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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https://arca.live/b/regrets/73987664?target=all&keyword=%EB%8A%98+%EB%A8%B9%EB%8D%98+%EB%A7%9B&p=1

2화 - https://arca.live/b/regrets/74269886?target=all&keyword=%EB%8A%98+%EB%A8%B9%EB%8D%98+%EB%A7%9B&p=1

3화 - https://arca.live/b/regrets/76394116?target=all&keyword=%EB%8A%98+%EB%A8%B9%EB%8D%98+%EB%A7%9B&p=1

4화 - https://arca.live/b/regrets/77387728?target=all&keyword=%EB%8A%98+%EB%A8%B9%EB%8D%98+%EB%A7%9B&p=1

외전 1화 - https://arca.live/b/regrets/74679483?target=all&keyword=%EB%8A%98+%EB%A8%B9%EB%8D%98+%EB%A7%9B&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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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 요약 >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 ‘최후식’.

감옥에서 5년을 보낸 후에야 그 누명이 풀리며 나오게 되었고, 후식을 믿어주지 못한 가족들은 그런 후식에게 쩔쩔맨다.

마음이 불편해진 후식은 집에서 나가 자립할 마음으로 짐을 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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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현 사법 체계 및 다양한 고증을 무시한 부분이 있으니 참고 바람.※

 

"아, 젠장.“

 

내가 왜 갑자기 욕지거리를 하는가?

가방이 너무 작아서 그렇다.

 

내 물건들이 거의 새롭게 초기화 되면서 챙길 건 얼마 없었는데, 하필 가방도 초기화되면서 작은 책가방 정도 밖에는 없었다는 게 컸다.

 

"가방도 하나 주문했어야 하는 건데….“

 

그 말 그대로였다.

 

옷 시킬 때 큰 가방이나 캐리어 하나 장만할 걸….

지금 새로 시키기엔 좀 늦을 것 같고, 그냥 가방 여러 개로 나눠서 들고 가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

 

*부스럭*

 

그런 결론을 내린 나는 짐을 나눠 담을 가방을 하나 더 찾기 시작하다 문득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알았지?“

 

"알아요. 사실 나가기 싫은데 나가는 거라서 밥만 먹고 금방 올 거예요.“

 

"그래. 그래도 이왕 오랜만에 나가는 건데 기분 전환이라도 잘 하고 와.“

 

"네.“

 

박순혜씨와 진서 목소리다.

진서가 주말이라고 어디 놀러 가는 모양이다.

그래, 나한테 자꾸 말 걸면서 부담주지 말고 좀 나가서 놀고 그래라.

 

박순혜씨는 안 나가시나?

나도 느긋하게 나가서 담배나 한대 피우고 오고 싶은데?

 

*텅*

*띠리릭*

 

문이 닫히고 도어락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짐 정리나 마저 하자….“

.

.

.

 

"흠… 좀 구겨 담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들고 갈만하겠네.

여차하면 가는 길에 어디 들러서 캐리어라도 하나 장만하지 뭐.“

 

*띵-동*

 

"?? 뭐야?“

 

제법 늦은 시간인데, 집에 찾아올만한 사람이 있었나?

없을 텐데….

 

박순혜씨 친구나 그런 사람이겠지 뭐.

 

"누구세요?“

 

마침 나가시네.

 

인터폰을 조작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박순혜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한 말씀만 해주십쇼!

경찰 쪽에서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제발 좀 가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오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러지 마시고 한 말씀만 해주십쇼!!

아드님은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까?“

 

"할 말 없으니까 그냥 가시라구요!“

 

*딩-동*

*딩-동*

*퉁퉁퉁퉁퉁*

 

"제발 한 말씀만 해주십쇼! 도와드리려는 겁니다!“

 

"하아…."

"…지랄이구만.“

 

나는 담배를 챙겨 바닥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달칵*

 

"…어…? 후식아…?“

 

*철컥*

 

현관문을 열자 문 앞에 기자들 몇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 어!!? 최후식씨 맞으시죠!!?

빨리 찍으세요!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십쇼!!!“

 

"비켜.“

 

"예?“

 

"비키라고. 귓구멍 막혔어?“

 

"아니… 저희는 그냥….“

 

"그냥 뭐. 늬들 이거 누구 허락맡고 이렇게 찾아와서 찍어대는 건데?“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우린 최후식씨의 억울함을….“

 

"하아… 억울은 지랄….

남이사 어떻게 살건 당신들이 신경쓰는 건 그게 아니라 어떻게든 좋은 껀수 하나 잡아서 기사 잘 내고 그걸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거 아니냐고.“

 

"무슨….“

 

"자아, 그럼 나도 좀 찍어볼까?“

 

나는 휴대폰을 꺼내 찾아온 기자들의 얼굴을 한 장씩 찍기 시작했다.

 

*찰칵*

 

"어어…! 뭐 하시는 거예요!“

 

"보면 몰라?

맘대로 남의 얼굴 찍는 새끼들 상대로 나도 맘대로 얼굴 좀 찍어보겠다는데.

마음에 안 들어?“

 

"이러지 마세요!“

 

"그럼 너거들도 이러지 마시고 그냥 꺼지세요.

