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KFP 직원들은 동료의 죽음에 혼란스러워하며 하루 종일 꼬꼬댁 대었다. 보고 있자니 입으로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죽은 직원은 백주대낮에 창고 구석에서 발견됐다. 발견한 직원 둘이 놀라서 꼬꼬댁 대는 소리에 나와 전 직원이 창고로 향했다.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직원 뒤로는 싸늘하게 널브러진 닭 한 마리가 보였다. 창고 끝, 깨져있는 창문 아래 누워있는 동료를 보고 나머지 직원들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상황이 진정되고도 KFP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죽은 직원이 발견된 건 내가 창고에 있다가 사무실에 잠시 들렀던 사이였다. 거기다 KFP 건물 주변에서 범인을 본 직원도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범인은 도대체 누구냐며 다들 겁에 질려 떨었다.


“키키리키-!”


내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잠시 소란이 잦아들었다. 그 틈에 직원들을 불러 모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범인은 도망갔을 테니 앞으론 별 일 없을 거다, 내가 너희한테 나쁜 일이 생기면 꼭 지켜주겠다, 하며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은 내 말을 듣고도 빠르게 회복하지는 못했다. 일터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느려진 채였다. 그런 직원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어차피 다음 날이면 다 까먹어버릴 텐데 직원들은 일희일비하며 눈물 흘리고 있었다. 살짝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다음 날 KFP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전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난 방송을 했고 직원들은 내 방송을 보며 버거를 만들었다. 다만 출근 카드에 한 자리가 비어있어 새 직원을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멤버십에 계약한 직원이 있어 자리를 채워주었다.


그런데 새 직원 소개를 위해 다들 모여든 자리에서 세어보니 숫자가 하나 모자랐다. 직원 한 명이 매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출근 카드는 찍혀있으니 출근한 건 틀림없는데, 화장실에도 없고 창고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농땡이를 피우고 있나 싶어 KFP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돌다 구석을 도니 그곳에 직원 한 명이 맨바닥에 앉아있었다.


나는 곧바로 직원 앞으로 달려가 소리쳤다.


“어이! 일 안 하고 뭐하는 거야? KFP에서 쉬는 건 내가 쉬라고 할 때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뛰어오자 직원은 놀란 듯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가슴에 317번 직원이라고 명찰을 단 그 직원은 얼이 빠진 듯 꽥, 소리를 내더니 한참 뒤에야 제대로 일어섰다.


난 살짝 화가 나서 한 번 더 소리를 질렀다.


“너 평범한 방에 가고 싶어?”


그 소리에 317번 직원은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자기 손에서 뭔가 사라지자 317번 직원은 다시금 놀라며 떨어뜨린 걸 집어 들었다.


“뭘 보는 거야.”


난 직원에게 깃을 펴라고 시켰다. 직원은 머뭇거리다 벌벌 떨며 깃을 펼쳤다. 난 흠, 소리를 내곤 하얀 깃털 위에 놓인 물건을 살폈다.


4번 직원이 든 건 조그마한 유리 조각이었다.


“이게 뭐야?”

“그, 창고 창문에서 떨어져 나온 겁니다.”


유심히 보니 317번 주변엔 떨어진 유리 조각들이 많았다. 모두 창고 창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었다.


“이걸 왜 들고 있어?”

“어제 사건… 제 친구가 죽은 일을 해결하고 싶어서, 살펴보고 있었어요.”

“어제 일을 기억해?”

“어떻게 까먹겠어요. 제게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였어요.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KFP 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소식이 끊겼고….”


난 317번 앞에 무릎을 쭈그리고 앉았다.


“친구를 잃는다는 슬픔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슬픔에 잠겨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만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을 하던 중 317번 직원은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점장님. 다시 일하러 갈게요.”


터덜터덜 걸어가는 317번 뒤로 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KFP가 돌아가는데 지장만 안 가면 혼자 조사 해봐도 돼.”

“정말이요?”


깜짝 놀라 뒤돌아본 317번에게 난 웃으며 대답했다.


“대신 평소보다 내 방송 열심히 봐야해.”

 



울면서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 하던 317번은 다음 날부터 열심히 사건에 대해 조사했다. 317번은 평소에는 일을 이전의 배로 하다가도 쉬는 시간이 되면 곧장 창고와 주변을 살폈다고 했다.


내가 창고로 찾아갔을 때에도 317번은 열심히 짧은 날개를 뻗어 먼지 쌓인 창문틀을 살피고 있었다.


