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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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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241개의 숨긴 게시판 열기]

▶[ ---새 게시판 생▉▉


1: ㄹㅇㄹㄴ

메세지 수신 3트째, 이번 건 좀 잘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2: 겟탄

금수저들 바다에서 떠날 시각 되서야 겨우 됐네, ㅊㅊ


3: ㄹㅇㄹㄴ

휴...바람 불어주고 패고 하니까 어떻게든 돌아가네, 다행이다


4: 구겨진멈멈미

핸드폰 가지고 방 안에 틀어박혀서 뭘 만지작거리나 했더니, 고치고 있던 거였나


5: ㄹㅇㄹㄴ

어, 버려진 핸드폰들에서 부품 좀 빼다 썼지


6: ㄹㅇㄹㄴ

바닷가의 소금물과 모래에 푹 절여진 부품들이라 오래 버틸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7: 도비는자유의몸이아니야

>>6 어케 동작하냐 그거?


8: ㄹㅇㄹㄴ

운이 좋게도 그 고물 중에서 몇몇 부품은 아직 살아있던디


9: ㄹㅇㄹㄴ

남부 부품들을 사는 게 최고겠지만 상황이 이렇잖아? 혹시나 그런 고물 없나 했는데 용병들이 싹 주워오더라


10: 파손주의

피 안 흘리고 할 수 있는 의뢰를 줬으니 못할 것도 없고


11: 파손주의

앞으로 흘릴 피를 생각하면, 너가 통신이 부재할 때의 리스크는 일개 용병이 봐도 꽤 크니까 말야


12: ㄹㅇㄹㄴ

그르게, 그냥 이번 흉터가 이번 일로 흘리는 피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데, 아 엑스트라. 커피는 내가 끓읅


13: ㄹㅇㄹㄴ

갸아으으으ㄺㄱㄱㄱ


14: ㅇㅇ

그대여, 도와주시려는 마음은 감사하나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15: ㅇㅇ

당신이 무리하시는 것이 결과적으론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이니, 부디 푹 쉬시어 체력을 온전히 지키소서


16: ㄹㅇㄹㄴ

...푹 쉬는 것까진 마음이 불편해서 못 할것 같다, 미리내도 저렇게 와 있고 호 선생도 움직였다며


17: ㄹㅇㄹㄴ

저 양반들이야말로 푹 쉬고 싶어할 분들인데,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일이 썩 좋게 풀어지고 있다는 건 아니란 거잖아


18: ㄹㅇㄹㄴ

희망을 품고 싶어도 테라피스트 씹년이랑...그 윗대가리가 꾸민 짓거리를 보면 그럴 수도 없고


19: ㄹㅇㄹㄴ

...정말, 그 지식의 총본산인 남부의 회장이니까 적어도 나와는 다른 길이, 또다른 학식의 길이라도 제시해 줄 줄 알았건만


20: ㄹㅇㄹㄴ

설마 옛날 과거에만 매달리면서도 해결방안도, 플랜b도 준비해놓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만 일을 처리하는 놈들일 줄이야...


21: ㄹㅇㄹㄴ

위에서도 절실히 느끼긴 했지만, 정말 내가 학자라는 말에 뿌듯해졌던 내 과거가 쪽팔린다 진짜


22: 겟탄

? 그 타이틀 버리지 마, 멋있자너


23: 겟탄

내가 니들 때문에 열차 꼬라박았어도 열차 오우너란 사실을 뗀 건 아니잖어


24: 근성의 권

>>23 이 새낀 한 두 번쯤 꼬라박았는데 슬슬 떼도 괜찮지 않겠냐


25: 겟탄

아가리하시오, 언젠간 진 이글호보다 더 크고 굉장한 거물로 장만할 거니까


26: 구겨진멈멈미

그것보다 더 크면 일반 선로는 못 쓴다, 대형물류를 싣는 선로나 다닐 수 있겠지


27: 구겨진멈멈미

네 은퇴계획이 그쪽도 아니지 않나? 맞다면 다시 생각해 봐라, 너한테 맡겨질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딱해지려고 하니


28: 겟탄

...나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곱씹어 보니 돌려서 엿먹이는 거였네


29: 겟탄

>>27 아무튼 야, 너랑 그 수녀분은 극단장 분께 응급처치는 다 받은 거야?


30: 구겨진멈멈미

그래, 거의 다친 곳이 없으니 그녀의 힘을 쓰기보단 그냥 소독약과 연고의 신세를 지긴 했다만...


31: 구겨진멈멈미

그것보다는 내상 쪽이 신경 쓰이는군...극단장, 정말 테라피스트가 끼쳤을지도 모르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조차 할수 없나?


32: ㅇㅇ

저도 그 뒤로 분발해 보았으나, 아무래도 정신 쪽은 오롯이 그녀의 영역인 듯 하나이다.


33: ㅇㅇ

그러니 남부의 제약을 쥐고 있다는 그분이 테라피스트를 부른 것이겠지요, 그들의 기술력으로도 닿지 못한 것이니


34: ㅇㅇ

제가 만약 그것까지 능히 할 수 있었더라면...어쩌면 투사 대신 잡혀있는 건 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5: ㄹㅇㄹㄴ

...무서워졌어?


36: ㅇㅇ

무섭습니다, 다만 그것은 제 감정이 아닙니다


37: ㅇㅇ

모두를 위해 희생하면서도 결국 그게 당연시하게 취급받으면서, 나중엔 그 보람조차 얻지 못하게 되는 처지...


38: ㅇㅇ

과거 극단장님의 분노에게서 보고, 그대의 말 속에서 느낀 투사의 마음에서 느낀 감정이오. 동시에...


39: ㅇㅇ

...동시에 제가 제 이기심을 품고 있지 않았다면 닿았을 미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40: ㅇㅇ

그렇기에 그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렇기에...그녀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41: ㅇㅇ

멋대로 응석부리고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정말 환상적이며, 비논리적이고...미칠 정도로 즐겁다는 것을.


