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빙판위의 싸움.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에이스. 센터를 차지하고, 


주심의 호루라기가 울려퍼지면서 떨어지는 퍽.


페이스 오프.


시작되는 싸움.


20분씩 3차례.


얼음을 갈아내고, 살을 갈아내어 이끄는 승리.




그런 승리의 중심에, 주장을 맡던 한 남자. 







하키단의 훈련이 끝나면 시작되는 피겨 선수단의 연습.


"지현씨, 매번 말하지만 조금 살살 타주면 안되나?"


훈련을 끝낸 힘겨운 몸을 이끌고 나오면 항상 불평을 늘여놓는 피겨 트레이너, 시아.


"저희가 이렇게 타고싶다고 타는 게 아니잖아요. 정빙 끝나면 깨끗해질텐데, 뭐."


"아무리 정빙을 해도, 이런 얼음에서는 우리 애들이 넘어지지. 가뜩이나 여린 여자애들이 많은데. 응?"


"모릅니다. 저 힘들어요. 가볼게요, 시아쌤."



점점 멀어져가는 덩치를 바라보며.


"하아... 진짜."







전국을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 


이제는 하다못해 몸과 성별을 바꿔버리는 TS 바이러스가 날뛰고.


아무리 적게 퍼졌다고 하더라도, 바뀐 사람은 있기 마련.


희귀 바이러스지만, 치료 방법도 없는 바이러스에.


그 걸리기 어렵다는 TS 바이러스를 걸려버린 지현.


이름은 퍽이나 여성스럽다고는 해서 바꾸지는 않았지만. 




꿈이었던 NHL 진출은 날아간 것이나 마찬가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거기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까지.


당당히 한국을 박차고 날아올라, 세계에 날개를 펼칠 줄 알았지만.







락커룸의 짐을 정리하러 지현이 링크를 방문 한 건, 늦은 저녁.


하키단과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장비를 껴입고 커다란 덩치로 움직이는 그들과, 초라하고 작고, 볼품없는 꼬맹이가 되어버린 자신이 비교되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그 늦은 저녁에는, 빙판위를 수놓은 건, 은빛 천사들이니.


전사와 천사.


고작 획 하나 차이지만,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니.



링크장의 반대편까지 걸어가면서, 코칭을 하는 시아의 모습은, 굉장히 열성적이었고.






그 열성, 나도 가지고 있었는데.


락커룸에 들어가, 자신의 짐을 챙기고.



자신의 발이 되어주었던 스케이트를 신어보는데.






작아진 발에는 맞을 리 없고.



그 사실에 붉어지는 얼굴, 떨어지는 물방울.




나는 이제, 완전히 이 판에서 벗어났구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이런 몸으로, 아무것도 못하는데.


지독한 무력감에 빠져, 그저 짐을 기계적으로 챙기면서.




락커룸을 나오면서 생기는 허탈감.




"하아..."


그런 락커룸의 문이 링크장과는 유리판 단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어서일까.


지금 시간에 열려서는 안되는 문이 열려서일까.


호기심에 그 문을 쳐다보던 시아와 눈이 마주치고.



"설마."




가르치고 있던 학생에게는, 방금의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해보라고 말을 하고, 빙판을 가르고 그, 이제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지현씨?"


"...보지 마요. 이런 모습. 당신과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시아쌤. 다시는 링크장에 발도 들이지 않을 생각이니까."


"지현씨, 잠시만요."


"수업중이잖아요. 빨리 가요."


"지현씨, 지현씨!!"




링크장을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안쓰러워서인가.


문을 나서는 그녀를 잡기 위해, 스케이트를 신은 채, 빙판을 벗어나 달리는 시아.



"지현씨! 기다려봐요!"


"...왜요."


"아직, 링크장에 올 수는 있잖아요..."


"하키도 안하는 제가 여기를 왜 와요. 링크장을 보면, 이제는 못하는 하키 때문에 더 우울해지기만 할 텐데."


"빙판 위에서 하는 게 하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네?"


"제가, 피겨 가르쳐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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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머릿속 생각 끄적이기

다듬은 거 하나 없음

퇴고 안함

그냥 생각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