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닉네임 성녀. 본명은 성예은. 한국의 몇 안 되는 s급 헌터이자, 치유와 보호에 특화된 초월적인 신성 스킬 때문에, 존경심을 담아 성녀라고 불리는 헌터이다.


성녀를 만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 상태창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한이 잠깐이라도 성녀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한은, 마지막 질문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자애로운 분위기의 성녀가, 손을 움직여 수화를 보냈다.


성녀의 매니저이자, 성예은의 친언니이기도 한 성하선은, 한에게 성녀의 수화를 통역해주었다.


"부디 물어보시지요. 라고 합니다."


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과 거래를 하신 겁니까?"


성녀와 매니저가 한의 말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녀님이 s급에 등극한 재각성. 그 이후로, 성녀님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녀님이 직접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수화로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셨죠. 상태창과 거래를 하신 거죠? 재각성의 댓가로 무엇을 주셨습니까? 저는 알아야 합니다. 그게 목소리였습니까? 성대였습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만!"


듣다 못 한 매니저가 한의 말을 끊었다. 한은 스스로가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죄송합니다, 성녀님. 오늘 만남은 여기까지 하실 것인지... 네?"


매니저는 성녀의 반응을 살피며 한을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성녀가 보내온 수화의 내용이 뜻밖이었는지, 당황해 하는 분위기였다.


"그게 무슨... 예은아..."


매니저는 혼란스러워하더니, 깍듯하던 태도를 내려놓고 동생의 이름을 애원하듯 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수화를 보내는 성녀는 단호했다.


한은 수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했다.


성녀가 재촉하듯 다시 매니저에게 수화를 보냈다. 매니저는 떠밀리듯 수화를 통역했다.


"성녀님께서 직접 목소리를 내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또한,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은, 절대로 밖에 발설하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언니로써 하는 말인데, 하지마, 절대."


떨리는 눈동자의 매니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포기하듯 옆으로 한 걸음 피해섰다. 이를 악문 매니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만남 내내 얌전하게 앉아, 매니저의 입을 빌려 뜻을 전하던 성녀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성녀가 몇 년 동안 숨겨오던 것이자, 성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게, 게이 말대로 내가 상태창과 거래를 했노. 하지만 그 댓가는 컷다 이기. 상태창의 뒤에 있는 새끼는 분명 사악한 놈인 게 분명하노."


한은 성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질적이고 더러운 말투 앞에, 돌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아예 목소리를 빼앗았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을, 아직도 내 말투를 들으면 나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으니, 상태창 뒤에 놈은 분명 사람의 마음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악마 같은 자가 아니겠농. 이기."


성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상태창 건너의 존재는 성녀에게 힘을 빌려준 댓가로, 역겨운 저주를 내려 성녀를 모멸하고 있었다.


***


대충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부유해지는 댓가로, 말투가 일베 말투로 강제 고정되면 하겠냐는 밸런스 게임을 보고 쓴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