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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마왓슨울지 마구라.


빛이란 없다.

어둠 속에서 흐르는 해류조차 그녀의 분위기에 침묵을 지킨다.

심해깊고 외로운 바다.

그곳의 유일한 생명체이자살아남은 마지막 아틀란티스의 후예가 눈을 감고 있었다.

작은 머리를 기다란 트라이던트에 기댄 그녀의 표정이 변화한다.

 

-구라… !

-제발… 정신 차려……!!

-크윽!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선명하게 튀어 오르는 핏줄기.

햇빛처럼 밝은 금발을 더럽히는 건 피처럼 붉은 본인의 손이었다.

 

미안미안해… 왓슨.”

 

구라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괴로워하는 친구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의 손톱은 본인의 팔뚝을 깊게 파고들었다.

 

… 내 잘못이야.”

 

구라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심연에서 더 깊게더 깊게 가라앉았다.

 

* * *

 

구라의 잘못이 아니야.”

 

병실에 누운 왓슨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말이었다.

아멜리아 왓슨.

지구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존재를 찾아 조사하는관련 업계 1등 명탐정의 말에 친구들이 되물었다.

 

왓슨어떻게 된 거야?”

 

타카나시 키아라따스한 주홍빛 머리카락을 지닌몸도 마음도 굉장히 따뜻한 여인이다.

그녀의 진짜 정체는 불사조Phoenix.

죽어도 잿더미에서 부활할 수 있는 불멸의 존재였다.

 

가우르가 깨어났었어.”

 

왓슨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그녀에게 당한 상처가 쓰라렸다.

불사조의 깃털로도 완전 회복이 되지 않다니.

역시 대단하다며왓슨은 농담을 내뱉었다.

 

.”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침대 옆에서 조용히 사과를 토끼 모양으로 깎던 니노마에 이나니스가 포크를 건넸다.

 

그럼 그 가우르한테서 살아남은 거야아메잘 토끼었나 보네?”

.”

 

왓슨은 이나의 농담에 내상을 입은 것처럼 표정을 찡그렸다.

사과 토끼의 대가리를 으적거리며왓슨이 말했다.

 

잘 토끼긴 했지내가 그거 하나는 잘하잖아.”

그래시간여행도 하고 다니는 너니까.”

 

분홍색 머리카락을 찰랑대며 모자를 고쳐 쓴 모리 칼리오페가 인상을 찌푸렸다.

 

왓슨너 정말로 위험했던 것 알아?”

얼마나?”

인간들 기술로는 살려내지 못했을 만큼.”

.”

내가 잠깐의 유예를 벌지 못했다면내가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너는 죽었을 거야.”

 

칼리는 죽음의 사신이다.

정확하게는 지구 인간들의 죽음을 수확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역할과는 다르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스하고 여린 여자였다.

지금도 봐라.

평범한 인간인 왓슨이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본인이 죄책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왓슨은 사과를 찍어 칼리에게 건넸다.

 

칼리괜찮아그게 네 역할이잖아그리고 난 죽지 않았어네가 나를 살려줬어.”

네 죽음은 지금이 아니니까예정되지 않은 죽음은 지하 세계에 혼란만 초래하거든.”

알고 있어그러니까 부탁이야 칼리웃어고개를 들어그리고.”

 

칼리의 손에 포크와 사과를 건넨 왓슨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나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네가 웃는 모습으로 찾아와 줬으면 좋겠어마지막에는 모두가 즐거워하는 걸 보고 싶어.”

그래.”

약속이다칼리알겠지?”

알겠다니까.”

안 그러면 유령이 되어서 네 음악이랑 영상에 싫어요랑 악플을 달고 다닐 거야!”

진짜왓슨알겠다고!!”

 

칼리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자 병실 안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다들 웃자 뻘쭘해진 칼리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탓에 포크에 꽂힌 사과가 빠져나왔다.

 

수우욱-

 

보라색의 촉수가 떨어지는 사과를 공중에서 낚아챘다.

 

그래서 아메.”

 

니노마에 이나니스고대신을 모시는 사제.

분명 평범한 인간이지만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소녀였다.

이나는 촉수가 집어온 사과를 먹으며 왓슨에게 물었다.

