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탐정 아멜리아 왓슨은 커피가 잔뜩 늘어져 있는 방에서 골치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것은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2개의 긴 뿔을 지닌 한 비밀 단체의 총수 때문이었다.



"La+ 다크니스라... 흠... 또 조사할게 늘어난 건가."


그것이 그녀가 32잔 째의 커피를 마시며 읊조린 말이었다. 일이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길었던 Myth 수사를 종결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직 아이리스와 카운슬의 조사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 했는데 이번에는 또 비밀 조직 X라니. 제아무리 미지에서 오는 호기심을 즐기는 그녀더라도 신음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또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그런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온 예상밖의 목소리에 탐정은 깜짝 놀라서는 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 목소리는 익숙한 얼굴에서 나온 것이었다.



"으으으 구라. 대체 내 방에는 언제 들어온 거야. 깜짝 놀랐잖아."


그녀는 놀란 모습이 부끄러워 괜히 툴툴대며 말했다.


"어... 방금? 그래서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다크 서클이 내려앉을 정도로 열중하는 모습은 상당히 오랜만인데?"


"하, 구라. 그저 네가 귀엽다고 해서 내가 모든 걸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아니 그래서 뭔데."

 

구라는 그렇게 말하며 아메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메는 그런 구라를 밀어냈으나, 구라의 유체적학적인 몸은 이제 아메의 품에 파고드는 것쯤은 익숙하다는 듯이 아메의 손길을 슉슉 피해서는 어느새 모니터로 향해있었다.

 


"하 구라. 그 누가 널 막을 수 있을까."

 

아메는 졌다는 듯이 읊조렸다. 물론 일하는 중간에 방해받은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으나, 이리도 귀여운 고대 상어가 품에 파고든다면 그 누구도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디보자.... 라플라스 다크니스? 귀엽게 생겼네. 마치 나처럼."

 

구라는 그렇게 말하며 흥미롭다는 듯이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아멜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마 사진만 보고 있을 그녀에게 자신의 수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걸 궁금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수사를 방해했다면 이 정도는 들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 구라. 그녀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녀는 홀록스라는 이름의 정체불명의 조직의 총수로 추측돼. 그리고 자신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주장하고 있지. 그런데 사실 이게 양자역학에 의해서 부정된 결정론적 세계관에서나 가능한 존재라서 그 진위가 조금 의심되긴 해. 다만 너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사실 신화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이 악마도 진짜로... 구라?"

 

음 설명이 그렇게나 재미가 없었나? 구라는 그녀에게 전혀 반응하지 않은 채 화면을 보며 완전히 굳어있었다.

 


"구라. 이런 설명이 그렇게 재미가 없으면 내 방에 '수사중'이라고 써있을 때 들어오지를 말았어야지."

"...."

"알았어 구라. 그래그래. 재미없는 설명은 안 하면 되잖아. 진짜 꼭 그렇게 티를 내야겠,"

"이거 지금 진심이야?"

 

구라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뒤돌아보면서 말했다. 

 


"왜, 왜 그래 구라.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멜리아는 그녀의 예상 외의 태도에 당황해서는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 대체 어떻게.... 아니...."

 

구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멜리아는 그런 구라가 이해가 가지 않아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왜 구라가 그렇게까지 실망했는지를 깨달았다.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아틀란티스를 가라앉혀버렸던 과거가 있다.'

 

"아... 그게... 구라,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 총수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수사도 착수하지 못 했어. 그냥 잡다한 정보를 모아뒀을 뿐, 여기 나와있는게 백 퍼센트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어. 그냥 하나의 가십거리일 뿐이야."

 

 

그녀는 상어를 진정시키기 위해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귀여운 상어에게 아메의 이성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아예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이게 사실이야 아메?"



"너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거야?"



"흑... 흑... 한 몇 천년쯤 전이었나. 내가 아틸란티스에 있을 때 할아버지가 분명 그랬었어. 포세이돈이였나? 하는 신이 우리 일족한테 원한을 품어서 대제국 아틸란티스가 바다 속에 잠기게 되었다고... 크흑.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다행히 우리 일족은 바다에 적응해서 살아남았지만, 일족의 철천지 원수인 그를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하셨어. 그런데... 그런데! 그런 놈이 뭐가 잘났다고 얼굴을 까고 활동을 해!"

