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괜찮아, 크레이그?"


기사와 크레이그는 현재 광장에 앉아 있었다.

크레이그가 한숨을 내뱉고 기사는 거기에 맞추어 위로해주었다.


기사는 난감했다, 크레이그의 행동은 좋고 나쁨을 떠나는 문제였다.

크레이그가 13살이나 차이가 나는 에일리를 여성으로 보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로 정상인의 사고방식이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어떤 나라에 한해서는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될 나이차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에일리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다, 기사 자신도 그녀가 크레이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고 조금전 서큐버스 사태에서 확신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그가 밉고도 답답해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크레이그 자신도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사는 그저 옆에 있어주었다.

그렇게 있던 중 엘비라가 다가왔다.


"어이 기사하고 한심한 동정"


엘비라가 이렇게 말했다.

후에 한심한 동정은 분명 크레이그를 가리킨 말이었다.


"........."

"어이 엘비라....."


크레이그는 아무 말 없이 있었고 기사는 말리려고 하지만 엘비라는 거침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줘도 못 먹는 고자"

"........"

"할 베짱도 없는 겁쟁이."

"........."

"여자 맘도 모르는 멍청한 새끼."

"........."

"거시기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


계속 입을 다무는 크레이그에게 질렸다는 듯이 할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

[서큐버스 카페에서 유즈가 찾는다]라는 말만 남기고 말이다.


엘비라가 사라지고 크레이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저 힘없이 걸어가는 그를 보며 기사는 말없이 따라갔다.

한참을 걷고 도착한 서큐버스 카페에 들어가니 유즈가 반겨주었다.


"파트너, 크레이그 잘 와주었어."


"그래, 유즈 무슨 일이야?"

"응, 사실 카페에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는데 맛을 보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래서 맛보아줄 인원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러니 좀 도와주겠어?"


유즈의 부탁에 기사와 크레이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즈는 그 모습에 웃으며 안쪽을 가리켰다.


"저 안쪽 끝방에 샘플들을 놓아두었어, 그리고 또 하나 있는데 그건 곧 갖다줄거야."


"알았어."

"........"


기사와 크레이그는 유즈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가 한 방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주 약간의 양이 들어간 음료들이 각각 두개씩 놓여져 있었다.


기사와 크레이그는 안으로 들어가 그 음료들을 마셨다.


하나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술에 하나는 목구멍이 불타는 것 같이 화끈한 술도 있었다.

그런 술들을 먹다보니 조금이지만 취해버렸다.


"그나저나 크레이그 아까전부터 아무 말 않고 있는데 뭐라고 말좀 해봐."

"무슨 말이 필요한데?"

"아 이제야 말하네, 에일리에 대한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나도 몰라."


술이 들어가서인지 조금 말하는 것이 부드러워졌지만 크레이그는 그저 말없이 샘플로 든 술들을 마셨고 이내 샘플들을 다 마셨고 거기에 맞추어 유즈가 들어왔다.


"아 파트너, 마지막으로 나오는 샘플 말인데 조금 무거워서 말이야, 조금 도와줄래?"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크레이그는 그저 말 없이 있었다.

그렇게 있었을까,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크레이그는 그쪽을 보았고 깜짝 놀랐다.

"에일리?"


에일리가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바니걸 모습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

"우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 거야?"


기사가 질렸다는 식으로 말하자 엘비라와 유즈는 호언장담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저런 고자 새끼한테는 이게 약이야."

"뭐, 그녀가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겸해서 말이지."


기사는 그녀들의 말에 한숨을 쉬고는 안에 크레이그가 잘 대처해주기를 바랬다.

------------------------------------------------------------------------------

"그랬단 말이지."

"응, 아저씨."


크레이그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꼴을 하고 나타난 것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 화를 내고 싶어도 상황에 맞추어서 나갈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서서히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에일리, 네가 날 좋아한다고?"


크레이그는 그저 말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아무리 여성과 사귄 적이 없는 동정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녀의 각오, 그녀의 용기가 무엇인지 잘 알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응, 꽤 됐어."

"그러냐."


허나 도망치기 이전에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크레이그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용암슬라임 상대하는 법이라든지, 던전 함정 파훼법이라든지, 하다못해 대악마 뱃살 베어내는 요령 같은 것은 알아도 이런 상황속에서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전혀 몰랐다.


"저기 아저씨, 나 어때?"


에일리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말하며 샘플로 가져온 술을 앞에 놓아두었다.


크레이그는 그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서큐버스와는 달리 풋풋한 느낌을 가지면서 그와 반대로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혹적인 바니걸의 모습에 그녀가 매혹적인 여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너무 매력적이야."

"그래?"


에일리는 그 말을 듣고 약간 기쁜 모습을 보였다.

