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n명의 아멜리아가 필요하다.

 

낯선 천장이다.

바닥은 딱딱하고, 찬 바람이 불어오고

부바의 질척하고 따뜻한 혓바닥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기상이었다.


“젠장 이게 뭔…?”


아멜리아 왓슨은 더러운 불쾌함을 느끼며 천천히 일어났다. 탐정이고, 거기에 시간 여행자지만, 그런데도 이런 개 같은 곳에서 알몸으로 일어나는 건 별로 달가운 경험이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겪는 일이기도 했다. 시간 여행 탐정이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니, 누가 했는진 몰라도 이 일을 꾸민 녀석은 참 참신한 녀석일 것이다. 

그런 참신한 녀석을 위한 특제 아멜리아 자백제의 성분 따위를 생각하면서, 왓슨은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단단해 보이는 벽과 굳건해 보이는 문이 있었고, 그중에서 한쪽 벽은 신기할 정도로 움푹 패어 있었다. 세상에, 벽을 파서 탈출할 생각이라도 했던 걸까? 문을 놔두고? 정말 기가 차는 생각이군. 문 사이 틈에선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더럽게 차가운 바람도 아마 저기서 불어오는 거겠지. 어째선지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왓슨 자신의 옷가지가 있었기에,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놀라울 정도로 너덜너덜한 옷이었다. 저걸 입는다고 몸이 따뜻해지진 않겠지. 일단 누더기를 무시하고 벽에 걸려 있던 횃불을 들어 몸에 가까이 가져갔다. 무언가 이상한 익숙함과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일단 이 불꽃이 주는 따스함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직 부족한데…”


불을 가까이해도 추위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왓슨은 자연스럽게 누더기 옷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녕 저걸 입어야 한다고? 하지만 방도는 없었다. 여기서 뭣도 모르고 얼어 죽을 순 없으니, 왓슨은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이 미친 듯이 참신한 녀석은 대체 몇 번 아메한테서 이딴 옷을 구해온 거야? 일단 사람 아메인 자신에게 맞는 옷이니 같은 사람 아메에게서 구한 옷일 거다. 탐정 특유의 호기심에 의해, 왓슨은 그녀(들)의 아이덴티티인 회중 시계를 확인했다. 의례적으로 모든 아멜리아 왓슨은 자신의 시계에 일련번호를 새겨 넣기 마련이다. 그걸 확인하면 이 사단이 대충 어느 세계에서 일어난 건지 유추할 수 있겠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시계가 없잖아…?”


다른 세계 아메의 시계, 적어도 자신의 시계가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설마 없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 수첩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멜리아 왓슨의 옷임에도, 역설적으로 그 무엇도 아멜리아 왓슨의 옷임을 증명할 수 없었다.


‘뭐, 별수 없나…’


시계도, 수첩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야 할 때다.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문으로 향했다. 이 방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는 듯했다. 아무튼 문밖엔 뭔가 있겠지. 그리고 왓슨은 이 개 같은 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가뜩이나 요즘 바쁜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해야 할 게임과 하고 싶은 게임이 쌓여있었다. 그 전에 엔마를 만나야 하고, 부바 먹을 것도 사야 하고, 며칠 뒤에 구라와 할 일도 정해야 하고, 그리고 문을 열자…


“칼리?”

죽음이 눈앞에 있었다.

 

ㅡㅡㅡ

 


“하아, 하아, 하아, 젠장, 하아, 씨발… 하아…”


일단 그건, 칼리가 아니었다. 결단코 내가 아는 모리 칼리오페가 아니었다고

그녀는, 아니. 그… 그것은? 모습은 분명히 칼리였지만, 마치 칼리에게서 상냥한 칼리의 요소를 전부 빼고, 차가운 죽음만 남긴 듯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나를 보자마자 내 목을 노렸다. 반응이 한 틱이라도 느렸으면 바로 죽었겠지. 거대한 낫을 피한 직후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내달렸고, 죽음이 그녀를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도 한참을 내달려 도망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보였다. 

전에 있던 곳도 어느 쪽이냐 하면 폐허였지만, 이쪽도 못지않게 상당히 폐허였다. 바닥엔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물건들이 굴러다녔고, 불이 붙어 타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벽과 바닥은 시커먼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타고 있던 것 중 하나에 가까이 다가갔다. 온화한 따스함이 그녀를 감쌌다. 들고 있는 횃불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꼈던 뜻 모를 익숙함의 정체 역시 깨달았다. 익숙하다는 점이 정말 싫었다.