다음엔 사진이 아니라 휴대폰으로 대가리를 찍어버릴 테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희도 좋은 말을 쓸 수 없습니다…!“

 

"ㅈ-랄하네. 좋은 말 안 쓰면 어쩔 건데?

기사야 내가 방송사에 연락해서 당신들이 한 짓 다 까발려서 내리면 되는데.

됐고.

3초 셀 동안 안 사라지면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경찰 부를 거니까 빨리 사라지셔.

하나….“

 

*띡*

 

나는 휴대폰을 꺼내 숫자를 세며 전화번호를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아니, 최후식ㅆ….“

 

"둘.“

 

*띡*

 

마지막으로 셋을 세기 전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한 번 훑어봤다.

"셋.“

 

*띡 띡*

*뚜르르르*

 

"아이씨…!“

 

그제야 하나 둘씩 자신들의 장비를 다시 챙겨 돌아가기 시작하는 기자들.

이내 모든 기자들이 돌아가고, 드디어 조용해졌다.

 

"131에 전화한 건데, 멍청한 놈들….“

 

박순혜씨가 손을 꼼지락대는 걸 보니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왜요? 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아아… 응….

 

고마워… 아ㄷ… 후식아….“

 

"고마워할 일을 한 기억은 없는데요.

못 들었어요? 담배 피우러 나가려고 하는 거라고.“

 

"아, 그렇지… 응….“

 

"쯧….“

 

혀를 차고 담배와 라이터를 한 번 더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

 

*띵*

 

"그새 담배 다 떨어졌네… 응?“

 

박순혜씨가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어딘가를 바라보며 서성댄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는 거 봐선… 전화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박순혜씨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 려고 했는데, 무슨 일 있다고 광고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발길을 멈춰 세웠다.

 

"하아… 뭐요.

또 뭔 일이 있어서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요?“

 

"아… 저기… 진서가 들어온다고 한 지가 꽤 됐는데, 아직 안 와서….“

 

"…근데요?“

 

"으응… 그래서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도 안 받고….“

 

"나 거 참… 뭐 대단한 일인가 했다….

그 나이 먹었으면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노느라 전화 안 받거나 할 수도 있지….“

 

"여자앤데… 걱정되잖아….“

 

"….“

 

무어라 떠오른 말이 있었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하아….“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려던 나는 문득 담배가 없다는 걸 떠올리고 얼굴을 찌푸린다.

다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어, 어디 가니?“

 

"담배 다 떨어져서 사러 갑니다.“

 

"너무 많이 피우면 안 좋아….“

 

"…이거 안 피운다고 내 인생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아… 후… 후식아! 그런 게 아니라…!“

 

괜히 심술을 부린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눌러 내려갔다.

 

***

 

"하아….“

 

"응? 진서야 왜 그래?“

 

"아, 아니에요….

오랜만에 술을 마시려니까 좀 안 들어가네요….“

 

"너무 억지로 마시지 마~.

안 그래도 요즘 고민 많아보이는데, 그냥 편하게 마셔, 편하게.“

 

"예, 감사합니다.“

 

동네의 한 고깃집.

내가 알바하는 곳에서 회식을 한다고 해 지금 이렇게 나와있다.

 

사실… 나오기 싫었다….

 

"응? 왜 그래 진서야? 못 마시겠어?

오빠 줘, 오빠가 마셔줄게.“

 

"아, 괜찮아요…! 마실게요…!“

 

*꿀꺽 꿀꺽*

 

"크읍….“

 

"잘 마시네~. 자, 오빠가 따라줄 테니까 한 잔 받아.“

 

"아… 저 한 타임만 쉬고….“

 

"와, 진서, 주용이형이 주는 술 빼는 거야?

저 형 다른 사람한테 술 진짜 안 따라주는데….“

 

"야, 야, 뭘 그렇게 부담주고 그래.

괜찮아, 진서야.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

 

"그… 아니에요.

주세요… 네….“

 

이러니까 나오기 싫었다.

 

정말 대놓고 나한테 집적대는 저 오ㅃ… 놈의 이름은 '박주용'.

보시다시피 오빠병 걸린 사람이다.

알바 첫날부터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라는 둥, 여자애가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라며 물건을 뺏어 들더니 낑낑대며 옮긴다든지, 아예 다른 남자 알바들한테 대놓고 나를 노리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뭐어… 불편하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래도 이왕 자리 잡은 알반데 더 버텨봐야지….

 

"자, 나도 따라줬으니까 진서도 오빠한테 한 잔 따라줄래?“

 

"예….“

 

난 마지못해 박주용씨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자, 짠~.“

 

*쨍*

 

"크으….

역시 이쁜 애들이 따라주는 술이 맛있어.“

 

와, 진짜 너무 역겹다.

 

"아하하….“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어색하게 웃었지만 박씨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저 뭐가 좋은지 역겨운 미소를 지은 채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만 보는데, 마음 같아선 소주를 뿌려버리고 싶다.

.

.

.

 

"자, 일단 식사는 이 정도로만 하고, 더 마실 사람은 장소 옮겨서 2차 가자.

집 갈 사람은 가도 괜찮아.“

 

““네에~.””

