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작하기 전에

프로젝트 홀로하이(Holohigh)는 홀로라이브 멤버들이 고등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팬픽입니다. 홀로하이 대부분의 설정은 실제 멤버들의 성격이나 캐릭터, 일화나 밈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학생 프로필의 순서는 알파벳순이며, 구라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의 이름은 한국식(=일본식) 순서인 성씨-이름순으로 합니다.

 

1. 월말 교무 회의 기록 – 2020년 8월

…이로써 영미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작하여, 총 인원 5명을 교환학생으로써 선정하였습니다…(중략)…본 학교의 신화를 써내려가라는 의미로 해당 기수에는 HoloMyth라 이름 붙였으며…(중략)…여러 수속 절차를 마쳐 다음 달인 9월부터 등교할 예정입니다…

 

2. 학생 프로필

가우르 구라 (Gawr Gura) : 1학년이다. 본인 말에 의하면, 대서양의 어떤 지루하고 따분한 섬나라에서 왔다고 한다. 백발에 중간 중간 푸른색 머리카락이 보이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적인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자그마한 키와 귀여운 얼굴, 그리고 특유의 목소리로 교환학생으로 오자마자 학생들을 비롯해 학교의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교칙이기 때문에 항상 교복을 입기는 하지만, 여름이건 겨울이건 후드와 꼬리가 달린 상어 모양의 겉옷을 걸치고 다닌다. 처음 등교해 반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긴장한 탓이었는지 ‘아…’ 한마디만 말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는 일화는 이미 학교에 널리 퍼졌으며,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도 그녀를 보면 오며가며 ‘아’ 한마디씩 건네주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집에 ‘블롭’이라는 이름의 물고기와 새우들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에는 1학년의 무라사키 시온과 친하게 지내는 듯 하며, 같이 다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모리 칼리오페 (Mori Calliope) : 3학년이다. 현직 래퍼지만 똑같이 현직인 가수 아즈키와는 다르게 학교도 착실하게 잘 나온다. 분홍빛의 긴 머리카락과는 대조되는 올 블랙의 겉옷이 특징으로, 이는 래퍼로써의 본인의 컨셉인 ‘사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쿨하고 매몰차 보이지만 그녀와 정말로 가까운 몇몇 학생들은 ‘차가운 태도 안에 숨겨진 따뜻함’이라고 그녀의 성격을 평가한다. 평소에는 쿨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오면 당황해서 욕을 남발한다던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허둥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에 의하면 음악을 공부하러 이쪽에 유학을 왔었으나 본 학교에 와달라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그대로 교환학생으로써 다니게 되었다. 교환학생 동기들을 뒤에서 몰래몰래 챙겨주지만, 정작 진한 애정 공세를 받으면 당황하며 어색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빠가 할 법한 반응이라며 ‘아빠’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하였다. 수정 해골을 학교에 가지고 오거나 모형 낫을 종종 들고 다니는데, 본인은 래퍼로써의 자신의 정체성인 ‘사신’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학교 근처에서 민원이 들어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자제를 당부할 예정이다. 학교에 처음 등교했을 때 자기소개 시간에 가볍게 랩을 한 곡 불러서,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니노마에 이나니스 (Ninomae Ina’nis) : 2학년이다. 흔치 않은 짙은 보랏빛의 긴 머리카락과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특징. ‘이나니스’라는 이름이 길어서인지 학생들은 그녀를 ‘이나’라고 부른다. 항상 손에 검은색 표지의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데,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며 다른 사람 앞에서 펼친 것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몇몇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종종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책에 말을 걸 때가 있다고 한다. 미술부 소속그림 실력이 엄청난데, 그녀의 그림체인 것으로 보이는 삽화들이 게임이나 축전 등에서 발견되는 것을 토대로 그녀가 이미 전문 삽화가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단 본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중. 말장난을 굉장히 좋아하며, 단어를 주면 몇 초 안에 말장난을 생각해 낼 정도로 고수이다. 카페인이라면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 한다. 악기 중에서는 리코더를 특히나 좋아하는지 가방 안에는 항상 리코더가 고이 모셔져 있다. 옥상에 올라가 혼자 부는 모습을 목격한 학생들이 몇 있는 듯하다. 여러 해산물 중에서도 문어만을 못 먹는 듯하다. 먹으면 구역질이 난다거나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며, 그녀가 먹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이유는 불명.

 

타카나시 키아라 (Takanashi Kiara) : 3학년이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밝은 주황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그녀의 쾌활함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교환학생으로, 어렸을 적 이쪽에 장기간 거주한 경험이 있어 이미 이쪽 언어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모국어와 이쪽 언어, 영어까지 총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점을 살려 현재는 언어 연구부에 소속되어 있다. 닭 요리, 그 중에서도 특히 치킨을 극도로 좋아하며 이런 이유로 꿈은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의 사장 겸 CEO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교환학생으로써 학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같이 학교에 교환학생으로써 온 동기들이,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여움으로 학교를 점령’하거나,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리’거나, ‘현직 래퍼로써 사람의 마음을 훔치’거나, ‘상상력이 뛰어나게 풍부’하다거나 하는 장점이 하나씩은 있음에도 자신은 그러한 장점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약한 자기혐오를 할 때가 있었다는 것. 지금은 그 고민도 뛰어넘어 자신만의 언어 능력으로 교환학생들과 현지 학생들 간의 두터운 다리로써 활약하고 있다.