“....키아라”

“Ich rief??”


등 뒤에서 똑같이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불꽃이 왓슨을 덮쳤다. 이 불꽃이 키아라의 불꽃임을 몰랐다면 대비할 수 없었겠지


“KIKIRIKI!!!!!!!!”

“망할…”


불사조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불꽃은 분명 키아라의 그것이었지만, 그 모습은 키아라라고 믿기 힘들었다. 온몸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얼굴은 웃기 위한 근육을 빼곤 전부 빠진 것처럼 보였다. 들고 있는 검은 닳을 대로 닳아 있었고, 방패는 보이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저건 괴물이었고, 좀 더 길게 말하자면, 저건 절대로 키아라가 아니었다.


“Hi!! Ich bin Takanashi KIARA!!!”

“닥쳐 이 닭대가리 괴물아!”


근처에 있던 불타는 무언가를 발로 걷어차 시선을 방해한 뒤, 곧장 문으로 내달렸다. 무기 하나도 없이 저 불타는 괴물을 상대하기엔 자신이 없었고, 그 전에 상대할 생각도 없었다.


“Danke sehr!!!”


또다시 불꽃이 아슬아슬하게 왓슨을 덮친다. 간발의 차로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아마 바삭바삭하게 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왓슨은 빠르게 뇌를 굴렸다. 왼쪽은 아예 모르는 길. 그럼 반대쪽으로 돌아갈까? 죽음이 아직 거기 있을지 모른다. 횃불 하나 들고 죽음과 불사조를 동시에 상대한다? 멍청이도 그러진 않지.

왓슨은 곧장 왼쪽으로 내달렸다. 이윽고, 괴물이 방을 나와 왓슨을 향해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저 망할 괴물은 왜 날지 않는 거야? 불사조인 -물론 인정하기 싫었지만- 주제에 날개도 달려있으면서 날아오지 않고,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방금 전도 그랬다. 저게 키아라와 같다면 -물론 절대로 인정하기 싫었지만- 방 전체를 불꽃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고, 그랬다면 피하고 자시고 진즉에 죽일 수 있었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두 다리로 죽음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나? 마치 나를 진심으로 죽이려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저것들이 원하는 게 뭐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Ich mag Ames Füße!!”

“시발! 뭐라는 거야 망할 괴물 딱지야!! 나는 독일어 모른다고-”

나를 죽여줘 아메

“-뭐?”


직후 길이 끊겼고, 아멜리아 왓슨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ㅡㅡㅡ

 


“ㅡㅡㅡㅡ푸하!!”


갑자기 물속으로 -입안을 감도는 짭짤함을 보면 바다가 분명했다.- 빠진 왓슨은, 당황스러운 와중에 허우적대며 겨우 수면으로 올라왔다. 축축하게 젖은 온 몸을 움직이면서, 뭍으로 보이는 곳을 향해 헤엄쳤다. 오른손의 움직임이 어색해 확인해보니, 아까 전부터 가지고 있던 횃불을 아플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바다에 빠졌지만 아직도 따스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것이 역시 키아라의


“아니, 아냐. 아니야. 이 생각은 그만두자.”


그렇게 애써 생각했지만, 머릿속은 점차 복잡하게 돌아갔다. 저게 정말 키아라일까? 그렇다면 아까 그건 칼리고? 왜 저렇게 변한 거지? 누군가에게 당했나? 생각할 게 너무 많았고,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일단은 살아야 했다. 탐정으로서, 이 망할 사건은 반드시 해결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살아야 했다. 딱딱하게 긴장된 몸을 허우적대며 겨우 뭍으로 올라왔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고개를 올린 순간,

온갖 생각이 단숨에 멈췄다. 눈앞엔 끝없는 바다가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물리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한 구조였지만, 그 정돈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비록 왓슨이 천문학에 큰 지식이 없다 해도, 이 미친 밤하늘의 별은 격자무늬로 있지 않다는 건 분명 알고 있었다. 이곳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뒤틀려 있었지만, 설마 이 세상 자체가 뒤틀린 건가? 


“아메.”


상황은 탐정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바다라면 역시 그 녀석이 있겠지.


“구라”


거기엔 최상위 포식자가 있었다. 이전의 둘보단 알아보기 쉬웠지만, 이곳저곳이 마치 그래픽이 깨진 것처럼 지지직거렸고, 그 모습이 상당한 위화감을 일으켰다.


“구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날 죽여, 아메.”

