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年 안타레스 제국 조선소


나는 세터스족이다. 오늘도 배를 만드는 노예.


작년에 우리나라는 멸망했고 나는 군인이었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숨을 지킨 대가는 가혹했다.


안타레스 제국은 나와 전우들을 조선소로 보내거나 아퀼라 왕국 전선으로 보내 고기방패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이다.


작년에 내가 투입된 임무는 전함 해체였다. 조선소에 모인 우리가 모두 윗옷을 벗고 바지와 안전모만 입은 채로 서로가 어디서 왔는지 대화하고 있었을 때 우리 앞에 있던 문이 열리더니 조선소 드라이독에 들어온 전함이 보였었다. 6개의 2연장 함포가 있었을 구멍들, 그건은 미라함이었다. 미리 기중기로 함포들을 모두 제거한 상태였지만 그건 분명히 미라함이었다.


미라함... 그것을 본 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었다.


1909年 야만족 새끼들의 해안포 기지를 습격했을 때 포격지원을 하던 그 전함. 사실, 나는 미라함이 싫었다. 아니, 증오한다. 미라함은 죽이라는 야만족은 안죽이고 애꿎은 나와 친구들에게 포탄을 퍼부었다.


내 친구 토마스가 그 자리에서 짓밟은 삶은 감자처럼 뭉개진 머리만 남긴 채 사라진 것도 미라함 때문이었고 조선소 기숙사 같은 방에 있던 윌리엄이 오른팔이 날아갔던 것도 미라함 때문이었다.


소대장님이 내 전우들과 함께 B지점에서 야만족 장갑차에 맞서 싸우시다가 조명탄을 쏘셨었는데 몇 초 후에 B지점이 콰광 하며 폭발하더니 먼지와 피를 뒤집어 쓴 야만족 장갑차가 소대장님과 부하들 시체를 밟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던 것도 기억났다.


내가 그런 배를 해체해야 한다니 여러가지 감정이 겹칠 수 밖에 없었다.


"자, 지금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오마에들이 교육받은 대로 소노 센깡을 해체하도록. 실시!"


안타레스족 감독관이 확성기로 우리에게 명령했었다. 우리 모두 드라이독으로 들어가 미라함에 달라붙어 절단기를 가지고 미라함을 해체하기 시작했었다.


드라이독과 미라함 곳곳엔 코르부스 야만족들이 총을 들고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미라함의 함교를 해체하는 작업을 맡았었다. 항해 장비들은 이미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는 안타레스/코르부스 노동자들이 떼어간 상태였었다.

먼저, 함교 창문부터 없애려고 절단기를 창틀 아래에다가 대고 단추를 눌렀다. 절단기 끝이 가열되더니 곧 절단기가 닿은 곳을 녹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절단기를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함교 전방 창문을 완전히 절단냈었다.


"어라? 이거 왜 이러ㅈ..."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었다. 함교는 천장이 전방 창문이랑 중간/후방 양쪽 기둥만으로 의지하고 있는 구조였는데 내 뒤에 있던 애들 4명도 동시에 그 기둥들을 절단하는 바람에 지지대가 잘린 천창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함포가 있던 구멍으로 떨어져 버렸었다.


(이렇게 생겼음. 전방에 창문 3칸이 있고 창틀은 기둥이 4개임. 그리고 중간 양쪽 기둥 2개, 후방 양쪽 기둥 2개.)


쿠과광

쨍그랑

팅당당


그걸 본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었고 금세 코르부스족이 달려와 총으로 우리를 두들겨 팼었다.


"이런 종간나 새끼! 너래 아래 있는 동무들 죽이려고 작정했나?!"


"죄, 죄송합니다!"


"하여튼 세터스 간나들은 도움이 안되지비. 사고나 일으키고. 내래 너희들 지켜보갔어."


"어이! 코르부스군! 너무 갈구지는 않는게 좋스무니다! 와레와노 이무페라토르 헤이카께서 죽이지는 말라고 하셨으니."


"아, 알갔습네다!"


안타레스족의 쿠사리 덕분에 우린 살았지만 다친 몸으로 일을 하는것은 매우 고역이었었다.


그 이후로 미라함을 완전히 해체할 때 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작 몇 개월 전 일인데.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때 해체한 미라함 부품들로 안타레스 제국의 새로운 전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일단 코르부스 연합은 북한, 오헝제국, 오스만, 아즈텍, 마야가 모티브라서 문화어로 써봄. 안타레스는 일본, 독일, 불의 제국, 신롬이 모티브니깐 한본어로 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