42: ㄹㅇㄹㄴ

그런 생각을 품었구나 너, 근데 지난번 극단장 때처럼 너무 몰입하진 마라? 그러다 몸 상해


43: ㅇㅇ

후후...타인의 행동거지를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게 버릇이 되어버린지라...


44: 쑥마늘잘먹음

...응석부리고 기댈 사람이라...


45: 쑥마늘잘먹음

아이의 떼같은 것이라고 마음 한 켠에 치워놓았을 뿐이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46: 쑥마늘잘먹음

하지만 그 전에, 프래자일? 너도 가서 극단장에게 치료를 받지 그러나


47: 파손주의

켁, 내가?


48: 쑥마늘잘먹음

네가 내지르는 음파는 그 자체로 병기인 거 알잖나, 그걸 위해서라도 네 목의 치료는 반드시 필요해. 게다가...


49: 쑥마늘잘먹음

서부에서 짐을 풀 때 네가 물어봤던 걸 아직 나는 잊지 않았다만? 노래방에 가려면 목이 좀 괜찮아야 하지 않겠나?


50: 파손주의

...그런 거 게시판에서 막 말해도 괜찮은 거야?!


52: 쑥마늘잘먹음

상관없지 않나, 우리가 실명을 깐 것도 아닌데. 애초에 그런 분위기도 아닌 것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53: 파손주의

내가! 안 괜찮다고...씨...됐어, 어이 극단장! 혹시 힘 쓸수 있어?


54: ㅇㅇ

예, 기꺼이...무척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셨군요, 그러나 그 이면엔 손바닥에 굳은 살이 있으시고...


55: 파손주의

한번 선로의 눈을 피해서 도망나왔을 때...노가다판을 전전했었거든, 떠돌던 소문에 비해서 다들 착하고 잘 챙겨주긴 했지.


56: ㅇㅇ

나중에 인사라도 드리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혹은, 노래라도 올리시는 편이 어떠신지요?


57: 파손주의

내가? 하 지랄, 목에 이런 흉터가 있는데 어떻게에에에엑...아윽 간지러어어억...


58: ㅇㅇ

후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아픈 치료를 하는 건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식이지요, 좀 나아지셨습니까?


59: 파손주의

...하아...하아...좀 낫네, 늑대 녀석이 치유사를 안 데려왔다고 불평하던데, 이랬으면 불평할 만 하구나...


60: 파손주의

흉터조차 거의 없어졌고...이 정도면 선로의 최중요 인사들한테나 준다는 농축 회복 주사기랑 거의...아, 미안. 직업병이라...


61: ㅇㅇ

직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당신도 새로운 일을 구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62: 파손주의

새...직업? 뭐, 너희 극단을 말하는 거야? 그래서 목소리 이야기를 한 거고? 미안, 난 거절.


63: 펜은총만큼강하다

좋은 디바를 잃었네, 극단장~


64: ㅇㅇ

비단 그 뜻으로만 물어본 것만은 아닙니다, 선로의 용병이신 당신들이 선로의 사슬을 끊어냈단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시지만...


65: ㅇㅇ

어떤 의미에선 서부의 일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백수지 않습니까? 부업을 한두개 만들어놓아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66: 파손주의

생각보다 순수한 얼굴로 되게 아프게 찌르는구나 너...


67: 파손주의

생각은 해 볼게, 그보다는...목 치료해줘서 고마워, 어차피 또 금방 닳아버리긴 하겠지만...


68: 파손주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일은 꼭 보답할...


69: 파손주의

...무슨 소리같은 거 안 들려?


70: ㄹㅇㄹㄴ

자세히 설명해 봐, 무슨 소리? 혹시 주의깊게 들어야 하는 그런 소리야? 


71: 파손주의

지하에서 울리는 듯한 뭔...아, 방금 하늘로 소리가 치솟았는데?


72: 니벨룽산 청정우

아, 들리네 확실히...꼭 무슨 포탄같이 떨어지는 게...미리내인가? 아닌데, 그 용은 지금 여기 있고...


73: 니벨룽산 청정우

떨어졌다, 여기 근처에...근데 소리가 엄청 작아졌네? 낙하산이라도 폈나? 그렇다기엔 펼치는 소리도 안 났는데...


74: ㄹㅇㄹ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엑스트라...극작가랑 해서 나 좀 따라와 줄래?


75: ㅇㅇ


76: 겟탄

어 뭐야, 건물 뛰어넘던 그 아저씨 아냐? 여긴 어...


77: 겟탄

>>74 야 와봐야 할 것 같다, 그 정보원 여자애 지금 또 검은색 곤죽이 되서 왔는데...?


78: 겟탄

아, 이미 오고 있구나 


79: ㄹㅇㄹㄴ

말은 하고 있어?


80: 겟탄

이미 기절한 것 같은데...아니 그것보단 숨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81: ㄹㅇㄹㄴ

...엑스트라.


82: ㅇㅇ

예, 바로 옆에 있나이다. 지금 당장 치료를...


83: ㄹㅇㄹㄴ

근데 잠깐만, 잠깐만?


84: ㄹㅇㄹㄴ

호 선생? 혹시 그 등에 메달고 온 워커는 누구...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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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응?"

호 선생이 입을 떼기 전, 본인이 스스로를 밝혔다.


"저는 15번...이라고 합니다, 남부 포디움 제약의 방위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6년째 소모중인 파일럿입니다."

"소모 중이란 건 또 무슨...아니다, 이 분과는 또 어떤 일로..."

"어? 나 쟤 아는데?"


겟탄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음료수 같이 마셨던 그 친구 아냐? 인공 베리 소다를 진짜 극락 갈 것 처럼 쭉 빨아들였던.."

