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H~!바이~!"


방금 휴가 전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으으, 좀 힘들었는데 이제 슬슬 쉬어볼까...'


이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로 꾸물꾸물 올라갔다.


침대위엔 KDTD가 있었고, 이나는 그걸 안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후아으아음... 잘잤다..."


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아니, 디디려고 했다.


-쿠당탕!


"아...아야야야야야야...."


바닥과의 높이계산이 미스였는지, 이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원래는 이러면 딱 됐는데 갑자기 왜....?"


이나는 툭툭털며 일어나다가 시선의 높이가 평소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눈이 동그래졌다.


"...전신거울 어딨지..."


-콰당!


일어나서 거울을 보려던 이나는 바닥에 끌리는 옷자락을 밟고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잘때 편하려고 오버핏의 후드티를 입은게 화근이었다.


"아야야야야..."


후드티를 치마처럼 올려잡고 전신거울 앞으로 달려간 이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울에 비친건 평소대로의 자신이 아닌, 누가봐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유치원생정도로 보이는 어린애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도대체 무슨일이야 이게..."


혹시몰라 집을 뒤져봤지만, 역시 어릴때 입었던 옷은 전부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나는 우선 바닥에 끌리는 오버핏 후드부터 일반 크기의 티로 갈아입었다.


다행히 원피스처럼 보이긴 해도 땅에 끌리진 않았다.


'아! 구라라면 지금 몸에 맞는 옷이 있을지도 몰라!'


이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구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구라의 키는 141cm이고 지금 이나는 90~100cm여서 구라 옷이라도 안 맞을 거다.


"A"


"구라! 혹시 우리집으로 와줄 수 있어? 된다면... 너 어릴때 입었던 옷 들고."


"이나...? 이나 맞지?"


"응? 당연하잖아."


"아니....이나치고는 목소리가 엄청 하이톤이라서 말이지."


이나는 몸이 어려지면서 목소리도 어려졌다는 걸 깨닫고 구라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로리가 됐다고? 어떻게 믿어 그걸."


"직접와서 보면 믿게 될걸?"


"뭐... 알았어. 근데 옷은 없을거야. 지상의 옷은 내 지금 몸에 맞춘거밖에 없거든."


"음... 알았어..."


-잠시후-


"세상에, 이나! 진짜 작아졌구나!"


집에 들이닥친건 구라뿐만이 아닌 키아라와 아메, 칼리도 같이 있었다.


"어라... 난 분명 구라만..."


당황한 이나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자 구라가 해명아닌 해명을 했다.


"일단 난 차가 없으니까 아메가 운전을 해줬고, 키아라는 이나에게 어울릴만한 옷을 샀어. 칼리는... 키아라가 데려왔어. 데이트중이었대"


"아니, 데이트는 아닌..."


"맞아! 이나, 이거 입어봐봐!"


칼리의 말을 끊은 키아라가 꺼낸 것은 프릴이 잔뜩 달린 귀여운 여자아이의 옷이었다.


"아...이건 좀...."


아무리 어린애의 몸이라지만 정신까지 어린애가 된건 아니었기에 이나는 그 옷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니까? 키아라, 이나 그런옷은 안 입을거라고 얘기 했잖아."


"히잉... 이나가 입으면 귀여울거 같은데..."


옷을 거절당한 키아라는 시무룩한 강아지같은 얼굴이 됐다.


그러나 금방 회복하고는 다른 옷을 갖다댔다.


아까처럼 프릴이 잔뜩달린 것도 아니었기에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 이나는 순순히 옷을 입었다.


물론 손도 서툴러진 탓에 스스로 입는걸 몇번 실패해서 키아라와 칼리의 도움을 받았지만 말이다.


"쨔잔~"


"이나 귀여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이나는 구라의 어택을 받고 사고회로가 멈춰버렸다.


구라는 멈춘 이나를 껴안고 부빗거렸다.


아메도 은근슬쩍 껴서 이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칼리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잠깐, 구라 숨막혀..."


"A? 아 미안!"


구라는 이나에게 달려들었을때랑 마찬가지로 빠르게 떨어졌다.


"역시 사람은 최악을 먼저 제시하면 선이 낮아지는구나..."


"아메? 그게 무슨소리야?"


지금 이나의 옷은 아까것보다 좀 낫다뿐이지 리본과 프릴이 달린 소녀소녀한 어린애의 옷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아아아아무것도 아냐 이나! 배고프지? 밥먹자!"


이나의 눈초리가 매서워졌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애의 모습이었기에 칼리의 품에 안겨서 이동했다.


키아라는 부엌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며 뭔가를 만들었다.