 

구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화를 내며 모니터로 달려들었다. 그녀의 돌격은 작은 체구였음에서 나온 것임에도 최상위 포식자라는 별명답게 매서웠다. 아메는 그런 구라를 붙잡으려고 애썼다.

 

"이거 놔 아메! 용서할 수 없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구라!"


"지금 너희 인간의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거야?"


"너희 일족에게 이게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는 건 알겠는데, 커브드 모니터는 한두푼 하는게 아니라고 구라!"


"이거 놔! 이 포세이돈인가 하는 X을 내가 잡아 X칠 수 있게!"


"포세이돈이 아니라 라플라스야 구라!"


"대충 비슷하잖아!"


"뭐가 비슷한데!"

 

그렇게 평소에는 조용하던 아메의 방이 혼란에 잠식되려고 할 때였다. 아메의 방에 깔려있던 카펫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촉수를 지닌 소녀가 보라 불빛에서 소환됐다.

 

"안녕 아메. 나 왔어. 괜히 바쁜데 방해한 건 아니길 바,"

 

"이거 놔! 놓으라고!"

 

"이성을 되찾아 구라!"

 

"되찾을게. 내가 이 망할 년을 X치고 나면 말이야!"

 

"흠...."

 

이나는 둘을 보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말하자면 긴데, 지금 내가 라플라스 다크니스라는 비밀 조직의 수장을 조사중이였거든."


"망할 X!"


"조용히 해 구라! 어쨌거나 그런데 얘가 주장하는게 지금 자기가"


"대제국 아틸란티스를 위해!"


"으아아아아! 그만 좀 해!"


"흠...."

 

이나는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그 라플라스라는 애가 아틸란티스를 침몰시킨게 아닌가 한다는 거지?"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맞아 이나!"

 

아메는 낑낑대면서 말했다.

 


"사실이라면 구라가 화낼 법도 하네. 그런데 사실 그건 라플라스의 잘못이 아니야. 아틸란티스의 몰락은 위대하신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신 과타노차 님께서 직접하신 일이야."


"이거 놔! 이거... 응?"

 

구라는 그 말을 듣고는 이나를 처다보았다. 마치 라플라스에 대한 모든 분노가 사그라들었다는 듯이 말이었다.

 

 

"지금 과타노차라고 했어?"


 "아 맞다. 네크로노미콘의 내용은 함부로 말해선 안 되는,"


 "음... 왠지 포세이돈이 아니라 과타노차였던 것 같기도 해!"


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느새 아멜리아의 품에서 내려와서는 이나에게 다가갔다.


"대체 그 둘을 어떻게 햇갈린 거야 구라?"


"조용히 해! 어쨌거나 그래서 말이야 우리 문어 아가씨, 그 과타노차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말해봐봐."


"음... 일단 과타노차님께서는 일단 사람이 아니고, 너같은 일개 상어따위가 만날 수는 없는,"


"나는 최상위 포식자야! 내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는 없어! 내가 이 과타노차인지 뭔지하는 존재도 아주 그냥 묵사발을,"


'어쩔티비~ 저쩔티비~ 전화왔띠~ 받아라띠~'

"어? 시온한테 전화왔다 헤헤. 여보세요~ 뭐? 새로운 흑마술이라고? 대체 뭔데 또. 키히히." 


그렇게 문자 소리와 함께 구라는 화가 난 적이 없다는 듯이 태연해져서는, 그대로 쇼파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 가끔 보면 진짜 단순하다니까. 저게 사랑이라는 건가. 어쨌거나 이나, 그래서 너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다급한 일이 아니면 이 마법진은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빨래 다시 해야한다고."


"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거야 아메?"


이나는 아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어... 무슨 날인데?"


아메는 그녀의 물음에 당황했음을 숨기려고 두뇌를 풀가동하며 태연한 척 답했다.


"아메!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한 거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네가 오랜만에 Myth 멤버가 전부 모여서 사진이나 찍자고 한 그 날!"


