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나오는 내용은 작가의 뇌에서 짜깁기 된 시간 순서에 기반하여 쓰였기에, 휴방 일수나 방송 일정 등이 왜곡되어 섞여 있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내용은 전부 픽션이며, 실제로는 자비로우신 키아라 점장님은 휴방 때 다른 여자의 방송을 보더라도 전혀 상관하지 않으심을 알립니다. 또한 이 알림 문은 그 누구의 겁박도 없이 작가 본인의 의지에 의하여 평온 및 공연하게 쓰였음을 알립니다.

 

1.

점장이 잠시 방송을 쉰 단다. 뭐 시차 적응 문제도 있다고 했던 것 같고, 재충전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는 것 같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러 잠시 휴식기를 가지신다고 한다.

KFP 직원으로서 이것은 차라리 좋은 일이다. 일단 나부터가 맨날 똑같은 일만 하면 미칠 것 같은데, 점장님이라 해서 다를 리 없지 않은가. 점장님께서 방송에서는 되도록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긴 하지만 나름 쉬고 싶을 때도 있을 거고, 스트레스 받는 방송 외 일도 많았을 테니 차라리 푹 쉬고 잘 회복해서 오기를 바란다….

응? 그런데 왜 그리 똥 씹은 표정으로 심심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거냐고? 홀로라이브가 없는 내 삶이 너무나도 무료하니까 그렇지. 다른 것을 해보려고 해도 한동안 홀로라이브에 빠져살았기 때문에 내가 여가 시간에 원래 뭘 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다가 없으니까 점장님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얼마나 큰지가 느껴진다.

뭐? 홀로라이브에 멤버가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심심하면 점장님 쉬고 올 동안 잠시 다른 방송 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엄청 따지고 드는 성격인가 보네 너… 뭐, 맞는 말이긴 해. 그런데 점장님께서 떠나기 전에 이런 말씀을 남기신 것이 문제지.

 

“만약 너희 치킨들 중 내가 휴방하는 동안 다른 온나노코의 방송을 보는 이가 있다면… 그 즉시 유주얼 룸(usual room)에 끌려가게 될 테니 명심하도록.”

 

하하. 이제 이해가 좀 가실까? 물론 내가 이 나이 먹고 정말 유주얼 룸이 실존한다고 정말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점장과의 키즈나랄까. 그런 것을 좀 지키고 싶다는 거지. 나름 점장의 구독이 열린 날부터 구독을 해온 나인데, 괜히 휴방 전에 남기고 간 말 정도는 좀 지키고 싶은 거 이해하잖아.

 

 그러니 견뎌야겠지. 점장님에 대한 내 충성심은 고작 일주일 정도의 무료함으로 깨질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솔직히 홀로 방송 보느라 다른 취미에 좀 소홀했기도 해…. 영어 공부도 하고… 잠시 현생을 좀 살아볼까?

 

2.

너무 심심해서 홀로챈을 들어 가보기로 했다.

… 뭐? 영어 공부는 어떻게 된 거냐고? 아, 사실 키아라 방송 보면서 늘 상 하던 게 일어 영어 독일어 3개 국어 공부라고 ㅋㅋㅋ. 그간 공부 많이 했으니 챈 좀 보면서 쉬어도 되는 거 아니야? 인정? 심지어 키아라 인터뷰 방송 보면 일어랑 영어 동시에 공부 가능이잖아 아 ㅋㅋ.

그런데 그런 핑계로 챈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ㅋㅋㅋ 오늘 아빠 락 언아카 ㄹㅇ 레전드네. MCR 노래 커버 진짜 느낌 있다 ㅋㅋ’

‘아메 그렘린 레전드 또 갱신 ㅋㅋㅋㅋㅋ 사람 목에서 이런 소리가 어떻게 나오지?’

‘다이노 구라 진짜 너무 귀엽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ㄷ’

‘ㄴ 죽었네 ㅋㅋㅋㅋㅋ’

‘이나 진짜 나긋나긋하게 ‘사람이 살해당하면 죽지.’하는 거 진짜 너무 좋아 ㅠㅠㅠㅠ’

 

… 이게 맞아? 진짜 너무 흔들리네. 마음이라도 가다듬어보려고 애써 챈에 이런 글이라도 적어본다.

 

‘그래도 Myth 애들 보니까 좋긴 한데 키아라 없으니까 좀 무료하지 않냐… 빨리 힘찬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진짜 너무 무료하다고.’

 

그런데 이 망할 홀붕이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뭘 무료할 것 까지야. 홀로멤도 사람인데 쉬다 와야하지 않겠냐? 그간 다른 멤버 방송이라도 보면서 버티셈.’

‘ㄴ 얘 닉부터 진성 KFP인데 무슨 소리임.’

‘ㄴㄴ ㅇ? 아 ㅋㅋㅋㅋ 설마 유주얼 룸 믿는 그런 거임?’

‘ㄴㄴㄴ ㅋㅋㅋㅋㅋ 그런 듯 ㅋㅋㅋㅋ’

 

하… 망할 홀붕이 자식들.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 처먹어라 그래. 

그런데 그렇게 허탈하게 웃으며 챈 화면을 그냥 꺼버리려는 찰나였다. 한 알람이 크롬에 뜨며 나의 시선을 강탈했다.

‘정 그러면 구라 방송이라도 보셈. 나중에 점장이랑 합방한다고 미리 공포겜 연습한다 했는데, 네가 아무리 진성 KFP라고 해도 그거 정도는 봐도 되지 않겠냐.’

 

… 매우 논리적인 주장이야. 딱 그런 논리가 필요하던 참이였어.

그래. 구라의 아웃라스트 방송을 보는 거라면 나는 다른 여자의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닌, 점장님을 미리 보는 것이 되는 것이잖아. 안 그래? 이건 점장님을 저버리는 것이 아닌,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는 엘리트 KFP 점원이 되는 길이라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점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구라의 방송을 클릭했다.

 

“난 필요 없지 않아. 난 귀엽다고… 으악! 난 멍청해!”

 

ㅋㅋㅋ 켜자마자 레전드네. 이게 챈주인가? 나는 이 장면이 키리누키가 많이 따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구라의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낄낄대며 구라 방송을 본지 한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띵동. 띵동.

 

응? 누구지? 딱히 지금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띵동. 띵동.

 

원인 모를 종소리에 나는 문 밖을 쳐다보았다. 밖에는 한 검은 옷을 입은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진지한 얼굴로 근엄하게 서있었다. 음…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일단 그냥 무시할,

 

띵동. 띵동.

 

멈추지를 않네 저 새끼. 그냥 일단 대답이나 해볼까. 문제 생기면 경찰 부르면 그만이잖아. 그렇지?

 

“누구세요.”

 

나는 제발 이상한 종교단체에서 누가 온 것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문에 대고 외쳤다.

 

“아 각설하고, 저는 케슈타포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그게 다름이 아니라 귀하에게서 불온한 ip에 접속한 기록이 발견돼서 잠시 조사에 협조해주셔야겠,”

“아 안 사요. 별 사람을 다 보네 진짜.”