“뭐?”


구라는, 구라처럼 보이는 그것은, 공격도 이동도 하지 않은 채 키아라와 같은 말을 왓슨에게 말했다.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거야? 제발 나에게 알려줘.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반드시 해결할 테니-“

“아니, 아메. 다른 방법은 없어. 유일한 방법은 나를 죽이는 것뿐이야.”

“젠장, 구라! 내가 어떻게 감히 너를…”

“아메. 넌 나를 죽일 수 있잖아? 그때 처럼.”

“…뭐?”

“그 날, 차가운 비가 내리던 그날. 너는 나를 죽였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구라… 나는… 나는, 너를…”

“분명히 죽였잖아. 권총으로 날 쏴서. 지금 네 손에 들려 있는 그것처럼.”

“시발 무슨…?!”


어느새 왓슨의 손엔 권총이 한 자루 쥐어져 있었다. 그때와 같은 총이었다. 그 날, 나는 일련의 사건에 의해 구라를 배신하고, 총을 쏴 그녀를 죽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후 시간을 돌렸고, 바로 없던 일로 만들었다. 그 일은 나의 기억에만 남아있고, 분명 구라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쉬운 이야기야, 아메. 그 총으로 날 쏴. 그리고 날 죽이면 돼.”

“하지만, 하지만 난…”

“그날과 같아 아메. 다른 건 하나야. 내 부탁이라는 것.”

“아니야, 구라. 아니야. 분명,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같이 해결할 수 있어! 구라 너도, 키아라도, 칼리도 분명-”

“제발, 아메. 다른 방법은 없어. 너는 나를 죽이는 법을 알고 있잖아?

“구라…”

“나 지금 너무 괴로워 아메. 제발…”


담담했던 구라의 목소리가 점차 애처로워졌다. 그럴수록, 왓슨의 머리는 복잡해져 갔다. 나보고 그녀를 죽이라고? 나보고 그녀를 죽이라고?? 그때의 나는 사태를 되돌릴 힘이 있었다. 망할 시계가 있었고,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금은? 시계도 뭣도 없는 내가 구라를 되돌릴 수 있을까? 구라를… 구라를 죽여야 할까?


“빨리 아메!! 어서! 날 죽이라고!!”

“구라, 제발…”

“날 또다시 배신하는 거야?”

“-읏!”


그 말을 듣고, 나는…

 

ㅡㅡㅡ

 


얼마나 내달렸을까, 정말 오늘은 하루 종일 달리기만 했다. 

결국, 구라는 죽이지 못했다. 내가 도망쳤을 때,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영원히 모를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상했다. 그 이상함 때문에 나는 구라를 죽이지 못했고, 도망쳤다.

이성적으로, 구라는 그 일을 절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세계선의 구라일 가능성도 없었다. ‘모든’ 아멜리아 왓슨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성적으로, 구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최상위 포식자고, 왓슨이 믿는 동료이자 친구다. 그녀는 절대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머릿속은 아직도 복잡하고, 이곳은 그 이상으로 뒤틀렸지만, 그래도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일단, 이 세계는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시계 없이 무력한 자신, 이상하게 꼬여버린 공간, 친구들의 이상. 

친구들의 죽음.

내가 공포에 떠는 것으로 무얼 할 수 있지? 공포 자체가 목적인가? 


“아멜리아 왓슨.”


그래. 내가 무서워하는 상황이라면 이곳이 빠질 수가 없지.


“이쪽이다. 아멜리아 왓슨 탐정.”


정신을 직접 조종하는 듯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직접 들려온다. 슬프게도, 나는 이 목소리의 정체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공허의 사제, 니노마에 이나니스.


“이쪽으로 와라, 아멜리아 왓슨”


목소리가 계속해서 내 정신에 간섭한다. 이 기분 나쁜 경험은 슬프게도 처음이 아니었다. 


“더 이상 방법은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내가 이나를 버리고 탈출했던, 떠올리기 싫은 그 날.


“오거라, 시간여행자. 그리고 달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리가 움직인다. 분명 그 날도, 곧바로 시간을 건너서, 이나를 구출했다.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보이는 곳으로 나아가라.”


어둠이 짙게 깔린 동굴 속에, 굳게 닫힌 철창. 그곳에 이나가 있었다.


“이리로 와,”


이나가 나를 부른다. 나는 이나에게 나아간다.


“문제는 없다. 왓슨 탐정. 이리로 와라.”


