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코코."


"우아?"


...괜한 짓을 했나.

충동적으로 도서관을 들린 게 이런 일이 될줄은 몰랐다.


일단은 문예부원인 입장에서 한번쯤은 가보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실상은 활동비로 간식을 쌓아두고 수다나 떠는 게 대부분이지만.


코코의 손에 들린 책을 빤히 쳐다보자, 나와 똑 닮은 얼굴이 갸웃거렸다.


"코토네?"


"...아니야."


일단, 만화책이었다. 흔하게 보이는 교육용 학습만화.

문제는, 표지부터 노골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드러내는 내용을 유추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 탓인지 다른 책에 비해서 조금 더 손때가 탄 모습이었다.


"코코, 그 책이 좋아?"


"응!"


굳이 왜 저런 책을, 이라는 생각은 그만뒀다.

코코가 큰 의미를 두고 고르진 않았겠지만, 손수 고른 책을 돌려놓을 이유도 없으니까.


적당한 곳에 앉아 가져온 책을 펼치자, 코코도 흉내내듯 따라했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코코?"


"우우?"


코코는 책장을 넘기는 것까지 따라했지만, 그 내용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나를 바라보면서 눈길도 안주는 책을 넘기는 게, 퍽 이상한 모습이라 집중할 수도 없고.


"...내가 읽어줄게."


"우아!"


내 책을 덮어두고, 코코의 만화책을 함께 펼쳤다.


어...


문득 고개를 들어 한산한 주변을 돌아봤다.

사람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서 이런 내용을 소리내어 읽는다면, 대체 무슨 소문이 돌까.


"저기로 가자."


그냥 사람이 전혀 없는 책장 구석으로 들어가서 둘이서 책을 가리듯 쭈그려 앉았다.

꼭 나이에 맞게 호기심이 왕성한 여고생들 같아서, 조금 허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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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우아!"


기지개를 펴며 다가오는 쿠로를 감싸안은 채 왜 대답이 없는지 의아해하는 중, 냉장고에 붙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장도 보고 올테니 기대해요.-


 오늘 마중을 안나온 것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일이 겹친 모양이었다.


...애초에 전화로 알려주면 됐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엄마다움'에 집착하는 카가미다운 행동이었다.


"코토네."


"응?"


먼저 씻으러 들어간 줄 알았던 코코가 나를 잡아끌었다.


"같이."


"...같이 씻자고?"


끄덕끄덕.


무슨 이유인지, 같이 씻고 싶어하는 코코에게 이끌려 함께 들어왔다.


코코가 먼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건 드물었기에, 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그리 넓지 않은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같이 들어가니, 기분이 꽤 묘했다.


코코는 나를 닮았다, 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코코가 본래 어떤 형태였는지를 생각하면, 내 모습을 빚어냈다는 게 더 정확하니까.


그런 우리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거울에 비치는 걸 보면 이상한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뒤 돌아볼래?"


"응."


쏴아아.


그래도 서로의 몸을 씻어주는 건 꽤 기분좋은 일이었다.


목욕으로 친목을 다진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는 듯, 코코의 등을 밀어주고 깨끗하게 하니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카가미와 같이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왠지 먼저 말을 꺼내면 눈을 동그랗게 굴리다가 실신해버릴 것 같지만.


"내가 할래."


"응?"


"코토네는 내가 할래."


"...그래."



거품이 나는 타월을 건네주고 몸을 돌리니 조심스럽게 등을 훝는 손길이 느껴졌다.


"코토네, 괜찮아?"


"괜찮아."


간지러운 감촉에 몸이 풀어지는 느낌을 즐기는 중, 코코의 손이 돌연 멈췄다.


"코코, 끝나서엇...?"


...어?


"코코, 거긴..."


"코토네, 싫어?"


"그게..."


뒤에서 내밀어진 손이 가슴께를 쓸어내리자, 나도 모르게 놀라 말이 새어나갔다.


코코가 왜, 왜 이러지.


"...싫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작게 속삭이자 뒤돌아 본 코코는 조금 굳어있었다.

혼나는 걸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니 안심시키고 싶어져서.


"...싫지 않아."


"코토네, 괜찮아?"


"...괜찮아."


그런 내 말에 코코의 눈이 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천천히 내 목덜미를 쓸어내는 코코의 손이 팔로, 이후에는 아랫배로, 다음엔 허벅지를, 더 다가와서...


"아으, 어, 거기는, 코코?!"


"코토네, 이러면 좋대."


"그건 어디서..."


아.

그 망할 책.


"으읏."


이걸.

말려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아으.


흣.


"코토네,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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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함께 목욕하셨나요?"


"...어떻게 알았어?"


"그야, 사이좋게 따끈따끈한 얼굴로 똑같이 비누 향을 내고 있으니까요."


"응, 뭐..."


양손 가득 비닐봉투를 들고 온 카가미가 그렇게 물어왔다.


"...집에서 뷔페라도 하려고?"


"그러고 싶으신가요?"


아니, 진심이겠냐고.

카가미라면 정말로 해줄 것 같아서, 그냥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야한 건 안돼!!!!!!

여기서 더 쓰면 

코코의손가락이가랑이에왔다갔다했다가 되어버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