 

어휴. 뭐 경찰 사칭 그런 건가. 요즘 그런 거에 낚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 좋게 말로 할 때 협조하시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아니 뭘 협조를 하고 말고에요. 아저씨 뭐 영장은 있어요?”

“…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빨리 문이나 열어 주시죠.”

“하 참나. 진짜 웃긴 아저씨네. 그냥 꺼지세요 좀. 경찰 부르기 전에. 뭔 불손한 ip고 뭐고 지랄이야. 내가 야동은 몇 번 봤어도 그런 쪽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

 “… 지금도 보고 있으면서 어디서 발뺌이야 이 새끼야! 뻔뻔스러운 태도가 진짜 역겹기까지 하군!”

 

어우 씨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그 자가 갑자기 내뱉은 것은 무려 현역 1급 군필 남성인 나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큰 소리였다.

 

쿵. 쿵. 쿵.

 

그리고 그 자는 미친 것처럼 문을 쿵쿵 밀쳐 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런다고 쇠로 된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다만 문을 치는 세기가 얼마나 세던지 무슨 공성병기로라도 치는 것같이 온 건물 전체를 흔들어 놓는 것이 문제였다.

 

“문 열어 이 새끼야!”

“아니 동네서 신고 들어와요 이 아저씨야. 진짜 계속하면 경찰 부른다 나?”

“흠… 아무래도 이 불손한 직원과는 말로서 타협을 보지는 못 할 것 같군. 키키리 키키리키!”

 

어후… 시끄러. 그런데 방금 소리는 무슨 닭소리도 아니고 대체 무슨 괴성이지? 사람 목에서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나?

 

툭. 툭. 툭툭툭툭툭.

 

그런데 그 소리와 동시에 창문에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은혜 갚은 까치처럼 비둘기들은 미친듯이 창문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애들이 달려들어도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 닭둘기들의 육중한 몸이라서 그런 것일까? 방충망은 벌써 휘어 아주 못 쓰게 될 지경이었다.

 

“아니 씨발 이게 대체 무슨,”

 

툭툭툭툭툭툭 쨍그랑.

 

내가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결국 방충망이 뚫려 창문은 깨졌고, 그리고 방금 전까지 문 밖에 있던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창문으로 날아들어왔다. 아니 사람은 맞나? 새인가? 그의 어중간한 모습 때문에 잘은 못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그것이 내 창문으로 날아들어왔다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가는 일인데.

 

어쨌거나 그 거대한 자가 창문으로 날아들어와서는 간지럽다는 듯이 어깨를 털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공포에 뒷걸음질을 치며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 저리 가요. 씨발 이게 뭐야.”

“하. 정말 아직도 시치미를 떼는 건가. 정말 불온한 관심 KFP 점원이로군.”

“그게 무슨… 잠시만요? 지금 KFP라고 했어요?”

 

와우. 이거 설마 지금 내가 구라 방송 봤다고 진짜 잡으러 온 거야? 진짜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군. 뭐, 대개 다 그런 표정이니 놀랄 것은 못 된다.”

“아니… 참나 진짜. 유주얼 룸이 진짜였다고?”

“그럼 가짜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나? 뭐, 더 이상 길게 끌어봐야 이득이 없을 테니,”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순식간에 접근해서는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내 팔을 꺾어 나를 제압했다. 그리고는 세게 뒷목을 쳐 나를 즉시 기절시켰다.

 

“점원들에게 있어 점장님의 말씀은 목숨보다도 무거운 것. 되려 기회를 줌을 감사히 여기도록. 뭐, 너도 교정되고 나면 자연히 이해하겠지만.”

 

정신이 희미했기에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나는 이런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3.

 

“일어나. 일어나.”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억지로 짜내듯이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에는 매우 거북했으나 혼미한 내 정신이 돌아오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일어났다. 일어났다.”

 

내 눈 앞의 남성은 그리 말하고는 오리 걸음을 한 채 목을 앞뒤로 까딱거리며 내 주변을 돌았다.

 

“뭐, 뭐야.”

 

나는 그 기괴한 모습에 헐레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다 큰 성인 남성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차마 견딜 수가 없었다. 오리 걸음을 하며 팔은 날개 형상인 것은 정말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다만 오직 확실한 것은 여기가 내가 듣기만 했던 유주얼 룸이라는 것, 그리고 실상은 듣던 것보다 훨씬 참담하다는 것뿐이었다.

 

“닭. 나는 닭이다.”

“닭?”

“닭. 나는 닭. 닭. 너도 닭. 닭 닭. 키키리키!”

 

남성은 그렇게 말한 채 계속 닭을 흉내 내며 회벽의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은근히 꼬꼬꼬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까지 한 그 모습은 정말 소름 돋았다.

 

“저, 정신 차리세요.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닭은 닭이다. 닭은 닭이다.”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 방 안을 오리걸음으로 정신없이 휘졌고 다녔다.

 

“닭이라뇨. 우린 점원, 즉 사람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닭 흉내는 좀,”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성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진짜 조류이기라도 한 것처럼 몸은 그대로 두고 목만 지나치게 돌린 채로 말이다.

 

“무서우니까 하지마요 진짜.”

“…”
 

남성은 여전히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게 빠르게 껑충껑충 다가와서는 얼굴을 내 바지에 부닥치며,

 

“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

 

라고 칼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외쳐 댔다.

 

“으악, 그 그만. 입술 터지겠어요.”

“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닭은닭이다”

“그, 그만,”

“멍청아. 정말 그만하라고 하면서 도망치기만 하면 저 치킨이 멈출 것 같냐?”

 

그 때였다. 방 어디선가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숫기가 없어 낯선 사람을 잘 대하지 못 하는 나였으나 너무 당황해서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목소리에게 물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저 치킨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되겠지.”

“어떡하라는 거예요 대체…. 으으….”

“그건 저 치킨이 말해줬지 않나. 그냥 너도 닭이라고 하라고. 그게 저 놈이 원하는 전부니까 말이지.”

 

그건 또 대체 무슨 논리일까. 하지만 그의 믿음직한 저음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느끼며 아예 닭 흉내까지 내면서 그 말을 따랐다.

 

“나, 나는 닭이다. 나는… 닭이다! 나는 닭이다! 그러니까 그만 좀 해… 키, 키키리키!”

“나는닭이다나는닭이다… 꼬꼬꼬꼬꼬….”

 

내가 그렇게까지하자 닭은, 아니 저 사람은 급속도로 진정하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입술에서 나오는 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이었다.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다. 네가 나가거나 놈이 치킨으로 팔려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봐야할 테니.”

 

겨우 가슴을 내리 쓸며 진정하고 있을 때 즈음, 아까 그 침착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좀 믿음직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수염이 까무잡잡한 것이 어울리는 전형적인 미남 상의 아저씨가 말이었다.

 

“뭘 그렇게 꼬나보고 있어? 뭐 재밌는 거라도 있나?”

“아니 그냥… 씨발 이게 다 뭐에요?”

 

나는 당황해서는 물었다. 나를 도와줬기 때문인지, 이 낯선 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것은 너무나도 편하고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뭐 긴 뭐야. 유주얼 룸이지. 여기까지 끌려왔다면 너도 KFP 직원일 텐데, 익히 들어본 거 아니었나?”