 

자세히 이야기해 봐.”

 

네 사람은 동시에 침묵했다.

어색한 정적이었다.

그들이 모일 때는 항상 다섯이었는데한 사람이 빠졌으니까.

가우르 구라.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던 마지막 친구.

오늘따라 유독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 * *

 

며칠 전.

 

왓슨!!”

구라뭐해?”

악마 잡는 게임근데 컨트롤이 너무 어려워!”

 

구라의 상어 꼬리가 바닥을 툭툭 쳤다.

그녀의 옆에는 도리토스와 치즈볼 부스러기가 잔뜩 널려있었고빈 아이스크림 통들이 겹쳐있었다.

왓슨은 한숨을 쉬며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헤헤헤고마워왓슨.”

게임은?”

죽었어나중에 다시 하지 뭐.”

 

방을 깨끗이 청소한 왓슨이 자리에 앉자구라가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껴안았다.

 

헤헤보잉보잉.”

 

구라가 왓슨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구라심심하지 않아?”

심심하기는나는 너랑 키아라랑칼리랑이나만 있으면 돼.”

 

왓슨은 입을 다물었다.

구라는 아틀란티스의 후예다.

그래바닷속에 가라앉은 전설의 도시 말이다.

그것도 혼자 살아남아 오랜 세월 아틀란티스를 지켰다.

심해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독을 견디다 못해 지상으로 올라온 소녀그녀가 바로 가우르 구라다.

그녀의 사정을 알기에왓슨은 그녀와 자주 놀지 못하는 본인의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오늘 데이트할까?”

데이트좋지!!”

 

구라가 만세를 외쳤다.

 

그럼 일단 우선 씻자옷도 좀 갈아입고.”

이거 최근에 빨았어!”

최근 언제?”

 

왓슨이 구라의 후드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 언제였더라?”

 

시간 개념이 부족한 구라의 최근이라는 말은 믿어선 안 된다.

예전에 방금 사 온 피자라는 말에 대충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먹었다가 배탈이 심하게 난 적도 있었다.

 

아무튼 씻고 나갈 준비 하자.”

 

왓슨은 구라의 눈곱을 닦아주며 욕실로 등을 밀었다.

 

아아알겠엉.”

 

쏴아아아-

 

구라가 씻는 소리가 들렸다.

왓슨은 방을 둘러보았다.

작은 원룸이다.

홀로 넓은 바다를 지켜냈던 시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구라는 이곳을 좋아했다.

혼자 지낼 때는 넓은 집이 필요 없다고그냥 먹고 자고 게임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왜인지 그녀 스스로를 가두는 말 같았기에왓슨은 심장이 시큰거렸다.

 

외로움은 독이야구라.’

 

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오뇨다 씻었다냥!”

 

구라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왓슨은 구라를 의자에 앉히고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카락을 말렸다.

 

이게 참 어색하단 말이지.”

뭐가?”

바닷속에서는 항상 젖어 있었으니까머리 말리는 건 언제나 어색해.”

이제는 익숙해지지 않았어?”

아니익숙해지고 싶지 않은데?”

 

왓슨이 고개를 갸웃했다.

구라가 몸을 돌려 왓슨을 올려다봤다.

 

익숙해지면 왓슨의 손길을 느낄 수 없게 되잖아?”

.”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에왓슨은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괜찮아.”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구라의 어깨를 잡아 뒤돌게 했다.

 

그런 걱정할 필요 없이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함께할 테니까.”

정말?”

정말.”

고마워왓슨.”

 

구라가 고개를 숙였다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가 새빨갰다.

 

항상 고마웠었어.”

알면 바다에 묻힌 보물이나 좀 건져줘.”

또 돈 부족해?”

아니농담이야.”

에이뭐야.”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키득거리다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갈 생각이야?”

구라는 어디 가고 싶은데?”

아까 게임에서 놀이공원에서 악마들을 잡았거든.”

놀이공원?”

같이… 가주지 않을래?”

.”

 

구라가 두 눈을 깜빡이며 올려다보았다.

왓슨은 엄지와 검지로 콧등을 눌렀다.

 

그렇게 애교 안 부려도 되니까 얌전히 말만 해.”

아싸!!”