철창 앞에 선다. 이나 앞에 선다. 그녀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질문에 대답해라, 왓슨 탐정.”


질문에 대답한다.


“당신은 HOLOMYTH를 죽일 수 있습니까?”

“느금마들 전부 그라운드파운드하면 죽일 수 있겠지!”


 

ㅡㅡㅡ

 

이곳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뒤틀려 있었다. 문명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자연의 순환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간은 이상하게 뒤틀려 있다.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혼돈마저 사라진 채, 정적과 뒤틀림, 그리고 공포만이 존재하는 이곳

하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다.


“미친 개자식들, 설마 홀로미쓰를 죽일 방법을 찾으려고 나를 이딴 곳에 밀어 넣다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소리친다. 하지만 그 개자식들은 어떻게 알아서 들었겠지.

물론 나는, 별종 중의 별종인 아멜리아 왓슨이고, 그 덕분에 다양한 변칙존재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이 죽는 법은 이미 알고 있다.

진정한 친구기에, 그 방법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을 뿐.


“내가 말할 것 같아??! 내가 씨발 말할 것 같냐고!!!”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그토록 지랄맞게 나를 공포로 몰고 가려던 것. 온갖 방법으로 내 목숨을 위협하고, 내 동료들을 그따위로 뒤틀어서 내게 죽이라 강요한 것. 누가 계획했는진 모르지만, 그 작자들은 내 동료들을 죽일 수 없었고, 자기들이 써먹을 수 있도록 뒤트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날 납치한 거지. 그녀들을 죽일 방법을 알기 위해서. 다르게 생각하면, 아마 내가 그 네 명을 죽인다면 나는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지.


“감히, 감히 내 친구를 그렇게 만들어?! 절대로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겠다!!”


사실,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대충 깨달았다. 다만 그 방법이 너무 허황된 방법이었고, 그걸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지.


“그거 알아? 이 멍청한 놈들, 한 괴팍한 시간 여행자가 한 말이 있지. 공포란 건, 슈퍼 파워야. 공포는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피를 돌게 만들고, 뇌를 더욱 빨리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존나게 겁에 질렸고! 평소보다 머리가 더욱 잘 돌아간다!!”

“여긴 허접한 주머니 차원이겠지! 세계를 이루는 것들 대부분이 부재 했던 것도, 밤하늘이 저따구로 생긴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게 아니야. 그냥 니들이 더럽게 못 만들었을 뿐이지!! 마치 너네 엄마 처럼!! 하!”

“이 정도로 멍청한 세계라면, 크기도 더럽게 작겠지! 차원의 경계가 겨우 벽 하나 두께일 만큼!” 


쉬지 않고 얼마나 뛰었을까, 어느새 내가 처음 있던 곳에 도착했다. 움푹 파인 벽이 보인다. 저 벽은 처음부터 무진장 신경 쓰였지


“그리고 그 시간 여행자를 보고 내가 배운 게 하나 더 있지. 바로!”


파아악! 


“씨발!”


왓슨은 그 벽에 주먹을 내질렀다. 더럽게 아팠고, 한 번으론 전혀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래, 한 번으론 전혀 의미 없는 짓이지.


“물론 니들도 머리를 쓴다고, 벽의 두께를 무진장 늘렸겠지. 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시간이 많고, 그 이상으로 끈기 있는 사람이다!” 

“아메, 날 죽여줘.”


등 뒤에서 칼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왓슨은 그것을 무시했다.


“난 여기서 나갈 거야, 나가서 니들 정체를 알아낸 다음, 그대로 죽빵을 날려주마!!”


그녀의 뒤에서, 죽음이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왓슨은 보란 듯이 더욱 크게 주먹을 내질렀다.


“지금 너희들에게 영원에 대해 이야기해주마! 옛날에 한 왕이 소년에게 물었다!”

“영원의 시간에는 몇 초가 있나?”


죽음은 그녀의 목을 갈랐고,

동시에 왓슨은 횃불의 불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ㅡㅡㅡ

 


“아아아아아아아악!!!”


죽음은 당연히 고통스러웠고, 영원의 불꽃이 몸을 태우는 것 역시 고통스러웠다.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죽음과 영원은 절대 같이 섞일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결론적으로, 나는 한 번 죽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지옥을 탈출하는 덴, 단 한 명의 아메가 필요하다. 아주 많은, 단 한 명의 아멜리아 왓슨

그리고 단 한 명의 아메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아악…”

 

낯선 천장이다.