 

*지이잉*

 

"응?“

 

박씨에게 시달리던 1차가 슬슬 마무리 될 무렵, 갑자기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엄마였다.

 

[잘 놀고 있니? 언제 들어올 예정이니?]

 

{이제 밥은 거의 다 먹었고, 분위기 봐선 술 더 마실 사람들끼리 2차 가거나 할 것 같아요. 저도 금방 들어갈게요.}

 

[그래, 밤이 다 됐으니까 밝은 곳으로 조심해서 들어와.]

 

{네.}

 

집에 들어갈 사람들이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다.

나도 가야겠다.

 

"어…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볼게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어, 그래. 진서도 고생 많았다.

술 많이 안 마셨나 모르겠네?

몸조리 잘 하고 내일 보자?“

 

"네, 감사합니다.

다들 내일 뵙겠습니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선 나는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취기가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걷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진서야!“

 

아, 제발.

 

"2차 안 가?

왜에~? 사람들 많은 거 싫어서 그래?

오빠랑 둘이 갈까?“

 

"아… 아뇨… 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들어가보려구요….“

 

"에~이~ 집 얘기하면 붙잡는 내가 또 나쁜 놈 되잖아.

그러지 말고 딱! 한 잔만 마시고 가자.“

 

"죄송해요….

엄마가 일찍 들어오라고 하셔서….

그럼….“

 

"아….“

 

박씨를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나.

얼마나 걸었을까.

 

집에 거의 다 도착한 나는 갈림길에 섰다.

큰길로 가면 돌아가는 길이지만 더 안전하고,

골목길로 가면 좀 어둡지만 훨씬 빠르게 갈 수 있다.

 

"음….

좀 늦기도 했으니까 큰길로 갈까….“

 

"진서야아….“

 

"어…?“

 

*화악!!*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어두운 골목길로 끌려왔다.

입이 막혀 소리도 지르지 못한 나는 겁에 질렸지만 우선 나를 끌고 온 사람을 확인했다.

아마 박주용 그 새끼겠지 뭐.

 

"진서야아… 어디 가냐~.“

 

"…!“

 

어? 박주용씨가 아니라 그 옆에 있던 녀석이네?

이름이 뭐더라….

맞아, '이종열'이랬지?

 

이종열은 평소 어울리던 남자 알바 패거리와 함께 내 뒤를 밟고 일 저지르기 좋은 골목길을 지나던 지금 나를 끌고 온 모양이다.

 

"야… 너는… 뭐 그렇게 비싸게 구냐?“

 

"웁….“

 

술을 마신 나조차 냄새로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엄청나게 들이 부은 듯한 그는 마치 내게 따지듯 횡설수설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주용이형이… 그렇게 티내는데… 야, 너 어떻게… 한 번을 안 봐주냐? 어?

너, 네가 뭐 그렇게… 어? 대단해?“

 

'뭐라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차분해진 나는 우선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짝…!*

 

"…!?“

 

"ㅆ발, 야 씹냐?“

 

예상치도 못하게 뺨에 가해진 충격에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버렸고, 이종열과 그 패거리는 그런 나를 보고 키득대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건데…!“

 

"뭐?“

 

"나는… 내가 좋아할 사람 선택할 자유도 없어?

반대로 싫은 티내는데 계속 들이대는 건 뭐 정상이야!?“

 

"미친년이 돌았나!“

 

*짝!*

 

"악!

….

할 말 없지?

할 말 없으니까 손 올라가는 거잖아?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욕하고 때리는 거 밖에 더 있어!?“

 

"이… ㅆ발….

야, 그러는 너는 ㅆ발….

지 오빠 억울하게 깜빵 보낸 년이 할 말은 있고?“

 

"…!!!“

 

"뭐? 종열, 그건 또 뭔 소리냐?“

 

"뉴스 좀 보고 살아라-.

최근에 억울한 옥살이 뭐 이런 뉴스 못 봤어?“

 

"어어, 야 그거 봤어!

와, 그게 최진서네 오빠였다고?“

 

"어어, 전에 얘랑 다른 선배랑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지 오빠가 사람 죽였다고 생각해서 말 한마디 안 듣고 깜빵에 보내라고 했다더라?

근데- 그런 년이 뭐 잘났다고 아가리 터냐? 어?“

 

억지 가득한 궤변.

하지만 반박하지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오빠에게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건 내가 오빠를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

 

"…이제야 조용해졌네?

야, 아무튼 주용이형 불러놨으니까 형 오면 너….“

 

"종열아!“

 

"응?“

 

"너… 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그곳엔 박주용씨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어, 형! 오셨어요!

형! 제가 얘 잘 잡아놨으니까! 형ㅇ….“

 

"야…! 너…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이종열을 밀쳐내고 내게 다가온 박주용씨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진서야, 괜찮아?

얘들이 무슨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야?“

 

"아… 예… 괜찮… 아요….“

 

울먹이는 내 얼굴을 본 박주용씨는 이종열과 패거리에게 따지듯 묻는다.

 

"너 미쳤어!? 왜 이러는 건데!?

이거… 이건 아니잖아!!“

 

"아니, 형.