 

왓슨은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구라에게 들키지 않게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마음을 추스른 왓슨은 구라의 상태를 확인했다.

꼬리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미래의 왓슨 인더스트리에서 가져온 머리핀을 점검했다.

 

문제없네.”

누가 준 선물인데!”

그래나갈 때는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당연하지누가 준 선물인데!”

그렇게 강조 안 해도 돼.”

에헤헿부끄러운 거야부끄러운 왓슨부끄럼쟁이 아메?”

닥쳐.”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다.

 

가 볼까놀이공원.”

아싸놀이공원 데이트얼마만의 데이트야!”

그래오늘은 계속 함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헤헤흐히헤헤.”

 

구라는 오랜만에 왓슨과 함께할 생각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택시를 타고 이동한 두 사람은 놀이공원에 들어갔다.

 

어디부터 갈까?”

유령의 집 먼저!”

 

구라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왓슨은 놀랐지만 구라를 다독이느라 애써 강한 척했다.

 

.”

 

유령의 집을 나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구라를 벤치에 앉혀두고 솜사탕 두 개를 사 오는데바람이 불어 구라의 파란 솜사탕이 바닥에 떨어졌다.

왓슨은 욕을 하며 솜사탕을 다시 사려다 구라와 눈이 마주쳤다.

구라가 손을 흔들었다.

 

그냥 오라고?”

 

왓슨은 갸웃하면서도 그녀에게 돌아갔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구라가 왓슨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솜사탕을 가운데에 두고 한입 크게 물었다.

 

와앙.”

이렇게 불편하게 먹지 말자내가 하나 더 사 올게.”

아냐왓슨.”

 

입가에 노란 설탕을 묻힌 구라가 히죽히죽거렸다.

 

나는 이게 더 좋아.”

 

왓슨은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다 피식 웃었다소매로 구라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왓슨이 구라의 맞은편에서 솜사탕을 물자구라도 지지 않고 입을 벌렸다.

두 사람의 코끝이 스칠 정도로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해가 지기 전까지 놀이공원을 즐겼다.

회전목마롤러코스터범퍼카바이킹마지막으로 대관람차까지.

놀이공원의 빛은 오색찬란했고두 사람의 시간은 보석보다 반짝였다.

 

구라재밌었어?”

완전!”

그럼 집에 가기 전에 외식이나 할까?”

좋지!”

 

해가 저물고하늘이 빨갛게 물들고 있을 때였다.

 

반짝반짝-

 

왓슨의 회중시계가 빛났다.

 

구라잠깐만.”

.”

 

왓슨을 시간여행자로 만드는 타임머신이었다.

구라는 거리를 두고 회중시계를 만지는 왓슨을 바라봤다.

의자에 대충 걸터앉아 두 발을 휘적이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구라가 보기에 왓슨은 무지하게 바쁜 사람이었다.

어쩌면 지구상의 인간들 중 최고로.

그녀는 시간선을 넘나들며 사건을 해결하고 다녔다.

왓슨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도 그녀를 많이 찾았다.

그 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지만그렇기에 바쁜 와중에도 봐주러 오는 왓슨이 고마웠다.

 

하지만 오늘은 둘만의 데이트인데.’

 

만약 이대로 그녀가 평소처럼 가버린다면.

어쩌면.

 

.”

 

아주 조금은.

 

…….’

 

빼앗긴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미안해구라.”

 

그리고 안 좋은 생각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가봐야겠어좀비 세상에서 사고가 터져서.”

괜찮아왓슨.”

 

하지만 구라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봐네가 아니면 안 되잖아.”

미안해구라그리고 고마워금방 다녀올게.”

기다릴게.”

 

왓슨이 회중시계를 조정했다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빛과 함께 사라졌다.

 

기다릴게왓슨.”

 

붉은 노을이 점차 검게 변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 거리에선 달도별도 보이지 않았다.

순흑의 밤하늘이 발아래까지 닿았지만구라는 자리를 지켰다.

 

사실은… 나도 네가 아니면 안 되는데.”

 

조금 전까지 반짝이는 놀이공원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이 거리가이 시간이.

 

춥다.”

 

그 시절의 추위랑 비슷하게 느껴졌다.

