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 "!!!? 당신은──."


갑자기 나타난 기괴한 여자를 보고, 키이가 놀람에 눈을 떴다.


리치 메이드 "......"


어두운 정념을 품은 눈이 멸시하듯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청초하고 젊은 미소녀이지만, 그 몸은 군데군데 손상이 가고 썩어 있다.


하지만 통상의 좀비 등, 걸어다니는 망자와는 다르다.


스스로의 마력으로 자원해서 불사자가 된 『리치』.


그렇기에 리치 메이드.


막강한 메이드 마술을 부리는 불사의 사용인이, 일행들을 차갑게 노려본다.


로라 "히에에!? 저 사람, 이쪽을 엄청 노려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터무니없는 마력......"

노집사 "키이 군, 저 아가씨와 안면이 있나요......?"


노집사가 키이에게 낮게 속삭였다.


리치 메이드가 나타났을 때, 키이는 큰 동요를 보이고 있었다.


키이 "예, 알고 있습니다."

키가 "상당히 모습이 바뀌었다──고 할까, 제가 알 때는 메이드가 아니었지만."

키이 "......그분은, 예전에 블랙 님의 연인이셨습니다."


로라&노집사

"에에!?"

"그럴루삭......!!"


그것은 노마드 설립 전──.


흡혈귀 에드윈 블랙이 마음대로 마계를 떠돌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의 블랙은 마계 제일의 플레이보이로,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터뜨리고 다녔다.


각지의 공주, 귀족 아가씨, 심지어는 여전사에 유랑 연예인까지......


블랙은 마음이 가는 대로 연애를 즐겼고, 그 중에는 그녀──리치 메이드도 있었다.


로라 "자, 잠깐만요, 수령님, 그렇게나 가벼운 분이셨나요......!?"


시골 출신으로 순박한 로라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키이 "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독신 시절의 이야기니까요."

키이 "사모님......카에데 님과 결혼하시고 나서는, 그런 불장난도 사라졌달까."


커흠 헛기침을 하면서 키이가 계속 설명한다.


어쨌든, 블랙의 옛 교제 상대였던 리치 메이드.


그녀는 사령술을 사용하는 마법 검사로, 블랙과 모험 파티를 맺기도 했다.


전투 면에서는 우수했던 그녀이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질투심이 많고 독점욕이 강한 얀데레 체질인 것.


항상 블랙을 따라다니며, 그의 주변 여자를 죽이려 했기에, 참을 수 없어 블랙도 절연,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강하게 경고까지 했다──라는 귀찮은 인물이었다.


키이 "지난 몇 년 동안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들도 안심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그녀가, 메이드 마술이라는 금술을 습득해 이 저택──블랙의 근처에 나타났다.


로라 "그, 그러니까......당신은, 수령님의 스토커......?"


두려움에 질린 듯 로라가 묻자, 리치 메이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비웃는다.


리치 메이드 "우후후후. 그런 조잡한 카테고라이즈, 너희들은 항상 그렇지."

리치 메이드 "하지만 나는 내 사랑을 관철하고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애초에 사랑에 올바른 형태는 없어."

리치 메이드 "나는 내 방식대로 그 분을 사랑하는 거야.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마."

로라 "아와와와......!? 이, 이 사람, 좀 무섭습니다만......!?"


갑자기 대량의 빠른 말에 부딪혀 와, 로라가 크게 당황한다.


키이 "네, 네에. 옛날부터 저런 느낌이라서......"

리치 메이드 "후후후후! 어쨌든, 나와 그 사람의 사랑을 위해서라도 결착을 내라! ──메이드들이여!"


리치 메이드로부터 새롭게 마력을 쏟아부어, 힘을 더한 메이드 괴물의 무리가 덮쳐 온다.


일동이 대항하고자 각각의 무기를 고쳐쥔다, 하지만──.


괴물들의 습격으로 시야를 방해하고, 리치 메이드가 순식간에 로라의 눈 앞에 이동하고 있었다.


리치 메이드 "잡았다, 도둑고양이!! 하아아앗!!"

로라 "!!?"


키이와 노집사가 구하러 들어가려 하지만, 괴물들에게 막혀 닿지 않는다.


로라 "크으으윽!?"


전투용 대걸레를 쥔 로라의 몸에 리치 메이드의 빗자루 칼날이 다가와──.


키이이이이이잉!!!


리치 메이드 "......"

스네이크 레이디 "후후, 당신의 상대는 나야, 스토커녀. 드디어 즐길 만한 상대가 나타났는걸♪"


로라에게 떨어진 빗자루 칼날을, 카리야가 오만하게 웃으며 받아내고 있었다.


***


리치 메이드 "스네이크 레이디──카리야. 너도 죽이려고 했어."

리치 메이드 "블랙 님의 절친을 자칭하다니, 잘난 척 하지 마, 도둑고양이."

스네이크 레이디 "글쎄? 딱히 그런 자칭을 하고 다닌 기억은 없는데......"

스네이크 레이디 "뭐 그래도, 너보다 그 남자와 친한 것은 확실해♪"

리치 메이드 "!!? 크으으, 이 걸레 년이이이이!!"


로라 "카리야 씨!"

노집사 "아뇨, 로라 님! 저 두 분은 그야말로 괴물──."

노집사 "저 싸움에 휘말리면 이쪽도 위험합니다. 저희는 마물들을 해치우죠."

로라 "으으......네, 넷!!"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로라가 물러난다.