제가 형 도와주는 거라니까요?

형이 진짜 좋은 사람 같아서 제가….“

 

"그놈의 도와주는 거라는 소리 좀 그만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맨날 이상한 것만 가르쳐주고!

진서가 뻔히 싫어하는데도…!“

 

뭐야.

이 사람 맨날 나한테 헛짓거리하던 게 저 새끼들이 가르쳐줘서 배운 거였어?

왜 그딴 걸 배우느라 시간 낭비했대?

 

"…아, ㅆ발….“

 

"뭐…?“

 

*퍽!*

 

"컥…!“

 

주먹을 부웅 휘둘러 박주용씨의 복부를 강타하는 이종열.

갑작스러운 기습에 아무런 반응도 못한 박주용씨는 그대로 배를 잡고 쓰러진다.

 

*콜록! 콜록!!*

 

"아나… 개ㅅ끼가….

지가 먼저 저 년 좋아하는데 어떡하냐고 물어봐놓고는 ㅆ발….

하긴 가르쳐주면 가르쳐준대로 하는 거 솔직히 ㅈ나 웃기긴 했어.

안 그래?“

 

"그렇긴 하지?

ㅂ신도 아니고 고개 끄덕이면서 고맙다는 거 ㅈ나 웃겼는데 파하핫-.“

 

"ㅈ… 종열아…!

네가… 아까… 했던 말 다 들었다….

그런데…! 진서가 무슨 짓을 했대도….

그걸 네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야…!“

 

"뭐래는 거야, ㅂ신이!“

 

*퍽!*

 

"커학…!“

 

쓰러진 박주용씨를 발로 차기 시작하는 이종열.

 

"ㅂ신이! ㅆ발! 지! 주제도! 모르고! ㅆ발!

ㅈ같은! 훈계질이야! ㅆ발롬이!“

 

"그만!! 그만해요!!“

 

나는 이종열을 붙잡고 박주용씨를 때리는 걸 막아보았다.

 

"놔 이 ㅆ발!!“

 

"아악…!“

 

안타깝게도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로선 이종열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고, 난 힘없이 밀려나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허억… ㅆ발… 허억… ㅆ발… 년놈들이….“

 

그러다, 문득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종열.

 

"그래… ㅆ발….

지 오빠 깜빵보낸 년인데….

솔직히 내가 벌 좀 줘도 되잖아?“

 

"야, 뭐하게?“

 

"야, 솔직히 다들 궁금하지 않았냐?

이 년 알바복 입고도 그 크긴데, 벗기면 얼마나 클지?“

 

"야 그거는….

에라 ㅆ발 모르겠다…!“

 

그리곤 내게 다가와 나를 만지려는 태도를 취한다.

 

"하, 하지 마…!

하지 말라ㄱ…읍!!“

 

"야, 걱정 마. 안 아프게 해줄게.

조금만 힘 빼고 조용히 있으면 금방….“

 

"하, 야밤에 동네 ㅈ나 시끄럽게 하네 진짜….“

 

"…뭐야? 지금 누구야?“

 

"나 아니야."

"나도."

"저쪽에서 누구 오는데?“

 

*저벅 저벅 저벅*

*칙*

 

어둠 속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누군가 걸어온다.

 

*스읍- 푸우-*

 

짙은 담배 연기를 뿜어낸 그의 정체는.


 


'오…빠…?‘

 

***

 

"…뭐야 저 새끼는?“

 

"으븝…!! 읍!!“

 

*콱!*

 

"아악! ㅆ발년이 손가락을 물어!?“

 

"오빠…!!“

 

"…뭐…? 오빠~? 그쪽이 얘 오빠야?“

 

"…뭐, 아직 호적상으로는?“

 

"뭐라는 거야?“

 

"이상한 놈 아냐?“

 

"그래서 뭐, 지금 여동생 구하려고 온 거야?

와 멋있네?“

 

"내가? 내가 왜?“

 

"???“

 

"동네 시끄러워서 주민으로서 주의 주러 온 거지, 그런 거창한 이유로 온 거 아니야 등신아.

알았으면 자는 사람들 깨우지 말고 조용히 좀 해라.“

 

"하하~?

하긴 ㅆ발거 나 같아도 나 깜빵 보낸 년은 여동생으로 취급도 하기 싫긴 할 걸?

오케이, 조용히 해줄게.

그러니까 조용히 가세요- 아셨죠?“

 

"종열, 잠깐만.“

 

"왜?“

 

"ㅅ발, 저 새끼 말하는 뽄새가 ㅈ같잖아.

ㅈ같은 새끼가 깜빵 좀 들어갔다 오니까 세상이 ㅈ으로 보이나.“

 

패거리 중 하나가 종열이라 불리는 남자를 스쳐지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괜히 객기부리다 쳐맞지 말고 그냥 가세요-.

안 그래도 지금 바ㅃ….“



*쩍!!*

*쿵*

*철푸덕*

 

"?“

"?"

"!?“

 

“아, ㅆ발. 술 냄새.”

 

"뭐야?“

"방금 뭐야?"