"아니, 왜 그런 인상으로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그게 뇌에 박힌 걸 어쩌냐 해골아, 아무튼 딱 봐도 도망나온 기색인데...그래서 왜 여기로 온 거야? 설마 진짜 우리 체포인가?"


15번은 입을 열었다, 입술 안의 이빨만을 간신히 들썩거리다 결국, 입술까지.


"...저기 저 분이 업고 계신 분이 변장을 통해 저희 지하의 교육시설에 잠입했습니다."

"지하? 지하엔 그 오물천국이랑 자매회 건물밖에 없던디?"

"그보다 훨씬 지하에, 저희 워커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곳이 있습니다."

"알 것 같네, 너희도 비슷하구나?"


15번의 옆엔 프래자일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옆에 걸터앉고 있었다.

평소라면 구석에 앉아 있을 그녀가 다가왔다는 것은 흥미일까, 혹은 공감대가 섰기 때문일까.


"...비슷하다고 하심은..."

"선로에 있었단 것만 알아둬, 그래서 거미가 교육시설에 잠입한 이유는 뭐야?"

"알아내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와 친분과 호감을 사서...그 중 하나의 워커를 빌려...지하에 잠입한 뒤..."

"응."

"지하에서 저희가 어떤 식으로 제조되는지...를 말입니다."


그녀는 팔을 걷었다, 거기엔 멍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짙푸른 색의 무언가가 어깨의 안쪽에 흐르고 있었다.


"SS급 진화체의 피입니다, 에딧 수녀님께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하."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감기라던지 지병이라던지, 그런 것들에 적응해 버릴 수 있는 약이라고...말입니다."

"생피라...약으로 정제하지도 않은 걸 쌩으로 주입했네, 그래서 효력은 있었어?"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엔 거부하던 아이들도 곧 하나둘씩 주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워커는...그 피의 도움 없인 걷는 것조차 힘들거든요."

"...나중엔 다 주입했겠네."

"물론 처음엔 좋았습니다, 감기 때문에 약값도 들지 않고, 신체 재생도 더 빨라지고...식욕도 없어졌으니..."

"..."

"효율적이라고 말이죠, 근데..."


기분 탓일까, 그녀의 눈빛이 한순간 탁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잔에 물감을 한 국자 들이부은 것처럼, 물리적으로 쿵, 하는 소리조차 들릴 것처럼 그렇게 묵직하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소리?"

"꿈을 꿀 때마다 점점 선명히 들려요, 아프단 소리, 죽을 것 같단 소리, 비명, 고통...여전히 선명해요."

"..."

"처음엔 단체로 귀신이라도 보는 건가 하면서 겨우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그 고통의 근원을 보는 순간..."

"..."

"아아...그게...그게 느끼는 고통이, 고통을 받으며 피를 뽑히는 그 순간 느끼는 모든 고통이...! 그대로 저에게 전달되선!"


"하나둘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어요, 마음을 놓아 버린 아이는 그대로 그 근원과 동화된 것처럼 굳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간신히 행복을 느끼려 해도, 서로의 감각까지 공유되어버린 단계에 이르른 저는...그 괜찮다란 위로조차 할 수가 없어서!"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 바이올린 소리! 그걸 들으면 안 된단 걸 알면서도, 그걸 듣고 있으면 다 찢어발겨 버리고 싶다는..."


"웃챠."


가볍게 꾸중하듯, 호 선생의 손날은 절규를 내뱉던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내려쳤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몸은 힘을 잃고 축 풀어져서는, 그대로 극단장에게 안기고 마는 것이었다.


"몸에 힘을 좀 풀고 한발 물러서 생각하시길, 맹목적이게 되면 있던 길도 안 보이게 되는 법이니."

"...감사...합니..."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게 되면 따뜻한 식사라도 차려주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선글라스 안에 머물러있던 그의 시선이 다시금 계속 머물러있던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치료는 다 끝났습니까?"

"예, 끝났나이다. 허나 지금은 그녀의 재주를 뽐낼 수도, 그러게 둘 수도 없는 상황이나이다."

"그렇게 보이더군요."

"지금 그렇게 된다 하면, 그녀는 필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가겠지요, 그러니..."


비틀, 호 선생의 다리가 한순간 풀렸다가 이내 고정되었다.

당혹한 듯한 그의 기색은 일순, 다시금 여유롭고 능글맞은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거이거, 갑자기 호랑나비 춤이라도 추고 싶었나 봅니da."

"...간만에 듣네요, 당신 그 말투."

"제가 안쓰러웠나 봅니다, 방랑자 프렌드? 하지만 괜찮습니다. 미리내가 무언가를 남기고 가는 것처럼..."


그의 시선이 물끄러미 그녀를 향했다.

거미, 셰프카. 늘 호기심과 짖궂음으로 빛나는 눈조차 감은 채 색색, 코를 고는 모습.


"...저조차 무언가를 남기고 갈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할 뿐이니..."

"엑스트라."

"...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엑스트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앙하고 다물려 있었다, 귀엽다기보단...분노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무언가를 곱씹고 있었다.


"...미리내 님은 용이시니, 진화체나 인간의 법칙에 구애받지 못하는 존재이니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이다, 허나..."

"호 선생도 마찬가지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거야?"

"두분이 강한 것이건, 두 분에게 달라붙은 극독이 얼마나 강한 것이건 간에...전 아직 그걸 치료하는 경지엔 이르지 못했군요."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핏방울이 맺혀 떨어지고 있었고, 그 진홍색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함께 떨어지고 있는, 그것과 온기가 비슷하며 투명한 무언가였다.


"...분합니다."

"..."

"그토록 어리석은 길을 걸어가리라 택한 저이면서도...이러한 것을 마주할 때마다 아프고 쓰라린 건 어쩔 수 없나 보군요."

"나도 그래...존나 분하다..."

"..."


호 선생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다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뿐.

그러나 그 전에 한 발 앞서,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이가 있었다.


"왜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 앞에서 향불 피우니?"