“아니 그게…. 아무리 그래도 좀…. 그건 그냥 재밌는 밈일 뿐이었잖아요!”

“하. 여기까지 와서 이 상황을 납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군. 그리고 조언을 좀 해주자면 조금 진정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잔뜩 흥분해서 소리지르는 건 영 질색이라서 말이야.”

“….”

 

음. 맞는 말이다. 잔뜩 당황해서 이 사람한테 따져봐야 전혀 나아질 것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 사람도 여기 잡혀온 사람이고, 군대로 치면 선임인 존재다. 그런데 그런 존재한테 군대가 말이 안 된다고 찡찡대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군대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들어봐야 지. 그리고 내 그 마음을 읽은 듯이 그는 유주얼 룸에 대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다행히 좀 진정이 된 것 같군. 그럼 대충 신참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음… 너도 아마 그 검은 닭들에 의해 끌려왔겠지?”

“네?”

“아니야? 막 문도 부수고 창문도 부수고 도망치면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그 신출귀몰한 존재들한테 잡혀온 거 아니냐고.”

“아, …. 진짜 이게 내가 꿈을 꾸는 건지 뭔 지 했다니까요.”

 

그 상식 외의 존재들을 어찌 잊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말이 쉽겠군.”

 

남성은 그리 말한 뒤 손으로 3을 만들어 보였다.

 

“이곳 유주얼 룸에서 KFP 직원들은 세 등급으로 나뉜다. 하나는 그런 검은 닭인 KFP 간부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험 분자로 불리는 나와 너 같은 관심 직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말하던 도중 오리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며

 

“치킨.”

 

이라고 말했다.

 

“간부는 쉽게 말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심 직원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여 올바른 길로 이끄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이 방에 왔으면 한국인일 텐데, 혹시 군대는 갔다 왔나?”

“네? 네 뭐….”

“그럼 군대 조교를 떠올리면 편하다. 다만 교관보다도 높은, 법이 없는 존재들이지. 그들은 키아라님께서 우리가 완전히 교정되었다고 생각하시기 전까지 우리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보기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존재다 싶다면… 결국 치킨으로 쓰고 말지.”

“치킨이라면,”

“말 그대로다. 우리가 먹는 그 치킨. 저 사람은 나보다 선임이었는데 한 번 들은 칼리의 랩을 잊지 못 해 치킨 판정을 받고는 저렇게 미쳐버렸다. 길어봐야 한 이삼일 정도 남았을 거다.”

“하지만 점장은 칼리를 사랑하시잖아요. 정말 칼리 랩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만든다고요?

“점장님께서는 칼리를 사랑하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칼리를 사랑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KFP 점원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에휴… 이런 걸 하나하나 다 설명해줘야한다니 네 앞 날이 걱정이군 그래.”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서는 전혀 장난기가 보이지 않았다. 방에는 진지한 공기가 흘렀다. 마치 삶의 진리를 듣고 있는 것같이 집중이 되는 그런 분위기.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의 말이 진정으로는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이런 게 정말 존재한다고 쳐도, 어떻게 사람을 치킨으로 만든다는 말인가. 이게 내가 아는 점장이 원하는 게 맞나? 물론 평소에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아니 씨발 따지고 보니 맨날 말해주고 있던 거잖아 이거. 직원의 소양이라면서. 사실 어쩌면 점장님은 그냥 자신이 하던 말을 지키려고 하는 거였는지도 몰라.

어 참나. 그럼 지금 이 상황을 점장님께서 진지하게 말씀하시던 것을 내가 장난이라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거잖아. 항상 말해주던 것을 실행한 것뿐이라고.

그런데… 그게 쉽게 되겠냐고! 종종 채팅으로 유주얼 룸거리며 낄낄대긴 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고! 진짜 점장은 왜 이러는 거지? 막말로 구라 방송 한 번 봤다고 내가 갑자기 첨버디라도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굴을 보아하니 아직도 납득이 안 된 것 같은데. 마치 이 모든 것이 꿈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

 

그런 내게 남성은 내 생각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일침 했다.

 

“네? 아, 그게,”

“빨리 받아들일수록 빨리 나갈 수 있다. 이게 내가 여기서 나간 세 달 간 두 명의 교정된 KFP들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나 역시도 한 일주일 남짓 밖에 남지 않은 모범수이니 믿어도 좋다. 뭐, 네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없을 테지만 말이야.”

 

… 그럼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나는 아직 여기서 정확히 뭘 하는지는 알지 못 했으나, 정말 일단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길이 없는 듯했다. 내가 유주얼 룸에 갇혔다는 사실을, 그리고 ‘교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겠지.

 

“나머지는 뭐, 부딪히면서 익히면 될 거다. 안다고 대비가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팁을 하나 주자면, 치킨이 되는 걸 두려워해라. 그리고 키아라님께서 네가 교정이 됐다고 믿으실 때까지 용서를 기다리며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내가 본 여기서 나간 사람들은 오직 치킨이 되거나, 교정된 직원이 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 말이지.” 

“히히… 히히 히히히… 용서? 용서가 어딨어… 한 번 변절한 새끼들은 다 똑같은 거야… 우린 결국 치킨이 되고 말거야… 그게 그나마 용서에 가까운 길이지… 히히히.”

 

구석에서 또 소리가 들려왔다.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구석에 처박힌, 마치 골룸 같은 존재가 기분 나쁘게 우리를 처다 보고 있었다.

 

“저건… 무시해라. 또다른 치킨 유망주일 뿐이니까. 가까이 대해서 네게 유리할 것이 전혀 없어.”

“네….”

 

뿌직. 뿌지직…

 

그런데 어디선가 뜬금없이 똥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치킨이 싸지른 것이었다. 진짜 뇌까지 닭이 되버린 건가. 옆에 변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똥을 마구 싸지르며 돌아다녔다.

 

“으으 씨발…. 저거 원래 저래요?”

“음… 그렇긴 한데….”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줄였다.

 

“왜 그러시죠?”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어… 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저씨는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하… 진짜 쉽지 않네. 뭘 그리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있어 치우지 않고.”

“네?”

“안 치우고 뭐하냐고. 더럽잖아 새끼야.”

 

… 내가 짬찌라 그건가. 하지만 나는 반항하지 못 했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일까. 나는 그를 내 윗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의 유주얼 룸 생활이 고달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바아아아압! 밥 시간이다 이 병신 같은 직원들아! 빨리빨리 튀어나와!”

 

밖에서 간부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청소는 그쯤 해 두고 나가도록 하지 신입. 밥 시간이다.”

“밥 시간이요?”

“아니 뭐 질문하는데 맛 들렸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그런 게 있어야지 원… 됐고, 밥 시간이 밥 시간이지 그럼 뭐겠냐. 빨랑 튀어나와. 아, 그리고 참고로 구호는 Woke Yolk다. 틀리면 연대책임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싶었으나, 치킨까지 그를 따라 나섰기에 군말 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때마침 배고프기도 했고 말이었다.

 

 

문밖에 나서니 방이 많았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복도에서, 다양한 인종들의 사람들이 방 앞에 줄을 맞추어서 서있었다. 그리고 KFP 간부들은 차트를 든 채 인원수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우리 방에서 가장 뒤에 서야 한다는 것은, 군대 짬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쉽게 알 수 있었다.

