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나는 20대 후반의 남자이지만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비록 많은 돈을 받지도 않고, 미래가 유망하지도 않지만 만족하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다.


유일한 스트레스라면 갑질을 해오는 입주민들이지만 워낙 성격이 무던하여 그마저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터무니없는 갑질을 해오는 한 입주민 때문에 고민이 생기고 말았다.


그 입주민은 20대의 한 여성.


이름은 임서아. 170cm가 넘는 큰 키에 50kg은 될까 싶은 마른 몸매. 


긴 생머리에 앞머리를 넘기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져 신경질적인 인상을 가진 여자였다.


반말은 기본에 고성과 심한 욕설, 비하는 일상이다.


게다가 말도 안 될 만큼 부당한 업무지시까지...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갑질이 아니었다.


그 갑질에 분노하거나 슬픔에 빠지는 것이 아닌 성적으로 흥분해 버리는 나 자신이었다.


본래부터 성향이 그 쪽이었던 나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그 성향을 잘 숨기며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나타난 이후에 그녀에게 갈굼 받을 때마다 발기해버린 자지를 숨기는 것이 고역이었던 것이다.


아니 숨기는 것에 실패해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의 갑질은 다른 경비원들에게도 이뤄졌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향한 갑질은 나날이 그 도를 넘어 이제는 경악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하고 말았던 것이다.


어쩌면 그녀도 나처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 "아니야. 방심하지 말자. 단순히 찍혀서 일지도 몰라..."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것이 좋다.


들켰으리라고 섣불리 판단하여 함부로 행동하다가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에 큰 소리가 들려왔다.


[임서아] "야! 너! 이리로 와봐!"


그녀였다.


오늘도 역시나 표정을 사납게 찌푸리고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나는 헐레벌떡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의 눈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임서아] "하여간 굼벵이처럼 느려빠져가지고... 에휴 됐다. 그러니까 노비짓이나 하고 있지."


경비원은 노비가 아니며, 함부로 비하해도 되는 직업이 아니다.


무척이나 모욕적인 발언이었지만... 


나는 그런 발언을 하며 한심하다는 듯이 경멸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흥분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런 나 자신이 나조차도 싫을 지경이었다.



임서아가 자동차의 스마트키를 조작하자 억대의 수입차에 트렁크가 열렸다.


[나] '나와는 동년배로 보이는데 이런 차를 타는건가...'


그녀의 트렁크 안에는 1.25L의 생수 묶음이 가득 들어있었다.


[임서아] "이거들 내 집까지 옮겨"


경비원은 이런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다.


당연히 거부해야 하고, 분노해야 하는 일.


다른 입주민을 상대라면 어렵지 않게 거부하고 한 판 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이 인성이 파탄났지만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여성이 상대라면...


[나] "...네"


이렇게 절대 복종하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임서아는 내 대답조차 듣지 않고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며 거부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오히려 발기되어 버렸다.


허겁지겁 생수를 들어 하체를 가렸다.


얼굴도 분명 붉게 물들어 있겠지.


다른 사람한테는 모욕감을 느낀 얼굴처럼 받아들여졌기를 바랄 뿐이었다.


생수 묶음을 들고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엘레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자니 어이없다는 서아의 시선이 느껴졌다.


[임서아] "...뭐해?"


[나] "네? 생수를 옮기라고 하셔서..."


[임서아] "엘레베이터는 입주민 전용이야. 너는 계단을 이용해야지."


[나] "...네?"


[임서아] "감히 노비주제에 나랑 같은 시설을 이용하려고 했어? 미쳤니? 제정신이야?"


말 같지도 않은 말이었다.


경비원은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니...


심지어 자신의 명령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 와중이 아닌가?


게다가 생수는 은근히 무거웠을 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있는 두 묶음이 끝이 아니라 몇 묶음이나 더 있어 여러 번 더 왕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의 집은 낮지도 않은 10층 높이였다.


개변태 마조인 나조차도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임서아] "개시발놈아. 멍하니 서서 뭐해? 빨리 계단으로 옮겨 병신새끼야"


그녀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네네...네!"


나는 그녀의 큰 목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내 뒤에 서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임서아] "너 시발 20분 안에 다 옮겨. 게으름 피우지마. 월급을 받아쳐먹으면 일을 하라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열심히 생수를 옮겼다.


날도 슬슬 더워지고 있을 무렵이라 한 번 옮기는 것만으로 땀으로 범벅이 될 지경이었다.


그녀의 집이 있는 10층에 도착하자 서아는 자신의 집 앞에서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땀으로 목욕을 할 것 같은 나를 보며 비웃었다.


[임서아] "이제 한 번인데 벌써 그렇게 땀범벅이야? 운동부족이네. 이참에 내가 제대로 운동 시켜줄게."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확신해버리고 말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괴롭힐 이유가 없다.


그녀는 나와 버금갈 정도로 변태가 분명했다.