 

《Μετά από λίγο】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구라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왓슨이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금방 다녀온다고 했었으니까.

 

움직이면 안 돼.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언제까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그 시절처럼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거야?]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멸망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믿으면서고향을 지키기만 하면 모두 돌아올 거라 착각하면서.]

 

붉음이 손을 뻗었다.

 

[불쌍한 구라아직도 모르겠니네 믿음은 배신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하얀 뺨에 손이 닿았다.

핏방울이 질척하게 자국을 남겼다.

 

[멸망한 아틀란티스에게금방 죽을 인간들에게너는 항상 배신당할 운명이야.]

 

마침내 어둠 속에서 형체가 드러났다.

구라와 똑같이 생긴 얼굴.

하지만 바다의 푸름이 아닌포식자의 붉음을 칠한 존재.

 

[결국 너와 함께하고너를 믿고널 배신하지 않을 존재는 나밖에 없다는 걸… 왜 이해하지 못하니?]

 

최상위 포식자.

구라의 또 다른 인격가우르.

 

.”

 

심해에서 오랜 세월 홀로 지내며 그녀가 만들어낸 폭력적인 자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간도 마찬가지야언젠가 너를 떠날 거고너를 아프게 하겠지그때 그 시절처럼지금 이 순간처럼.]

아냐왓슨은.”

[그녀에게 너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야만약 그녀가 너를 정말 사랑했다면너를 이리 아프게… 외롭게 두었을까?]

아냐왓슨이 나를 배신할 리가 없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시간여행자인 그녀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

 

가우르가 구라의 뺨을 잡고 이마를 맞댔다.

 

[.]

 

가우르가 구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멜리아 왓슨의.]

 

가우르가 구라를 집어삼켰다.

 

[흥미로운 펫에 불과해.]

 

거리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 * *

 

아씨좀비 새끼들이 개빡치게 하네.”

 

왓슨은 신발 밑창에 묻은 진액을 바닥에 문지르며 욕했다.

 

구라늦어서 미안중간에 일이 좀 꼬여… 구라?”

[왓슨.]

 

구라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의 푸른빛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붉은 머릿결과 기다란 손톱이 눈에 띄었다.

 

가우르네가 왜!”

 

왓슨은 황급히 시간선을 확인했다.

 

분명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가우르가 비틀대며 다가왔다.

 

[왓슨말해줘.]

그래물어봐.”

[나는… 너의 뭐야?]

.”

[왓슨왓슨왓슨아멜리아 왓슨말해빨리 말해!!]

 

가우르의 고함에 거리의 창문이 모두 깨졌다나무가 흔들리다 부러졌고바닥이 뒤집혔다.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냐고!!!]

 

왓슨은 말을 삼켰다.

지금 상황과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 있다.

다른 시간선의 다른 구라와 다른 왓슨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구라는 외로움의 끝에 자아를 두 개로 나누었고다른 자아 가우르는 다른 친구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그 시간선에서 각성한 가우르는 왓슨을 죽였다.

그리고 깨어난 구라는 참혹한 진실에 짓눌려 괴로워하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절대 안 돼.’

 

내가 있는 이곳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게 할 수 없다.

내가 가우르에게 죽으면구라 너는 다른 무엇보다 본인을 탓하겠지.

슬퍼하고죄책감에 허덕이다 자신을 벼랑으로 내몰 것이다.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도그런 꼴은 못 봐.’

 

왓슨은 각오했다.

 

미안해구라.”

[……!]

 

회중시계와 권총을 꺼내 들며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해온 고민이 있다.

만약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네가 나를 몰랐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너를 좀 더 상냥하게 보살펴주고항상 함께해주며같이 살아줄 그런 사람이었다면.

 

네가 이렇게 괴로워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그러니 이건 전부 다 내 잘못이다.

 

[왓슨!! 너는 정말로 나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외롭게 둬서 미안해네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정말로 미안한 대상은.”

 

왓슨의 회중시계가 번뜩였다.

 

[……!]

 

순식간에 가우르의 뒤에 나타난 왓슨이 방아쇠를 당겼다.

 

!

 

가우르의 뺨에 총알이 스쳤다.

 

가우르네가 아닌 내 친구 구라야.”

