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너의 꿈은 뭐니?


너랑 만난 첫날에 너가 내게 했던 그 말이었지,

인사치레도 없이, 안부도 없이, 먼저 내물었던 그 말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었어

아름다웠지, 너는 괴짜면서도 순수한 아이니까


그 눈동자에 비치는 밤하늘, 그리고 그 눈에 들어가있는 수많은 은하와 별자리,

나는 그 별의 바다같은, 몽환스러운 심해같은 그 눈동자에 푹 빠져들어버렸지,


나는 가끔, 아니 항상 그리워 해

뒷공터, 거대한 뒷산아래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이야기,

그것들을 상상하며, 작은 손으로 별들을 가리키며, 감상에 젖어들며,


너는 다시 한번 내게 말했지,

신비한 어투, 하모니같은 목소리가 내게 물었지


너의 꿈은 뭐니?


지금은 말할 수 있어


내 꿈은


너랑 같이 별을 보고싶어,

같이 추억에 젖어들며, 옛날이야기를 하며, 감상을 말하며, 너의 그 별이 가득한 눈동자에 눈을 맞추고 싶어,

그리고 떠나버린 너에게 미안하다고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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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난 차마 너한테 사귀자고 말하지 못했어,

그야 넌 너무 고상한 존재인 것 같았거든, 아름답고 신비한 외모니까, 


그야 우린 너무나도 친구에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어느 날, 또 물었지, 너의 꿈은 뭐니?


그때 나는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했었을 거야,


또 뒷공터에 앉아 떠들고, 별들을 찾고, 같이 하늘을 가리키면서, 우리는 밝게 웃었지,

있잖아, 나 사실 그때라도, 너에게 고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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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이후로부터, 나는 뭔가 너에게 싫증 난 걸지도 몰라

신비한 어투는 이상한 어투로 변질되었다고 하고, 괴짜같던 성격은 사회부적응자같다고 생각했어,


학교에서도 아는 척도 안하고, 학교 끝날때에 와서 같이 다니면서도 너에게 차갑게 대했지,


나는 너의 그런 점을 좋아했던 건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너의 꿈은 뭐니, 라고 너가 말햇을 때, 네게 말했지,

그놈의 너의 꿈이나 이상한 어투 그만하라고, 


난 그런 너가 사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혼내걸지도 몰라, 오만하고 바보같은 오지랖이었지

…들리지 않는 너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건, 그냥 자기합리화애 비겁한 변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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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이후로, 나는 너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

너는 학교에서도 신비롭고 신기한 아이였지만 왠지 나는 너랑 같이 다닐때마다 이런 바보가 내 절친이라고는 말 못해! 라는 상태였지,


사실, 그때 난 너에게서 콩깍지가 벗겨졌을지도 몰라

나는 너의 눈동자에서 이제 별들을 보지 못하게 되었어,

너는 이제 뒷공터에서 혼자 별들을 보았지,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별자리도 잇지 않으며,


너와 나랑은 마치 다른세계에 있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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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이후론 너랑 연락자체를 안했어,

바쁘다는 건 핑계로, 너를 볼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을 거야

옛날에 별을 좋아하던 여자아이는 없고, 이제 사회초년생인 여인이 되버린거야


대학에 들어가니, 눈치를 봐야했어, 내가 알고있는 재밌는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런 이야기를 할때마다 동기들은 바보같지만 멋지고 신비로운 아이거나 정신이 이상한 장애인친구라고 말했지, 그때 스스로 느끼기에는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했어,


항상 말하던 꿈은 여기에 없었어, 너의 꿈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지,

그저 술을 마시고, 즐기고, 먹고, 눈이 맞춘 사람과 원나잇을 하는 그런 패턴,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별은 없었어, 음심한 애욕이 가득했지,

나는 그런 관계를 거절했어, 항상,

그러다보니 나는 과에서도 정숙한 여자, 또는 눈치 없는 년이 되어버렸지,

빛나는 별, 그리운 반짝임, 나는 너가 문득 생각나버렸지,


그리고 알아버렸어

너의 꿈은 뭐니?

항상 말해주던 그 신비한 어투, 하모니같은 목소리에


나에 대한 걱정이, 나에 대한 사랑이, 애정이, 그 말 속에 있는 걸 왜 몰랐을까

‘달이 아름답네요’처럼, 항상 너는 내게 사랑고백을 했는데,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오늘은 너를 보려고 빨리 집에 돌아왔어

언제나 있던 뒷공터에 나갔지,

너는 없었어,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날 봐라보며 웃고있엇는데, 왜 없을까?


너가 없던 공터에는 차가운 침묵만이 감쌌어, 그건 신비롭거나 반짝이는 것이 아니었지,

고요함, 허무함, 그런 것이 가득했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어, 그래서 난 너의 집으로 뛰어갔어

하지만 그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아무것도, 텅빈 곳이였어

슬프고도 아련한 결말, 나는 그런 결말을 인정하지 못하니까


온 몸이 힘이 없고, 마치 땅만 걷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너의 편지가 우편함에 있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인장을 떼고, 편지를 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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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후순아,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오랜만이지?

속여서 미안해, 사실 나 백혈병이야

너랑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나 시한부 인생이였어,

그냥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너를 보았거든


네 눈 속에, 별들이 가득 차 있었어,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어, 너무나 아름다웠어,

너무나 아름다웠지, 그래서, 난 널 좋아하고있던 걸 같아

어느 순간부터 네 눈 속의 별빛이 흐릿해지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봐줄 걸 그랬어, 미안,


언젠가부터, 너는 날 피하고있다는 걸 알았어,

그때마다 웃고있엇지만 속이 비틀리는 걸 느꼈지, 짝사랑은 너무나도 아픈거 같아, 물론 너가 잘 살고있다면 난 기뻐

나 없이도 어른스로운 너라면 잘 살 수 있을거야,


너는 어른이 되고, 나는 아마 아이인 채로 죽겠지,

너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럴때마다 용기없는 나는 계속 돌려서 네게 말했지,

그리고, 미안하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너의 꿈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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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한다, 

하늘을 보며, 별들을 세며, 이야기를 나누며, 도란 꽃을 피우고,

하늘을 보며, 별들이 떨어지며, 너가 있는 하늘을 가리키며, 별들을 잇고,

하늘을 가리고, 너를 보며, 너가 없는 세상을 보며, 너에게 말한다.


“…내 꿈은”


너와 같이 데이트를 하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너의 두 눈에 있는 별들을 보며,

같이 사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