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록되지 않은 세계 .1 - 가디언 테일즈 채널 (arca.live)




"...."

".........."

".................."

아무도 말이 없는, 정말 급속도로 차가워진 분위기였으나 이를 느끼는 건 기사뿐이었다.

'왜 아무 말 없으시지.. 무슨 생각 하시는걸까?'

의아해하면서도 그저 공주의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기사이기에 평소처럼 헤실거리며 공주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공주에게 이 순간은 꿈에서나 그리던 기사와의 재회였기에 공주는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 다른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렇게나 미워하고 원망했는데....'

'.....바보같아.'

공주는 뒤를 돌아봤다.

"!!"
'헤헤, 공주님이다.'
공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자 기사는 더욱 헤실거렸다.

자신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 근심도, 걱정도 없어보여 공주는 굉장한 분함을 느꼈다.

'얘는 뭐가 그렇게 좋은거야? .....귀엽게 헤실거리기나 하고,'

공주는 웃어주지 않고 다시 앞을 보았다.

"기사."

"... ! 아, 네! 공주님?"

"너와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몸짓을 하며 말할지까지 정해놓고말야.

.........

수백, 수천번을 되뇌였어.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기지에 도착하면 병사들에게 너의 방을 준비하라고 말해둘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만나자."

공주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기사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알겠습니다, 공주님."






이후 둘은 아무 대화 없이 기지에 도착했고,

"생각이 정리되면 내 방으로 와."

'!!'

기사가 흠칫하고는 대답했다.

"네, 공주님."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생각에 잠길 차례였으나...

'....암흑 마법사와 만나서 이곳에 워프당하기 전에 꼬마 공주님이랑 전화했는데..'

'생각을 정리하라 하셔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도 똑바로 모르는걸요! 죄송합니다 공주님!'

기사는 생각할 거리가 많지 않았다..

'미래의 공주님은 저런 모습이시구나.. 그 귀엽고 천진난만했던 눈에서 지금은 슬픔과 외로움밖에 느껴지지 않아..'

기사는 잠시 보았던 성장한 공주의 얼굴을 떠올렸다.

'공주님 곁에 있어드리고 싶은데.. 왜인지 나를 꺼리시는 것 같기도 하고.. '

공주의 암울한 눈과 자신에게 미소 지어주지 않았던 얼굴을 떠올리니, 그 아름다운 모습에 설레면서도 가슴이 아파왔다.

'공주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걸까?'

'...생각이 정리되면 오라고 하셨으니..'

'당장 가자!'

기사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병사들에게 공주의 방을 물었다.



기사는 병사들의 안내를 따라 공주의 방에 도착했다.


-가디언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의 방-


'공주님께서 내 뒤를...'

공주의 방 위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자 기사는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공주님. 공주님께서...."
 
쾅!!!!!

기사가 입밖으로 말을 꺼내자마자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와."
"!?!^(!%%!$!)*!%)&%!

후아...... 깜짝 놀랐잖아요 공주님!!"

기사가 사소하게 항의하며 공주님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그곳엔 묘비들이 있었다.

"...."

"네가 없던동안 죽어간 동료들이야.

자주 오지 못해서 미안해."

기사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조의를 표했다. (X를 누르진 않았다.)

"그리고.."

묘지의 한가운데에 묘비가 하나 있었다.

그건

-어딘가 그녀가 살아있으리라 믿으며-

기사의 묘비였다.


"이건 네 무덤이었는데, 필요없게 돼버렸네."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공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나지막히 내뱉었다.

"......네?"

기사는 진심을 담은, 차가운 수천개의 가시가 온몸을 찌르는 감각을 느꼈다. 거짓 한 점 없는 목소리였기에 기사는 더더욱 혼란스러워하며 반문했다.

"네가 우리를 배신하고 도망쳤던 10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해? 네가 있었으면 이겼을 전투들이 몇이고 네가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 동료들이 몇인줄 알아?"

".............."

"모두를 구하겠다는 약속은 잊은거야? ....언제까지나 내 곁을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거짓말이었던거야..?"

분노로 가득 차있던 공주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서글퍼졌다.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럼 어디갔던거야?! 나를, 우리를 내버려두고?! 내가... 널 기다리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넌 상상도 못할거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공주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기사에게 변명할 기회를 줬다.

"전... 공주님과 통화하고 나서 저희 왕국을 멸망시킨 암흑 마법사를 만났어요."

"....?"

"그와 싸우려고 하는 찰나에 그가 포탈을 열어 저를 어딘가로 보내버렸어요.
... 바로 여기로요."

공주는 터무니없는 소리에 황당해했다.

"그러니까.. 암흑 마법사가 널 10년 후 미래인 여기로 날려버렸단거야?"

"...네."

"솔직히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네 말이니 믿을게.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할거야?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래? 아니면 우리와 함께 싸울래?"

내심 긴장했던 공주는 차분한 척을 하며 물어봤지만 기사는 즉시 대답했다.

"제가 있을 곳은 공주님의 옆뿐입니다."

"...그 말 진심이겠지?"

"진심입니다."
기사가 장난기 없는 말투로 말했다.

타오르던 원망의 불꽃이 사그라들자 재회의 기쁨으로 가득찬 잿더미만이 남았다.

"그럼 부탁할게.,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아줘.
...여러 힘든 일이 있었지만 네가 없어지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어. 한 번 더 너를 잃는 경험을 한다면.....
아마 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거야.."

공주의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기사는 공주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

공주는 본인의 말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사가 자신의 곁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지금의 상황은 기사가 1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분명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지금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있었다.

그리고 과거에도 공주인 자신이 있다는 것, 즉 기사가 자신을 두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공주는 나중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그리웠던 기사를 제대로 마주한 이 순간, 그녀는 어느때보다도 행복했다.


공주는 그대로 기사에게 안겼다.
둘 다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으로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 기사..."

공주는 울음을 꾹 참고선 기사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기사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간 울어버릴것만 같았고, 사실 무엇보다 다른 감정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충동적으로 기사를 안으려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서, 공주는 자신의 마음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너무 게을렀는지 무려 4성 리베라를 주는 형벌을 받아버렸습니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