양 팔로 우리 두 명을 끌어안고 꾹 달라붙는 용, 미리내.


"참나, 우리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니? 그런 독으로 죽을 것 같으면 우리 진작에 죽었단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도 똑같습니다, 북쪽에 있는 친구는 심지어 우리 중 연약한데도 품은 독은 수천이 넘어가기도 하니."

"걔는 뭐 이례적이라 치고, 아무튼 우리가 팔다리 다 날아가고 뚜따야 그러면서 돌아다녀도 너희가 안 챙겨줄 거 아니잖아?"

"...큽."


불가항력으로 터져 버렸다, 엑스트라도 그랬고.

아니 그도 그럴게 저 연기 너무 리얼하잖아, 미리내 댁이 볼을 부풀려도 어쩔 수 없다고 이건.


"아 또 우리 제자님 분위기 깨네."

"아기 옹알이 소리 꽤 참신하게 내시네요, 예예. 그런 소리까지 내면 당연히 챙겨 드려야죠."

"힝...고맙다고 할 마음 싹 사라졌어...게다가 쌍으로 비웃어...난 남친도 없는데."

"진지하게 말하는데 미리내 너는 안 사귀는거지 못 사귀는게 아닐세."

"댁이나 댁이 지금 들쳐업고 있는 얘랑 진도나 빼고 말해!"

"이 아이의 마음이 한창 흔들리는 젊음의 시기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나한텐 너무 과분한..."

"하아 벽창호 진짜...아무리 그 진화체라고 한들 진짜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약을 새기겠니?"


미리내는 호 선생의 머리를 손으로 쥐어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그거 직설적으로 말하면 나는 당신이 옆에 있으면 시종일관 두근거리고 꼴려요의 축약어라고! 그 뜻은 알거 아냐!"

"..."

"딴청 피우지 말고! 내가 우리 루루가 말하는 거에 비하면 많이 순화한 거니까!"

"제발 안 그래도 큰 목청으로 온 사방에 내지르듯 말하지 말아 주게...아무튼 간에."


달그락, 호 선생은 재킷 안 쪽에서 무언가를 집어 나에게 내밀었다.

금속으로 만든 리볼버, 겉보기엔 꽤 단단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총처럼 보였지만...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금속 특유의 차가움이 아닌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알 수 없는 온기를.


그리고.

"...꽤 좋은 총이네, 진화체가 자신의 일부라도 집어넣어 제련한 거려나?"

"와일드한 감각...석양...해...하하, 내 총알이 감당 안 되는 괴물은 정말 간만에 보는데..."

"이거 총알 구경 어마무시한데 손목 안 날아가고 쏠 수 있는 겁니까?"


총기에 해박한 용병, 극작가, 그리고 해골세개는 각자의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리내, 사이는 있나?"

"여기 있네, 내 친구여."

"오래간만이군, 보시다시피 이런 일이 벌어졌네만 자네는 뭘 하고 싶나?"

"...내 과오를 되돌리고 못다한 일을 청산해야지, 내가 투사를 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이런 일에 쓸 줄은 몰랐으니."


호 선생은 사이에게 리볼버를 내밀었다, 그는 곧 붙잡고는...


"흠, 하압....어이쿠, 손이 미끄...!"

"어욹!"

손가락 끝에서 돌리려는 동작을 하는 것 같았으나, 그 작은 크기의 로봇의 특성상 곧바로 팔에서 빠져나가고 말았고.

그 약간의 회전력과 가속력을 더한 철덩어리의 타겟이 된 것은 안타깝게도 가장 약한 해골세개였다.


"코피 터졌는데, 치료해 줄까?"

"어우 정신이...그래주시겠어요? 아니 잠깐만! 피는 핥지 말고! 잠깐만!"

"하아...따뜻하네에...응, 치료해주는 값으로 그렇게 내 어깨 좀 꼬집어 줄래?"


그리고선 그대로 또 다른 고통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호 선생은 그것을 당혹스럽게 보면서도, 사이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육체가 돌아온단 느낌이 있나?"

"...안타깝게도 그러진 못하는군, 애초에 이 육체로 돌아온 상황인지라 안 될거란 가능성이 높아서 기대도 안 했다만."

"유감이군, 술 한잔은 같이 누리길 바랬건만."


사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꺾었다.

"아, 사수가 필요한 게 아니었나?"

"그거야 내가 주먹 한번만 더 뻗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또...이 친구야, 내가 활약한 무대가 몇인데 아직도 그 소리인가? 슬슬 총의 위대함을 그대도 알아줄 때 아닌가?"

"총 무게는 그대 조상님이 대신 들어주는가? 아니잖나."

"아니 그 레퍼토리만 벌써 몇년 째인가! 가만히 보면 유해 보이는데 보면 자네만큼 꽉 막힌 사람도 없어! 내가..."


그리고 엑스트라는 그 둘의 가벼운 투닥거림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내뱉었다.

"...뭔가, 극단장이여?"

"사이 님, 죄송합니다만..."

"음?"

"그대의 육체가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것을 주입한 곳에서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면..."

"음."

"그것이야말로 제 불꽃을 조금 보탠다면 되살아나실 수 있지...않겠습니까?"


엑스트라의 눈이 반짝였다, 사이는 다만 생각할 따름이었다.


"...내가 자네를 가지고 연구를 한 것도 아니니 확단은 못 내리겠다만..."

"해볼만한 가치는 있지 않겠습니까?"

"된다 해도, 내 불꽃이 아닌 자네의 불꽃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곧 사라질 텐데?"

"...으음..."

"어느 정도 계속 주입한다...라고 한다면 분명 유지는 가능하겠다만, 투사의 사례가 될까 두렵구만...흐음..."


그는 계속 뭔가를 계산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작은 손가락을 굽혀가며.

그러다 손바닥을 한번 부딪히며 결론을 내렸다.


