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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의 후속편이래!!!




다음 날.


“으으⋯”


차디찬 아침바람이 시아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라는 듯이 눈부신 햇살이 몸을 콕콕 찔러대는 통에, 시아는 찌뿌둥한 몸을 뒤척이며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새근새근.


“⋯”


물론 옆에서 자고 있는 하나의 후광이 훨씬 더 밝았지만, 시아가 햇빛에 깬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나는 무척 밝으면서도 따스한, 그러니까 아늑하게 온몸을 품어주는 불빛이었다면.


지금 시아의 눈에 내리꽂히는 태양빛은 그야말로 무자비한⋯


“으윽.”


⋯게으름뱅이들을 깨우는데 특화된 알림과도 같은 강렬한 빛이었으니까.


요컨데, 같은 빛이어도 느낌이 달랐다는 소리다.


마치 침대에서 잠이 들 때와 부모님의 품에서 잠이 들 때.


후자가 더 포근하고 아늑한 것 처럼 말이다.


“음냐⋯.”

“⋯귀엽네.”


시아는 지금, 굉장히 신비로운 기분에 사로잡혀있었다.


지금 자신의 품 안에서 자고있는 하나를 바라보면.


오히려 자신이 하나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따뜻하게 재워주고자 이불을 덮어주면.


오히려 자신이 하나의 체온에 맞춰 마음이 따뜻해져 갔으니까.


간밤에 뒤척이느라 창문이 열려있었지만.


추운 바람 하나 느끼지 않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덕분이리라.


신기하고 낯설지만⋯ 그렇다고 싫은 건 절대로 아닌, 기묘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꼬르륵.


하지만 그런 기분도 여기까지였다.


해가 중천에 뜬 지금, 이제 슬슬 일어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동시에 꼬르륵거리는 뱃소리가 들려왔으니까.


하나와 시아.


두 사람의 배에서 동시에 말이다.


“으응⋯.”

“어머.”


그렇게 기분좋은 꿈에.


기분좋은 나른함의 빠져있던 둘은.


두 번째 동거날의 아침을 맞이했다.


⋯⋯


⋯⋯


이상하다.


“하나는 아침에 약한가보네. 괜찮아! 언니도 그러니까!”

“뭣.”


기억이 없다.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면대 앞에 대롱대롱 매달려 어푸푸 세수를 하고 있었다.


“아 맞다! 자고있는 하나, 엄청귀여웠었는데.


아까 깨웠을때- ‘일요일은 안식일이니라, 나는 더 잘것이다⋯.’ 


하곤 다시 새근새근 곯아떨어지던 거 있지!


그거 진짜 귀여웠다니깐!”


얼굴에 닿는 차가운 물기에 적응하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몰려오는 시아의 충격적인 발언들.


결국 나는 솟아나는 부끄러움에 못 이겨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세수를 해야 했다. 


“아, 그리고 자다가 막 베개인 줄 알고 내 가슴에⋯.”

“그만, 그만해!”


결국 검지손가락으로, 시아의 입을 막았다.


저기서 더 듣다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뜨거워져서 물도 끓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어푸어푸.


차디찬 얼음물로 얼굴을 식혔다.


“끄응-”


시아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내 손가락에 갑작스레 기습 뽀뽀를 해버리더니.


내가 기겁하는 틈을 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폈다.


키가 얼마나 큰지 천장에 손이 맞닿을 정도였다.


“⋯”


나도 일어나야겠다 싶어, 시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후흐흐.”


이상한 웃음소리 그만 내고 나 좀 일으켜 줘. 


이 롱다리야.


혼자 일어나기 힘들다고.


“⋯에잇!”


하지만 시아는 또 무슨 장난기가 돌았는지, 손을 잡긴 커녕 나를 덮고 있는 이불을 돌돌 말아버렸다.


⋯갑자기, 멍석말이?


“자, 완성!”

“⋯”


그리곤, 찰칵찰칵.


시아는 순식간에 김밥이되어버린 나를 찍고, 찍고.


계속해서 찍었다.


엄청 행복한 듯,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대면서 말이다.


“엣휴.”


못 말린다니까.








“⋯시아.”

“응?”


그렇게 뜬금없는 포토타임을 인내해 낸 뒤.


나는 시아의 휴대폰 갤러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엔 얼마나 잘 찍었는지 보자. 라는 느낌이었지만⋯


이게 뭐야.


“우리 같이 지낸 지 하루 밖에 안 지났잖아.”

“그렇지.”


그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은 대체 뭔데.


이게 정말 정상으로 보여?


“그럼 이건 뭐야.”


나는 시아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앨범에 내 사진만 천 장이 넘을 수 있는건데?!”

“어머, 정확히 천 오백 사십 육 장이야.”

“⋯”


시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천천히 사진을 훑어보았다.


시아의 팔뚝을 껴안고 새근새근 곤히 자고있는 내 사진.


김이 폴폴나는 버섯을 혀로 데굴데굴 식혀가며 힘들게 먹고있는 사진.


