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이젠 걷는 도시로] (1) 걸어야 상권도 산다

  • 기자명 전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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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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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족보다 보행자가 돈 더 써”
“쇠퇴 상권 살리기 주차장 마련보다 더 효과적”

 걷기 좋은 도시가 좋은 도시다. 더 이상 승용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도로 인프라가 잘 깔려 있는 곳이 도시의 자랑이 아니게 됐다. 승용차가 빨리빨리 돌아다닐 수 있도록 교통환경이 좋은 곳이 도시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사람 중심의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광주시가 걷고 싶은 길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본보는 광주시가 추진하는 걷고 싶은 길의 과제와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25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명 중 1명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자동차 중심도시. 광주의 현주소다.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 2022년말 기준 48.9%에 이르렀던 승용차의 분담률이 지난해 49.4%까지 증가했다.

 광주시 141만 인구 가운데 자동차 등록대수만 72만 대로 이미 2명 중 1명 이상을 넘어섰다. 성인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승용차 중심도시란 오명은 더욱 떨쳐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관련기사] [광주, 이젠 걷는 도시로] 충장로 상인들은 “차가 와야 사람이 온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시가 미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으로 ‘걷고 싶은 길’을 제시했다. 더 이상 광주란 도시가 승용차 중심으로 나아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전환됐을 때 시민의 삶도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사람을 가장 우선하는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웰빙과 활력을 통해 사람이 모여드는 길과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승용차를 불편하게 ‘워커블 시티’

 자동차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부터 전남대병원를 잇는 광산길이다. 이 구간의 보행로는 5m에서 11m로 대폭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보행로에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아스팔트 초크아트, 워터슬라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해 사람이 모이는 길로 조성한다. 보행 중심도시나 탄소 중립을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시민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면 자연스레 걷고 싶은 길로 형성될 것이라 광주시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걷는 길로 접근하기 위해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Bus Rapid Transit)와 수요응답형교통 대중교통 서비스(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검토하는 등 승용차 억제 정책적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광산길 주변 상인들은 승용차를 끌고 오는 운전자들이 불편해지면 충장로 상권 쇠락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쇼핑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다.

 충장로의 한 화장품 가게 사장은 “백화점이나 마트를 예로 들어보면 주차장 없이 대중교통 노선을 좋게 해준다거나, 보행환경을 좋게해주면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냐?”며 “쇼핑을 하러 오는 상권에 도로 진입부터 불편하게 하면 상인들 다 죽으라는 소리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상인들의 반발과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시민들의 민원을 행정이 감내할 수 있는지가 걷고 싶은 길 정책의 성공 유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걷고 싶은 길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보행 친화성이라 불리는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가 쇠락한 도심을 살릴 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행하기 편리한 도시 디자인으로 바뀌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홍대거리, 망원동, 가로수길… 

 서울의 홍대거리, 망원동, 가로수길, 성수동 등 ‘걷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이 대표적다. 이 거리의 대부분은 보행자 중심도로다. 이곳을 찾는 이들도 대부분 승용차를 타고 오지 않는다.

 핫플레이스 상권이 승용차가 편리한 곳이 아닌 걷기 좋은 환경에 조성된 곳은 이외 다른 지역 도시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걷기 좋은 도시’인 워커블 시티의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경영대학교 도시부동산분석센터(Center for Real Estate & Urban Analysi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걷기 좋은 도시일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대학 진학률이 모두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 빅토리아교통정책연구소(Victoria Transport Policy Institute)의 자료에도 자동차 속도가 시속 5~10km 늦어지면 인접한 거주지 부동산 가격이 20% 상승하고 도로 일일 통행량을 100대 줄이면 집값이 18%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 좋으면 돈도 쓰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액센트마케팅앤드리 서치(Accent Marketing & Research Limited)의 연구에는 런던 도심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승용차 이용자에 비해 약 42% 더 많은 돈을 썼다. 보행자가 1주일에 약 15만 8800원을 썼지만 승용차 이용자는 약 11만 1700원을 쓴 것이다.

 쇠퇴해가는 광주 충장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주차장을 늘리는 게 대안이 아닌 걷고 싶은 매력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워커블 시티, 전세계적 흐름”

 나주몽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데, 주차장만 만든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걷고 싶게끔 길을 조성해야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걷기 좋은 도시를 뜻하는 ‘워커블 시티’는 전세계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으로, 걷기 좋은 도시가 경제효과도 크다라는 연구는 이미 많이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걷고 싶은 매력적인 길이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레 상권도 활성화가 될 수 있다”며 “주차장 조성과 걷기 좋은 길은 상반된 것이 아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 개념이지만, 현재 충장로 상권으로 비춰봤을 때는 사람이 많이 오게 되면 주차장 조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테니 그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도 승용차 이용률이 내려가고 대중교통이 잘 활성화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