"ㅅ발 맞고 날아간 거 아니야? 뭐야?“

 

"오빠…?“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패거리들이 저마다 상황을 분석하며 떠들어대는 와중에 한 녀석이 상황을 파악한 듯 내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뻑!!!*

 

"걱…!“

 

*털석*

 

방금 후려친 손을 반대로 다시 휘둘러 내게 달려들던 놈을 정리한다.

 

*저벅 저벅*

 

"아, 그, 저, 저는, 아무 짓도 안 했는….“

 

*텁*

 

"아…?“

 

*쾅!!*

 

"ㅈ까지 말고.“

 

마지막 한 놈은 머리를 잡고 담벼락에 후려쳤다.

뒤지진 않겠지 뭐.

 

"ㅆ발… 뭔데…? 뭔 일이야 이게…?“

 

벙쪄서 나를 바라보는 종열인가 뭔가 하는 놈.

굳이 대답하지 않고 놈에게 걸어간다.

 

"하… 그래, 뭐, 좀 치나보네. 근데…!“

 

*타탓!!*

 

"?“

 

"새끼야 이건 몰랐…!“


 

*툭*

*쿠당탕*

 

"아악!“

 

"뭐야? 왤캐 약해.“

 

갑자기 몸을 낮추고 뛰어오길래 그냥 옆으로 피하고 툭 쳤을 뿐인데 넘어져버렸다.

 

난 그놈에게 다가가서 다시 말했다.

 

"어이, 괜히 더 다치지 말고 그냥 가라.“

 

"ㅆ발… ㅆ발…!!“

 

*쨍!!*

 

"응?“

 

*쉬익!!*

 

"어어엇?“

 

"!!! 오빠!!“

 

놈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옆에 놓여있던 빈 병을 깨서 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 ㅆ발놈이….“

 

가슴팍에 얕지만 베인 상처가 나버렸고, 무엇보다 셔츠가 찢어졌다.

소장님이 사주신 옷인데….

 

"ㅆ잇팔!! ㅈ같은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아!!? 어!?“

 

갑자기 겉옷을 벗는 녀석, 팔에 있는 작은 타투가 눈에 띈다.

제 딴에는 저걸 보면 위압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좀 들어갔다 왔다 이거지!?

네가 뭘 모르는데, 나는 너 같이 억울하게 빵 들어간 새끼랑은 깡부터가 달라 ㅆ발아!!“

 

"하아… 뭔 ㅂ신 하나 잘못 걸렸네….“

 

*스륵*

 

"뭐, 뭐야? 뭐하는 건데?

갑자기 옷은 왜 벗어?“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걸 싫어해서.“

 

*스륵 스륵*

*툭*



"…!?"

"…!?!"

"!?“

 

옷을 벗으니 다들 놀란 표정이 된다.

하긴, 내가 너희들 입장이었어도 놀랐을 거다.

 

*스읍- 푸우*

 

난 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놈은 겁에 질린 듯 깨진 병을 내 쪽으로 향했다.

 

"오지 마…! ㅆ발 오지 말라고…!“

 

"….“

 

"오지 말라고!!“

 

*쉭!*

*턱!*

*빠악!!*

 

"커학…!“

 

병을 휘두르는 놈의 팔을 붙잡고 무릎으로 안면을 가격하니 그대로 쓰러져버린다.

 

"커헉… 헉….“

 

"살살 쳤어, 안 죽어 새끼야. 아가리 벌려.“

 

"으… 에…?“

 

"아가리 벌리라고, 뒤지고 싶어?“

 

"아… 아아….“

 

*좌악!*

 

난 옆에 있던 쓰러진 패거리 중 한 놈의 옷을 적당히 찢어다 놈의 입에 구겨 넣기 시작했다.

 

"으급…! 으븝…!“

 

"걱정 마라, 입만 막은 거라서 숨 쉴 수 있어.

그냥 소리 지르는 거 막으려고 하는 거야.“

 

"으븝…! 읍!!“

 

“아까 저 멀리서부터 들리던데, 저기 최진서양이 나를 깜빵 보냈다 뭐다 지껄였지?

네가 개 패듯 팬 저 애가 잘 말해주던데.”

 

난 놈의 엄지를 붙잡고 힘을 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게 사실이면 뭐? 너 따위가 판단할 문제가 맞아?“

 

*우드득!!*

 

"…!?!?!?!?!?!?!?!"

"끄으으으으으으읍!!!!!!!“

 

"반응 좋네.

내가 다쳐보니까, 엄지가 나갔을 때 생활하는 게 제일 불편하더라고.

펜도 잘 못 들어, 숫가락 젓가락도 못 써, 누구 말로는 핸드폰 만지는 게 제일 힘들다더라?

빵에서 배운 거라서 실제로 폰 만지는 게 불편한지는 잘 모르겠다만.“

 

"후읍…! 후웁…!“

 

"어, 슬슬 통증이 덜해질 때가 됐지?“

 

*뚜둑!!*

 

"무으으으으으으읍!!!!!!!!“

 

"네가 한 짓에 비하면 좀 가벼워서 아쉽네….

앞으로 이 동네 다니지 마라.

아, 신고하고 싶으면 해.

