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방에서 나오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대한 지진과 함께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는 성삼의 모습이었다.


분명 도서관 내부의 방에 있었을 터인데

무언가 특수한 힘으로 이곳까지 순식간에 날라와 버린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들어온 입구는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그 어디에도 도서관으로 가는 문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곳에 있던 모두는 무사한 것일까?



좌측으로 좀 더 나아가자

다행히도 강아지가 건강하게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안심은 금방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멀쩡한줄 알았던 강아지가

갑자기 전신이 터져 죽어버린 것이다.


앨리스와 토끼의 경우와 완전히 똑같았다.



찝찝함을 뒤로 하고 

계속 앞으로 가던 도중 



아래쪽 부근에서

에즈왈드가 의자에 앉아 묘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의 갑작스런 이변에 

완전히 미쳐 버린 듯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종말의 여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강아지와 동일한 방식으로

죽어 버리고 말았다.


비참한 최후였으나

덕분에 진상에 조금 더 분명히 다가갈 수가 있었다.


그가 숭배했던 종말의 여신 메아리스

그 존재가 이 참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이젠 존재를 숨기지도 않았다.

흰토끼나 백설 공주의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제거해버렸었는데

기도하는 자가 성삼의 정체와 자신의 악행을 밝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마치 더이상 숨길 이유가 없다는 듯이'



그렇다고 해서 배신자인 기도하는 자를 온전히 믿냐고 하면 그건 아니기는 했다.

앨리스를 죽게 만든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적어도 과거에 친구였던 만큼 

언젠가 죽이더라도

그 전에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 과정으로



우선 기도하는 자가 말한

메아리스가 가지고 있다고 하는 

'현실을 개변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진실인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달리 길이 보이지 않았기에

유일한 통로인 위쪽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지만



그의 메이드인 빅토리아가 그 입구를 막아서고 있어

지나갈 수가 없었다.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메이드 빅토리아



그러나 문제는 그 뒷 발언이었다.



빅토리아 또한 메아리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영향이 단순히 종교 권유를 하는 수준에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를 막아설 생각인 듯 했다.



거기다가 이 뒤에 같은 동료인 

리프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일부러 알려주면서도



그녀 본인은 끝까지 그를 붙잡고 있었다.



언뜻 보면 완전히 배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진정으로 그를 잡아둘 생각이었다면

리프의 위기를 일부러 말해주어

그의 동기를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악수였다.



더불어 그가 소중한 동료인 그녀를 짖밟고 

지나가는 것을 망설이자 


일순간 평상시의 분위기로 돌아와



자신을 쓰러뜨리고 나아갈 것을 유도했다.



변해 버린 것처럼 보여도

그녀는 여전히 그가 알고 있는 빅토리아였던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이상 더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마수화 된 모습으로 덤벼 오는 메이드 빅토리아



그녀가 갑자기 이상해졌던 것은

음마의 성질에 먹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구음부가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그녀 역시 메아리스에 의한 실험의 피해자였던 듯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더이상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때문에 적어도 그녀가 이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자신의 손으로 숨을 끊어주기로 했다.



싸움이 끝난 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빅토리아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도,

남겨질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소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여전해서

그녀가 없으면 그가 쓸쓸해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자의식과잉이 아닐까 의문을 품고 있는 듯 했지만

무의미한 논쟁이었다.



.....그녀는 그의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메이드인 것이니까. 

없으면 쓸쓸한 것이 당연한 것을.



빅토리아의 흔적을 뒤로 하고

앞으로 향하자

그녀가 말해준 것처럼 리프가 동료 요정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그들 또한 지배당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먼저 리프를 구해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전투에 들어가고 보니 

요정들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장난기 많은 성격은 여전했지만

모습이 요정이라고 하기 보다는

슬라임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본래부터 가장 착실했던 요정 C의 

'원래 요정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저 녀석에 의해 변해버렸다는' 발언



어쩌면 그들 또한

메아리스의 능력의 피해자였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던 만큼 



봐주는 것 없이

깔끔하게 결착을 지었다.