분명 노집사의 말대로 카리야는 걱정되지만, 둘의 싸움이 너무 격렬해서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리치 메이드 "사랑! 당신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지상!! 지켜봐주세요 블랙님──하아아아아아아!!"

스네이크 레이디 "아하하하하! 멋진걸, 당신처럼 맛이 가버린 아이는 특히 좋아♪ ──자, 이걸 받아보련!?"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카리야의 투기가 거대한 뱀의 형상을 이루며 리치 메이드를 덮친다.


하지만 리치 메이드도 지체없이 허공에 복수의 방어벽을 전개, 카리야의 공격을 받아치는 것과 동시에 "봉사의 마음"으로 생성한 거대한 마탄을 카리야에게 내리친다.


투콰아아아아아앙!!!!


키이 "이, 이건......이 공간 자체가 유지 될 순 있는 건가......?"


키이가 반쯤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전설 속 신들의 싸움 같다.


매순간 쾅쾅 거대한 에너지가 부딪히면서, 견고해야 할 저택이 크게 흔들린다.


이런 싸움을 계속하면, 이 저택을 감싸는 공간 전체가 붕괴된다......


리치 메이드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라 도둑고양이!!"

스네이크 레이디 "후후. 머리부터 먹어줄게."


두 사람의 마력이 부풀어 올라, 서로를 집어 삼키려고 정면으로 격돌한다.


하지만, 그 직전.


??? "이런이런. 둘 다 그쯤하지? 내 저택을 부수면 곤란해."


키이이이이이이이이잉!!!!


비꼬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출현한 어둠의 칼날이 두 사람의 공격을 튕겨내고 있었다.


리치 메이드 "!!!"

스네이크 레이디 "어머......?"


카리야와 리치 메이드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미스 마린 "후에─. 주인님, 드디어 와 주셨네요."

에드윈 블랙 "아아, 잘 알려줬다, 미스 마린."



막강한 마력을 두른 흡혈귀──저택의 주인 에드윈 블랙이 있었다.


그가 저택으로 돌아온 것은 미스 마린으로부터 SОS가 도달했기 때문.


저택의 공간에서 강대한 마력──카리야와 리치 메이드가 날뛰고 있어, 이대로라면 결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공간 째 저택이 붕괴해 버린다.


그래서, "주인님"인 블랙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블랙 "자, 알메리아──이건 무슨 소란이지?"

블랙 "네게는,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리치 메이드 "하으으으!? 블랙 님, 그, 그것은......"


블랙이 말을 걸어와 리치 메이드가 처녀의 표정이 되었다.


참고로 알메리아는 그녀의 본명이다.


리치 메이드 "이, 이걸! 받아주세요! 당신을 위해 가져 왔다구요!!"

블랙 "이건......?"


리치 메이드가 뭔가 꾸러미 같은 것을 블랙에게 내밀었다.


보면, 그건 로라가 홍혈경으로부터 맡고 있던 물건.


로라 "어랏!? 그 짐, 내가 가지고 있었을 텐데......아까 전투 때 빼앗겼나......?"


로라가 자신의 가방을 뒤져 눈을 동그랗게 뜬다.


즉, 이것이 리치 메이드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홍혈경이 블랙에게 건네는 선물──그것을 탈취해 자신이 전달하는 것으로, 블랙의 포인트를 번다.


그 때문에 선물을 운반 중이던 로라 일행을 노렸다.


리치 메이드 "저......생각했어요. 역시 저야말로 가장, 블랙 님에게 도움이 된다고."

리치 메이드 "그래서 이렇게 메이드 마술도 배워, 선물도 전해드렸습니다!"

리치 메이드 "그,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옛날처럼 곁에......우후후♪"

블랙 "흠......하지만 이 선물은, 원래 나에게 도착할 예정이었을 텐데?"

블랙 "그것을 중간에 빼앗아 자기 공처럼 자랑하는 것은, 조금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야, 알메리아."

리치 메이드 "앗. 그건......"


리치 메이드가 움찔하는 얼굴을 했다.


블랙 "게다가, 카리야나 내 부하를 죽이려는 것도 역시 지나쳤어."

블랙 "좀 더 반성해라. ──미스 마린."

미스 마린 "네, 주인님."

리치 메이드 "!!?"


리치 메이드의 발 밑에 검은 구멍이 뚫린다.


블랙의 지시를 받은 미스 마린이 공간 밖으로 내던지는 균열을 만든 것이다.


리치 메이드 "아아아아아아, 그,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런 얀데레적인 외침을 남기고, 리치 메이드는 시공의 균열로 떨어졌다.


노집사 "이, 이걸로......무사히 해결된 걸까요."

키이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소란스러운 스토커가 퇴장하고, 키이와 노집사가 피곤하단 표정을 짓는다.


또, 리치 메이드와 함께 침입해 온 수많은 괴물들도,


미스마린 "란라라라~♪ 마린, 청소 너무 좋아~♪"


블랙이 돌아오면서 힘이 늘어난 미스 마린에게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블랙 "그럼, 오랜만이군 카리야.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차를 끓여줄 수 있겠나?"

스네이크 레이디 "네, 분부대로. 자 로라 도와주련♪"

로라 "네, 네에, 카리야 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는 카리야에게 이쪽도 지친 얼굴의 로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마계에서는, 힘이 센 사람일수록 소란스럽군요──그런 생각을 하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블랙 성격이 유해지긴 했다


패키지 시절이면 리치 메이드를 죽였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