나야 집보다 깜빵이 더 편해서 오히려 환영이거든.“

 

"후웁… 후우웁….“

 

“근데, 나 가기 전에 너 평생 못 걷게 만들고 갈 거다?

빵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배웠는데, 어딜 자르면 평생 못 걷는지 이런 거는 내가 아주 잘 배워왔거든.”

 

"후욱… 후웁….“

 

"대답이 없네? 나 없을 때 또 이 동네 오려고?“

 

"으븝브브브브븝!!!“

 

놈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

네 마음 잘 알았다.

야, 근데 그거 아냐?”

 

*뚜둑*

 

"!!?!!

무으으으그그그극!!!“

 

"새끼손가락이 없는 사람은 악력의 70퍼센트가 없어진대.

자르는 건 좀 그러니까 부러진 걸로 시험 좀 해봐.“

 

"무으으… 후읍…! 후읍…!“

 

"그럼, 이해했다고 알고 난 간다.

저 새기들 일어나면 알아서 챙겨가고,

술도 적당히 마시고 ㅅ발아. 냄새가….“

 

"으븝…! 읍…!!“

 

이번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솔직히 술 냄새가 너무 독했어.

나 술 냄새 싫어하는데.

 

"후우… 응?“


 

"오…빠….“

 

"?“

 

"몸… 몸이… 왜 그래…?

오빠… 몸이… 왜 그러냐고…!“

 

"뭐가 왜 그래?

깜빵에서 살면서 칼 맞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

 


"칼을… 왜 맞아…?

오빠가… 오빠가 뭘 잘못했는데…?

오빠가… 어떡해… 다… 다 나 때문이잖아…?

내가… 내가 오빠… 오빠 말을 믿어줬으면….

감옥 안 갔으면….“

 

천천히 내게 다가와 울먹이며 말을 이어가던 진서는 결국 주저앉아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미안해…!!! 흐윽, 다 내 잘못이야…!!

히끅, 미안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나 때문에… 오빠… 오빠가…!“

 

"에휴….“

 

모진 말을 하려 해도, 막상 이렇게 우는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빨리 일어나, 동네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집에서 니네 엄마가 너 언제 오나 손 벌벌 떨고 있더라.“

 

*훌쩍 훌쩍*

 

"돌겠네….“

 

난감한 상황.

마침 뒤에 쓰러져있던, 아까 진서를 감싸주던 남자가 일어나는 듯 보였다.

 

*쿨럭…! 쿨럭…!*

 

"으으… 아… 배야….“

 

배를 비롯해 몸을 문지르며 몸을 일으킨 남자는 두리번대며 주변을 살피다 진서와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절뚝거리며 뛰어온다.

 

"다… 당신 뭐야!! 진서야! 도망쳐!!“

 

아, 읾마 이거… 정신 잃었었나보네.

 

"차… 차라리 날 때리라고!!

여자애 때리려고 하지 말고!!“

 

*훌쩍*

 

"선배… 이 사람… 우리 오빠예요….“

 

"아으에? 아니… 그… 저기….

아, 안… 녕하십니까…!

그… 저기….

몸에 막 상처도 있고… 저기….

아… 그게….

병… 병원 가보셔야겠는데요…?

이거 상처가… 저기….“

 

"…."

"…."

"….“

 

참을 수 없이 몰려오는 어색함.

 

"하아….

집에나 가자.

야, 넌 이름이 뭐냐?"

 

"아, 그, 박주용이라고 합니다…."

 

"박주용….

몸 아프면 병원 꼭 가고, 혼자 집 갈 수는 있겠냐?"

 

"아, 예.

내일 되면 조금 아플 거는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차림으로 가시는 거는 좀….

 

"아."

 

그러고 보니 나 옷 벗고 있었지?

 

"어떻게, 제 옷이라도 하나… 아 나도 옷이 없네, 어디 갔지 이게…."

 

"됐어."

 

나는 걸음을 옮겨 아까 넘어뜨린 패거리 중 하나에게 다가간다.

 

"야."

 

"…."

 

"음. 그렇구나.

기절한 모양이구나.

보통 기절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손가락 하나를 붙잡으니 놈이 움찔한다.

 

"일어나."

 

"…예…."

 

"옷."

 

"…예…."

 

놈은 자신의 옷을 벗어주기 시작했고, 갑자기 뒤에서 진서가 나를 붙잡는다.


"자, 잠깐만….

오빠 상처 그렇게 났는데…."

 

"상처?

아. 피나네."

 

"병원 가자… 내가 119 부를게…."

 

"119 불렀다가 여기 꼬라지 보면 경찰이 나 잡아간다."

 

"…!!

아, 안 돼…! 그건… 안 돼…."

 

반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됐으니까 빨리 가자.

담배 사러 나왔다가 이 짓거리해서 피곤하다."

 

"으… 응…."

 

"하아, 간다."

 

"예…! 조심히 가십셔! 진서야, 조심히 가…!"

 

"네… 조심히 가세요…."

 

주용은 골목길로 걸어가는 나와 진서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고, 아까까지 펑펑 울어대던 진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울음을 그치고 내 뒤를 따라왔다.

.

.

.

 

"…."

 

"…."

 

"…오빠…."