“혹시 뭐 찾은 거 있니?”


317번에게 직접 물으니 나름 찾은 게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죽은 KFP 직원이 있었던 곳은 내가 쓰는 작업대 위였다. 317번은 그 주변을 살피던 중 그곳에서 이번에 생긴 자국 이외의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여기 점장님이 쓰는 작업대와 점장님 이름이 쓰여 있는 상자에서 핏자국이 나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317번은 손에 쥔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었다. 전에 본 적 없는 깃털이었다.


“제 친구 깃털은 아닌데, 여기, 점장님 상자 아래에 끼어있었어요. 아마도 범인은 이번 사건 전에도 그곳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저질렀던 거 같아요.”


317번은 범인은 매번 작업대 위에서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핏자국은 작업대 위에서부터 흘러나왔고, 이외의 장소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저희가 평소에 창고에 갈 일이 잘 없다보니, 그래서 이곳에 숨어들어서 일을 저지른 거 같아요. 설마 점장님이 지키고 있는 KFP에서 사건을 저지를 거라곤 아무도 생각 못하니까요.”

“내가 저번에 창고에 갔을 땐 핏자국 같은 거 안 보였는데, 어떻게 찾았어?”


내 물음에 317번은 돋보기를 꺼내들었다.


“불사조인 점장님과 다르게 저는 닭이라 키가 작으니까요, 작업대 구석에 안 닦인 핏자국이 이 있는 걸 찾았어요. 아마 범인도 핏자국을 닦아서 없애려고 했지만 점장님 정도로 키가 커서 못 보고 지나간 거 같아요.”

“키가 큰 건 어떻게 알았어?”

“저희는 키가 작아서 점장님 작업대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요. 저 같은 닭이 여기 위에 올라가려면 따로 발판이 필요했을 텐데, 저번에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난 창고 창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범인은 여기 어떻게 들어왔을까? 나만큼 키가 컸으면 창문으로 다니기엔 불편했을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창문은 평소에 잠겨 있잖아.”


317번은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직원들이 정신없을 때 몰래 정문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에엑? 그렇게 생각하기엔 여기 직원이 서른 명이 넘는데, 설마 그 모든 직원이 범인을 못 보고 지나쳤겠어?”


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317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믿기는 싫지만, KFP 사람 중 누군가가 범인이거나 공범일 수도 있죠.”


난 곧바로 317번의 부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너 함부로 그런 이야기 하지 마. 난 우리 직원들 믿어. KFP의 직원들은 다들 훌륭한 달걀, 닭들이야. 앞으로 너 조사 그만 둬. 계속 조사하면 평범한 방에 보낼 거야.”


317번은 경솔했다며, 알겠다고 말하곤 입을 닫았다.


이후 며칠간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317번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을 했고, 나도 방송을 하며 KFP를 운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 늦게 방송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였다. 새벽 시간이라 KFP 매장엔 불이 꺼져 있었고, 난 아무도 없는 매장을 가로질러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때 주방 구석에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났다. 난 깜짝 놀라 비명소리를 내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거, 거기 누구야!”


소리를 질렀지만 건너편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빠르게 뛰는 내 심장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난 조심스레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손에 칼과 방패를 쥐고 조심스레 주방으로 다가갔다.


“꼼짝 마!”


크게 외치곤 잽싸게 현장을 덮쳤다.


주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등에서 소름이 돋는 가운데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 등 뒤에서 다시금 소리가 들렸다. 깜짝 돌라 뒤로 돌아보니 바닥에 사진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사진엔 창고 안에 있는 내 상자가 찍혀 있었다. 사진을 보고서 난 누가 이 사진의 주인인지 대번에 깨닫고 창고 문을 열었다.


안엔 317번 직원이 홀로 서있었다.

내가 창고 안으로 들어서니 317번은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얼굴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점장님….”


317번 앞엔 열려 있는 내 상자가 보였다. 상자 안 기계엔 핏자국과 닭 깃털이 가득했다. 내가 다가가자 317번은 손에 쥔 것을 펼쳐 보여주었다.


“…상자 안에서 발견했어요. 기계에 끼어있었어요.”


317번이 보여준 건 이전에 죽은 직원의 명찰이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자 317번은 날 똑바로 쳐다보고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곤 생각했어요. 창문틀엔 먼지가 쌓여있어서 사람이 지나다녔을 리가 없었는데, 그렇다고 저희가 다른 사람을 창고로 들여보내준 적도 없어요. 누가 들어왔더라도, 점장님 정도 크기의 외부인이었다면 저희가 분명 알았겠죠.”

