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살아오며 본 것들의 표상이다.


어떤 때는 비유적인 모습으로, 어떤 때는 직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탓에 에스피는 꿈을 엿보며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교주의 꿈은 신선한 놀잇감이었다.


차원 수준에서 다른 곳에서 쌓은 경험과 엘리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종족의 문화, 이들이 형성해낸 교주의 정신세계는 사도들의 것과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편 영화들의 모음집에 가까운 것이다.


오늘도 에스피는 그 모음집에 이끌려, 교주의 꿈을 엿보았다.




 오늘 밤 교주가 꾸는 꿈, 그것에 대한 에스피의 해석은 '외로움'이었다.


새가 한 마리 있었다. 다리 한쪽으로 위태롭게 선 그 새는, 새라기보다는 나무토막을 깎아 새 모양을 만들어 놓은, 새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 같은 종의 새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일반적인 새들처럼 솜털과 깃털로 둘러싸여 부드럽고 따뜻했다.


새들은 위태로운 새에게 다가갔다.


몸에 머리를 내밀어 부볐다, 위태로운 새는 한쪽 다리로 간신히 버텨내듯 잠깐 휘청이더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날개를 펼쳐 그를 안아주었다, 그러나 위태로운 새는 여전히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봤다.


온기 한 조각도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동족이 아니어서일까.


에스피의 가면 뒤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게... 너야? 이 애처로운 새가 너인거야?"


에스피는 새에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더 지켜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에스피는 교주의 꿈을 엿보는 것을 그만뒀다.


현실의 교주는 바보같은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그런 꿈을 꾸는 중이라고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고개를 숙인 에스피가 교주의 가슴팍에 볼을 비볐다. 그리고 꼭 안아주었다.


곧 가면을 벗고서, 교주의 볼에 입을 맞췄다.


"너무 외로워하지마..."


그리고 에스피는 들어왔을 때 처럼, 소리없이 사라졌다.




 아침이 밝았다. 잠에서 깬 교주는 간밤의 꿈을 되새기고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봤던 퍼핀의 이야기를 꿈 꾼 교주는 어깨를 긁적였다.


늦은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 마주했던 모형 퍼핀의 이야기. 그것에 대한 교주의 해석은 '행복함'이었다.


퍼핀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했던 가짜 퍼핀. 다리 대신 꽂은 쇠막대도 하나뿐이고 나무 모형에 페인트 칠한, 닮은 가짜.


그런 가짜 퍼핀에게 퍼핀 무리들이 다가와 머리를 부비고, 날개를 펴 안아줬다.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에 쏟아지는 애정.


교주는 그 모습이 지금의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모티브)


원래는 장례식에서 화장하고 뿌리는거까지 꿈에서 본 스피키가 토하는거 쓰려다가 에바쎄바같아서 선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