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래.사실 나는 검기를 다룰 줄 몰라."


"혹시 노망나셨습니까?"


"이녀석이 하늘같은 스승한테 감히?"


"아니, 상식적으로 검성이 검기를 못쓴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믿습니까."


 "그건 그 치들이 자기들 멋대로 부르는거고. 애초에 나는 검사도 아니었다니까? 난 원래 결계사였어."


"결계? 방어마법이랑 봉인술에 밀려서 실전된 그거 말하시는 겁니까?"


-쾅!


"으으윽..."


"아픈데 찌르지 말고 듣기나 하거라."


"아니, 호신기를 맨손으로 뚫는 양반이 결계사는 무슨.."


"시끄럽고, 너는 결계술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효율이 구리-아니, 주먹들지 마십쇼!!! 맞는 말 아닙니까!!!"


-쾅!


"제자야. 맞는 말과 쳐맞는 말은 한글자 차이라고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아으으...그래도 맞는말이긴 하지 않습니까. 쓸만한 결계 하나 칠 마나면 상급 방어마법 세번은 시전하고도 남는데."


"그게 다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애초에 개념을 다루는 이적을 고작 상급마법 만큼의 마나로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결계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느냐."


"...그거 대마도사 급은 되야 다룰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런게 결계에 깃들어 있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애초에 개념이란게 그렇게 쉽게-"


"전부 차차 설명해 줄 테니 일단 들어라. 우선 개념이 무엇이더냐?"


"신비를 단어의 형태로 다듬어,단어가 뜻하는 바를 자유로이 이루는 능력입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럼 결계에 깃들었다는 개념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겠느냐?"


".......모르겠습니다."


" 바로 '고립' 이다. 원하는 공간을 고립시켜버리는게 결계술의 기본 원리지."


"공간 자체를 고립시킨다라...듣기만 하면 엄청 대단해 보이는데요?"


"대단해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로 대단한거다. 애초에 방어마법이나 봉인술은 결계의 열화판이야. 개념없이 결계술이 일으키는 현상을 재현하려던 결과물이 그 둘인데, 능력이 모자라니까 원래 하나였던걸 둘로 나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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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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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한참 신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응?"


"결계술이 대단한 건 알겠는데 그게 스승님이 검기 없이 검성 소리를 듣게 된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그게 말이다, 사실 이게 결계술의 약점을 보완하려던 시도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도대체 결계술에 뭘 하면 하늘을 가를 수 있는....아닙니다. 설명이나 계속 해주십쇼."


"이게 고립이라는 개념 자체의 약점이기도 한데, 고립된 대상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약해진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쉽게 말해서, 동일한 힘이 부여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고립된 물체가 그렇지 않은 것과 부딪히면 고립된 게 깨져.그게 세상의 법칙이라나 뭐라나."


"개념이라고 전부 무적인건 아니었군요."


"그래. 여튼 그런 약점 때문에 결계술은 마법에 밀리면서 서서히 실전되고 있었고, 배운게 이것 뿐이라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발상의 전환에 도달했지."


"오오. 그게 뭡니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원하는 공간을 고립시키는게 아니라 그 외의 전부를 고립시켜 버리면 절대방어 비스무리한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절대방어가 아니라 닿는걸 전부 썰어버리는 미친 능력이 나오더구나."


"......"


"아무래도 고립이라는 개념이 세계 단위로 적용되다 보니까 생긴 이레귤러 같은데  자세한건 아직 연구중이다."


"그러니까, 결계를 더 강하게 바꾸려고 고립시키는 대상을 뒤집어서 발동시켰는데 정작 나온건 지옥참마도라는 얘기죠? 검을 강화시키는게 아니라 검 빼고 전부 약화시켜서 닿는걸 다 자르는 원리고요."


"그래."


".....스승님 손에 꺾였던 검사들이 불쌍하네요. 한평생 갈고닦은 기술이 실험하다 나온 부산물한테 밀리다니."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전쟁통에 살려고 발버둥치다 그렇게 된건데."


"참....."


"왜그러느냐."


"아뇨.그냥 지금까지 스승님 밑에서 검술 배웠던 시간이 부질없게 느껴져서요. 배울거면 제대로 된 스승한테 배웠어야 하는데."


"그래서, 그냥 하산할거냐?"


"...아뇨."


"그럼 됐다. 사실대로 말도 했겠다 이제부터 너한테 결계술을 가르쳐주마. 딱 1년이면 소드마스터고 뭐고 다 이길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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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에서 결계사들이 결계 날려서 공격처럼 쓰던걸 보고 저게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문득 리제로 레굴루스가 생각나서 떠올린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