 

살기 위해서가 아닌 구하기 위해서.

 

시간여행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등장하며두 존재가 맞부딪혔다.

 

*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키아라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나는 구라가 그런 지도 모르고.”

 

사회에서 유명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운영하는 키아라는 일 때문에 항상 바빴다.

그렇기에 누구도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젠장.”

 

칼리는 모자를 내려쓰며 눈을 가렸다.

아틀란티스인은 그녀의 관할이 아니기에구라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

아니이건 핑계다.

알려고 했으면신경을 조금만 썼다면 충분히 미연에 방지하고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친구가 외로움에 빠져 괴로워하는 걸 알아채지 못하다니.

친구라고 말할 자격도 없었다.

 

그래도 신기하네아메그 가우르에게서 살아남다니.”

 

이나의 말에 왓슨은 전적으로 동의했다.

최상위 포식자라는 말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손톱이 비껴가지 않았다면왓슨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구라가 완전히 먹힌 건 아니야마지막에 눈빛이 돌아왔었으니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뒷모습만 보여서 몰랐어.”

 

가우르가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을 세 사람도 멀리서 느꼈다.

그래서 곧장 달려왔지만상황은 이미 끝나있었다.

왓슨은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있었고구라는 현장에서 달아나 사라졌었다.

 

그래서 아메어떻게 할 거야?”

 

이나의 물음은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구하러 가야지.”

 

왓슨은 병상에서 일어났다.

환자복을 벗어 던지고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의지에 차마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권총의 총알을 확인한 왓슨이 뒤돌아봤다.

 

뭐해안 갈 거야?”

 

멀뚱히 있던 세 사람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당연히 가야지!”

 

칼리가 외투를 고쳐 입었다.

 

그 말을 기다렸어.”

 

이나가 웃으면서 일어섰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키아라가 기재기를 켜며 물었다.

 

구라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당연히 알지.”

 

왓슨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구라의 헤어핀을 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헤어핀에는 꼬리를 감추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지도에 붉은 점이 깜빡였다.

 

설마 왓슨구라한테 추적 장치를 붙여둔 거야?”

 

그거 사생활 침해인데라고 칼리가 중얼거렸다.

왓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보호자로서 역할을 다할 뿐이야.”

보호자가 아니라 배우자의 역할이겠지.”

닥쳐이나.”

참고로 동의 없는 위치 추적은 이혼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

네 말장난은 이 총을 쏠 동기로 인정받을 거야.”

이제부터 시작할 이번 이야기는 이혼한 이나를 이 총으로 이리저리

닥쳐이나!!”

 

세 사람이 동시에 외치는 태클에 이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서 위치는 알겠다어떻게 할 건데?”

다 계획이 있어가면서 이야기하자.”

 

* * *

 

[오고 있어.]

알아.’

[너 때문이야그때 그녀를 죽였다면이렇게 괴롭지 않았을 거야.]

아니야.’

[이 세상에 다른 건 필요 없어너와 나우리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어.]

아니야!!!’

 

그녀가 눈을 떴다.

 

[아니네가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그런 세상이 온다면… 너도 내 말을 이해할 거야.]

 

심해 속에서도 뚜렷한 붉은 눈으로트라이던트를 고쳐 잡았다.

 

!’

[너는 쉬고 있어다시 눈을 뜨면모든 것이 끝나있을 거니까.]

 

가우르가 심해에서 손님들을 기다렸다.

 

* * *

 

네 사람은 하늘을 날아 바다 한복판에 도착했다.

왓슨은 이나가 창조한 생명체타코다치 위에서 작전을 설명했고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확인 완료.”

 

사신 복장으로 돌아온 칼리가 낫을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누구 하나라도 실패하면 큰일 나알겠지?”

좋아먼저 시작한다다들 준비됐지?”

 

키아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피닉스 폼으로 변신한 키아라가 부리에서 초고열의 광선을 발사했다.

 

그럼 간다피닉스 스파크!!”

 

그 순간바다가 갈라졌다.

광선은 바닷물을 뚫고 심해까지 거대한 통로를 만들었다.

 

가자!!”

 

네 사람은 돌진했다.

하지만 초고열의 광선이 만든 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히기 시작했다.