바닥은 딱딱하고, 찬 바람이 불어오고

부바의 질척하고 따뜻한 혓바닥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기상이었다.

ㅡㅡㅡ


“감히, 감히 내 친구를 그렇게 만들어?! 절대로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겠다!!”


파아악! 


“씨발!”



“지금 너희들에게 영원에 대해 이야기해주마! 옛날에 한 왕이 소년에게 물었다!”

“영원의 시간에는 몇 초가 있나?”

“소년이 말하기를, 어느 땅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산이 있는데, 오고 가는 데 각각 1시간이 걸립니다!”


죽음은 그녀의 목을 갈랐고,

동시에 왓슨은 횃불의 불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ㅡㅡㅡ


나를 죽여줘 아메

“-뭐?”


직후 길이 끊겼고, 아멜리아 왓슨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영원의 시간에는 몇 초가 있나?”

“소년이 말하기를, 어느 땅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산이 있는데, 오고 가는 데 각각 1시간이 걸립니다!”

“그 산엔 100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죽음은 그녀의 목을 갈랐고,

동시에 왓슨은 횃불의 불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낯선 천장이다.

바닥은 딱딱하고, 찬 바람이 불어오고

부바의 질척하고 따뜻한 혓바닥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기상이었다.

질문에 대답한다.


“당신은 HOLOMYTH를 죽일 수 있습니까?”

“느금마들 전부 그라운드파운드하면 죽일 수 있겠지!”



“소년이 말하기를, 어느 땅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산이 있는데, 오고 가는 데 각각 1시간이 걸립니다!”

“그 산엔 100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부리를 간다고 합니다!” 


죽음은 그녀의 목을 갈랐고,

동시에 왓슨은 횃불의 불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어쩌다 그렇게 되버린 거야? 제발 나에게 알려줘.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반드시 해결할 테니-“

“아니, 아메. 다른 방법은 없어. 유일한 방법은 나를 죽이는 것뿐이야.”

“젠장, 구라! 내가 어떻게 감히 너를…”

“아메. 넌 나를 죽일 수 있잖아? 그때 처럼.”

“…뭐?”



“칼리?”

죽음이 눈 앞에 있었다.



“소년이 말하기를, 어느 땅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산이 있는데, 오고 가는 데 각각 1시간이 걸립니다!”

“그 산엔 100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부리를 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이아몬드 산이 전부 없어질 때, 영원의 1초가 지나갈 것-“


죽음은 그녀의 목을 갈랐고,

동시에 왓슨은 횃불의 불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지옥을 탈출하는 덴, 단 한 명의 아메가 필요하다. 아주 많은, 단 한 명의 아멜리아 왓슨

그리고 단 한 명의 아메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아악…”



“그 산엔 100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부리를 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이아몬드 산이 전부 없어질 때, 영원의 1초가 지나갈 것입니다!“

“니들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 생각하겠지, 어떤 시간 여행자는 새가 엄청나다고 생각했고,”


파사삭, 하고. 벽이 무너진다.


“그리고 난, 내가 개쩌는 사람이라 생각해.”


그리고 빛이 있었다.

 

 

이하 딱히 읽지 않아도 되는 잡설들

1. 분명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2. 모티브, 라고 할까 원작은 시간 여행 물의 대표작인 닥터 후의 한 에피소드.

특히 후반부는 거의 베낀 수준인데

사실 영원에 대한 이야기는 저 만한 게 없었고, 후반부는 아예 갈아치웠다 보니 거의 유사해짐

뭐 원래 아메 설정 대부분이 닥터 후에서 가져왔고, 타이미 와이미 윔블리 웜블리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3. 원래 쓰려고 생각한 건 뱃맨이 저스티스 리그 잘못될 시 대비용 약점 보고서의 홀로미쓰 버전을 생각했다가

아메가 정말 친구들을 죽일까? -> 아메가 친구들을 죽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게 재밌지 않을까? -> 와! 닥터 후!

같은 느낌으로 스토리가 변함

4. 이야기에서 아메를 가둔 범인은 따로 설정하지 않음. 와트로폴리스일 수도 있고(원작 생각하면 이쪽일려나), 카운슬일 수도 있고, 관리자일 수도 있고, 왓슨이 스스로를 가두고 잊은 걸수도 있고

뭐 그건 생각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5. 마찬가지로, 아메가 저기에 얼마나 있었는지도 딱히 정하진 않았음

참고로 원작 에피소드에선 46억년 정도 있었나


아무튼 오랜만에 팬픽을 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