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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나는 평택고등학교에서 화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 누구도 심지어는 나조차도 그렇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이전 고입에서 숱하게 많은 실패를 겪었기에 1차적으로 기대가 덜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내신도 잘 나오지 않아 기대는 더욱 줄었다. 중학교 내신과 고등학교 내신은 확실히 달랐기에 나의 내신성적은 5등급과 6등급도 종종 나오고 잘 나온 과목도 2~3등급이였을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이대로라면 교과전형으로는 지거국 하위학과도 간당간당했으며 그에따라 나의 기대치는 낮아져만 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동아리 활동도 화학동아리는 못들어갔지만 그래도 교사동아리에 들어가서 차장까지 먹을 정도로 열심히 했으며 영재학급에 들어가 팀을 꾸리고 예산을 직접 짜서 연구활동도 진행하는 등 화학과 관련된 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신만을 평가하는 교과전형보다는 생기부의 내용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눈이 돌아가게 되었다. 내신 성적보다는 생기부의 내용으로 승부를 보고자 한 것이었는데 때마침 내신도 2학기 때 교과우수상을 두어장 받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에 잘하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인서울 화학과나 메이저 지거국 화학교육과도 가능하겠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목표는 그쪽으로 옮겨져갔다.


과학연구 당시 보고서 표지 사진으로 썼던 사진


 여기서 나의 인생을 바꿀 한가지 변수가 생기는데 바로 고교학점제였다. 나의 모교는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것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과목들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으며 그 중에서는 과탐 1,2과목은 물론이요 과학고에서나 듣는 고급과목이나 실험과목도 들을 수 있었다. 즉, 자신이 이과쪽 진로를 선택한다면 사회과 과목을 최소화하고 과학중점고 수준의 커리큘럼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나 역시도 화학과에 가기 위해 과학 10시수, 수학 10시수의 공돌이 시간표를 선택했다.


당시 나의 시간표 


 문제는 내가 천생 지도박이였다는 점에 있었다. 중학생 때에도 항상 쉬는시간이면 조용히 사회과부도를 폈으며 집에서도 시간이 남으면 사회과부도를 탐독하는 바람에 늘상 사회과부도의 표지는 물론이고 앞부분까지 10장 정도가 뜯어져 있었다. 즉, 나는 화학과 지리를 미친듯이 좋아했지만 지리학과가 아닌 화학과 입시를 준비했기에 저런 사탐냄새 1도 없는 시간표대로 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화학 과목을 많이 듣는것은 만족스러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공허한 느낌의 원인을 찾으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코시국이라 고민할 시간은 충분했으며 나는 거기서 내가 지리학과 화학을 모두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화학과에 가서 지리학과를 이중전공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전국에 화학과는 있는데 지리학과는 없는 학교는 매우 많았으며 화학과라는 목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런 학교에 진학하여 지리학과를 이중전공하자는 목표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할 위험이 높았다. 그렇기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지리학과나 지리교육과에 가서 화학이나 기타 연관학문을 이중전공 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으며 여기서 고교학점제는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고교학점제 덕분에 1년에 나눠 들을 탐구과목들을 1학기에 몰아서 듣는 덕분에 2학년 2학기부터 선택과목을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선택과목을 생물 1과 생명과학실험에서 정치와 법과 한국지리로 바꾸어 미적분과 기하는 4반에서, 한국지리는 2반에서 정치와 법은 1반에서 듣게 되었으며 다시 지리학과나 지리교육과에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고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