"... 뭐?"


아멜리아는 당황해서는 달력을 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수사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 진짜 미안해 이나. 내가 불러놓고 까먹고 있었네. 요즘 수사할게 너무 많아서 내가 정신이 없었어."


"괜찮아. 그래서 여기서 모이기로 했었잖아. 너 바쁜 거 다 알아서. 그런데 그나저나 키아라랑 칼리는 어디있는 거지?"

"키키리키... 나 왔어..."


이나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실망감이 역력한 표정의 키아라가 아메 탐정 사무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는 딱 봐도 힘이 없어보였다.


"뭐 다들 여분의 열쇠라도 가지고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그냥 막 들어오는 거지?"


"우린 신화 속의 존재잖아 아메. 그런데 키아라 무슨 일 있어? 왜 그리 기분이 안 좋아."


"그... 그게... 크흑...."


이나의 물음에 점장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 그래 키아라. 무슨 일 있어?"


"아니... 오랜만에 Myth 멤버끼리 보는 거니까... 칼리랑 같이 오려고... 유주얼 룸에서 불순 직원들을 몇 명 교화시키고 있었는데,"


 

"그건 인권 유린이라고 몇 번을 말해 키아라!"



"아무렴 어때. 걔네는 내 것이라고."


"그게 무슨,"


"어쨌거나 칼리를 불러내려고 직원들 몇 명을 교화시키고 있었는데... 크흑... 칼리가 안 왔어. 어째서. 대체 어째서인 거야!"


점장은 그렇게 말하고 이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신경 써줬는데! 얼마나 사랑해줬는데! 언제나 귀찮다는 듯이! 대체 왜 나의 사랑을 몰라주는 거야 칼리! 어째서! 어째서! 엉... 엉..."


그런데 이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그녀에게 답했다.



"너무 절망하지는 마 키아라. 칼리가 널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 그럼?"


"음... 추측이긴 한데, 칼리 오늘 여기 참석한다고 영국 사신 지부에 연락해서 할당 구역 잠시 바꿨다고 하지 않았어? 어쩌면 네가 있는 곳이 그 구역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지."


이나가 침착하게 대답하자, 점장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 그런 거야?"


"그런 거긴 한데... 어째서 얀데레 표정을,"


"그럼 여기서 직원을 교화시키면... 칼리가 와주는 거지?"


"어차피 곧 시간 내서 오기로 했는데 굳이 빨리 부를 필요는 없잖아. 그냥 기다리는게,"


"잠시만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고 칼리는 눈 깜짝할 새에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아니 당연히 나도 좋아하지 시온. 아 왜 그래 진짜~ 애들 앞에서 부끄럽게."


키아라가 돌아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키아라가 들고온 포대에서는 한 KFP 직원이 푸드덕대고 있었다.


"이건 옳지 않아."

"아메... 우리 그냥 가만히 있자. 괜히 우리까지 변 당할라."


키아라는 그런 둘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자신의 할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루에서 KFP를 꺼낸 뒤 입을 막아놓은 테이프를 때내었다. 


"사, 살려주세요 점장님."

"그래서 KFP, 후부키 선배의 엠나이트 이로치작은 재밌었어?"

"아니... 솔직히 말도 안 되잖아요. 엠나이트 이로치작이라니! 홀붕이라면 이건 못 참지!"

"맞아... 참기 힘들긴 하지. 특히 후부키 선배의 재밌는 입담과 함께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기도 하고 말이야."

"네 그럼요 점장님. 그런데 왜 눈을 그렇게,"

"그런데 그건 점장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소리야 KFP. 너같은 점원은 '아니에요 점장님. 점장님 말고 다른 여자의 방송을 어떻게 보겠어요.'라고 하는 거라고."

"아니에요 점장님. 점장님 말고,"

"INAFF! 이미 늦었으니 변명은 그쯤 해두라고 KFP. 부디 칼리가 네 영혼을 편안히 이끌어주길!"

"그, 그만. 그만! 으아아아!"