"내 몸이 어느 정도 살 날이 남았는지는 대충 짐작 가능하니, 맞춰보면서 결정하면 되겠군, 어이 내 친구 둘."

"결정이라도 섰나?"

"왱?"

"둘 중에 하나라도 살아 있다면, 이 일이 끝나고 날 북쪽으로 옮겨 줄 수 있나?"

"..."

"우리 귀염둥이 설헌 보려고 그러는 거구나? 드디어 결심 섰어?"


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처지까지 오니 드디어 할 말이 생각나서 말이지, 가능하면 시간이 많을 때 생각났으면 좋으련만..."

"알았네,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근데 만약 힘 못 쓰는 상황이 오면 열차로 가도 상관은 없지?"

"고맙네 둘 다."


사이는 곧 한숨을 내뱉었다.

인간의 육체가 아니기에, 그런 소리만이 들렸을 뿐이지만.

그 안에 그의 고민이 한껏 녹아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하게."

엑스트라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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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겟탄

보다가 되게 눈 아파져서 결국 되돌아왔는데, 아직도 계속하고 있어?


406: 해골세개

...음, 창문 바깥을 보건데 거의 끝나가는 모양새군요


407: 겟탄

ㄹㅇ? 그러면 그 로봇 양반 원래대로 돌아온 모습 볼 수 있는 거야?"


408: 니벨룽산 청정우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여전히 로봇 모습 그대로야


409: 겟탄

...그러면 실패한 건가?


410: 해골세개

아까 전에 유지가 뭐고 이런 이야기 한 걸로 봐서는, 어쩌면 되돌아올 순간을 위해 힘을 비축해놓은 게 아닐까 하는데


411: 펜은총만큼강하다

자신이 활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순간의 씬을 적어놓기 위해서 말이지...정말 그 남부의 총잡이 답네


412: 펜은총만큼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극단장님 걱정도 되는걸? 저 정도 불꽃을 썼다면...하루아침에 원래대로 돌아오진 못할 텐데 말이야


413: 니벨룽산 청정우

음...난 더 걱정이 되는걸? 봐, 다른 손으론 저 워커에 탔던 아이를 치료하고 있어


414: 니벨룽산 청정우

SS급의 피가 저런 방식으로 치료가 될까? 는 둘째쳐도...소모하는 힘도 두배가 되는 거 아냐?


416: 니벨룽산 청정우

내가 감춰놨던 와인이랑 좋은 향이라도 열차에서 가져오는게 나으려나?


417: 펜은총만큼강하다

그것보다는...훨씬 좋은 게 있겠지, 극단장님한테, 그리고 진화체에게 제일 필요한 거 말야


418: 니벨룽산 청정우

아하


419: 니벨룽산 청정우

그럼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420: 펜은총만큼강하다

함께할 명분이나 만들어 줘, 나는 그동안 무대 세팅이나 하고 있을 테니


421: 펜은총만큼강하다

드디어...드디어 이뤄질 수 있겠네, 미루고 미뤄왔던 그 일이...


422: 파손주의

...방음만 확실히 부탁해, 귀가 예민해서 말이지...응?


423: ♠

...


424: 파손주의

하 뭐야, 나 같은 용병한테 너 같은 애가 뭐 얻어갈 게 있다고 앞에서 설치니?


425: ♠

20살 넘었거든? 정말 만나는 사람마다 진짜...! 아무튼, 그 뭐냐...아까 그 방랑자가 핸드폰 고치고 남은 부품...있어?


426: 파손주의

그거? 여기 가져가, 모래 좀 묻고 소금기가 맺히긴 했지만...블럭 대용으론 나쁘지 않겠네


427: ♠

뭐 만들 거 있어서 이러는 거거든? 자꾸 애 취급 할래?


428: 파손주의

...미안, 오르톨랑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똑같이 대해 버렸네


429: 쑥마늘잘먹음

아이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프래자일, 그 모습이 훨씬 너다워서 좋기도 하고


430: ♠

아니 그러니까 아니라고 몇 번을 말-


431: ㅇㅇ

...하아...하아...하아...


432: ♠

왔어 언니? 여기...마셔...


433: ㅇㅇ

고맙습니다 재버워크 씨...하아...꽤 많이 지치네요,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끌어다 쓴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습니까...


434: ㄹㅇㄹㄴ

힘들면 내가 부축해 줄까?


435: ㅇㅇ

괜찮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면...하아...익숙해져야 할 일입니다, 저기 쓰러져 계신 저분도 이런 상태에서 싸우셨으니...


436: ㄹㅇㄹㄴ

...아까 니가 한 말 다시 되돌려 주자면, 니가 무리하면 내가 마음 아프다, 알지?


437: ㅇㅇ

고맙습니다 그대여, 그래도 문고리를 잡고 여는 데..하아...문제가 없으...윽...


438: ㅇㅇ

하아...하아...후욱...윽하아...


439: ㄹㅇㄹㄴ

괜찮아? 얼른 나한테 몸 기...


440: ㅇㅇ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당신 곁에 가 버린다면, 전...


441: ㄹㅇㄹㄴ

괜찮으니까 몸 기대, 이런 적 한두번도 아니잖아


442: ㅇㅇ

...하아...하아...읏...으...아...그...게...아니라...저는 지금 이럴...


443: 루루디스텔라토

으으, 드디어 밀린 거 다 끝냈다, 내일 또 있지만 오늘은 그냥 게시판 볼 ㄱ


444: 루루디스텔라토


445: ㄹㅇㄹㄴ

괜찮아, 너가 이것보다 더 아팠을 때도 난 네 옆에 있었어, 그리고 내가 고민할 때도 네가 내 옆에 있었잖아


446: ㄹㅇㄹㄴ

너가 내 사소한 고민이나 푸념을 들어줬던 것처럼 나도 네 옆에서 계속 네 이기심이 되어 줄게


447: ㄹㅇㄹㄴ

그게 테라피스트처럼 감성이 일그러지는 것보다...그 윗대가리처럼 이성이 일그러지는 것보단...분명 나으니까


448: ㄹㅇㄹㄴ

천천히 고민을 푸념하며, 함께 나아가 보자.