 

“45번 방은 됐고… 46… 씨발 여기는 또 왜 4명이야. 신입인가?”

 

차트를 든 KFP 간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아….”

“네 간부님. 오늘 들어온 신입입니다.”

 

아저씨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사람 좋은 목소리로 능글맞게 말했다. 하… 내가 잘 대답을 했어야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진짜 왜 갑자기 이등병처럼 말이 안 나오는 거지. 내 자신이 한심했다.

 

“음… 업데이트를 해야겠구만. 그래서 저 새끼는 또 어쩌다가 오게 되었을까.”

“가우르 구라 방송으로 점장님이 곧 플레이하실 아웃라스트 예습을 하는 잘못을 저질러서 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번에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간부는 화가 난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아저씨는 큰일 났다는 듯이 내게서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어이 신입.”

“네!”

“씨발 장난하나 지금!”

 

퍽!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차트로 내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아! 그… 왜, 왜 그러시,”

“안 그래도 관심 점원인 새끼가 뭐? 가우르 구라? 그런 다른 여자의 이름을 입에 올려? 너는 네가 왜 여기 왔는지도 모르지? 너는 여기 그런 모든 불손한 것들을 잊으려고 온 거다! 새로운 바람직한 점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온 거란 말이다!”

“아, 진정하십쇼 간부님. 신입한테 왜 그러십니까 또.”

 

그 아저씨는 간부가 무섭지도 않은 지 능글맞게 말했다.

 

“씨발 그러면 지금 관심 점원이 다른 여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는데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씨발 자기가 기 왜 왔는지도 모르는 것 같잖아. 안 그래?”

“예. 그게 저도 좀 얼탱이가 없긴 한데, 사실 이게 신입이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아직 교육을 못 시켰지 말입니다. 그래서,”

“그럼 너도 같이 존나 쳐맞을래 새꺄? 어디서 되도 않는 변명 질이야. 뒤질라고.”

“아 간부님. 그래도 이 놈이 제 앞뒤보다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싹싹하게 대답 하는게 교정 각 좀 나오는 편입니다. 제가 잘 타일러서 점원 만들어 놓을 테니 저런 새끼한테 괜히 힘 빼지 마십쇼. 정말 제가 나가기 전에 책임지고 이 놈 교정에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간부는 할 말이 많은데 참는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보고는,

 

“진짜 문제 생기면 나한테 그냥 싹 다 뒤진다. 알았냐?”

“아, 걱정 마십쇼.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진짜로.”

“… 그럼 47번방. 있고 있고 있고….”

 

그렇게 간부가 떠나자 마자 내 앞의 기분 나쁜 사람이 웃기 시작했다.

 

“크큭… 크크크큭… 결국 나랑 같은 치킨 행이겠구만.”

“… 이 놈 말은 무시해. 어쨌거나 신입. 여기서는 절대 다른 여자의 얘기를 꺼내서는 안 돼. 설령 그게 키아라님과 가까운 사람에 관한 것이더라도, 심지어는 어머니에 관한 것이더라도 안 된다고. 알아들었어?

 “… 네. 죄송,”

“그럼 씨발 좀 잘해. 응? 그리고 혹시 아까 한 말 못 알아들었을 까봐 얘기하는데 왼발 먼저고 구호 왼발에 Woke, 오른발에 Yolk다. 알아들었지?”

“네?”

“45번방부터 50번방 인원현황 이상 무. 그럼 식당으로 구호 붙여 가!”

“Woke! Yolk! Woke! Yolk! Woke! Yolk! ...”

 

아… 이런 얘기였구나. 다행히 아까 한 대 쳐 맞았기 때문인지 구호 맞춰 제식을 하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힘든 것은 줄의 맨 앞에서 치킨이 딴에 발맞춰 뒤뚱거리는 것을 보며 웃음을 참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Spark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좋은 노래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고 말았다.

 

“웩… 우웩….”

 

헛구역질이 나오려 했다. 치킨… 잘 구워진 치킨이 토막 난 채로 식당에 놓여 있었다. 가짜라고 하기엔 너무 진짜 같은 상태의 것이 놓여 있었다.

아니 점장님은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물론 언제나 불온한 직원은 치킨으로 만들겠다고 하긴 했었지만… 이게 장난으로 할 때나 치킨으로 튀겨진다는게 재미가 있었지, 너무나도 리얼한 그 실체를 보니 점장님에 대해 오만 정이 다 떨어질 지경이었다.

 

“크크큭… 너무 충격 받지 말라고. 결국 우리도 이렇게 되물림될 건데.”

 

그리고 기분 나쁜 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닥쳐 병신아. 그리고 신입. 이해는 가는데 좀 티를 내지 마라. 다른 것만 먹어도 뭐라고 안 하니까 그냥 눈 돌리고 먹을 것만 받아서 와. 유주얼 룸 생활에 있어서 잘 먹어 두는 것은 필수라고.”

 

아저씨가 나를 타일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욱….”

“알겠으니까 저렇게 되기 싫으면 잘 하라고 병신아 하... 한 번 살려줬으면 내 말 좀 쳐 듣는게 어떠냐? 엄청 답답하게 구는 구만.”

“빨리 빨리 앞으로 갑니다!”

 

에휴. 간부가 재촉하니 어쩔 수 있나. 이동해서 음식을 담을 수 밖엔.

나는 아저씨가 말한대로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며 빵과 우유를 식판에 담았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그 기분 나쁜 새끼는 그걸 식판에 담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걸… 진짜 먹어요?”

“크크큭.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지!”

 

기분 나쁜 새끼는 재밌다는 듯이 외쳤다.

 

“제발 좀 무시하라니까 신입 병신 새꺄? 뒤질래 그냥?”

“아, 아니요. 그냥,”

“자네는 치킨 안 먹나?”

 

그때였다. 배식대의 간부가 저음의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아, 괜찮습니다. 하하….”

“처음보는 얼굴인데 벌써부터… 하… 점장님께서 강요하지는 말라고만 안 하셨어도. 꺼져 그냥.”

 

간부의 호통에 나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피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그 공포는 점장에 대한 실망으로 다가와 내게 텅 빈 기분을 선사했다. 대체 그녀가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나는 아저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는 화난 듯이 밥을 먹는 데만 집중했다. 기분 나쁜 사람은 정말 게걸스럽게 치킨을 나 보라는 듯이 뜯었다. 나는 그저 눈치를 보며 밥 먹는 속도를 맞출 뿐이었다.

 

“신입.”

 

밥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나오는 소리였다.

 

“네?”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이해하겠는데 너무 티를 내는 거 아니야? 아직도 감이 안 잡혀? 그런 태도로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충격을 받은 걸 이해를 못 하겠는 건 아니야. 다만 조심하는 거지 좀.”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요.”

“점장님께서는 항상 이런 것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걸 알고도 점원이 된 네 잘못이지.”

“전 그냥 이 모든 게 장난인 줄,”

“씨발! 그렇게 장난인 줄 알면. 일이 해결될 같아서 그러나? 응?”

 

퍽! 아저씨는 그렇게 외치며 식탁 아래서 발로 나의 무릎을 세게 가격했다. 그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으악!”

