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게 내 고백에 대한 대답이야?"


나의 말을 들은 프란츠의 잘생긴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그건 아니야."


"그럼 어째서 지금 그 사실을 밝히는 건데? 우회적인 거절?"


"…그냥, 그냥 숨기고 싶지 않아서, 숨기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말하는 것 뿐이야."


"하… 미치겠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 프란츠.

한숨과 함께 흘러나온 작은 욕설에 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미안해 역겨운 사실을 말—"


"그만. 전혀 역겹지 않아. 그냥 좀 당황했을 뿐이야."


나의 말을 끊은 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는 나도 모르게 깨물고 있던 입술을 엄지로 지그시 눌렀다.


"…미안."


"사과도 그만해. 내가 듣고 싶은 건 다른 거니까."


"……정말로 대답을 원해?"


"너의 솔직한 진심을 듣고 싶어."


프란츠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부드럽게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그에게 속마음을 살짝 열어보였다.


"좋지도 싫지도 않아.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


"…"


"네가 좋다고 말해준 건 기뻐. 기쁜데…

하아, 네가 그랬지, 무슨 일을 하든지 너는 어느새 나를 떠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너를 그렇게 자주 떠올리지 않거든."


"…그래."


"네가 그랬지, 나를 만나기 직전이 가장 설레고, 나와 함께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너와 함께 있으면 기쁜 건 사실이지만, 가장 행복한 건, 글쎄 잘 모르겠어."


"…응."


"네가 그랬지, 너는 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다고.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너를 위해 죽어줄 수 없어."


"애초에 원한 적 없어."


분명히 나의 속마음은 부정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의 말을 들을 수록 프란츠는 점점 미소가 진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부아가 치밀었다.


"이런데도 나와 사귀고 싶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


"네가 싫지 않다면."


"…진짜, 호구 새끼."


그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순간부터 최대한 삼갔던 욕을 나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하지만 프란츠는 맑게 웃으며 한 발짝 다가왔다.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반해버렸는걸."


작게 숨을 내쉬었다.

프란츠는 나의 과거에 전혀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대감 넘치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프란츠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를 외면할 수도 없을 것임을.


인정해버리니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래서 그런걸까?

조금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한 가지는 해줄 수 있어."


"네가 주는 거라면 뭐든 기쁠 거야."


"너는 가문을 이어야되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음?"


시간이 지나도 나는 프란츠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걸 선물하자.


"아, 아, 아기는 낳아줄게."


"……뭐?"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프란츠가 나는 처음으로 귀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