449: ㅇㅇ

그대여...그대여...아아, 그대여...나를 가장 애태우게 하고, 제 가장 밑바닥부터 불타오르게 하는 그대여...❤


450: ㅇㅇ

그렇다면 푸념하겠나이다, 쏟아내겠나이다


451: ㅇㅇ

그대를 잃고 싶지 않나이다, 옆에 항상 있고 싶나이다...


452: ㅇㅇ

오늘 밤 그대를 소유하고 싶나이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아릿하고 아찔한 흔적을 새기고 싶나이다...


453: ㅇㅇ

거울 앞에서 서면 살짝 부끄러워지는 제 가슴조차 그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나이다


454: ㅇㅇ

어떤 연극을 바라시나이까? 저와의 첫경험을 어떤 식으로 장식하고 싶으시나이까?


455: ㅇㅇ

어떠한 저급함이라도 좋나이다, 그것이 차마 연극으로 묘사할 수 없는 부정함이라 해도 둘만의 이야기라면 상관없나이다...❤


456: ㅇㅇ

왜냐면 극단은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섞일 수 없을 정도로 미쳤을지언정, 인간을 사랑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며...


457: ㅇㅇ

이 행위는, 또한 극단장으로써 모범을 보인다는 명분이 함께 자리하는 곳입니다.


458: ㅇㅇ

그러니, 사랑하는 그대여 오소서...


459: ㅇㅇ

내일 저희의 이야기가 참혹한 비극으로 끝난다면, 전 그대와 무너지는 성에서 수천 번 몸을 겹칠 작정이니❤


460: ㄹㅇㄹㄴ

...씨이이이발 나도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위에서 솔직히 그 망할 수녀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461: ㄹㅇㄹㄴ

아다새끼인 내가 간신히 너랑 해보겠다는데 초치는 그런 미친년이 어디있어? 응?


462: ㅇㅇ

후후후...그렇다면 그 분노심도 함께 이곳에 섞어 버리도록 합시다! 흐뀨욱? 그대여?!


463: ㄹㅇㄹㄴ

이런 거 해보고 싶었거든...너 들쳐업는 거...가자 tlqkf...일분 일초가 아까우니까


464: ㅇㅇ

예헤...❤


465: 겟탄

...갔냐? 갔지?


466: 해골세개

여러 의미로 갔겠네요


467: 겟탄

내가 처음 당했을때랑은 또 다른 의미로 화려하네


468: 니벨룽산 청정우

극단장님의 방 안의 무대랑 음악도 다 엄선해서 골랐다고? 안 그래?


469: 펜은총만큼강하다

응 그러게...하아..나도 좀 지치네...


470: 해골세개

...혹시나 해서 묻는데, 당신은 아니시죠? 저희 친구 맞죠...?


471: 펜은총만큼강하다

...헷, 걱정하지 마, 나는 덮치는 취미 같은 건 없다니까?


472: 펜은총만큼강하다

대신...붕대 좀 감아 줘, 무대를 꾸미느라 피를 좀 많이 써서 그런가, 잘 안 멈추네


473: 해골세개

쇄골 쪽에서 난 피라 좀 강하게 조여야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474: 펜은총만큼강하다

...그걸 바라고 있어.


475: 해골세개

자, 조입니다...숨 꽉 들이쉬고.


476: 펜은총만큼강하다

...❤ ! 아하...하하...하..켈...록...하아..카하아...너, 역시 재능 있었구나?


477: 해골세개

구급법이야 방랑자들의 기본 상식 아니겠습니...


478: 펜은총만큼강하다

...왜? 이렇게 피 흘리면서 붕대 칭칭 감고 있는 모습 보니까 안쓰러워? 꽉 쥐면 부서질 것 같아?


479: 펜은총만큼강하다

아예 완전히 부서지도록, 범해버리고 싶어?


480: 해골세개

...무슨 말을 그렇게 살벌하게 하십니까, 친구간에도 서로 말조심은 해야 하는데...


481: 펜은총만큼강하다

그게 네 페르소나라면 존중할게~


482: 펜은총만큼강하다

그 가면이 닳을 때까지 말야, 키킥...


484: 루루디스텔라토

...히히, 마시따, 잼맸다..행복하당...


485: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방금 왔는데 루루 왜 또 저러고 있냐?


486: 겟탄

ㄹㅇㄹㄴ 이새끼 그냥 오늘 바로 아다 땜


487: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걔랑? 오...흠...축하해줘야 하나? 선물은? 


488: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우리 체육관 자녀동반 70프로 할인권이면 좋아하려나?


489: 겟탄

퍽이나 그렇겠다 이 프로틴 괴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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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그녀의 눈동자는 대체로 그런 색이었다.

장미처럼 아름다우면서도, 그 사이에 연약한 꽃 대신 날카로움이 있는 그런 색.

무심코 손을 뻗으면 가시가 박혀 얽매이면서도, 괜히 힘을 주면 더더욱 달라붙는다.


의도한 것일까, 의도하지 않은 것일까.

이번만큼은.


"...그대여, 그대여...그대여...❤"

명백히 의도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눈빛은, 방금 전까지 몇 번이고 혀를 섞었으며, 끈적한 타액의 점도를 몇 번이고 높이겠다는 듯 서로 겹친 입술은.

그 쪽, 쪽 거리는 소리조차도 단음으로 만족하지 않고 기필코 여러 느낌의 소리를 변주했고.


손은 지난번처럼 다정하게, 또 지난번과는 다르게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살짝 무거워진 감정을 담아 붙잡았다.

그녀의 손톱이 꼭 붙든 곳이 살짝 긁히면 불꽃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낫는다.

뜨겁다, 그녀의 불꽃은 그리 작은 곳에서도 내 안에 침투하고 있었다.