뽁뽁이를 잃어버리곤 표정으로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사진.


창문 앞에서 대자로 눕곤 나른하게 광합성을 하고 있는 사진.


시아의 손에 잡혀서 아둥바둥 마구마구 씻김 당하는 사진.


“이건 왜 있는 거야. 도대체 언제 찍었어? 제목은 또 왜 ‘신과 함께’인건데.”

“⋯”


말 안하는 거냐고.


아무튼, 처음 왔던 때 규칙을 정하면서 초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후룩후루룩 면치기를 하고있는 사진도 있었다.


“⋯진짜 많이도 찍었네.”

“그치? 아, 잠깐만. 내 보물 1호 사진도 볼래? 따로 넣어놨거든.”


게다가 천 장이 넘는 사진들 중에서도 특별히 아끼는 사진이 있다며, 즐겨찾기를 보여주는데⋯.


“이, 이게 뭐야.”

“어때? 하나랑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사진이야!”


그 안에는, 교회에서 발이 걸려서 넘어진.


그러니까 위엄이라곤 하나도 없이 처참하게 넘어져서 울먹거리고 있던⋯


“이, 이게 왜 있어?!”


⋯그 사진이었다.


“이건 진짜 언제 찍은 거야⋯. 바로 도망쳤었잖아!”

“후흐, 귀여운 것만 보면 셔터에 손이 가는 버릇이 있어가지고 말야.”

“⋯대단하네.”


대단한 바보야.


나는 이번에도 바보같은 말을 한 귀로 흘린 뒤, 시아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계속 앨범을 보고있다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아서, 분위기를 환기할 겸 다른 앱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직장인답게 꼭 필요한 소통 앱과 메모장, 알람시계같은 기본적인 앱들만 있을뿐.


다른 것들은 일제 보이지 않았다.


시간때우기용 몇몇 게임만을 제외하고 말이야.


“다른 건 없어?”

“⋯용량이 없어서, 못 깔았거든.”

“아하.”


용량이 없다라.


혼자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앨범만 조금 손보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말 해봤자 절대 안 지울 게 뻔했기에, 대답 대신 손가락만을 뾱뾱 꾸물거렸다.


그러자 실행되기 시작하는 앱 하나.


화려한 화면이 번쩍번쩍 거리며 그림들이 막 날아다니더니, 그 가운데로 ‘Lost Memory’ 라는 로고가 올라온다.


“오, 우리 하나. 게임 해보려고?”

“아니, 그냥 궁금해서.”


생각없이 누른것이었기에 뭘 킨건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게임 앱인 모양이다.


“요즘 시간이 없어서 안 켰던 건데, 오랜만이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예쁘장하게 생긴 캐릭터를 중심으로 수많은 버튼들이 퍼져나갔다.


상점, 뽑기, 전투. 등등등.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나저나 뽑기라니.


아무래도 이건 과금을 통해 캐릭터를 수집하는, 이른바 ‘가챠 게임’ 인 모양이다.


“한 번 해볼래?”

“응.”


안 그래도 시아는 직장인이라, 평일에 일하러 나간다면 나 혼자 집에서 할 일이 없지 않나.


그러니 이런 취미 생활이 생긴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자, 봐봐. 이걸로 캐릭터를 뽑는거야.”

“오.”


시아가 버튼을 누르자, 특이한 효과음과 함께 창이 떠올랐다.


-빠밤!


시아가 평소에 내던 과장된 효과음과 판박이었다. 


여기서 배운거구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픽업이 바뀌었네.”


창의 맨 아래쪽에는 픽업! 이라 적혀있는 글자와 함께, 한 소녀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머리가 새하얗고 귀여운 인상을 지닌 작은 소녀였다.


전체적으로 나와 비슷해보이는 생김새였지만.


훨씬 멍청해보였다.


“10연 뽑기 한 번 해볼래? 신님의 운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졌거든!”

“⋯그건 또 무슨소리야. 아무튼, 이걸 누르면 되는거지?”

“맞아!”


꾸욱.


버튼을 누르자, 별 다섯개가 천천히 화면에 떠오른다.


그 뒤로 하얀머리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이⋯ ‘마루’ 라니.


저거 강아지 이름 아닌가.


아무튼.


“⋯성공이야?”

“⋯”


시아에게서 대답이 없다.


한 번 더 누른다.


똑같이 별 다섯 개. 그리고 하얀소녀가 나온다.


“에잇.”


그냥 스킵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출이 너무 길어.


“세상에.”


10가지의 결과 화면이 휴대폰을 꽉채웠다.


전부 똑같은 그림이다.


“시아, 시아.”

“⋯”


얘는 왜 이렇게 조용해졌담.


설마 자고있나 싶어 볼을 콕콕 찔러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은 뜨고 있다.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있다.


뭐지.


“시아. 이거 좋은건가?”


대답좀 해 봐.


이거 좋은거냐고!





마루 깜짝출현!!!




이런 자연스러운 콜라보도 보고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