 

왓슨 아멜리아 (Watson Amelia) : 2학년이다. 아름다운 금색 단발에 깊은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금발 미소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만한 외모를 지녔다. 이나니스의 경우와 비슷하게 ‘아멜리아’ 대신 ‘아메’라고 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인에 의하면 어렸을 적부터 탐정을 동경해왔고 커서는 세계 제일의 탐정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입이 약간 험한 편이며 주변의 말을 듣고 최근에는 조금씩 고쳐나가는 중이라고. 말을 오랫동안 이어서 하면 딸꾹질을 하는 버릇이 있으며 생각보다 이 딸꾹질이 인기가 많은지 녹음해서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동물, 특히 반려동물을 매우 좋아해 현재 지내고 있는 집에 있는 반려견만 수 마리는 된다. 최근 학교 인근의 자원 봉사 센터에서 금발의 고등학생이 아무 말 없이 자원 봉사를 하러 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녀는 아직 이쪽의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과 인상착의가 유사하다는 점을 보면 그녀가 맞는 듯하다. 그녀가 제출하는 그녀의 강의 시간표는 종종 두 과목의 강의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 허나 단 한 번도 그녀가 수업 중간에 나가거나 수업에 늦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확인이 필요하다. 방송부이며 종종 아침에 라디오 뉴스를 진행한다.

 

3. 짧은 글

“구라, 그 소식 들었어?”

“What? 무슨 소식?”

“그 왜, 삼지창 있잖아.”

“Trident가 갑자기 왜?”

“진짜 모르나 보네… 학교 앞에 있는 크레인 뽑기 있잖아, 키아라가 거기서…” 

그녀, 가우르 구라는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키아라~!”

“앗, 구라! Kikireki. 무슨 일이야, 그렇게 허둥지둥 달려와서는.”

“그 소문, 진짜야? Trident?”

“아… 벌써 들었구나. 응, 진짜야.”

“흐어어어어어어…”

구라는 세상이 망한 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나도… 나도…”

 

“나도 갖고 싶어어어어어어어어…!!”

 

구라는 대서양의 어느 작은 섬나라에서 왔다고 한다. 그 나라의 국장(國章)은 삼지창 모양으로, 그녀는 그 삼지창 모양의 국장을 매우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 있는 크레인 뽑기 기계에서 그 국장과 상당히 닮은 모양의 삼지창 열쇠고리를 발견한 것이다. 당연히 구라는 그 뽑기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상당한 양의 돈과 시간을 부어 삼지창 열쇠고리를 뽑고자 노력했지만… 크레인 뽑기가 흔히 그렇듯 뽑기는커녕 상자를 잡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동기이자 선배인 키아라가 삼지창을 얻었다고 하니, 구라는 세상이 자신을 배신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할 때는 전혀 안되던 게 키아라가 하니까 단 한 번 만에 성공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어디선가 Unravel을 연주하는, 맑지만 서글픈 리코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구라, 이거… 줄까…?”

“진짜?”

그 순간, 구라의 머릿속에서 두 마리의 구라가 나타났다.

한 구라는 천사 링을 머리에 달고 있는 파란색 구라, 한 구라는 얼굴과 손에 피가 묻어있는 빨간 구라.

“좋아! 받아버려! 받고서 당당하게 키아라가 준 선물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라고!”

“무슨 소리에요! 이런 것들은 자기가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법이라고요!”

“아앙? 친구한테 받은 걸 친구한테 받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나쁘다는 거냐?”

“아니, 나쁘지는 않지만… 잠깐, 그쪽은 악마 아니에요? 근데 말하는 게 나쁜 게 아닌 듯한…?”

“그게 뭐 어때서. 그쪽도 말하는 게 선하다고는 못하겠는데? 올바르긴 하지만.”

“둘 다 시끄러워! Shuddup!”

“구라, 갑자기 무슨 일이야? 머리를 움켜쥐더니 시끄럽다니…”
“앗, 키아라, 미안. 너한테 한 말은 아니야. 그보다 그 Trident 말인데…”

“응. 줄까? 나보다는 구라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아니, 이런 건 내가 직접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직접 뽑고 싶거든. 그러니까 사양해둘게.”

“그런 거라면 뭐라 못하겠네. 응원할게, 삼지창 열쇠고리 뽑는 거.”

“Danke Schön, 키아라. 좋—아. 이번 주 안에는 꼭 뽑고 만다!!!”

 

그렇게 파란 구라의 손을 들어주고 다시 각오를 다진 구라였고―

이번 주는커녕, 열두 날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삼지창 열쇠고리를 얻은 구라였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