가슴, 젖통이라는 말이 그리 어울릴 수가 없는 그곳을 붙잡으면 가늘게 파르르 떨면서 앗, 하는 소리를 낸다.

아프지 않도록 섬세하게, 그러나 내 자신을 이따금 제어할 수가 없어진다.

그야 이런 큰 가슴 잡아보는 거 모든 인간의 본능이잖아? 기회만 있다면 그러고 싶잖아?


천천히 만지고 있자면 어느새 양팔이 벽에 달라붙어 그녀의 손놀림에 의해 속박되고.

그녀의 가슴을 느끼는 쪽은 이제 예민한 손가락이 아닌 내 가슴팍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허나 상관 없었다, 인간의 흉부는 이리도 예민하게 감각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던가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느껴지고 있었으니.

그녀의 가슴이 스쳐 지나가는 곳은 내 부상을 입었던 곳조차 웃어넘기듯이, 상냥하게 그렇게 전신을 스치고 있었다.


곧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입술 끝으로 앙하고 문 내 바지의 지퍼가 툭하고 풀어지더니, 이내 새총처럼 내 물건이 툭 하고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때렸다.

아팠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조차 쾌락의 일부라는 듯 싱긋 웃으며, 그렇게...


쪽.


그 소리를 내어 입을 상스러운 곳에 맞추고는 그렇게 가슴팍에 내 물건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뻑뻑할까 싶었는데, 또 그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땀이 많은 듯 했다, 그러나 또 그러면서도 그녀의 땀에선 향기가 난다고 해야 할까.

살짝 부끄럽지만, 아무래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장미 향은 그러한 향도 섞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떠시나이까 그대여? 주역 님께 이것을 남자에게 해 주면 좋아 죽을 거라고 들은 바가 있어서..."

"개쩔어, 가만히 정신 조금이라도 놓고 있으면...윽! 그대로 싸 버릴 것 같아."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까? 에잇❤"


살의 골짜기가 그녀의 손바닥이 준 압력에 의해 좁혀지며, 끄트머리에 그녀의 입이 쪼옥, 하는 소리를 내며 빨아들였다.

감당할 수 없는 쾌락이 스쳐지나가며, 한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스쳐지나가는 감각이 정신을 스쳤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다시금 내 아랫쪽에서 불꽃이 달아올라 내 물건이 달아올랐다.


더욱, 그녀를 원하게 되어버린 마음의 감각과 함께.

"일반 남자와 여자간의 정사라면, 서로의 기력을 생각하여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 도리일 테지만...저흰 다르지 않습니까?"

"...하아...하아..."

"당신은 SS급들을 꺾고, SS급들에게 수련받은 자, 그리고 저는...극단의 극단장이니...❤"


그녀의 손가락이 내 끄트머리에 닿았다, 살짝 놀리듯이 검지와 엄지와 중지가 춤을 추며, 그 위에서 뛰놀았다.

"어설픈 배려야말로 독이 되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나의 이기심이여❤"

"그렇다면..."

"하아...❤"


그녀를 넘어뜨렸다, 장미꽃잎이 만발한 이불 위에서, 두 사람은 춤을 추었다.

다만 그녀나 나나, 서로를 향한 욕망이 그 끝에서 타오르진 못하고, 불이 붙을듯 말듯한 상황이 되어 있었다.

왜냐고? 그야.


"그대여...그대여...분명 제가 방금 그렇게 말했지마아안...❤"

"뭐야, 이제 와서 말 철회하기야? 말했잖아, 좀더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입구에서 비비기만 하는 건, 너무 그렇지 않습니까, 저 또한 그대의 물건을 받아들여 임신하고 싶은 건 똑같은데에...❤"

"말해."

"하아...예?"

"사랑한다고 말해 줘, 앞으로 상대할 건 그게 메마른 사람들이야, 테라피스트, 그 높으신 분...에딧, 전부 다."


그녀가 들어주는 사이, 나는 솔직한 감정을 모두 토로했다.


"그래서 하는 것도 있는 거야, 존나 완벽한 섹스를 하면...그것들에게서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

"후후...❤"

"그리고 악몽조차 꾸지 못할 정도로...깊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사랑스러운 너를 볼수 있으니까."

"그것보다? 그것보다 확실한 이유가 그대에겐 있지 않습니까."

"...나의 이기심을 놓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그것의 확인이기도 해,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말해줘."


진지한 대화와 다르게 나는 그만 다시금 눈을 질끈 감는다.

이게 어떻게 다 내 몸 안에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하얀빛의 액체들은.

하나같이 다 묽지도 않고 햐앟고 형태진 것이.

마치 그녀를 하얀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만들면서도, 결코 앨범엔 실을 수 없는 불경함으로 꾸며 준다.


"...사랑하나이다, 사랑하나이다, 몇 번이고 말할 수 있나이다."

"..."

"오직 그대만이, 나의 모든 가면을 벗게 하고 화재의 현장에서 흐느껴 울고 있던 소녀의 모습을 비출 수 있으니."

"...그럼 나한테선 뭐가 보여?"

"평소엔 작은 힘 하나의 무게를 책임지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작은 용사님의 모습이, 지금은..."

"..."

"저처럼 눈앞에 다가온 것이 두려워, 지금 이 순간에도 망설이는 당신이❤"

"하아..."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지 않겠습니까?"


나는 끝까지 밀어넣었다.

"아으윽...❤?!!"

그녀의 입에서 비명인지 교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새어나갔다.

느껴진 한순간의 감각을 통제할 수 없는 이성과는 다르게 그녀의 몸은 자연스럽게 내 육체를 만족시키기 시작했다.


끈적거리는 그녀의 안속에 있던 액체는 진한 장미 향의 페로몬을 더더욱 발산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안쪽은 계속해서 형태를 바꿔가며, 마치 진공포장처럼 내 물건에 착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며 계속해 쾌감을 주었다.


