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이유로 과거로 돌아온 틋붕이.

어째서인지 남자가 아닌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거 이번 생은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부유해지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회귀자처럼 로또 번호나 주식/코인 정보를 외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생의 아버지가 술에 취하시면 항상 내뱉던 후회를 틋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씩 틋녀는 인생을 바꾸었다.

나이는 어릴지 몰라도 필사적으로 미래를 쟁취해 나갔다.


그리고 20살.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대단한 부를 손에 넣었다.

서로 마주 볼 때면 웃음이 꽃 피우는 가족의 행복을 지켜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원하는 걸 얻어버린 탓일까?

틋녀는 가슴 속이 텅 비어버린 것을 느꼈다.


화목한 가족 식사 자리도, 친구와 만나는 자리도 더 이상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게임을 해봐도, 만화나 소설을 읽어도, 심지어는 돈을 물 쓰듯 쓰는 것도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런 틋녀가 성에 심취하게 된 것은 결국 필연적인 일이었다.

고대부터 인간이 탐구한 본능적인 유희이며, 가장 말초적인 쾌락이니까.


물론 아직은 남자도, 여자도 만날 생각은 없었다.

틋녀는 아직 지금까지 쌓아온 결실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위.

혼자서 즐기는 성의 놀이에 틋녀는 점점 빠져들었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쾌락을 추구하던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와 호기심이었다.

밖에 나갈 때 속옷을 입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


그러나 점점 밖에서 벗는 옷의 개수가 늘어났고.

결국에는 아예 전부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어버렸다.


물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다 하지만.

벗어서는 안 될 곳에서 벗는다는 죄책감과 수치심은 틋녀의 텅 빈 가슴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다.


그렇게 틋녀의 위험한 자위는 계속해서 수위를 높여 만 갔다.


*****


"아."


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던 스마트폰의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배터리가 기어이 방전된 것이다.


"어, 어떡하지?"


그저 휴대폰이 꺼진 것 뿐이지만, 나는 상당한 공포를 느꼈다.

이유는 단순했다.

더 이상 휴대폰의 지도를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



가로등이 비치기는 하지만, 캄캄한 골목길.

모르는 버스를 타다가 종점에서 내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다리가 벌벌 떨린다.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었지만.

정작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캐리어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버린 걸 다시 꺼낼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쇠는… 아까 내린 버스 안에 있을 것이다.


종점에서 집으로 알몸으로 돌아가기.

위험한 자위에 중독된 나는 기어이 파멸의 놀이를 시작하고 말았다.


물론 대놓고 거리를 걸은 건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두운 곳, 좁은 곳만 골라서 이동했다.

문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낯선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나의 휴대폰이 방금 침묵해버린 탓이다.


"지, 진짜 어떡하지…"


완전히 길치는 아니라서 방위나 표지판을 보면서 돌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큰 도로로 나가야 하고, 그런 곳에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겠지.


그렇다고 이대로 발만 동동 굴러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해가 뜰 것이고, 나는 태양빛 아래에서 알몸으로 거리를 걷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최악을 강요하는 듯한 상황.

하지만 나는 허벅지를 모으며 골반을 경련했다.


"흐으으♡"


딱 내가 원하는 상황이니까.

조금만 삐끗해도 사회적으로 죽어버리는 인생 종료의 외줄 타기.


마지막을 그저 상상한 것 만으로 가볍게 절정한 나는 겨우 여운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한 발짝 한 발짝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의 끝이 어디든 

나는 분명 행복(파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