 

불사조를 우습게 보지 마!”

 

키아라가 열기를 방출해 주위의 바닷물을 전부 증발시켰다.

바닷물은 키아라의 범위를 침범하지 못했다.

 

후우화끈하네.”

아메괜찮아?”

이래 봬도 불지옥 같은 시간선도 넘나드는 명탐정이라고.”

 

통증을 지우는 약물을 주사하며왓슨은 끄덕였다.

왓슨의 코트가 지글거렸지만당장 불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 되면 말해타코다치가 지켜줄 거야.”

거참 믿음직하네.”

 

왓슨이 타코다치의 머리를 두들기자타코다치의 링이 반짝였다.

 

다들 집중해조금 있으면 도착한다!”

 

키아라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긴장했다.

 

쿠우웅!

 

해저 바닥에 도달했다.

키아라는 친구들을 위해 최대한 넓게 열기를 방출했다.

만들어진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물길을 헤치고 누군가 등장했다.

 

[괴상한 수작을 부리는군.]

 

가우르였다.

 

[바닷물을 막는다고 최상위 포식자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가우르가 트라이던트를 고쳐 잡았다.

붉은빛의 삼지창이 왓슨을 향했다.

 

[네년이 먼저다.]

가우르구라를 내놔!”

[구라를 빼앗은 건 너다인간.]

 

가우르가 트라이던트를 집어 던졌다.

키아라의 열기 속에서도 트라이던트는 힘을 잃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그것을칼리가 낫을 휘둘러 막았다.

 

까앙-!

 

언젠가 한번 붙어보자고 했었지구라.”

[가우르다.]

이런 식의 싸움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너 또한 방해다사신.]

 

가우르가 손을 뻗자 트라이던트가 돌아와 잡혔다.

그러고는 칼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왓슨을 처치하려면 칼리를 먼저 쓰러트려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럼 나야 땡큐지.”

 

왓슨이 힐끔 옆을 보았다.

어느새 모습을 감춘 이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우르를 향해 다가갔다.

 

구라정신 차려!”

[가우르다!]

 

칼리와 가우르가 부딪힐 때마다 공기가 출렁거렸다.

키아라의 열기가 흐트러지고물의 장벽이 흔들릴 정도였다.

 

구라정신 차려구라우린 친구잖아.”

 

왓슨이 중얼거렸다.

 

[왓슨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칼리의 낫을 쳐낸 가우르가 왓슨에게 달려들었다.

재빨리 돌아온 칼리가 가우르를 막아섰다.

 

난 알고 있어구라너 거기 있지돌아와.”

[구라가 돌아갈 곳은 바로 나다나와 함께 할 것이다!]

혼자 둬서 미안해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해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미안해.”

 

칼리의 낫을 찍어 누르던 동작이 멈칫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너를 좀 더 아껴주었겠지만.”

[그래그게 바로 나가우르다!]

하지만 나는 널 빼앗길 생각 없어.”

 

왓슨이 권총을 꺼냈다.

 

구라네가 선택한 건 나야고마워나를 택해줘서나를 네 곁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나를… 믿어주고의지해줘서 고마워.”

[왓슨!!!]

나는 너와 함께해서 즐거웠어같이 게임하고같이 데이트하며같이 노래 부르고.”

 

가우르의 동작이 느려졌다.

빈틈을 놓치지 않은 칼리가 가우르의 트라이던트를 쳐냈다.

 

바쁜 탐정일 속에서 유일하게 치유되는 순간이 있다면그건 바로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었어내가 유일하게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선은 바로 너야구라.”

[닥쳐라네가 뭘… 이건!!]

 

가우르가 분노를 외치는 순간바닥에서 솟구친 촉수들이 가우르의 손발을 묶었다.

뒤에서 기회를 보고 있었던 이나의 활약이었다.

 

정신 차려구라나는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런 걱정할 필요 없이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함께할 테니까.

 

함께할 거야.”

 

가우르 앞에 선 왓슨이 권총을 그녀의 이마에 겨냥했다.

 

[놔라네 녀석은 구라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해!]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가우르가 몸을 비틀자 촉수가 더욱 단단하게 붙잡았다.