곧, 치킨의 냄새가 흘러나왔고, 식탁에 올라온건 역시나 치킨이었다.


"맛있겠지? KFP신작이야! 이거 인기라구!"


이나는 서툰 포크질로 자신의 입에 맞게 잘게 잘린 치킨을 먹었다.


적당히 짭쪼름하고 달달한게 입맛도 어려진 이나에게 딱이었다.


밥을 다먹은 이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진짜 어린애 같네..."


칼리는 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나! 옷 갈아입고 자자!"


키아라는 어디서 찾았는지 원래 이나의 오버핏 티셔츠를 들고와서는 금방 옷을 갈아입히고 이를 닦인 후에 이나 방에 재웠다.


이나는 모든 과정에서 거의 자고 있었다.


"근데, 이나는 어쩌다가 저렇게 된걸까?"


"나도 몰라! 돌아오면 좋은거고, 안돌아와도 원래대로 클때까지 키우면 되겠지!"


"구라,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딸이나 애완동물 취급하는건 좀 그렇지 않아?"


칼리가 구라에게 말했다.


"그런가?"


"그렇지."


그렇게 이들은 이나가 깰때까지 서로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몇시간 뒤, 이나의 방쪽에서 깬듯한 소리가 났다.


"이나! 깼어?"


키아라가 방문을 살짝 열며 얘기했다.


"응..."


그리고, 안쪽 광경을 본 키아라는 사고회로가 정지했다.


"이나...가...보잉보잉?"


이번엔 이나가 원래의 플랫한 몸이 아닌 굉장히 성숙한 몸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에...? 키아라...? 그... 잠깐만 나가줘...."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이나가 얼굴을 븕히며 키아라에게 부탁했고, 키아라는 순순히 나가면서도 머리가 정지해 있었다.


"키아라? 이나가 대체 어떤 상태길래 그래?"


칼리가 멈춘 키아라를 흔들며 물었다.


키아라의 시선이 어느 한 부위를 힐끗 스치더니 말했다.


"보면 알게 될거야."


그때, 이나가 머리만 뿅하고 문밖으로 뺀채 말했다.


"키아라...아메...칼리... 혹시...그...거 있어...?"


아메는 키아라의 보잉보잉이라는 말과 상체를 가리고 있는 이나를 보고 한가지 결론을 도출해 냈다.


"잠깐만 이나. 내 집은 근처니까 바로 가져올게."


"고마워..."


이나는 새빨개진채로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아메는 근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굉장히 빠르게 이나에게 그것을 가져다 줬다.


이나는 가져가서 입어보더니 다시 빼꼼하고 나온 뒤에 한마디를 던졌다.


"아메, 미안...작아..."


이나의 얼굴은 좀있으면 터지겠다 싶을만큼 빨갰다.


"그거, 내 사이즈인데...칼리도 맞는 사이즈...인데..."


아메는 우주고양이의 상태가 됐다.


"이나, 일단 그냥 티 하나만 입고 있어봐봐."


키아라가 그렇게 말하고, 이나가 다 입었다 말하자마자 줄자를 들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사이즈를 잰 키아라는 잠깐 나갔다 온다면서 아메를 데리고 어딘가를 갔다 왔다.


"자, 이나 선물!"


다행히 이번 사이즈는 맞았고, 드디어 이나는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근데, 대체 무슨일이야?"


구라가 이나에게 물었다.


"우으...아무래도, 우리 신께서 장난을 좀... 이 모습도 아마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갈거 같아."


여전히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나가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네...원인과 해결방법을 알았으니까."


"아까는 그 모습으로 고정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했다고."


"맞아! 이나는 유체역학적 몸이어야한다ㄱ...아야야야...미안 이나"


뭔가를 말하려던 구라는 이나에게 꿀밤한대를 맞고 조용해졌다.


"그럼, 우리 오랜만에 모인 김에 파티할래?"


수다를 떨던 도중, 어떤 사고회로를 거쳤는지는 몰라도 이런 얘기가 나왔고, 즉석으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칼리네 집에서 와인 몇병과 아메네에서 맥주 몇캔를 가져오고, 타코다치들을 잘 두니 나름대로 파티 같아졌다.


술과 고기, 수다를 곁들인 파티가 끝나고, 5명은 지쳐서 자기로 했다.


"잘자~"


누군가의 말과 함께 불이 꺼졌고, 모두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이나! 원래대로 돌아왔네?"


"맞아! 이나가 다시 유체역학동기가 됐어!...아야...."


쓸데없는 소리를 한 구라에게 꿀밤을 먹인 이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살짝 아쉬워보이는 건 착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