 

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으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저씨의 일갈이었다.

 

“하… 나도 네가 그냥 남이면 이렇게까지 안 해. 그런데 좋거나 말거나 우리끼리는 연대책임을 진다고. 내가 이 조폐급들 데리고 어떻게 아직까지 치킨이 안 됐는데, 네가 그걸 망치게 두지는 않을 거다. 알아들어?”

“아….”

“알아듣겠냐고!”

“아, 알아들었습니다. 네.”

“후… 좋아.”

 

아저씨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침착 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신입. 신입이 오면 늘 상 있는 행사가 있어. 바로 자기소개지. 점장님께서 유주얼 룸을 직접 방문하시는 아주 큰 행사지.”

“아… 그런데 점장님 휴가 아니었어요?”

“점장님이 오신다면 오시는 거다 신입. 의문을 품지마라. 하… 몇 대 더 맞아야 정신차리겠나?”

“크크크큭. 너도 치킨 행이라니까? 그러니까 그 전에 한 번 먹어보는 건 어때? 어차피 가는 길 이런 경험이라도 해 봐야지!”

 

기분 나쁜 놈이 치킨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또 헛구역질을 했다.

 

“하… 진짜 나는 왜 이리 동료 복이 없냐. 어쨌든 신입. 점장님께서 널 직접 앞으로 부르실 수도 있어. 그 때 뭐 아는 척하려고 하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고 그냥 듣기만 해. 나가야 하면 나가서 그냥 묻는 말에만 적당히 대답하고. 그냥 점장님께서 하란 데로만 하라는 말이야. 응? 알았어?”

“… 그런데 뭘 좀 물어보고 싶,”

“씨발 튀지 말라고. 알아들어?”

“… 네.”

 

나는 꺼림칙했지만, 점장님께 이게 다 뭔 짓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상황을 넘기기 위해 꾹 참으며 대답했다.’

 

“하… 잘 해야 하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빵을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분이 매우 착잡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점장님한테 따지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5.

 

넓은 강당이다. 수많은 점원들이 정자세로 서서 점장님을 기다린다. 심지어는 치킨까지도 꼬꼬대는 것을 멈추고 오리걸음을 한 채 강당 앞을 바라본다.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는 동물. 나 역시도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 역시 군말없이 정자세로 서서 점장님을 기다렸다.

 

“딩 딩 딩 딩~ 유주얼 룸의 관심 KFP 점원들께 알립니다. 오후 1시 정각에 타카나시 키아라 점장님 본인께서 직접 유주얼 룸을 방문하셔서 금일 새로 들어온 관심 KFP 점원을 환대해주실 예정입니다. Sparks와 함께 들어오시면 모두들 힘찬 박수와 함께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방송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parks가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노래와 함께 점장님께서 입장하시자 모든 관심 KFP 직원들은 열광했다. 나도 겉으로는 열광했다. 하지만 왜일까. 이상하게 키아라에게서 나는 오시의 느낌은 받지 못 했다. 씨발 장난도 정도껏이어야지. 나는 이미 점원을 가둔 뒤 개조시키는 점장님에게, 점원으로 치킨을 진짜로 만드는 기업의 점장님께 오만정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키키리키! 하하. 언제나처럼 환호해주니 고맙네 나의 KFP 점원들. 모두들 유주얼 룸에서 더할 나위없이 잘 지냈나 봐?”

 

지랄. 저리 뻔뻔한 점장은 너무나 미워 보였다. 휴가라면서 이런 데는 잘만 다니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혹시 휴가라는 것도 그냥 이렇게 점원들을 잡아 족치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들 알겠지만 나는 너희들의 점장인 타카나시 키아라라고 해. 뭐, 쓸데없는 말은 여기까지 할게. 그래서 친애하는 KFP 점원들아. 내가 오늘 여기 온 이유가 뭐냐면, 한국에서 한 관심 KFP 점원이 큰 실수를 저질러서 여기 오게 되어서 환영 인사를 건네 주려고 온 거야.”

 

 딸깍. 착. 키아라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내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었다. 그러자 강당에 있는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저 점원인 것 같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긴장될 텐데 모두들 큰 박수로 환영해주도록 해.”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기계적인 박수. 대체 그녀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얼굴 펴라. 제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유주얼 룸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가면 갈수록 너무 싫어 견딜 수가 없었다.

 

“흠. 얼굴을 보니 상당히 긴장했나 보네? 걱정 마. 너만 잘하면 별 일 없을 테니까. 그래서… 혹시 점원은 자신의 죄목을 아나?”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아까 배운 데로 답했다.

 

“오. 같은 방 점원들이 교육을 잘 시켰나 보네. 그래서 이 친구의 죄목을 소개하자면, 내 좋은 동기 가우르 구라의 아웃라스트 방송을 보다가 적발되었다고 해.”

“우우우우우우우.”

 

마치 연습이라도 안 듯이 점원들은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 바보같다고 느끼는 나였지만, 막상 이런 일을 당하니 없는 죄책감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만 그만. 다들 그쯤 해 둬. 어쨌거나 구라는 내 좋은 동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이 내가 없을 때 막 만나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궁금한 게… 저 점원한테 마이크 좀 줘봐 봐. 그래. 그래서 신규 관심 KFP 점원. 혹시 변명하고 싶은 게 있어? 앞으로 나한테 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테니 잘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불안해서 하는 말인데, 말할까 말까 고민되는 말은 말하지마. 제발 부탁이다.”

 

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저씨는 내게 단호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참기 싫었다. 아까 치킨을 보고나서부터는, 유주얼 룸에 끌려오고 나서는 점장의 모든 것이 역겨웠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있죠.”

“오. 당돌한 점원. 나쁘지 않아. 그럼 혹시 그 변명이 뭔 지 물어봐도 될까?”

“….”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내가 말을 해서 나아질 것은 전혀 없을 것이었다. 내가 괜히 따지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점장에게 너무나 뭔가를 따져 묻고 싶었다. 점장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뭔가 내 안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점장한테 말하지 않고는 못 버틸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말문을 떼기로 했다. 한 번 떼고 나니, 말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 당신 팬인데 너무 심심해서. 그래서 어차피 합방할거 한 번 보기로 한 거예요. 애초에 당신이 구라랑 합방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본 거예요. 이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어휴 병신 같은 놈.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아저씨는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아예 뒤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점장님은 그리 기분 나빠 하지 않는 듯했다.

 

“괜찮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아니… 정말 모르겠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키아라의 얼굴을 빤히 처다보았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씨발 나는 진지한데 저따위로 나오니까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내가 담고 있던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일단 점장님께서 알아두셔야할 것은, 나라고 점장님께서 다른 사람의 방송을 보지 말라고 하고 갔는데도 다른 사람 방송을 보는 것이 마냥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크게 보면 당신도 결국 홀로라이브의 일원이잖아요. 홀로라이브가 잘 되면 결국 당신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요?