숲이 이렇게 된 이상

더이상 요정이라고 해서 

부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싸움이 끝난 후 

도와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리프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녀는 아직 이변의 원인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사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성삼의 창조자이자 수호자인 메아리스가 흑막이라는 이야기를

금방 받아들여줄 지는 의문이었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그의 말을 큰 의심 없이 바로 믿어주었다.



거기에 더불어 상처 입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를 따라 나서주기까지 했다.


그녀의 믿음과 결심에 감사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기존의 길은 막혀 있었으나

레버 작동으로 인한 흔들림으로 인해

새로운 길이 뚫린 것인지

이전에는 보지 못한 통로가 있었다.



이곳은 지진은 지진의 영향을 덜 받은 것인지

이곳저곳 무너진 성삼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꽤 오랫동안 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무사히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리를 건너던 도중에

느껴진 기운으로 인해

그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김 없이

린다메아가 그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까지 접근 당한 이상 싸워 이기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우측에서 미란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대신 린다메아를 막아줄 생각인 듯 했다.



하지만 린다메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적

아무리 미란다라고 해서 무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때문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억지로라도



그녀에게 뒤를 맡기고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도착한 막다른 곳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존재는 하지만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끝내 이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그녀의 말대로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몇번이고 확인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첫번째 동료이자 



소중한 연인이었던



그녀가 흑막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대단히 기뻐하여

광기에 빠진 웃음 소리를 내는 리프

아니, 메아리 스 



그녀는 흔쾌히 그 사실을 인정하였고



연이어 이 나라의 모든 주요 악행들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밝혔다.



처음에 든 생각은 확실히 의문이었다.

그녀와의 수많은 행복했던 추억들이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서로 다투는 인간에게 질려 버렸다는 이야기는 괜찮았다'



'그의 정체가 동화 작가의 집합이었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개변 능력'

그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죽어갔던 백설 공주의 최후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다정했던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그리워했던 이즈의 최후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쪽이 재미있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그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버린 것이다.



......그가 알고 있던 

상냥했던 리프는 모두 환상이었던 것이다.


남은 것은 이제



그 흔적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헛소리 가득한 광인의 모습 뿐이었다.



요정의 모습을 격파하자



나온 것은 거대한 용의 형태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았지만



강대한 신의 힘에

그 혼자서는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의식이 흐려지려고 하는 그때


앨리스 02에게서 얻은 리본이

빛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 



앨리스의 목소리가.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이상 악신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았다.



용의 형태까지 격파하자 

뒤를 잇듯이 나온 것은



거대한 거인의 모습



그리고 회피 불가능의 광선



정통으로 맞는다면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지만



더이상 이런 건 두렵지 않았다.


무사히 광선을 막아낸 그는 

온 힘을 담아 

그녀의 얼굴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렸고



그것을 버텨내지 못한 악신은

거대한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어버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한 번에 죽이는 것은 실패했지만

더이상 그녀에게 저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후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죽음의 위기에 두려워하고 있는 그녀를 

조용히 두 팔로 껴안았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리프가 아닌 메아리 스라도 사랑해줄 거냐는 그녀의 의문에 

'사랑하고 있다'라고 답해주었다.



얼굴을 붉히고

사랑헤 빠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



그는 직후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메아리 스와 함께 



그대로 한동안 사랑을 나누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행복한 꿈에 빠져 있는 메아리 스



'그가 그녀를 용서할 리가 없는 것을'



메아리 스는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물어왔지만



정말 웃긴 질문이었다.



죽이고, 범하고, 속이고, 배신당하고.


'네가 그토록 원했던 대로 해줬을 뿐인데'



메아리 스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해보았지만



모든 힘을 소진한 그녀에게

더이상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반항기는 점점 옅어져 갔고



모든 행위가 끝났을 때 쯤에는

목이 완전히 부러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시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제서야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갑자기 기척이 느껴져

뒤를 바라보자



그의 손으로 죽였던

그리운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현상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더이상 두번 다시 잃어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그들의 품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