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이라뇨?


그러니까...복수를 끝낸 소감 말일세. 어떤가?


생각보다....허무하네요.


후련하지는 않나?


후련이라...글쎄요. 지금은 허무함이 더 커요.


복수란게 원래 그런것이지.


분명 저희 부모님의 원수를 죽인건데도...웃지 못 하겠어요. 너무 무력해요. 왜 이러는거죠?


귀공은 인생의 목표를 복수로 뒀던게로군.


네?


인생의 목표가 끝났으니,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르기에 무력한거야. 부잣집의 영애가 가질만한 목표는 아니군.


...아마 그런거 같네요. 생각보다...너무 나약하게 죽어버렸어요.


나약? 글쎄, 저 괴수가 그리 나약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말이지.


...아까 저 괴수에게 많이 다치신거 같던데, 기사님은 괜찮으세요?


나? 난 아주 괜찮네. 그저 팔 한짝이 으스러지고 어깨가 박살났을 뿐.


죄송해요. 괜히 도와달라해서...


아니, 사죄하지 말게. 난 정말 괜찮으니.


그치만...그 상태로는 치료를 받아도 다신 검을 못 드실-


이미 일어난 일 아닌가? 예상은 했네.


......


검을 못 든다 하더라도 이젠 상관 없지. 어디 한적한 마을에 정착해 꽃가게나 열면 그만이지 않겠나!


어깨랑 팔이 박살나신거 치고는 꽤나 담담하시네요. 후회하진 않으세요?


이미 예상했던 결과일세. 예상했던 결과를 이제와 후회한들 무엇하겠나?


.........


하하, 어차피 칼은 이제 그만 휘두르고 싶었으니 내겐 오히려 좋은 일이네!
그러니....


....책임질게요.


...응?


책임진다고요. 제가.


아니, 귀공? 책임을 굳이 지려고 하지 말게!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의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 읍?!


................


...어? 뭐?


잘 들어요, 이제 당신은 제 남편입니다.


뭐?! 귀공, 지금 뭐라 하는-


저 때문에 당신이 방랑기사를 강제로 은퇴하게 되셨으니, 사죄의 의미로 제 인생을 당신께 바칠게요.


뭐...아니, 내 말 좀 들어보게!


좋아요, 말 해봐요.


본래 결혼이란 서로 연모하는 이들이 하는게 아니던가? 우린 그저 석달 전에 만났을 뿐인 인연인데-


그 석달 사이에 제가 당신에게 연모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내가 귀공을 연모하지 않는다면?


저 안 사랑하세요?


....큭, 아무리 그래도! 귀공과 내가 같이 살면 지출이 만만치 않을-


저 돈 많아요.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신다는 유서를 써 두셨더라고요.


...허, 귀공은 내가 안 다쳤어도 날 가질 셈이었군. 안 그런가?


아시면 일어나세요. 저희 저택으로 가게.


생각해보니, 내 다리도 그리 온전치 못한데....


거짓말. 아까 잘만 뛰어다니던데요.


...최후의 발악이었네.





<짜이기까지 앞으로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