나는 점장님의 팬이지만, 이 유주얼 룸의 꼬라지를 보고 나니 더 이상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홀로라이브의 팬이기도 해요. 그리고 개중에서 떠나는 소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오시였던 사람들 중에서 점장님을 오시로 바꾼 사람도 존재할 거예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대체 잠시 다른 방송을 본게 뭐가 그리 잘못이죠? 그게 그렇게 당신을 두렵게 하는 건가요? 진짜 항상 느끼는 게… 대체 왜 자신이 가진 재능에 비해서 자신감이 없는 거죠? 왜 당신을 좋아하는 팬을 팬이 당신을 믿는 만큼 믿지 못하는 거죠? 정말로 당신이 잠시 쉴 때 다른 사람의 방송을, 그것도 곧 합방을 할 사람의 방송을 본 것으로 당신의 팬들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설사 떨어져 나간다고 할지라도, 애초에 그런 사람은 당신의 진실된 점원이 아니에요. 나는 점장님이 당신의 재능과 노력만큼 자기자신과 점원들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유주얼 룸을 넘어서서, 가끔씩 자신이 부족하다 거나 하는 말을 할 때면 가슴이 정말 아파지려고 해요. 그러니까… 난 잘못이 없어요. 당신을 배신한 적도 없고, 그래서 굳이 이딴 유주얼 룸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조금은…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라구요 젠장.”

 

헉… 헉… 말하고 나니 숨이 가쁘게 쉬어진다. 순간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었기 때문에 이제야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음이 다시 인식된다. 뭔가 큰 일 날 것 같긴 하지만 괜찮다. 이 병신 같은 곳에서 이렇게 말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으니까. 만약 점장이 내게 뭔 짓을 한다고 하면 그냥 달게 받을 생각이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어딘가 망가져 있는 수준까지 간 점장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

 

짝짝. 짝짝짝짝짝.

 

그런데 의외로 점장은 그런 내게 박수로 일관했다. 그러자 점원들 모두가 내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주 좋은 답변이였어. 뭐 준비하기라도 한 건가? 할 말을 하는 점원. 정말 오랜만이야.”

“아마 여기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말이지… 그건 여전히 역겨운 변명에 불과할 뿐이야 KFP.”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발로 세게 바닥을 내리찍었다. 갑자기 그 타오르는 열기에 나는 뒤로 움찔했다.

 

“인정할 게. 구실은 그럴 듯했어 KFP. 결국 합방을 할 것이고,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할 구라의 예습 방송을 보는 것.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예습 방송을 보고 내 방송을 보면 결국 내 방송을 구라에게 이입해서 보게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거죠?”

“KFP. 변명은 거기 까지야. 그렇게 가다 보면 구라가 언아카 가라오케를 하면 나중에 나 역시 그 노래를 부를 지도 모르니까 보게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녀가 유행하는 게임 방송을 하면 언젠가 내가 할 수도 있으니까 보게 되는 것도 허용해야 해. 너는 A를 보면 구라를 떠올릴 것이고, Enough를 보면 이나의 Inaff를 떠올리겠지. 너의 점장에 대한 충성도가 너도 모르는 사이에 낮아진다는 말이야.”

“… 당신은 미쳤어요.”

“봐 봐 KFP. 너는 너의 점장의 말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어. 이상하잖아 이건. 점원은 점장의 말을 따라야하는 거잖아. 너에게 너도 모르게 자라나는 그 사악한 자아. 난 그걸 참을 수 없는 거야.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더 충격적인 것은 그녀가 진심인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었다. 전혀 장난기 없이 정말로 화가 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 점장님을 보며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나간 상태였다.

 

“불만이 많아보이는 군 KFP. 내가 볼 때 넌 평범한 유주얼 룸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 간부들?”

“네! 점장님!”

“저 애랑 저 방에 있는 모두는‘더 유주얼 룸’에서 특별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어서 진행시킬 수 있도록!”

 

그녀가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또 뒤통수를 맞고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6.

 

Sparks를 대체 며칠을 들은 걸까. 굿바이 선언 커버라도 들으면 좋겠지만 안 된다. 그것은 점장이 오리지널이 아님으로.

손 발이 묶인 채 눈이 벌려진 채로 키아라의 영상만을 본다. 조금이라도 졸려 하거나 웃음을 멈추면 맞는다. 밥은 수액으로 대체된다. 이렇게 산지…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을 잃은 지 오래다.

그렇게 한 한 달이 지났을 때였나. 나의 묶여 있던 손발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나 KFP?”

 

간부가 내게 물었다.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고 싶다면 대답해라. 다른 여자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오직 점장님으로만 너의 정신이 건강하게 채워진 것이 맞냐는 거다. 이 관심 점원 새끼야.”

“….”

 

나는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 시간부로 너가 더 유주얼 룸의 한 달 간의 특별교육과정을 완전히 이수했음을 알린다. 점장님께서 네 유주얼 룸으로의 복귀 적합도를 평가하시는 동안 잠깐 방에서 쉬고 있어라.”

 

나는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들에게서 부축을 받아 한 방으로 끌려갔다. 방 안에는 전의 내 방의 동료들이 있었다.

 

그런데 끼익 쾅 하고 문이 닫히자 마자였다.

 

“이 개새끼야!”

 

퍽! 분노한 아저씨의 주먹이 나의 배를 가격했다.

 

“윽….”

“씨발 참으라고 했잖아. 한 일주일만 더하면 되는 거였는데! 너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내가 책임진다고 까지 했어서 씨발….”

“아저씨도 나한테 동의하잖아요 그런데.”

“뭐가 말이야.”

“지금 점장은 미쳤어요.”

“하…. 그냥 죽어라. 그냥 제발 죽어. 죽으라고 씨발 이 구제불능 새끼야!”

 

퍽퍽퍽!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몇 번 더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하지만 이미 맷집이 세질 데로 세진 내가 별로 반응을 하지 않자, 그는 맛이 간 듯이 구석으로 들어갔다.

 

“크크큭. 이제 좀 감이 오나? 우리가 결국 다 닭이 될 거라는 게?”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분 나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네.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크크큭… 그래. 나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너랑 정확히 똑같은 생각이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어디선가 꺼낸 치킨 조각을 건넸다.

 

“어렵게 구한 거다. 좀 먹어라.”

“…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짜식. 내숭은. 하지만 점장이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또 아니야. 결국 다른 여자의 방송을 보면, 다른 여자한테도 물들게 되기 마련이니까 말이지. 나만 해도 이나의 방송을,”

“도청당하면 어쩌려고요.”

“하하하. 도청? 그렇게 있으면 벌써 잡으러 왔겠지. 그리고 사실 난 네가 강당에서 점장한테 맞선 것에 아주 감탄을 할 뻔 했었어. 그 주제로 너랑 꼭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 그런 나를 막겠다는 거야 지금? 정말 점장의 광기에 굴복할 건가?”

“….”

 

나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반항심에는 완전히 동의했지만, 또 다른 사단을 만들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따라 일찍 일어났어. 한 5시였나. 일어나서 습관처럼 홀로덱스를 켜니 이나가 라이브 방송 중이더군. 다른 방송이 딱히 없어서 그냥 눌러봤어. 그런데… 솔직히 그 전까지 이나는 좀 조용한 흔히 노잼이라고 말하는 그런 캐릭터 인줄 알았었어. 그런데 의외로 천사가 한 명 있더군. 드립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EN에서 찾아보기 힘든 청초까지 지녔고. 그녀는 완벽했어. 정말로.”