괴롭힘 당하는 와중에도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기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나] "네! 정말 감사합니다! 금방 다른 생수들도 옮길게요!"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계단으로 그녀가 명령한대로 생수를 옮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팔다리가 부들거리고 어지러울 정도로 땀을 흘려 그녀의 명령대로 생수를 모두 옮기는 것에 성공했다.


나는 거칠게 호흡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나] "허억...허억... 모두 옮겼습니다."


서아는 그런 나를 한심스럽다는 듯이 보며 말했다.


[임서아] "더럽게 굼뜨네... 뭐 너한테는 이게 최선이겠지. 수고했다."


[나] "헤헤 감사합니다."


[임서아] "들어와."


그녀가 집 문을 열며 말했다.


수고했다고 물이나 음료라도 주려는 걸까?


나는 어리둥절 하면서도 서아의 집에 들어갔다.


[임서아] "이왕 온 김에 음식물 쓰레기나 들고 내려가"


[나] "아아..."


역시 그녀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임서아] "저기 베란다에 봉지 있어."


[나] "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신발을 벗고 그녀의 집에 들어가려고 할 때 서아가 비명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말했다.


[임서아] "아아앗!! 시발 더럽게!! 너 미쳤니? 땀범벅인 발로 어딜!!!"


나는 한껏 당황하며 말했다.


[나] "그...그치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시라고..."


그녀는 나한테 비닐봉지 두 개를 던지며 말했다.


[임서아] "감싸 시발년아."


[나] "아아...네"


나는 두 발을 비닐봉지 안에 넣어 감쌌다. 


그걸 보던 서아는 불만족스럽게 보더니 비닐봉지 두 개를 더 던지며 말했다.


[임서아] "역시 그렇게 해도 마음에 안 들어. 손에도 감싸고 발 안닿게 무릎 이용해서 네 발로 기어가."


마치 오물이라도 되는 것 같은 취급.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욕감에 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개변태 마조였기 때문에 오히려 좋을 뿐이었다.


그녀의 명령대로 그녀의 집을 네발로 기어갔다.


[임서아] "하하하. 어울리네! 너 전생에 개새끼였던 거 아니냐?"


[나] "..."


[임서아] "야 한 번 개목소리로 짖어봐."


[나] "...왈 왈"


[임서아] "이제 와서 뭘 사리는거야? 똑바로 짖어봐~"


[나] "월! 월! 크릉! 월월월!"


[임서아] "흐음... 역시 아니다. 개는 귀여운데 너는 역겹기만 하네. 어떻게 사람이 개보다 못하지?"


[나] "..."


나는 그렇게 그녀의 모욕을 받으며 베란다에 도착했다.


베란다에는 그녀의 말대로 냄새나는 봉지가 하나 있었다.


그 봉지를 보자마자 나는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네 발로 기어가야 하는데 이 봉지를 들고 그게 가능한가..?


서아도 그런 내 고민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녀는 한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서아] "진짜 개보다 지능이 떨어지기라도 하는거야? 입으로 물고 가면 되잖아 병신아"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지나치게 역겨운 냄새가 나고 벌레도 생기기 시작한 모양인데?


내가 망설이고 있자 서아의 호통이 떨어졌다.


[임서아] "뭐해~!!! 빨리 가지고 꺼져!!!"


그녀의 호통이 떨어지자 나는 심리적 저항감에도 허겁지겁 쓰레기 봉지의 손잡이 부분을 물고는 허겁지겁 문 밖으로 기어갔다.


[임서아] "우웩. 역겨워. 야 다 버리고 나서 한 번 다시 올라와. 아직 시킬 일 있으니까"


[나] "...네"


아직 안 끝났나. 


평소에도 갑질을 하고는 했으나 오늘은 유독 심한 것 같았다.


과연 어디까지 심해질까?


나는 절망보단 기대를 느꼈다.


그녀에게 당하고 있는 와중에는 다른 일을 못해도 다른 경비원들이 이해를 해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꿀직장이 따로 없는 것도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쓰레기를 다 처리하고 다시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한테 걸레짝이 된 것 같은 헌 운동화를 던졌다.


[임서아] "그거 헌옷수거함에 버려. 운동할 때 쓰던건데... 너무 냄새나고 해져서 못 신겠더라고"


[나] "아아.. 넵"


서아는 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고 사타구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임서아] "아니면 딴 곳에 써도 되고. 오늘 보니 처리 좀 해야겠던데?"


[나] "!!"


역시 그녀는...!


나는 그녀의 충격의 발언 때문에 다리의 힘이 풀려 무릎 꿇고 말았다.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니라고? 아니면...!


나는 무릎 꿇은 그대로 서아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나] "감사합니다...!"


[임서아] "븅~신"



서아는 절을 하는 나를 힐끔 보더니 현관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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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로만... 경비원한테는 잘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예의를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