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듀얼 초심자 틋녀
개념글 모음


어리고 감수성 풍부한 몸이 되어서 그럴까. 

겨우 카드게임하다가 울기까지 하다니.


아니, 난 카드게임때문에 운 것이 아니야.

내가 운 것은 갑자기 쏠린 시선들에 놀라서야.


"냠..."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라 단걸 자주 먹지 못하긴 하지만 크레이프에 낚여서 진정한 건 아니야.


"이제 화 풀렸어?"

"...풀렸어요."


생각보다 큰 크레이프를 먹는데 열중하고 있던 내 왼손을 하구루가 붙잡았다.


슬며시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깍지까지 낀 손를 내게 보이며 웃어보이는 하구루.


"이제 우리집에 갈까?"

"네.... 네? 무,무슨 말을? 가,갑자기요?"


갑자기 집을 가자니, 요즘 여중생들은 조숙한거야?

이런건 상황과 절차라는 게 있는건데. 

일단 원래는 성인 남성이었던 사람으로써 확실하게 주의를 주어야 하는게...


"응. 우리집 카드샵하거든. 얼른 가자."

"아, 예... 음."


난 쓰레기야.



===



하구루에게 한참을 붙잡혀 이동한 뒤에야 카드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구루를 닮은 지쳐보이는 표정의 남성이 턱을 괸채로 앉아 있었다.


"뭐야. 둔탱이네."

"뭐래. 손님있거든?"


나를 남성에게 과시하듯 맞잡은 손을 흔들어 보이는 하구루


"어서오세요! 카드 샵 [카드 타운]입니다."


방금전까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성과 그 모습에 질려하는 하구루.


"저건 내 오빠인 하구루 마노. 카드파는 기계라고 생각해."

"오빠한테 저거가 뭐냐. 저거가. 반가워요. 대충 점장님이라고 불러요."

"하구루양과 같은 반인 코우키 히카리라고 합니다. 점장님."


인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지쳐보이는 표정으로 돌아온 점장님.


"그래서 우리 둔탱이가 이런 작은 친구를 왜 데려왔을까?"

"코우키양이 듀얼 초심자라서 같이 카드 골라주려고."

"초심자라니 얼마나?"


점장님이 초심자라는 말에 다시 잃었던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세상은 대체 듀얼 초심자가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 걸까.


천연 기념물 같은 걸까.


"거의 첫 듀얼."

"거짓말."

"진짜야. 덱도 스타터덱사면 주는 케이스에서 꺼냈어."

"설마 덱까지?"

"[사파이어 드래곤],[돌진],[위협하는 포효]."

"세상에 진짜잖아."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눈빛을 보내는 두사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뒷 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슬슬 범죄자의 눈빛에 가까운 것 같은데...


"코우키양! 예산!"

"네,네헷?"


점장님이 갑자기 큰소리로 부르는 바람에 놀라 발음이 새버렸다.


"부디 예산이 어느정도인지 말해주겠니?"

"예산이요?"

"내가 감히 듀얼 초심자의 덱구성에 조언을 한다니..."

"아~ 솔직히 오빠가 가게당번 빼줘야한다고 생각함."

"2주 빼주마."

"아싸!"


예산이라니, 용돈의 여유분이 얼마나 되더라.


식비랑 평소에 쓰던 돈을 생각하면...


"500엔이요..."


잠시 가게에 침묵이 돌았다. 하지만 정말로 여유가 그것뿐인데...


"코우키양. 혹시 덱구성을 보여주겠니?"

"네. 여기요."


나는 카드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테이블 위에 잘 보이도록 펼쳐두었다.


"드래그마 카드가 몇장 있네?"

"아는 분에게 선물받았어요."

"그럼 일단 [융합]이 두장 있는게 좋아 보이네. [치환융합]은 쓰기 까다로우니까."


점장님께서 수납장에서 밀봉된 카드 두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말을 이어 나갔다.


"일단 덱 기본 구성은 드래곤족 카드들이니 [썬더 드래곤]이랑 [두 머리의 썬더 드래곤]은 어떨까?"

"[용마인 퀸드라군]은?"

"나쁘지 않네. 아니면..."


나는 두사람의 대화에 도저히 끼어들 수 없어서 가게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카드들과 헉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격의 듀얼디스크들.


그 밖에도 카드를 보관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와 키링처럼 생긴 악세사리들도 여럿 보였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팩 상태의 카드팩도 보였다.


5장의 카드가 든 팩 하나에 100엔. 생각보다는 싸구나.


"코우키! 오빠가 이 8장에 400엔에 준데!"


카드팩을 구경하고 있던 나를 하구루가 뒤에서 껴안으며 8장의 카드를 내게 보여주었다.


[바이스 드래곤],[썬더 드래곤]세장,[두 머리의 썬더 드래곤],[융합]두장,[용마인 퀸드라군].


"카드팩 보고 있었어?"

"네. 생각보다 싸네요. 한팩에 1000엔은 할거라 생각했어요."

"온갖 잡다한 카드가 나오니까. 100엔 남으니까 하나 뽑아 볼래?"

"그럴까요...?"

"응! 직접 뜯어서 얻는 카드는 또 다른 느낌이 나니까. 신중하게 골라봐."


다 같은 포장일 뿐인데 직접 고르려고 하니 생각보다 긴장된다.


카드팩을 만지작거리며 고르고 있자니.


[오른쪽. 뒤에서 세번째.]


라고 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오른쪽, 뒤에서 세번째 카드팩을 집어들었다.


"이걸로 할게요."

"얼른 뜯어보자!"


겨우 비닐포장을 뜯을 뿐인데도 살짝 흥분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이런 마음으로 카드를 모으는 것일까.


지금이라면 조금 이해가 갔다.


===



유희왕하면 팩깡이죠.


저는 어릴적에 고학년 형에게 어둠의 듀얼을 지고 스트럭쳐에 있던 푸백을 뜯긴 추억이 있습니다.


추억이 아닌가?


그 뒤로 팩깡에서 나온 고기가가가기고를 넣고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첫 팩깡 5장은 무엇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