“저기.”


난 317번에게 말을 걸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317번은 주춤거리며 내게서 멀어지려들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점장님이 창고에 다녀왔을 때 생겼다는 점을 생각해보고 나서 저, 깨달았어요. 왜 점장님의 작업대와 상자에서 핏자국이 생겼는지도 알았고요.”


난 조금 더 317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317번은 창고 벽에 몸을 붙이고서 외쳤다.


“점장님, 이 기계, 자동으로 닭을 손질해주는 기계잖아요…. 그리고 이 기계, 저희가 패티를 받는 기계하고 연결되어 있었어요. 지금까지 KFP 버거는 닭고기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건가요? 저희 먹히는 건가요?”


나는 도망갈 곳 없어진 317번에게 손을 뻗었다. 317번 부리를 벌벌 떨며 죽을힘을 다해 내 손을 뿌리쳤다.


“설마, 지금까지 다른 지점으로 갔다던 제 친구들, 그 친구들도 여기로 사라졌던 건가요? 점장님!”


공포에 질린 317번 앞에서, 난 주머니에서 ‘평범한 방’ 버튼을 꺼내 눌렀다.

 



처음에 317번을 풀어주었던 건 단순한 변덕이었다. 직원을 마구잡이로 평범한 방으로 보내버리면 다른 직원들이 고생할 거란 마음도 섞여있었다. 그리고 317번을 풀어두는 게 오히려 KFP와 나에 대한 애정을 올려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있었다. 317번이 진실에 접근할 거라곤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KFP 버거의 패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그날 급하게 직원 한 명을 창고로 불렀다. 평소엔 내가 직접 손을 대지는 않지만, 워낙 급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일을 처리하던 와중, 칼리에게 온 연락을 받으러 사무실에 가느라 일을 미처 끝마치지 않은 건 내 실수였다. 창고 문이라도 잠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창고에는 언제 어느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창문이 깨진 건 내가 일을 처리하던 중 도망치려던 직원이 깬 것이었다. 즉 창문이 깨진 건 내가 창고 안에 있었을 때였지만, 다행히 이건 모든 KFP 직원이 일을 하느라 바빠 듣지 못했다. 그리고 운 좋게 그 직원이 창문을 깬 덕분에 직원들이 날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317번은 달랐다. 317번은 먼지 쌓인 창틀과 내 물건에만 묻은 핏자국을 보더니 모든 진실을 깨달아버렸다. 아메를 떠올리게 하는 실력으로 317번은 거의 진실에 접근했다. 그러나 마지막이 서툴렀다. 만약 317번이 혼자 조사를 하는 대신 아메를 부른다거나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혼자 조사하는 것보단 실력 있는 탐정을 부르거나 동료를 만들었더라면 본인이 좀 더 안전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아메를 부르게 뒀을 리는 없다.

 



일주일 뒤 317번은 평범한 방에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 간 직원 하나가 부족했기에 밀린 일이 많았다. 내가 여왕처럼 앉아 직원들을 살피는 동안, 직원들은 돌아온 317번과 함께 밀린 파인애플 손질과 SEISO 소스 만들기 따위를 착착 진행해나갔다.


그러다 방송을 끝마치고 오니 317번이 또 다시 사라져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난 곧바로 뛰쳐나가 KFP 주변을 살폈다. 직원들에게도 317번을 찾게 시켰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317번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창고 안이었다.


창고 안에서 317번을 찾았다는 말에 난 얼굴을 굳히고 창고로 향했다. 창고 문을 여니 누워있는 317번 주변을 직원들이 꼬꼬댁대며 둘러싸고 있었다.


난 모든 직원들보고 나가라고 한 뒤 누워있는 317번에게 다가갔다. 317번은 내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난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317번을 깨우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품속에 처음 보는 종이쪽지가 하나있었다.


난 317번을 깨우려다 말고 조심스레 품속에서 그 종이쪽지를 꺼내 살폈다. 종이엔 317번이 쓴 듯 ‘점장님 사랑해요’라고 잔뜩 쓰여 있었다.


괜스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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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홀로라이브를 접한지 한 달도 안 된 데다가 키아라 방송을 보기 시작한 건 일주일도 안 돼서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2. 나름 추리 느낌으로 쓰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확신이 없네요

3.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