, 나베리우스? 크로셀? 아니면… 안데시아?


문: 당신의 이름을 여쭈어 봐도?


문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고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건, 처음 보았다.


가프: 가프. 그렇게 불러주세요……


문: 그런!!


문: 그 이름, 그 이름은… 사라진 마신…


가프: …헤에?


가프: 당신의 시공에선, 모두 저를 그렇게 형용하고 있던 것이군요?


꺼림찍한 마신은 일순간 수줍어했지만, 억지로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왔다.


마치 무카가 항상 하는 것 처럼.


무카: 사라진 마신, 그게 무슨 뜻인가요…?


문: 가프는 이면세계에선 전설적인 존재야.


문: 그녀에겐 계승자가 없으니까, 그 정체는 어둠 속에 있지.


문: 동시에, 뫼비우스의 문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들은 그녀의 그림자를 봤어.


문: 그녀는 현세에도, 허공에도 존재하지 않는거야.


문: 그녀는 흑성과 함께 있어.


무카: 한 번 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부탁드려요!


가프: 그렇군요. 아까 당신들의 통신장비를 조사해 봤는데, 아무래도 전자파와 이진법의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 같더군요.


가프: 과연, 그렇네요. 당신들의 시공좌표를 특정했습니다.


가프: 당신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하면, 저는 시계상의 존재에요.


가프: 외계에서 저는 이미 죽어있지만, 허공에서 보면, 엔트로피가 아직 불안정해, 열죽음은 하지 않죠


가프: 이 열죽음이란 말이 애초에 부정확하죠. 이건 당신들이 이해 가능한 말에 근사시킨 것이에요.


점남: 우리는 물리학 강의를 들으로 온 게 아니야.


가프: 총을 내리세요…. 으음, 당신들의 손에 있는 물건은 총이라고 부르는 물건 맞죠?


가프: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점남: 네가 마신이든 뭐든 상관없어. 적의가 없다면, 길을 비켜줘.


가프: …………


수수께기의 마신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그 맑은 두 눈동자는, 마치 시간을 꿰뚫어보고 있는듯 하다.


그리고 웃었다.


마치 무카가 항상 하는 것 처럼.


가프: 아아, 정말 당신이었나요.


가프: 또 만났네요.


문: 엣..?


무카: 점장님, 당신은…


점남: 나, 나는 그녀를 몰라!


가프: 이러는 사이에, 그쪽의 전열은 가다듬어졌겠죠.


가프: 응… 조금 스케쥴을 확인해 볼까요.



가프: 10시, 포격부대의 일제사격으로 전장을 분단, 공격부대 1조는 드론 배치를 원호.



가프: 1초 후, 공격부대 2조가 3방면으로부터 목표의 바로 아래를 공격.


가프: 작전중, 전자전 부대는 원력파동을 포함한 전 주파수대역을 고강도로 재밍



점남: …


이 마신, 내가 방금 몰래 배치한 전술을 바로 알아 맞추고 있다.


저 침착한 어조는, 마치 자신이 세운 스케쥴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마치 무카가 항상 하는 것 처럼.


…스케쥴?


가프: 아, 그 다음을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이번 공격을 취소했군요.


점남: 그래. 방금 지시했어.


가프: 네, 기억하고 있어요. 스케쥴에도 분명히 그렇게 써 있어요.


무카: 점장님!


점남: 진정해 무카. 너도 눈치챘잖아?


점남: 그녀가 말 한대로, 우리는 이미 인과율에서 벗어나있어.


점남: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녀의 스케쥴 안에 있어.


점남: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일거수일투족의 확률이.


나는 약점을 보여주지 않으려 꺼림칙한 마신에게서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추측을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양 손을 잡고, 들은 적이 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리비리 씹새들 스토리 안 넣어줄 것 같아서 일붕이의 유산 가지고 번역함.


사실 저 스샷 안에 대패질해서 직접 적으려 했는데 너무 귀찮더라 누가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