 

[이나너도 그렇다구라를 이해하는 척공감하는 척하면서 정작 본인의 마음은 열지 않았지!!]

.”

 

이나는 침묵했다.

 

[칼리네가 구라에게 해준 건 뭐지죽음은 구라의 가족을고향을 빼앗았다너는 그녀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

 

칼리는 침묵했다.

 

[키아라세상 사회에 녹아드는 너를 보고 구라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느냐네가 언젠가 손을 뻗어 함께 하지 않을 거냐고 묻기를 기대했다!]

 

키아라는 침묵했다.

 

[구라는 오랜 세월 혼자였다세상을그것도 지상이라는 낯선 곳을 살아갈 용기가 없었어그런데 너희를 만나 간신히 일어서려던 찰나에!]

 

가우르가 포효했다.

 

[네놈들이 그녀를 방치했다외로움을 싫어하는 아이에게최악의 외로움을 끼얹었어!!]

 

아니야.’

 

[너희가 문제다너희가 아니었다면… 구라는 더 행복했을 것이다!]

 

아니야.’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그녀와 평생 함께하며그녀를 완전히 이해하는 나가우르만이!]

 

아니야!!!’

 

왓슨은 침묵하지 않았다.

 

구라그게 너의 진심이야?”

 

[그래!!!!]


아니야!!!!!’

 

난 너한테 묻지 않았어가우르.”

[내가 바로 구라다내가 바로 가우르다!!]

 

트라이던트가 날아와 촉수를 끊으려고 했지만칼리가 낫으로 찍어 바닥에 깊게 꽂아버렸다.

 

구라우리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이나가 말했다.

 

그래구라같이 영화 보기로 했잖아.”

 

칼리가 말했다.

 

. KFP에 새우튀김 메뉴를 추가하려고 하는데 구라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키아라가 말했다.

 

우리는 네가 필요해구라네가 물었지너는 나의 무엇이냐고.”

 

왓슨이 말했다.

 

그런 당연한 것을 묻기에 조금 당황했었어하지만 그게 너를 더 괴롭게 만들었겠지대답이 늦어서 미안해.”

 

왓슨은 구라에게 말했다.

 

너는 나의 소중한 친구야세상에서 가장 중요한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만약.

 

너의 진심이 가우르와 같다면.”

 

[아니야!!!]

 

직접 일어나서 말해줘.”

 

방아쇠가 당겨졌다.

 

!!!

 

[안 돼!!!! ……?]

 

가우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권총에서 쏘아진 건 총알이 아니었다.

 

[ ?”

 

파랑빨강노랑분홍주홍보라.

여섯 가지 색상의 솜사탕이었다.

 

… ?”

정신이 들어구라?”

도대체 이게 무슨?”

그게 말이야.”

 

왓슨은 붉어진 뺨을 긁적였다.

 

사실 가우르도 구라를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

가우르가 완전히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나쁜 건 우리지너무 무심했어.”

 

키아라가 다가왔다.

 

구라자주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해.”

 

이나가 옆에 섰다.

 

너는 모든 일을 잘하잖아그래서 네가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눈치채지 못한 내 잘못이 커.”

 

칼리가 고개를 숙였다.

 

키아라이나칼리.”

 

구라의 몸이 흔들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의 앞에왓슨이 한쪽 무릎을 꿇고 솜사탕들을 내밀었다.

 

왓슨.”

구라이제 솔직하게 말해줘.”

 

솜사탕을 집어 든 구라를 향해왓슨이 질문했다.

 

정말 우리가 필요 없어?”

아니.”

정말 우리가 떠났으면 좋겠어?”

아니.”

정말… 우리는 너를 괴롭히는 친구였어?”

아니야.”

 

구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단 한 번도너희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았어너희를 원망한 적 없었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너희가 있었기에 지상에 적응할 수 있었어. 모두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있어. 너희가 없는 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구라가 솜사탕들을 집어 던지고 일어나 왓슨을 껴안았다.

 

왓슨키아라칼리이나너희는 누구보다 소중한 내 친구들이야내가 찾은… 나의 두 번째 가족.”

 

키아라가칼리가이나가.

구라와 왓슨을 품에 안았다.

 

나는 외롭지 않아너희와 함께라면.”