“폐급들아 눈치가 있으면 좀 닥쳐라 씨발!”

 

아저씨는 화가 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오우 시끄러. 아재는 그냥 쉬기나 하쇼. 어차피 나는 안 멈출 것이니.”

“씨발 난 몰라. 모른다고 개새끼들아.”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누웠다. 그러자 방 안에는 오직 치킨이 내는 닭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송을 보다가 출근 준비를 했지. 그런데 그날 차에 탔을 때 내 차 안에는 간부들이 잔뜩 차 있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그런데 아까 점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라고 한 건, 난 여기 와서 단 한 순간도 새롭게 알게 된 이나의 재미를 잊어본 적이 없어. 배경 음악으로 나오던 violet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야.”

“….”

“그래서 난 오히려 이런 유주얼 룸이 그녀에게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라고 생각해. 사람은 조정하려 하면 할수록 더 반항하는 존재잖아. 너도 동의하지 않아? 그 구라도 엄청 귀여웠을 거 아니야. 재밌었을 거 아니야. 점장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매력 있었을 거 아니야. 안 그래?”

“뭐….”

“물론 지금 와서는 점장따위보다야 훨씬 선녀 같겠지만 말이야. 으하하.”

 

기분 나쁜 사람이 먼저 점장의 뒷담을 까주자 나의 마음은 되려 편해졌다. 그런데 간부들이 아직도 오지 않는다. 정말 도청 장치가 없는 듯했다.

 

그래서 딱 한 마디 읊조렸다. 별로 길지도 않은 딱 한 마디.

 

“… 하. 뭐, 구라도 엄청 귀엽기는 했죠.”

“… 크크큭. 들으셨죠 점장님?”

 

그 때였다. 놈이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간부들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나와 치킨을 줘 패기 시작했다.

 

“크크큭. 좀 뻔했지 않냐? 이거에 넘어가네.”

“씨발….”

 

별로 배신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예상하지 못 한 내 멍청함이 한심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저씨까지에게도 영향을 끼침을….

 

응? 그런데 내 눈 앞에는 일어서서 문 밖으로 나가려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저씨….”

 

나는 믿기지 않아 아픈 줄도 모르고 읊조렸다.

 

“병신 같은 놈. 마지막 기회를 제발로 차버리다니 믿을 수 없군. 벌은 달게 받도록.”

“크크큭. 그래 병신 같은 놈아. 달게 받도록.”

 

쾅.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 기분 나쁜 놈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억울했다. 씨발 좆같았다. 대체 뭐하지는 거지? 결국 이 새끼들끼리 짜고치는 고스톱이였잖아. 날 그렇게 담그고 싶나? 그냥 나는 맞아야만 하는 거야? 구라 방송 한 번 클릭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거 하나만으로 KFP로서 지켜오려고 했던 나와 점장의 키즈나가 모두 무너진다는 거야 지금? 씨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만….”

 

나는 너무 분해서 외쳤다. 아니, 맞는 것이 너무 아파서였다. 아니, 사실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냥 이 모든 것에 너무 질려서,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으면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싫었다.

 

“그만해 씨발….”

“자네는 아직도 변명할 힘이 남아있는 건가! 점장님께서 다른 여자의 생각을 버리지 못 한 널 용서하실 것 같냐는 말이다!”

 

하지만 간부 새끼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은 채 나를 계속 두들겨 팼다. 

씨발… 어떻게해야하지. 좆같다. 맞기 싫다. 그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맞으면 뇌가 굳는다. 그리고 때리는 사람한테 점차 그러지 말아달라고 빌게 된다.

 

“잘못했어요 간부님…. 제발 그만,”

“병신 같은 자식! 대체 왜 나한테 비는 거냐! 당연히 점장님한테 빌어야하는 거 아닌가? 점원으로서의 자각이 전혀 없군!”

 

아 그런가. 역시 점장님께 빌어야 하는 건가.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속사포로 점장님께 빌기 시작했다.

 

“점장님 보고 계시죠?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망할 몽둥이 좀 그만 거두게 해줘요. 그냥… 그냥 화가 난 거면 어차피 치킨이 될 저 닭 새끼한테나 휘두르라고요. 대체 왜 나를…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리고 굳이 따지면 점장님이 쉰게 잘못이잖아요. 왜 배신할 각을 줘요 씨발…. 내가 점장님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한 번 잘못했다고 이러기에요?”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하도 맞아서 이젠 등짝이 다 터질 지경이었다. 나는 그래서 더 큰 목소리로 빌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래도 바람 핀 건 잘못한 거긴 하죠… 진짜 잘못했는데… 나는 저런 닭 새끼랑은 다르게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뭐든 할 테니까 그 망할 몽둥이는 제발 저 망할 닭 새끼한테나 휘둘러요. 점장님께 평생 충성할 테니까. 아니, 충성을 넘어서서 오직 KFP로만 살 테니까 제발… 제발 그만해요… 난 너무 여리고 무서워 젠장… 씨발….”

 

그런데 그냥 빌면 되는게 아니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추하게 나와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나를 더 세게 패는 듯했다.

화가 났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었다. 그런데 내가 화를 내면 더 때릴 것이 분명함으로, 나는 점점 더 추한 말들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날 죽이라고 말이었다.

 

“아니 점장님. 뭘 원하시는 거예요. 네? 그냥 날 죽여요 이럴 거면. 그냥… 그냥 날 죽이라고요. 내가 씨발 당신 방송 예습 좀 하려고 구라 방송 본게 그리 잘못이면 그냥 날 죽이면 되잖아요! 내가 여기서 존나 쳐 맞는다고 그게 바뀔 것 같아요? 과거가 바뀌나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아니 씨발 뭘 원하는 건데요! 그냥 날 죽여요 제발!”

 

이렇게까지 나오자 간부들은 구타를 멈추었다. 그러자 아픔이 조금 가시었다. 갑자기 죽기 싫어 졌다. 그들이 구타를 멈춘 것이 무서웠다. 진짜 날 죽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너무 가벼이 보는 것이 아닌가! 네가 점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려 하는 거냐!”

“… 그 너무 맞아서… 그게 아니라….”

“너 같은 놈에게는 죽음이 뭐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겠군.”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내 윗옷을 잡아서 나를 든 뒤, 고개를 강제로 치킨한테 고정시켰다.

 

 “꼬꼬꼬꼬꼬꼬….”

 

치킨은 어느새 벽에 사지가 결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들은 전기 톱을 가져와서는….

 

“꼬꼬댁! 꼬꼬꼬꼬! 꼬꼬꼬꼬꼬오! 꼬댁! 꽤애애애애액!”

 

으아아… 안 돼. 저건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다음은 너다 치킨.”

“아니야… 미안해요. 죽고 싶지 않아. 잘못했어요 점장님. 그러니까 뭘 잘못했냐면… 내 모든 것이 잘못된 것만 같으니까 그냥… 그냥 알려주면 안 돼요? 착하게 살게요. 제발요. 진짜 아… 너무 싫어. 제발. 그냥 다 알려줘요 그럼. 하라는 데로 할게요. 생각을 못 하겠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뭐가 옳은 지 뭐가 나쁜지 알려주세요.”