 

"또 뭐."

 

"오늘… 정말 고마워…."

 

"…."

 

"오빠 아니었음 나 진짜 큰일 당했을 것 같아…."

 

"…."

 

"아, 혹시… 오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랑 얘기해서…."

 

"…하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푹 내쉰 후에 진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최진서.

너 그 오빠소리 좀 그만할 수 없냐?"

 

"오… 오빠를 오빠라고 하지 뭐라고 해…."

 

"그냥 편하게 해.

'너'라고.

나 같은 놈이랑 같은 피 흘러서 구역질 날 텐데, 오빠라고까지 부르면 힘들지 않겠어?"

 

"…."

순간, 속에 있던 말을 쏟아냈다.

 

"뭐야, 뭔 대답이 없ㅇ…."

 

*뚝 뚝 뚝*



 

울고 있다.

아까처럼 감정이 북받쳐 서럽게 우는 모습과 다르게 마치 울음을 꾹 참듯이 입을 다물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모습.

 

저 모습, 기억난다.

 

진서는 진심으로 서운해할 때 저렇게 울었지.

 

수희랑 놀러가면서 데리고 가지 않았을 때나, 나 보여준다고 머리 잘랐는데 내가 맹꽁이 머리라고 놀렸을 때나….

 

"…끅… 끄윽… 흣… 읏…."

 

"…."

 

…보기 싫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줬더라….

 

아 맞아….

한숨을 푸욱 내쉰 나는 무릎을 쪼그려 앉아 진서에게 등을 보였다.

 

"…? 왜… 그래…?"

 

"빨리 좀 가자….

나 피곤하다…."

 

"…."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린 진서는 천천히 다가와 내 등에 업혔다.

 

"후웃…."

 

"…무겁지 않아…?"

 

"어."

 

"고마워…."

 

"…."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혹시 기억나…?

개한테 쫓겨서 수희 언니랑…."

 

"…그냥 조용히 가자."

 

"…알았어…."

 

시무룩한 목소리로 입을 닫은 진서는 내 등에 기대어 조용히 집까지 업혀왔다.

.

.

.

 

*띠리릭*

 

"다녀왔습니다아…."

 

"왔니? 왜 이렇게 늦었어-?"

 

"그냥… 좀 천천히 걸어왔어요….

 

오다가 오빠도 만났고…."

 

"그렇구나….

오빠는? 같이 안 왔어?"

 

"그… 밑에서 담배 피우고 올라온대요."

 

"아… 그래….

휴… 자꾸 그렇게 담배 많이 피우면 안 되는데….

응…? 진서야, 너 뺨이 왜 그렇게 빨개?"

 

"으어에? 뺨이요? 마, 많이 빨개요?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고? 아니, 좀 부은 것 같기도 한ㄷ…."

 

"찬바람 맞아서 그래요!!

저 진짜 괜찮아요!

아아…! 엄마! 내일도 출근하셔야 되잖아요.

얼른 주무셔야죠, 시간도 늦었는데!!"

 

"응? 아… 응… 그럼 엄마 먼저 들어갈게?

진서 너도 얼른 씻고 자?"

 

"네에…."

 

*달칵*

 

"…휴우… 오빠… 이제 들어와도 될 것 같아.

엄마 들어가셨어."

 

"후우…."

 

진서의 말에 문 뒤에 숨어있던 난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가슴팍에서 피가 나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귀찮아지니까.

 

"…자라."

 

"아… 저기… 잠깐만…."

 

"?"

 

"진짜 잠깐이면 돼. 잠깐만…."

 

거실 서랍을 열어 구급함을 꺼내오는 진서.

 

"상처 좀 보여줘."

 

"됐어. 유난 떨 정도로 다친 것도 아닌데."

 

"안 돼. 소주병에 베인 거라서 감염될 수도 있어.

빨리 상처 보여줘."

 

"음…."

 

맞아.

 

얘는 가끔 이런다.

뭔가에 꽂히면 기 안 죽고 할 말 하는 거.

 

아빠를 닮은 건가….

 

"하아…."

 

*스륵*

 

이상하게 거부할 수 없었기에 나는 겉옷을 벗어 치료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고, 진서는 가위를 꺼내 옷을 잘라버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자르는데?"

 

"벗다가 상처 쓸리면 안 되니까.

그리고 이런 옷 버려도 돼."

 

"…."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조용히 치료를 받기로 했다.

아픈 건 사실이니까.

 

*스륵*

 

능숙한 솜씨로 상처를 드레싱하는 진서.

 

"…반창고나 겨우 붙였으면서 언제 이런 걸 다 배웠대."

 

"아… 몰랐지? 나 간호학과 다니고 있어…."

 

"당연히 모르지…."

 

"…."

 

무심하게 그렇게 대답하니 진서가 조용해졌다.

 

"…?"

 

"…그러네… 모를 수밖에 없네….

나 때문에 오빠가 그런 곳에 들어갔었으니까…."

 

진서는 내 몸의 흉터를 살짝 건들며 다시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만 아니었으면… 이런 상처도 입을 필요 없었을 텐데….

다… 다 나 때문이야…."

 

"…그런 소리 하면서 울 거면 그만해."