우리도 행복해구라너와 함께라면.”

 

모두가 함께였다.

함께 울었고함께 웃었다.

 

그래서 가우르.”

[…….]

네 말대로 평생 구라와 함께하고구라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너일 거야.”

 

왓슨은 가우르가 듣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니까 부탁할게만약 우리가 변한다면모종의 일로 구라를 떠나게 된다면.”

 

이나가 촉수로 잡아둔 빨간 솜사탕을 들었다.

 

네가 구라를 지켜 줘네가 구라 옆에 있어 줘부탁할게해줄 수 있지누구보다 구라를 아끼는 너라면.”

[……!]

그런 너라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어.”

 

솜사탕을 건네받은 구라의 한쪽 눈이 붉어졌다.

 

[헛소리하지 마라나는]

가우르도 좋데!”

[구라?!]

 

거절하려던 가우르의 발언은 구라에 의해 불발됐다.

 

!

 

왓슨이 손뼉을 쳤다.

 

좋았어그럼 다 같이 놀이공원이라도 갈까?”

갔다가 영화도 보자매트릭스 신작이 나왔는데!”

저녁은 KFP에서 쏜다!!”

히익쏜다니쏘는 과녁은 설마 우리가 되는 거야너무 무서워!”

――――!!”

 

모두가 각자의 솜사탕을 든 채걸음을 옮겼다.

구라는 양손에 든 솜사탕을 왓슨의 뺨에 누르며 장난쳤다.

 

잠깐만 여러분.”

 

키아라가 멈칫했다.

 

?”

미안힘을 너무 많이 쓴 모양이야.”

 

안색이 창백해진 키아라가 휘청였다.

바닷물을 막던 불꽃이 사라졌다.

쏴아아아아-!!

순식간에 바닷물이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으악이거 진짜 위험한데!!!”

 

왓슨이 회중시계를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칼리가 쓰러진 키아라를 부축했고이나는 검보라색 책을 펼치려고 했다.

 

다들 내가 누군지 잊었어?”

 

구라가 앞으로 나섰다.

한 손에는 빨갛고 파란 솜사탕을 들고다른 손에는 위대한 트라이던트를 쥐고.

 

길을 열어라.”

 

트라이던트를 앞으로 내밀자 바닷물이 갈라졌다.

그 옆에는 거대한 거북이고래들이 그들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자놀이공원 문 닫겠어.”

 

구라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역시구라야구라가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우리 구라 최고!”

 

키아라와 칼리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흠흠굿 샤크굿 샤크.”

 

이나의 칭찬에 구라는 부끄러운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구라 옆에 왓슨이 다가왔다.

 

구라고마워.”

뭐가?”

그때도지금도나와 우리를 구해줘서.”

왓슨나는 너를 구한 걸 후회하지 않아그러니까 너도.”

 

구라가 왓슨의 손을 잡았다.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

그래.”

 

왓슨은 고개를 끄덕였다깍지를 끼며 손에 힘을 줬다.

 

알겠으니까 더는 울면 안 된다구라.”

운 거 아니거든바닷물이거든!”

에베베베구라는 울보래요!!”

아니야!!!”

 

심해를 벗어나는 길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떠오르는 햇빛이 길을 안내했다.

 

그래.

오늘은 그때와는 다르다.

 

외로움을 못 이겨 고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구라 너 개 못하잖아!”

왓슨한 판 뜰까여기까지 와서 함 하고 싶어?!”

미소녀 탐정과 미소녀 상어의 싸움이라니두근두근하네!”

키아라부탁인데 좀 떨어져 줄래?”

아앙그러다 바닷물에 빠지면 어떡해그럼 칼리가 인공호흡 해 줄… 그게 더 좋을지도!!”

 

즐거움을 찾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

 

가우르 본인은 해줄 수 없는 유쾌한 일들이그들에게는 가능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네.]

 

이날부터 오랜 세월 변치 않고 빛나는 별빛은 다섯이 아닌 여섯이었다.

 

가지 마왓슨울지 마구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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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빠따로 쓰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분량이 늘어나서 늦었네

간만에 글 쓴다고 과제랑 본업도 내팽겨쳤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


글에 대한 어떤 의견도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