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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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ing the Unseen 8화

그림과 함께



개인전 회장 앞


스테프들
ㅡㅡ시노노메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반응이 굉장하더라고요


스테프들
내일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빠
........ 그래


에나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스테프들
저희야말로요!
시노노메 선생님의 따님도 힘내세요!

에나
ㄴ, 네


아빠
.............


에나
아, 잠깐!


에나
....... 정말......


에나
(...... 뭐야 이거, 어색해.....)


에나
(그보다 괴외수업이라고는 해도 개인전을 도와준 딸한테 아무것도 없는거야?
의도하진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감사인사정도는 하잖아, 보통)


에나
(하아...... 역시 돌아갈 시간을 늦추는 편이 나았으려나)


에나
(하지만......)


에나
...... 저기, 있잖아


아빠
...............?


에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아빠
...... 뭐냐


에나
............... 그게

에나
...... 내가 태어났을때, 그림을 그만두려고 랬
했다는거....... 사실이야?


아빠
..............


아빠
유키히라인가


에나
선생님한테 들은것도 있지만......


에나
그림을 보고....... 왠지 모르게 느껴졌어


에나
평소에는 더 자신이 흘러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게
오늘 본 그림은........ 뭔가, 괴로워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에나
그래서.......


아빠
........ 자신, 이라.......


아빠
그런건 가진적 없다


에나
에?


아빠
....... 그 시절, 나는 표현하고 싶은걸 이해받지 못한 채로,
어느새 요구되는것만을 계속해서 그려나갔다


아빠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그리고 싶은걸 추구해야겠다고 붓을 잡고ㅡㅡ


아빠
그런데도  여전히, 이해받지 못하고...... 절망하던 때가 있었다


에나
........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던거야?


아빠
ㅡㅡ아니, 그건 아니다


에나
에?


아빠
...... 나는 그 때, 화가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려고 했었어


에나
한명의, 인간으로서......


아빠
그래


아빠
그 시절의 나는, 화가로서도, 남자로서도,
그 어떤것도 이루지 못했지


아빠
붕 뜬 채로 헛손질만 계속하는ㅡㅡ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남자였다


아빠
하지만...... 그러던 때, 네가 태어났다


아빠
....... 그때까지는, 계속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 있었다


아빠
하지만, 이 두 손으로 너를 안았을 때,
눈 앞에...... 빛이 쏟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
ㅡㅡ진심으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렇게 느꼈다


아빠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면ㅡㅡ
한명의 인간으로서 이 생명을 지켜나가자고 생각했다


아빠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장만 그리고 싶은걸 그리고
화가 인생을 끝내려고 다짐했다


에나
...............


에나
그게, 그 모란 그림?


아빠
....... 그렇다


아빠
지금도 기억난다
네가 태어난 날 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꽃을 봤다


아빠
어둠 속에서 작게 피어있는 그 꽃이.....
방금까지 팔에 안고 있던 아기처럼 보였다


아빠
어둡고 외로운 화가 인생을 비추는, 작은 빛.......
그것이, 나의 마지막으로 어울리는 그림일지도 모른다


아빠
그렇게 생각해서ㅡㅡ내 모든 것을, 그 그림에 담았다


에나
........ 그랬, 구나.......


아빠
....... 하지만, 다 그린 후에
그 그림을 보고ㅡㅡ


아빠
붓을 부수는건, 못할 것 같았다


아빠
...... 그 그림은, 올곧은 내 모든 것이었다


아빠
그림을 그리는 고뇌도, 기쁨도, 사랑도ㅡㅡ
모든 것이 그 그림이 담겨있었다


아빠
ㅡㅡ어째서 그림을 버릴 생각 따위를 했던가


아빠
...... 버리는 것 따위, 가능할리가 없을텐데


아빠
그 때...... 드디어 알게 됐다


아빠
나는ㅡㅡ도망칠 수 없어


아빠
그림이 없는 인생을, 걸아갈 수는 없다고


에나
그림이 없는, 인생......


아빠
ㅡㅡ그래


아빠
....... 그걸 깨닫자, 거짓말처럼 망설임이 풀어졌다


에나
에......


아빠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빠
ㅡㅡ멀어질 수 없다면,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빠
...... 그렇게 생각했더니, 각오가 정해졌다


에나
각오가........


에나
(...... 만약, 그림으로무터 멀어진다면.......)


에나
(나는....... 어떨까)


에나
(쇼핑을 하고, 셀카를 찍고, 수다를 떨고.......
왠지 모르게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 간단한 일러스트 정도는 그렸을지도)


에나
(....... 하지만........)


에나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에나
(...... 으으응, 분명 무리야)


에나
(그런거.......)


에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나같은건, 내가 아니니까)


에나
(그림을 버리면.....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게 돼)


에나
(그렇다면ㅡㅡ)


에나
........ 아.......


아빠
ㅡㅡ어째서 그림을 버릴 생각 따위를 했던가


아빠
...... 버리는 것 따위, 가능할리가 없을텐데


에나
(....... 그렇구나.......)


에나
(나도...... 그렇구나)


에나
(고민해도, 힘들어해도...... 분명 그림에서 멀어질 수 없어)


에나
(각오...... 라)


에나
........ 고마워


아빠
....... 음?


에나
덕분에, 알게 됐거든


에나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아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에나



에나
나는ㅡㅡ역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


에나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잘 못 그리는 그림들뿐이고,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에나
하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나는, 상상할 수 없으니까


에나
그리고, 그리고, 계속 그려서ㅡㅡ!


에나
그래서...... 화가가 되고 싶어


아빠
...............!


아빠
에나......


아빠
....... 하지만 그건......


에나
알고 있어!
어중간한 노력으론「진짜 천재」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만약 화가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도.....!


에나
아직, 진짜로 알지는 못하는걸지도 모르지만........
오늘 당신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어......!


에나
그래도..... 나 역시도, 그림을 버릴 순 없어


에나
당신의 딸이라서인지, 계속 그림이 옆에 있어왔기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림에서 멀어질 수는 없어!


에나
그러니까........ 이정도는 봐줘


에나
내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아빠
.............


아빠
........ 각오는, 되어있는건가


에나
........ 응


아빠
ㅡㅡ좋을대로 해라


에나
....... 고마워


에나
(...... 앞으로는 분명 힘든 일밖에 없을거야)


에나
(저 녀석처럼...... 으으응
저 녀석 이상으로 쭉 힘들어하며 그리게 될거야)


에나
(하지만...... 나는, 그림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에나
(그렇다면, 그냥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


에나
(나도, 그림과 함께 살아가는거야)


에나
(ㅡㅡ나한테는, 그거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