콰직! 그 소리와 함께 저항하던 직원의 몸에서는 힘이 빠졌다. 그리고 방에는 오직 구라가 시온과 수다떠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약간의 고요한 한기가 방 안을 채웠고, 이내 분홍색 머리를 한 사신이 방 안에 홀연히 나타났다.


"재수도 없으셔라. 곧 크리스마스인데 뵙게되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 이름은 칼리오페 모리고 당신을 명계로 안전하게 안내할... 잠시만. 사인에 왜 KFP라 적혀있는 거지? 여긴 영국이잖아. 잠시만. 주소가 아멜리아 왓슨 탐정 사무소?"

"칼리이이이이이~."

"맙소사. 쿠소토리.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그저 날 보기 위해서 점원 죽이는 것 좀 그만하라고! 너때문에 사신 협회에서 얼마나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오는지 알아?"

"오랜만이야 칼리. 잘 지냈어? 나 많이 보고싶었어? 응? 응?"

"잘 지냈지. 네 사이코 얼굴을 보기 전까진 말이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칼리. 넌 내가 반갑지 않은 거야?"

"몇 분 후면! 어차피 몇 분 후면 볼 거였어 쿠소토리! 곧 12시인데 그 새를 못 참고 사람을 죽여?"

"사람이 아니라 점원이야 칼리."

"넌 미쳤어."

"아, 당연하지 시온. 상어들은 원래 전 세계를 누비면서 살아간다고. 애들이랑 사진만 찍고 나면 네가 있는 곳까지 수영해서 갈 수 있다니까?"

"INAFF!"


이나는 이 와중에 못 참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자 모두들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만 시온. 이나가 할 말이 있대. 좀 있다 전화할게. 웅웅 사랑해~."


... 하던 일을 멈추고 이나를 바라보았다. 이나는 이내 건조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얘들아! 진정 좀 해.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야 크리스마스. 할로윈 이후로 우리 모두들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바쁘지만, 그래서 요즘 자주 못 만났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 아메가 마련한 뜻깊은 자리잖아. 그런데 계속 그렇게 딴짓들만 할 거야? 계속 그렇게 평소처럼 굴거냐고! 우리들의 유대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라는게 진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니? 아메! 너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아메!"


"아, 아 미안. 말 안 하고 있었는데, 이나가 한 말에 아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야 얘들아. 솔직히 너네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나도 바쁜 와중에 너희를 위해서 마련한 자리야. 나는 나름 저기 사진 기사도 부르고 이 자리를 뜻 깊게 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오기야? 응?"


'....'


어째선가 얼굴이 굳어진 남자를 뒤로 한 채 방 안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메의 진심을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듯한 미안함이 방 안에 흘러넘쳤다.


하지만 이것은 아메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모두가 크리스마스에 가족같은 분위기를 누리기를 원했지만, 그것에 강제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아니, 그걸 넘어서서 자신이 화를 낸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싱긋 웃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후... 미안해 얘들아.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해서 민감해졌었나봐."

"아니야 아메. 내가 너무 흥분했었어 미안...."

"미안해 아메... 칼리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만."

"시온이 보채는데 어떻게... 진짜 선배지만 못 말린다니까."

"아니야 얘들아. 그냥 방금 내가 한 말은 무시해. 사실 중요한 건 우리의 연이 계속되는 거고, 다들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 아니겠어? 낭비한 시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밤은 길고 왓슨 사무실에는 좋은 와인이 가득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어 잠깐만. 벌써 59분? 야 다들 빨리 모여봐. 얼른!"


아메의 다급한 명령에 모두들 어색하게나마 사진을 찍을 구도를 갖추었다. 다만 단 한 명만 눈치없이 멀뚱멀뚱 서있는 것이었다.


"아저씨! 설마 사진기도 없는 거에요? 하... 여기요. 제가 수사할 때 쓰는 사진기에요."


"... 자 그럼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메리 크리스마스~"



그렇게 정신없게, Myth답게,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끝-


후기: 솔직히 방송 보면 다 이런 느낌 아니긴 한데 그냥 설정에 맞춰서 썼습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좋겠네요 ㅎㅎ 그리고 급 마무리한 것 같다면 정답입니다. 곧 시험이라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