 

"…미안해…."

 

"…."

 

"…."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런 분위기가 싫었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박주용인가? 걘 뭐냐?"

 

"…주용 오빠?

그냥 같이 알바하는 사람…."

 

"뭐… 어떤 놈인데?"

 

"뭐라 할 말도 없어…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그런 사람인데….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듣고 비호감짓만 골라 해서 좀 싫어했어, 내가."

 

"아까 보니까 나름 깡은 있어보이던데."

 

"그러게… 나도 몰랐어…."

 

"다음에 고맙다고 제대로 얘기해."

 

"응…."

 

평범한 대화와 함께 거즈가 붙은 큰 반창고로 응급처치를 마무리한다.

 

"…상처가 그렇게 깊지 않아서 금방 아물긴 할 텐데, 아무래도 흉터는 남을 것 같으니까 약 잘 바르고 반창고도 잘 바꿔줘야 돼, 알았지?"

 

"…알았으니까 들어가."

 

"응…."

 

"…."

 

문 앞에 선 나는 잠시 고민하다 속으로 생각했던 말을 꺼냈다.


 

"…네 잘못 아니야."

 

"…어…?"

 

"네 잘못 아니라고, 나 거기 들어간 거….

그리고… 고맙다 치료해줘서.

…잔다."

 

"…응… 잘 자… 오빠…."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진서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구급함을 치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진서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복잡하지만 약간은 편해진 마음과 함께 침대에 누워 싸놓았던 짐을 쳐다보았다.

 

"뭐… 곧 가니까…."

 

옷도 갈아입지 않았지만 피곤함이 몰려와 잠에 빠져들었다.

 

< 5화, 끝 >

.

.

.

 

☆ 비하인드 ☆

 

"…가셨네….

…근데, 진서 오빠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지…?

내가 형이면 나중에 어색할 것 같은데….

아니, 이럴 게 아니지…!

나도 빨리 도망가야겠다!"

 

후식이와 진서가 떠나고, 남아있던 주용도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후식이에게 옷을 강탈당한, 가장 먼저 일어났던 녀석은 일련의 상황에 벙쪄 멍하니 쓰러진 패거리를 바라보다 종열에게 가, 입에 넣어진 옷조각을 빼주었다.

 

"푸합…!

카핰…!

아으… ㅆ발…."

 

"야, 종열아.

괜찮냐…?"

 

"괜찮아보이냐…!

아… 으… ㅆ발….

미친놈이 손가락을 그냥 꺾어…."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거…?"

 

"등신아…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가 한 짓이 있는데…."

 

"야… 그래도…."

 

"그리고 자빠져있느라 그 새끼가 한 말 못 들었지?

ㅆ발… 네가 그 새끼 눈빛을 봤으면 그딴 소리 못한다니까….

나 진짜 평생 불구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냥 아가리 닫고 조용히 살아…."

 

"아… 미친… 그나저나 저 새끼들은 어떡하냐…."

 

"끄으… 뒀다가… 일어나면 같이 가야지 어쩌겠냐…."

 

"아… ㅆ발….

야, 근데… 너 바지에 그거 뭐냐…."

 

"ㅆ발 뭐."

 

"너, 지렸냐?"

 

"아가리 해 ㅆ발아…."

 

"…."

 

그날 이후로 이종열과 패거리는 모두 알바를 그만두었다.


< 5화, 진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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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안녕.


....

 

 

 

 

그.

태평하게 안녕이라고 할 게 아니지.


정말 오랜만이다 그지.

더 빨리 올려야했는데.


그.

그게.


사실 초안 자체는 금방 나오긴 했는데, 이게 아니야 병에 걸려서 계속 수정하고, 추가하고, 지울 거 지우고, 또 수정하고.


이 스파이럴에 빠져서 계속 수정하다보니 뭔가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버리고,

나중에 쓰자 하고 냅다 유기하다 가끔 다음화 언제 올라오냐는 댓글 올라오고 이럴 때마다 또 함 붙들어보고 수정하고...


변명도 이런 변명이 없네.


개 햄버거 같은 소리지만 4화에서 써놓은 것처럼 후회파트 대충 끝나고 용서파트로 넘어가다보니 이걸 어떻게 써야 조금이라도 더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이상한 수렁에 빠져버렸다고 봐야겠네.


지금까지 기다려준 사람이 아직 남았다면 정말 고맙고 정말 미안하다.


사실 이제야 5화 올리는 주제에 6화는 한 자도 안 써서 다음화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 미안하다.


이거 안 올리면 번역이라도 열심히 싸야하는데, 그것도 안 하고 놀기만 했지 머야.


그.


음...


다들 잘 지냈나..?


이건 좀 아니고.


뭔가 오랜만이라서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을 줄 알았는데 퍼뜩 생각나는 말이 없네.


쩝.


1년이나 기다려서 나온 것치고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 모자란 거라서 정말 미안하다리.


오늘도 재밌게 봐줬다면 나는 참 좋겠네.


안녕












 









“응…? 웬 옷을 버려뒀대? 후식이 옷인가…?”

 

“어머, 왜 이렇게 축축하ㅈ….”


 

“…어…?”