앞으로 밀었다 당기자 고간엔 상쾌하면서도 기분 좋은 감각이 스쳐지나가고.

어딘가 닿을 때마다 다른 반응으로 움찔거리는 그녀의 감각이 느껴져, 이루 말할수 없이 기분 좋았다.

우린 서로의 쾌감을 느끼는 곳을, 지금 반쯤 짐승이 된 이 상황에서도 서로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판단도 곧 본능이 되어버리며.


다시금 그녀의 몸에 풍기는 은은한 열기와 지는 석양의 햇빛, 그리고 그 향기에 몸을 맡기게 되는 것이었다.

욕망을 토해낸다, 그녀는 받는다, 나는 단단해진다, 때때로 자세가 바뀌었다.

그녀의 겨드랑이께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그녀는 웃음섞인 비명을 토하면서도 한층 더 내 물건을 강하게 조여왔고.

살짝 심통 난 그녀는 복수하듯 내 유두를 앙하고 문 다음 사과하듯 입을 맞춘다, 그것마저 귀여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몇 번이고 갔지? 눈 앞엔 이미 햐안색이 되어 버린 침대 위에, 방금 실수로 머리카락에 쏟아내 버린 액체를 만지작거리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읏, 하는 소리를 내며 입 안에 넣어버리고는 가볍게 절정하는 그녀가 있다.

그녀의 눈은 나를 살피고 있다, 그녀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듯 했다.

장미 향에 덮여 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다시 그녀를 끌어당기는 일.


다시금 끌어당기자, 그녀의 몸을 비추는 은은한 그것이 있다, 옅은 햇빛.

방금 해 졌잖아, 그 판단이 곧 다시 해가 뜬다는 사실을 도출시켰다.

아, 하는 사이 이성이 돌아오려 하니.


"...❤"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안 된다는 듯 서글픈 눈을 하며 고개를 젓는다.

마치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듯이 그렇게, 5분만이라는 소리를 내듯.

그래, 조금만 더 어울리자, 그렇다면...


좀더 살을 섞고, 키스도 좀더 하자.

갈수록 딱딱해지는 이 물건은 이제 오히려 욕망을 토해내야만이 간신히 빵빵하게 부풀어올라 아픈 것을 완화시킬 정도다.

그 정도로 서로의 욕구는 부풀어오르다.

곧 서로의 손을 마주잡는다.


그때 눈이 내렸을 때 다시 만났을 때처럼 다정하게.

그 손끝만으로도 관계를 가질 것처럼 서로의 욕망을 숨겼었지.

어쩌면 나는 그때, 아니 훨씬 그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난 이런 걸 바래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치 그녀를 짓누를 것처럼 내 물건을 깊숙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앗....아하아...하에에에...흐아아아...하...아...들어왔다...꽉...꽉 채워져가...❤"

깊숙히, 집어넣었다, 정액이 안쪽에서 부풀어 오르며, 그녀 안에서 폭발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렇게 한참 동안 빼지 않고 그렇게 그녀의 몸에 나를 맡기고 있자니.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내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후후, 하고 웃는 것이었다.


"아침은 제가 차리겠습니다."

"안 힘들겠어?" 

"제가 원하는 것이니 상관없습니다, 게다가 제 힘의 원천이라면 듬뿍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

"기왕이면 이 상태에서 앞치마만 할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엑스트라."

"예?"

"한번만 더 하자."


그녀는 배새시 미소지으며, 달려들었다, 나는 안았다.




=======



"...이유는 터무니없다는 거지?"

"그래, 테라피스트."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긴 했네, 진화체도 아니며 친구 사귀는 재주도 없는 니가 얻을 수 있는 뒷배는 그거 아니었어?"

"맞지, 하지만..."

"음."

"네가 보고도 나한테 보고를 하지 않았던 호 선생과 미리내가 온 시점부터 이야기가 달라져서 말이지."

"이야기를 해야 했었던 거였구나? 네가 내 상관이었던가 그런 거야? 경례라도 박아 줄까?"

"적어도 동업자긴 하지, 아직은...아무튼 그런 자들이 헤살을 놓기 시작한 이상."


"..."


"이 남부의 기술력과 워커는 내 뒤에 있어야 할 게 아니라, 내 손아귀에 있어야 해서 말이야."

"네 손아귀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새 대표를 뽑지 못할 것 같아?"

"뽑겠지, 하지만 그때는 내 알 바도 아니야."

"...아하하하하하...너 꽤 많이 달라졌구나? 너 같은 얘가 제일 싫다고 했는데 말 취소, 나도 식견이 좁았네."

"그런 취향도 아니고."

"나도 그렇거든? 다만 재미있어졌을 뿐이야, 너가."

"..."


"...회장을 죽여버렸다고 그게 전부 네 계획을 위한 카드가 되어줄 거라 생각하는 너가."

"생각했다면 어쩌게?"

"어쩔 생각은 아니야? 난 그냥 너의 좋은 음악을 들었을 뿐이니까, 답례로 연주해 줄게."

"...그건 계획에 따르겠단 거네."

"약속이니까, 애초에 내가 원했던 거기도 하고."


"..."


"바로 효과는 보지 못하는 건가? 빨리 해 줬으면 하는데?"


"너 클래식 콘서트 최장시간이 몇 시간인지도 모르지? 정말 야만스럽다, 기다려. 원래 곡이란..."


"..."


"천천히 연주해야 그만큼 수많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법이거든."




...그러니 이제 일어나 투사.



그 죽음의 경계에서, 악몽의 끝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너 스스로를 위해서 일어나.




방랑자들이 보여줬던, 너에게 겪게 해줬던 행복을 떠올려, 잃고 싶지 않잖아? 괜찮아.



내가 너의 가능성이 되어 줄 테니.




너에게 필요한 건 그저.




눈을 뜨고, 네가 겪은 모든 것에 대해 절규하는 일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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