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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없었으면... 너만 없었으면..."
"..."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앞에 있는 남자를 저주했다.
남자는 무심하게 내 저주를 듣고만 있었다.
"내 심정이 어떤 줄 알아...? 갑자기 굴러온 기생오라비 같은 놈 하나 때문에 약해져서 '강한데 재수 없는 년'에서 '무능한데 재수도 없는 년'이 되어버렸잖아!"
기생오라비, 내 눈앞에 있는 남자.
이 자식 한 명 때문에 내 순탄한 생활이 완전히 망가졌으니까.
사실, 순탄... 하지는 않았다.
나는 타인의 악의를 먹고 성장한다.
질투, 성욕, 지배욕, 독점욕 등등등
나를 향한 안 좋은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경험치이자 스탯이었으니까.
그래서 몸에 맞지도 않은 악역 행세를 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무시를
예의를 갖춰야 할 사람에게는 무례를
협동이 필요할 때는 배신과 이간질을
이윽고 아카데미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때, 나는 최강이 되었다.
"그래서, 행복했나?"
"뭐...?"
"그래서 행복했냐고 물었다. 역사상 최강의 타이틀을 가졌다면 그 누구라도 행복했을 텐데, 너는 아니지 않나?"
확실히,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보다는 나았다.
최소한 약해진 탓에 괴롭힘 받을 일도 없었으니까.
"행복? 난 내 능력을 얻자마자 행복 따위는 포기했어!"
감정이 격해진 탓에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나를 싫어하라고! 경멸하고! 매도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
"아니면, 몸이 목적이야? 성욕? 지배욕? 뭐든지 채워 줄 수 있어..."
"..."
"그러니까 제발... 나를 싫어하라고... 제발..."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이 오락가락했다.
불 같이 화를 내던 나는 어느새 울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기생오라비가 코앞까지 왔다.
"이제 미움 받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지켜줄 테니까."
너무나 따스해 익어버릴 것 같은 말.
이세계에 떨어진 후로 처음 받는 신뢰, 처음 받는 호의.
긍정에 매말라버린 감정은 다음 행동을 내리지 못하고 멈춰있었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능력을 써야 하는 게 아니야. 없는 능력으로 여기며 살아가면 돼."
믿으면 안 되는데...
여기서 더 약해져버리면...
더는...
나는 어리석은 아이처럼, 어른의 말을 한 번 더 믿어야 할까?
아니면...
와락!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그는 나를 껴안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믿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겠지. 본래 성격이 아닌 악당을 연기하면서 타인의 미움 따위를 먹으며 살지 않아도 괜찮아. 더는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
"..."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벙쪄 있었다.
대체 누구길래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걸까...
밀어내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은 이미 호의에 중독 되어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짙은 악의의 늪에 깊숙이 빠진 내 마음은, 겨우 어른에게 구조 되었다.
나는 어른 같이 따스한 품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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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피?폐한 장면을 써봤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