크레이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는 너무 매력적이야."

"응?"


크레이그는 장난이라고 할 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에일리 넌 나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여자아이야."


크레이그의 말에 에일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크레이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알다시피 나하고 에일리의 나이 차이는 13살이야, 어느 나라에서는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지, 게다가 이후 인베이더와 싸움에서 나와 함께 있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어, 그러니 에일리 나 같은 건......."


잊어버려 라고 말하려는 순간 에일리는 벌떡 일어났고 그를 향해 바라보았다.


"이유가 그거야?"

"에일리?"

"이유가 그거냐고?"


크레이그는 에일리가 행복해지기를 원했다.

자신은 챔피언으로서 싸워나가야 한다, 거기에 에일리를 말려들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일리를 바라보자 자신은 이내 할말을 잃었다.



에일리가 울고 있었다.

모험자들에게 돌에 맞아도 울지 않던 그녀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에일리."

"아저씨는 얼마나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건데?"

"......"

"내가 이런 창녀 같은 모습까지 하면서 아저씨에게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라고 생각한 거야? 나도 알아, 아저씨가 챔피언이란 거, 저 망할 놈들하고 죽을 작정으로 싸워야 한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단 말이야!"


에일리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고 크레이그는 그저 멍하니 듣고 있었다.


"정말, 아저씨 너무하다고 얼마나 날......."


에일리는 눈물을 흘리다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이내 그걸 마셨다.


"에일리!"


크레이그는 그것을 빼앗았지만 이내 내용물은 비어 있었다.

에일리는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유즈에게 말했다.


"유즈 미안한데, 아는 인큐버스 좀 불러와줄래?"

"에....에일리?"

"나 발정제 먹었거든,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적당한 인큐버스 불러와."


그 말에 크레이그는 앞으로 와 그녀를 잡아 앞을 보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발정제를 먹어서인지 얼굴이 빨갛게 변했고 그 사이에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에일리 너 미쳤어, 네 몸을 아끼라고 말한 건데....."

"아저씨 무슨 상관이야! 내 몸을 내가 뭘 하든 이제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냐고!"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는 것 좀 그만해!"

"누가 어린애야? 나 22살이야, 어린애 아니라고!"


크레이그와 에일리가 말다툼하는 모습에 기사와 유즈는 할말을 잃었고 엘비라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왜? 이제 와서 아까운......"


에일리가 이렇게 말하자 갑자기 자리에 쓰러졌다.


"에일리!"


갑자기 쓰러지자 에일리가 그녀를 받아주었고 에일리는 호흡이 안 좋았다.

엘비라와 유즈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에일리 정신차려! 왜 이러는 거지?"

"어이, 크레이그 방금 전에 얘 발정제 먹었다고 했는데 뭔지 알아?"

"아, 이걸 먹었어."


크레이그는 에일리가 먹은 발정제가 든 병을 내밀었다.

엘비라는 그 병을 보더니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미친......이걸 먹었다고?"

"뭔지 알아?"

"당연히 알지, 이거 몬스터 발정제라고!"

"하아?"


기사는 깜짝 놀라 그렇게 반응하지만 엘비라는 그저 말을 계속했다.


"특수한 경우에 해당해서 몬스터를 늘릴 때 쓰는 특수 발정제야, 상당히 위험해서 취급주의인데 이걸 먹었다고?"

"막고 싶었지만......"

"젠장, 어이 유즈, 서큐버스들은 발정제에 대한 해독제 가지고 있지?"

"어, 분명 선생님이 주로 가지고 있을거야."

"빨리 불러와, 그리고 기사 너는 차가운 물하고 수건을 가지고 와."


기사와 유즈는 밖으로 뛰어나갔고 거기에는 엘비라는 크레이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너는 여기 남아서 에일리를 돌보아.'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고 유즈가 서큐버스 선생을 데리고 오고 기사는 차가운물과 수건을 엘비라는 포션을 준비해두었다.


"정말이지 어디서 그런 위험천만한 걸......"

"선생님 어떻게 해야하지요?"

"해독제를 놓으면 되지만 그래도 남자가 관계를 맺어주어야 돼."

"그럼 인큐버스에게 연락할까요?"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살려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서큐버스 선생은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안을 보더니 '어머'라고 말했다.


"선생님?"

"......유즈 인큐버스는 필요 없겠어."

"네?"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밖으로 나오더니 기사와 유즈를 잡고는 끌었다.


"선생님?"

"해독제는 놓아두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니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둘을 끌고 나갔고 엘비라는 포션을 챙기고는 이내 안쪽 방으로 보며 말했다.


"이제야 하냐? 미친 놈."


그렇게 말하며 근처에 있던 술을 퍼 마셨다.

그 술은 조금 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