 

위이이이이잉.

 

“아니… 아… 아…”

 

할로윈 코스튬 칼리가 들고 있던 것 같은 피 뭍은 톱날은 다음 치킨을 찾는 듯이 내 눈 앞에서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순간의 기적으로 인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오줌까지 지릴 정도로 당황해서는 눈 앞이 캄캄할 때, 나도 모르게 한 이유 없는 그 행동. 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옳게만 느껴진 그 행동 덕분에 지금의 내가 살아있는 것이다.

 

“꼬꼬꼬꼬꼬꼬… 꼬오 꼬꼬꼬꼬꼬… 키키리 키키리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퍼덕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뜨거운 구원이 나를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어찌나 뜨겁던지 저 망할 간부들이 뛰쳐나가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토록 뜨거운 열기임에도 내게는 너무나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그 열기가 내 모든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만 같아 나는 이 열기에서 벗어나기 싫었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어루살피시는 나의 하나뿐인 점장님, 타카나시 키아라라는 것을.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지옥에서 나를 꺼내 주실 바로 그 분이 나를 구원해주려 오셨다는 것을.

 

“아라. 그 정도면 진심이 느껴지네 KFP. 실수가 많았지만 역시 너도 속은 착한 점원 이였구나.”

 

온정에 색채가 있다면 그 분과 같을까. 어느샌가 온화하게 빛나시는 점장님께서 팔을 내밀며 내 앞에 나타나셨을 때 나는 마치 아기새가 어미새의 품에 안기듯 그녀의 품에 내 몸을 맡기었다. 그녀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로 인해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오직 ‘내 진심이 점장님께 닿았구나.’, ‘내가 진짜 KFP로 거듭났구나.’같은 생각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구원받았음에서 오는 환희에 가득 찬 기쁨에 눈물까지 흘릴 것만 같았다.

 

“꼬오… 꼬…. 크흑, 크흑….”

 

“그래. 지금은 마음껏 울도록 해 나의 멋진 KFP.”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나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좆같은 유주얼 룸에서 오직 나를 이해해주는 것은 그녀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런 점장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에필로그

 

늦은 밤까지 KFP 식당에서 일하는 점원이 한 명 있었다.

 

콰직. 콰직.

 

그는 쓸모없는 치킨을 쓸모 있게 만들고 있었다.

 

“돈노~ 돈노~ 돈노 왓투 두 두~.”

 

눈살이 찌푸려질 법도 함에도 KFP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쓸모없는 치킨에게 쓰임새를 주는 일은 오직 기쁨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콰직 콰직. 콰직.

 

“에잇. 잘 안 떼어지네….”

 

어휴. 이 망할 치킨은 마지막까지 쓸모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포기할 점원이 아니였다. 그는 맡은 바를 다하는 점원이었다. 점장님께 두번째 기회를 받은 점원이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그런 점원이었다. 그는 있는 힘껏 팔을 치켜든 뒤 치킨에 내리쳤다.

 

콰직… 툭.

 

“후… 더럽게 질기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땀을 닦으며 시계를 보았다. 4시 30분. 점장님께서 요구한 시간은 5시였음으로 그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쳐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불안했다. 점장님께서 요구하시는 바가 없으니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었다.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울고 보채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점장님께서 나를 버리실 리 없었다. 내가 닭대가리여도 괜찮다. 점장님께서는 언제나 답을 가지고 계시니까. 그러니 점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또 믿고 있었으며,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나 점장님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영원히.

 

 

 후기 및 드리고 싶은 말 (여기서부터는 맞춤법 검사 안 하고 급하게 씀.)

 사실 이 말이 먼저 들어가야하는데, 길어서 소설 읽기도 전에 지치실까봐 뒤로 뺐습니다. 안 그래도 쓰다보니 길어져서 이게… 일단 여기까지 재미없는 소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표합니다. 늦게 시작해서 시간이 부족해 지금은 엉성하게나마 제출을 해보지만, 나중에 좀 더 살을 붙여보고 싶어요.

뭐, 점잖은 체는 그만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죠. 일단 이 소설에는 대회 참가 기준의 선을 타는 설정들이 좀 들어가있어요. 그건 바로 유주얼 룸에 대한 제 상상이죠. ‘대회 나가봐야지 히히’하면서 유주얼 룸에 대해서 상상하다보니 결국 점원들의 설정, 스토리나 분류 같은 것 없이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만일 대회 주최자분 및 홀붕 여러분들께서 읽어보시고 이것이 지나치다 싶으시다면, 그래서 입상 대상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면 입상은 깔끔하게 포기할 생각입니다. 다만 제 생각은 여기 나오는 모든 홀붕이들은 첨버디, 데드비츠, 티메이츠, 타코타치, 그리고 KFP 점원 중 하나이기에(그리고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놀랍게도 Myth 외에 다른 사람이 오시인 홀붕이는 이 소설에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아요! (그리고 거의 대부분 KFP 직원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캐딸을 목적으로 쓰여지지도 않았고, 제가 보기에는 자캐딸 수준이 아니며, 대부분 유주얼 룸을 묘사하기 위한 존재들일 뿐이에요.

 그리고 더 첨언하자면 일단 KFP 직원의 분류중 간부급 직원들(주최자 분께는 그래봐야 오겜 진행요원처럼 직원들 중 유주얼 룸에서 일하는 획일적인 존재들이라고 소개함.)에 대해서는 대회 주최자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될 부분이 이제 더는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애초에 제 창작이 대회의 룰을 어긴다고 치면 다른 작품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팬이름으로 대표되는 사람의 특색을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면 다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그런 것들이 창작의 영역에 있다면 제가 쓴 글도 그 정도의 범위 안에서 창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싹 가시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세세히 다 물어보면 너무 물어볼 것이 많아지고, 제 콘셉이 유출되기도 하고, 대회 주최측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매우 엄밀히 기준을 잡아야함으로), 그리고 입상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쓰기로 한 거 어차피 끝까지 쓰긴 쓸 거라서 그냥 써보았습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일단 제 주장은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KFP 점원들이고 크게 자캐딸 같은 건 시도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분들이 문제를 삼으신다면 군말없이 입상을 포기할 테니 그냥 작품 감상평이라던가 개추라던가(입상 대상에서 제외를 원하시면 댓글로 써줘잉)만 서로서로 행복할 수 있도록 잘 달아달라는 것이에요.

 뭐? 애초에 수상 점수대가 아니라 상관 없다고? 쓰다보니 뽕에 차서 김칫국 ㅈㅅ…. 하지만 상을 받든 안 받은 겨울 방학에는 꼭 살 붙여서 제대로 마무리해보고 싶네요. 좀 더 개연성있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제멋대로 키아라를 지나칠 정도로 사이코 기업 운영자로 만든 것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셨을 수도 있는 KFP 점원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본인도 약간 얀데레 느낌으로 컨셉 잡을 때도 있으니… 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본인 설정상 개 사이코 악질 기업 운영자는 맞긴 하잖아… 전번에 구라도 아주 질색을 하더만.)

 아무쪼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앞으로도 즐거운 홀생 백년만년 살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